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멜벨의 《모비 딕》을 줄거리만을 위주로 읽는다면 단 몇 십 페이지에 불과할지 모른다. 실제 열린책들 번역본 끝에는 줄거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단 7페이지다(반면 역자 해설은 11페이지다). 서점에 축약본으로 나와 있는 《모비 딕》을 보더라도 매우 얄팍하다. 《모비 딕》은 소설로서의 줄거리만으로 그 진가를 얘기할 수 없는 책이다. 고래에 관한 생물학적, 생태학적 연구와 함께 고래잡이에 관한 문화사적, 산업적 고찰을 담고 있으며, 삶과 자연에 관한 철학적, 종교적 상징과 사유가 가득하다(그래서 마치 과학+인문 교양서로 분류하더라도 하등의 문제가 없을 듯 보이기도 한다). 또한 역사와 문학을 자유로이 인용하고 있다. 거기에 허먼 멜빌 자신의 경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 모든 것을 함께 바라보아야, 이 소설 《모비 딕》의 진가를 파악하기 시작할 수 있다.
그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소설이기에 그 해석들에 대해 비평할 수 있을 때 이 소설에 대한 본격적인 이해가 이뤄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거기에 이르지 못한다. 다만 ‘모비 딕’이라는 흰 향유고래를 중심으로 한 무궁무진한 상징 가운데 어떤 부분들에 조금 천착하면서 읽었을 뿐이다. 그 얘기만 조금 하겠다.
모비 딕은 분명 실체가 있다. 커다란 몸집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고래로서는 사악하리만치의 지능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단순히 에이해브 선장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허상의 악마를 쫓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체를 가지고 있는 모비 딕이 자신의 실체에 상응하는 만큼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의 경험과 함께 신화가 되어 더욱 커다란 존재가 되었다. 흰 고래는 단순히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대하는 인간에게는 사악한 실체가 되어 (대부분에게는) 피해야 만 하는 존재, (일부에게는)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피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든, 정복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든 흰 고래, 모비 딕이 의미하는 바는 다를 바가 없다. 인간의 세계에 들여놓을 수 없는 타자(他者)의 존재인 것이다. 그것이 광대무변한 자연으로 보든, 사악한 악마로, 혹은 인간 세계에서 야만인 집단으로 보든 상관없다. 어쨌든 내(內)집단으로 들일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것에 대해 에이해브의 태도는 광적이다. 내가 저것으로부터 당했으니, 나는 그것을 정복해야 만한다. 반면 스타벅은 피한다. 중간은 없다. 피쿼드호의 선원 대부분은 한쪽에 환호하기도 하고, 두려움에 반대쪽으로 몰려가기도 할 뿐이다. 오히려 냉정한 것은 야만인이자 식인종인 퀴퀘그뿐이다. 그래서 소설은 강렬한 문명 비판이 된다.
일단 나는 이렇게 읽었다.
분명한 게 있다. 만약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것을 찾으리란 것이다. 고전이란 그런 것이다.
상권 448쪽, 하권 446쪽(이야기만) 합계 894쪽의 장편 <모비 딕>을 읽기 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내 이름은 이슈마엘." 하고 시작하는 첫 줄부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식인종 퀴퀘그가 등장하면서 이 둘이 어떤 이야기를 펼쳐나갈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이 딱히 뭔가를 하지는 않는다. 이야기의 마지막 피쿼드가 난파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이슈마엘이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네이버에 향유고래를 검색하면 지식백과에 이렇게 소개된다. "향유고래는 이빨고래 중 가장 큰 종으로 ...... 전체적인 몸 색깔은 어두운 회색 계열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흰색에 가까워지는 경향이 있으며, ...... ." 그러니까 모비 딕은 하얗게 태어났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나이를 먹은, 어쩌면 죽을 때를 넘어선 흰 향유고래인 것이다. 소설 속에서 모비 딕에 대한 이야기가 전설처럼 떠도는 것처럼 전설같은 동물인 것이다.
