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은 아씨들'은 백 오십 년이 넘는 시기에 쓰여졌음에도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내용적인 면에서 볼 때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사고와는 사뭇 다른 점도 있지만 행복이라는 단어의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가난하지만 검소하게 살아가는 마치 가(家)의 네 자매의 평범한 일상에서 보여주는 작은 에피소드들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선물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크고 멋진 물질적인 것을 소유하는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평범한 일상 속에 존재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족은 가난하지만 결코 불행한 삶을 살지 않는다.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마치 가의 사람들은 누구보다 더 정신적인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해피엔딩은 언제나 읽은 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특히 '작은 아씨들'은 언제 읽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동이 밀려 온다.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이며,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 속에 깃들어 있음을 말해준다. 물질만능주의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작은 아씨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사랑과 감사의 마음, 겸허함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마음 속에 간직하고 실천해야 할 덕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 '작은 아씨들'...... 이기주의로 물들어가는 나의 마음 속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작은 아씨들'을 얘기할 때 등장인물 네 자매의 개성과 꿈, 그녀들의 소망을 빼놓을 수가 없다.
나의 소녀시절 롤 모델은 분명 조였다. 꿋꿋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가감없이 밖으로 꺼내 보일 수 있는 대담성과 당당함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조의 강인한 면이 돋보인 소설의 영향은 정말 컸다. 조라면...이란 말을 늘 마음 속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다시 본 작은 아씨들에선 에이미가 너무 와닿았다. 내가 변한걸까. 아니면 나는 나인데 나의 또 다른 내면이 튀어나와 넉넉히 무르익은 중반부 인생을 리드하며 살아가는 페르소나의 한 단면일까.
이런저런 생각에 나를 올려 놓고 걸어온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당시의 교육철학에도 눈을 돌려본다. 마치 부인의 행복을 지금에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내면의 깊이를 쌓아 이루는 마음의 평온은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나라는 존재를 소중하게 감싸게 될 근원이 되리란 것을 알려 주려는 것 같다.
하지만, 훗날의 네 자매들 생활을 들여다보면 그녀들이 꿈꾸던 행복과 가치와 로망은 참 다른 현실 속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거기에 베스는 아예 존재조차 안 한다.
그럼에도 후회없는 인생을 자축하는 그녀들의 마음은 꿈 꾸기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일까.
지금은 많이 달라진 시대 변화를 겪으며 어떠한 시련도 항상 현실에 존재하고 있기에 과거로 굳어지는 사건은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작품은 세계를 품는다.
작은 아씨들 1
루이자 메이 올컷 지음 ㅣ 허진 옮김 ㅣ 열린책들
크리스마스로 시작해서 크리스마스로 끝나지만 메그, 조, 베스, 에이미가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너무나 다르다.
「선물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아니야」라며 불평을 늘어놓던 네 자매가 1년의 시간 동안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함께 자라는듯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작은 아씨들」읽을 때 그동안 부모님에게나 주위에서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 목록을 떠올리며 네 자매에게 나눠주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들들에게 받은 크리스마스카드들이 생각났다. 무언가를 잘 버리지 않는 성격이라 편지 상자를 뒤적여보면 나올 수도 있을 듯하다. 읽었던 책을 재독할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거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메그와 브룩 씨의 편지 사건이 그러했다. 아마 어린 시절에는 연애 감정이나 사랑에 대해서는 다 이해하지 못해서 기억 저편으로 밀려 휘발되었을 것이다.
도와줄게, 조. 내가 도와줄게.
그렇게 슬피 울지 말고 오늘을 기억하렴.
- 중략 -
넌 네가 세상에서 제일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도 그랬단다.
작은 아씨들1 P140
마치 부인의 조언은 목록으로 만들어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매일 봐야 할 것 같다. 딸에게 자신의 단점을 고백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를 위하여 털어놓는다. 급한 성격 때문에 가끔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부인의 말들은 이런 성격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자신들이 감당하기엔 벅찬 문제들이 생기면 네 자매는 마치 부인에게 털어놓는다. 그러하면 부인은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고 위로하고 가야 할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함께해 준다.
마치 부인이 잠시 작은 아씨들 곁을 떠나니 문제들이 뒤엉켜 점점 커져만 갔다. 중심을 잡아주던 이가 없어지니 점점 나태해져만 가다 결국 큰 문제가 생긴다. 메그와 조는 어떻게든 해볼 하나 불안함만 커져간다. 어쩔 줄 모르며 동동거리는 작은 아씨들을 보면 아! 이제 열일곱 열여섯 살 정도인 나이가 생각났다. 두 아들 모두 20살이 넘었지만 지금도 가끔 급하게 부를 때는 아가들아!라고 부른다. 다 큰 사내아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 워낙 오래 자주 부르니 그러려니 한다. 사회생활을 몇 년간 한 큰아들도 아직 어린애 같은데 이제 중고등학교생의 나이인 두 자매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었다. 하지만 마치 부인의 당부대로 해나의 말을 경청하며 하나하나 이겨나간다. 그런 그들은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다.
1년 동안 네 자매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 사건들로 인하여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나간다. 네 자매들이 자라나는 모습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슬펐지만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며 의지해나가는 모습들에 어린 날의 부러움이 아닌 흐뭇한 엄마 미소가 머무는 건 세월이 준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이제 폭풍 같은 10대 시절을 지나고 작은 아씨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메그는 원하던 결혼을 할까, 조는 작가로서 성공할 것인가, 베스는 가족들을 위해 계속 노래하는지, 에이미의 그림은 어떤 평가를 받을지 2권을 빨리 펼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