읽는 내내 코로나19가 생각나는 책이었습니다. 작품 속 소소한 재미로 세 남자이야기가 있다. 군인이었지만 비스킷을 굽는 존, 선원으로 다리를 절지만 지금은 돛 만드는 일을 하는 토머스, 그리고 목수인 리처드. 이들이 전염병이 창궐하는 런던을 떠나 시골로 이동하며 시골길을 통과하고 텐트를 치며 숲속에서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다가 무사히 런던에 돌아온 이야기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작품 속 내용 중에서 제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열린책들 출판, 대니얼 디포 저/서정은 역 작가님의 전염병 일지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페이백 이벤트를 하고 있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 작가의 작품인데 소설보다는 일종의 르포같은 느낌이라 비교적 담담하게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화자는 1665년 페스트가 유행하던 시기의 평범한 런던 시민으로 사회 전체를 조망하며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코로나가 종식되었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언제든 또다시 이런 바이러스의 확산과 그로 인한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바이러스의 발병 당시만 해도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이 화제가 되었던 것도 어떻게 보면 그 증상이나 상황이 비슷해서였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교류하던 세계가 순식간에 봉쇄를 겪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마주한 대니얼 디포의 작품 『전염병 일지』는 마치 우리가 겪었던 그 시간들을 연상케하는 여러 부분들이 있어 한편으로는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이야기가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존재할 수 있음에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놀랍게도 이 책의 작가는 어쩌면 『전염병 일지』보다 더 대중적으로 알려졌을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이기도 한데 흥미로운 점은 일지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17세기 영국에서 발생한 페스트가 대유행을 겪을 당시의 상황을 일지의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관찰하여 사실로 담아내는 일지라는 형식을 생각하며 펼쳐 든 책은 진짜 마치 그 시대를 접하고 있는 기분이 들 정도로 당시의 상황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야기는 페스트가 영국에서 최초 발생하기 전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대유행 단계라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 1664년 9월의 초순이라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마치 딴 세상 이야기인듯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1664년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프랑스인 두 남자가 드루리 레인 북단에서 사망하면서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처음 정부는 영국으로의 확산을 막고자 노력했고 이 사망 사건의 발생도 숨기려 했지만 소문까지 잠재울 순 없었던 것이다. 이후 본격적인 감염이 시작되면서 어디서, 몇 명이 감염 또는 사망했는가가 마치 실시간 속보처럼 책에서 보여지는데 이를 보고 있으면 새삼 우리나라에서 첫 감염자 발생, 첫 사망자 발생 시 속보에서 나이, 연령, 이동 경로 등이 공개되던 때가 떠오른다. 여러모로 상황들이 코로나 발생 즈음과 닮아 있어 마치 신기한 면도 없지 않다.
작품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한 구성이다. 영국 런던으로까지 페스트가 전염되고 최초 감염자가 발생하고 마치 마른 들에 불길이 번지듯 확산한 이후 소멸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정말 우리가 겪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 이야기가 무려 4세기 전이라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페스트의 감염과 확산, 유행,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고통과 좌절이 고스란히 일지 형식과 자세한 스토리로 기록되어 있기에 마치 그 당시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답을 찾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작품을 보면 마치 우리가 지난 몇 년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지나오기까지의 일들을 미리 경험한 사람들이 미래의 시간을 살 사람들이 혹시라도 자신들과 같은 전염병의 시대를 겪을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 같아 4세기 전과 후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것 같아 묘한 기분이 들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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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일지』
다니엘 디포 (지음) | 서정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어릴 적 좋아하던 책 중 한 권을 뽑으라면 [로빈슨 크루소]가 꼭 들어갔었다. 이 책 [전염병 일지] 역시 그 책의 작가였다니... 한편으로는 로빈슨 크루소는 몹시도 대중적이고 한마디로 유명한데 왜 같은 작가의 이 책은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대니얼 디포는 지금식으로 말하자면 다방면에 재능이 뛰어난, 지금식으로 말하자면 아마도 인플루언서와 같은 느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각지를 여행하고, 저널리즘, 정치, 상업, 사업, 무역업 등에 종사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들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그의 글들은 몹시도 신빙성을 보였으며 로빈슨 크루소 책 또한 31세에 파산으로 감옥에 잠시 투옥된 후 이후 벽돌 제조업, 노예 무역업 등에 종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전염병 일지]는 앞으로의 미래를 예견한 르포 형식의 소설로 일컬어진다. 1720년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서 페스트로 6만 명에 추정되는 막대한 사망자가 발생하자 영국은 다시 대규모의 전염병은 자국에서도 시작될 것이리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영국은 이미 1665년에 10만여 명이 전염병으로 사망한 전례가 있었다) 이에 1722년 출간된 [전염병 일지]는 디포가 미리 예상한 아마도 곧 들이닥칠 국가 재난을 예상하면서 쓴 글이다.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는 미리 영국 시민들이 알기를 바라고 대처하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1665년 페스트가 시작된 해 런던에 계속 머무른 한 시민으로 작품의 화자는 소개된다. 그리고 그 화자는 작가의 의도를 대변하면서 이와 같은 재난을 겪는 사람들이 행동 지침으로 삼기를 바란다면서 이 기록을 작성했다는 것을 여러 번 언급한다. 그래서 그의 이름은 보이지 않고 초성 서명만이 나오고 취재를 하는 기자와 같은 모습을 비춘다.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전염병의 위협은 여전하다. 코로나로 인해서도 그러하고 앞으로 기후 위기 문제,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 노출 등 역시 산재한 위협이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깨달은 바가 있던가?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또다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어찌 될 건가? 그때 잘 대처했다고 해서 다시 또 잘 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그때 못했다고 해서 다시 그러지 못하리라는 것도 없는 것이다. 위기 상황은 한 마디로 돌발 상황이다.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다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페스트가 휩쓸고 간 당시의 상황도 역시 고통받는 것은 돈 없고 가난한 서민들이었다. 가난한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전염병에 노출된 채 죽어갔고 하릴에 쓸모도 없는 부적이나 액막이 등에 의존했다. 하지만 전염병이 돌자 부자와 정치가들은 아주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바로 그곳을 떠나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런 고민 없이 페스트 지역을 이탈했고 남은 자들은 지옥을 경험했다.
초기 의술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왔던 까닭은 알지 못하는 박테리아 감염이었다. 그리고 위생관념 부족으로 (예를 들어 수술 중 의사가 손을 안 씻는다든가) 인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코로나가 유행했을 때 개인위생을 강조하고 마스크를 끼고 외출하기 등을 말했던 이유 역시 위생이 전염병과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물론 지금은 마스크의 무용성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디포의 책에서 역시 병의 원인을 외국 감염지역의 화물에서 무언가가 묻어왔다고 추측하고 병이 감염자와 감염자 사이의 물건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인지하고 병자를 진찰해서 감염 여부를 결정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금지하는 행정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책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신의 심판이었다거나, 병의 사라짐 역시 보이지 않는 은밀한 손이 구원을 하였다는 식의 말들도 언급된다. 감염이 시작되자 런던을 떠난 왕가들, 그리고 지배층의 무능과 무책임, 사치와 향락 속에 빠진 도시.... 그는 이런 것들을 말하면서 전반적인 도덕적 개혁 또한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되자 그 이전에 전염병을 예언했던 영화와 책들이 한때 유행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인류가 살아있는 한 다시 또 대규모의 전염병은 올 테니 말이다. 또 누군가는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 것이다. 아...... . 모든 것이 인류의 지혜로 쉬이 지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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