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인데 무슨 메시지나 교훈을 주는지 금방 이해가 되지 않는 작품이다. 소설의 제목인 <좁은 문>이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과 욕구에 충실하게 사는 것을 거부하는 삶으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구원의 길로 보인다. 이 작품은 이런 기독교적 종교관에 바탕이 두고 쓰여진 작품이라 비기독교인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사촌 남매간의 사랑을 다룬 프랑스 문화나 실제 사촌과 결혼했던 앙드레 지드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 전개는 비교적 단순하다. 사촌간인 제롬과 알리사는 자라면서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문제는 제롬은 지상에서의 행복(넓은 문)을 꿈꾸는 반면, 알리사는 천상의 성스러움에 가닿기(좁은 문)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롬에게 끌리면서 계속해서 그 감정을 억누르는 알리사와, 그녀를 흠모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그녀에게 가기 위해 비슷한 길을 걸으려고 노력하는 제롬과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앙드레 지드는 두 사람의 정신적인 고투와 엇갈림의 과정을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그려 내고 있다.
제롬을 사랑하지만 의도적으로 그와 멀리 떨어지려고 했던 알리사의 행동과 그 이유가 스토리의 핵심이다. 그녀의 일기속에서 고통스러운 비밀이 알려진다. 알리사는 제롬을 사랑하고 있었으나, 또 한편으로는 완전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는 것인데 그녀는 완전이란 사랑을 물리침으로써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알리사가 찾고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의 행복보다도 제롬의 행복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제롬을 자기 자신에게서 떼어놓음으로써 성서에서 말하는 어떤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갈 수 없는 ‘좁은문’ 쪽으로 제롬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은 바람이었던 것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라는 누가복음의 구절에서 따온 소설의 제목에서 본능적 삶과 종교적 이상간의 갈등이 느껴진다. 이 세상에 태어나 세속적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최선의 삶인지, 천상의 지복(영생의 삶)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올바른 삶인지 윤리적, 종교적 측면에서 논란거리일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 보면 알리사가 내면적 고행을 통해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 끝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를 두고 앙드레 지드가 금욕적 종교적 열망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알리사와 달리 결혼 생활의 평범한 행복을 누리는 그녀의 동생 쥘리에트나 인기 작가가 된 친구 아벨처럼 세속의 기쁨을 추구하는 삶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결국 앙드레 지드는 특별한 판단 없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이러한 가치 판단의 문제는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결국 인간이란 흔들리고 고뇌하면서 결국에는 선택하는 존재일 뿐이다. 어쩌면 앙드레 지드가 말하는 좁은 문이란 사랑의 길이며, 배려의 길이며, 봉사의 길일진대, 둘이서 나란히 걸어가기에는 좁은 문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종국에는 개개인이 절대자와 고독하게 만나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손으로 영원을 만지면서, 다른 한손으로 인생을 만지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까? 주변에는 서로 사랑하며 결혼하고 신앙생활에도 도움을 주는 부부들도 많은데 알리사 방식의 신앙생활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좁은 문>은 나로서는 쉽지 않은 작품이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2020년 01월 17일 출간 된 앙드레 지드 저 / 김화영 역의 [대여] 좁은 문 리뷰 입니다.
읽고 나서 작성하는 리뷰이므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아직 안 읽으신 분들은 피해 주세요.
열린책들 세계 문화집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이북으로 읽으니 좋네요.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