"오오, 에이해브!" 스타벅이 소리쳤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셋째 날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단념할 수 있어요! 보세요! 모비 딕은 선장님을 노리는 게 아니에요. 미친 듯이 놈을 노린 건 선장님, 당신이라고요!"(하권 444쪽)
이 죽을 때를 넘어선 모비 딕은 충분히 피쿼드에게 기회를 준다. 우리나라에서 쓰여졌다면 영물이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다. 영물이 된 모비 딕은 자신을 쫓는 보트는 돌아보지도 않고 본선 피쿼드를 부숴버린다. 모든 것이 그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 목숨을 잃는다. 생존자는 단 한 명 이슈마엘뿐이다.
에이해브에겐 나이 어린 젊은 아내도 있고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도 있다. 다리 한 쪽을 잃었다고 해서 가족과 자신의 목숨과 바꿀만큼 모비 딕에게 복수하는 것이 중요했을까?
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이 책을 진행시키는 것은, 에이해브의 증오심이다. 증오심으로 모비 딕을 쫓고 그를 쫓는 것이 이 이야기다. 하지만 증오의 끝은 완전한 패배뿐이다.
<모비 딕>의 구조상 이슈마엘이 첫 줄에 등장하는 반면에 퀴퀘그의 등장도 에이해브의 등장도 뜸을 들인만큼 모비 딕의 등장은 거의 끝에 배치돼있다. 나머지는 모비 딕에 대한 소문과 향유고래를 쫓고, 잡고, 해체하는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머리에서부터 뽑아내는 기름은 향유고래의 자신에게 어떤 것일까? <모비 딕>은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 다시 알게 되는 이야기다. 멸종위기에서야 포경을 그만 두게 된 게 아니던가. 또 에이해브 개인의 욕심으로 피쿼드에 탄 선원을 수장시키고 만다는 것이 얼마나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인지.
우리는 이야기를 읽으며 착각할 때가 있다. 이것은 단지 이야기일 뿐이라고. 하지만 나의 증오심이, 개인적 욕심이 배를 가라앉히는 일이 현실에서 과연 없을까?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의 이야기가 이야기만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막장같은 소재가 삶에 불현듯 끼어든다.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내가 나의 욕심으로 배를 가라앉히지는 말자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현명함을 배워나가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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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페이지 남은 줄 알고 잔뜩 긴장했는데
다행히 뒤에는 빈 페이지들이 많아서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속도감 있게 빨리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어떤 집단이든 우두머리를 잘 만나야 고생을 안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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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싸움도 못하면서 왜 이렇게 까부는지 모르겠다.
퀴케그 분량 갑자기 실종되어서 아쉽다. 그렇게 튼튼하던 키퀘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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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이 자꾸 나서는데 그럴때마다 나는 모비 딕을 응원했다.
모비 딕 모비 딕!
고래잡이를 가장한 운명과 인간의 분투기-모비 딕
모비딕.... 우영우에서 영우가 향유고래 얘기하면서 이 책 언급해서 관심 가졌고... 그 전부터 유명한 책이라 언젠가 한번은 꼭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넘 길어서 계속 못 읽고 있었는데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한 덕분에 드디어 읽어봤다...
보면서 고래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래가 여러마리 모여있는 곳에 갔을 때는 뭔가 신비함이 느껴졌는데 그런 곳을 인간이 침범하는 느낌이고 그리고 애초에 이 스토리 자체가 어떤 큰 고래를 잡다가 생긴 상처로 그 고래를 다시 잡아 복수하겠다는 그런 내용인 것 같은데 공격은 먼저 해놓고 작살 박힌 채로 오래 산 불쌍한 고래한테 복수한다고 그러는데 참.... 복수는 고래가 해야겠다. 내가 비건은 아니지만 그냥 그런 생각들고 넘 안타까웠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