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를 알고 있는 고전을 읽는데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대부분의 고전은 읽어보지 않고도 줄거리를 알고 있다. 교과서에 실려서 줄거리만 알고 있거나,TV,영화나 만화로 접하기 때문에 우리는 고전의 내용을 알고 있다.그러나 그것은 알고 있다고 생각 할 뿐이지 자신이 직접 책을 읽어보지 않는 한은 진정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남의 입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일 뿐이다.자신이 직접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 읽어보고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그 내용을 다시 생각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어떤 깨달음이 온다.그것은 교과서나 선생님,평론가들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입받은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너무도 유명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도서관에서 집었다 놨다,대출 받았다 반납 하기를 여러차례.줄거리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여러차례 이 책을 읽기를 망설이게 만들었다.줄거리에 대한 호기심이 없으니 읽다가 그만두기도 했다.그러다 작년부터 고전읽기에 도전해서 학창시절에 읽어보지 못한 많은 고전을 읽어냈다.이 책도 그렇게 해서 읽어냈다.모 CF "니들이 게 맛을 알아? "에 나오는 그 노인의 모습과 주인공 산티아고노인의 모습이 겹치면서 그 CF를 알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다면 나의 뇌리에 각인된 노인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고기를 잡지 못한지 84일째 되는 노인 산티아고, 그는 85일째에 고기를 잡으러 떠나는 야망과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산티아고노인과 5살때부터 같이 고기를 잡았던 친구인 소년 마노린의 애틋한 우정과 사랑이 가슴을 적신다.나에게도 소년과 같은 친구가 있다면 살아가는데 있어서 더 힘이나고 얼마나 행복했을까? 부러움이 컸다.모두가 그런 노인을 비웃어도 소년만은 할아버지를 믿어주고 챙겨주는 때 뭍지 않은 그 순수하고 따스한 마음.가진 것없이 가난하게 살면서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노인에게는 여유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바다라는 넓은 망망대해는 고독한 우리네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거기다 잡히지 않는 고기를 잡으려고 홀로 애쓰는 노인의 모습에서 꿈을 낚기 위해 애쓰는 인생,결국 인생은 홀로 살아내야 하는 고독한 우리 삶의 모습으로 다가왔다.큰 고기를 잡았지만 결국 상어가 다 뜯어먹고 뼈만 남는 남겨서 집으로 돌아오는 노인의 모습에서,우리가 인생에서 잡으려고 발버둥치고 잡았던 것들이 우리의 삶이 끝나는 날에는 결국 모든 것을 다 돌려 주고 가야하는 인생. 그래서 우리에겐 그 화려했던 이력이나 명예만을 남게 되는게 아닌가!! 결국 이 책은 인생을 묘사한 알레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과 바다>를 감명깊게 일고 나서 읽은 129쪽부터 174까지의 짧은 단편 <킬리만자로의 눈>은 인생을 보는 눈이 <노인과 바다>와는 너무 달라서 놀라웠다.노인이 삶에 그렇게 열정적으로 대하는데 비하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하드 보일'문체의 독특함은 많은 것을 읽어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와 직감이 너무도 뛰어나서 놀라웠다.어쨋든 두 작품 모두 헤밍웨이 자신의 많은 것을 반영한 작품이다.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다.
월세는 내지도 않으면서,소울키친에서 식사를 하던 노인,그는 늘 배를 만들고 있었다.언제 완성 될지도 모르는 배를,마치 노인과 바다의 노인처럼...
재미난점은,내가 노인과 바다를 읽지 않은 상태였다는 거다.사람들의 입을 통해 줄거리와 내용은 알고 있었다지만,선운사에 가보지 않고 선운사를 노래했던 최영미시인의 마음도 이런 것이였을까?^^
어쨌든 다소 순수하지(?) 않은 마음이긴 했으나,더이상 <노인과 바다>를 미뤄 두면 안될것 같은 생각에서 읽기 시작했다.
<노인과 바다>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러나,작가의 의도를 알기 전,더 중요한것은 책을 통해 읽는 독자가 무엇을 느꼈으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되였는가가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고전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운이란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오늘 닥쳐올지도 모르며,아무튼 매일매일이 새날 아닌가 말이야 재수가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좋기는 하지만 ,그러나 나로서는 정확하게 하는 거다.그래서 운이 돌아와주면 나는 준비를 다하고 기다리고 있는 셈이니까 말이야"
"고기를 죽인다는 것은 죄가 될 것이다.또한 내가 먹고 살아 가기 위해서,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한 짓이라고 할지라도 죄는 죄다.그러나 그렇게 되면 모든 것이 죄가 될 테지.(중략) 모든 것은 무언가 다른 것을 죽이며 살아가는 게 아닌가"
지금 시점에서 나에게 노인과 바다가 준 화두는 이 두 가지가 아니였나 싶다.
전자는,일이 잘 풀리지 않게 될때면 ,나는 어째서 운이 없는 것일까라고 생각하게 된다.혹은 누군가는 왜 이렇게 운이 좋은 거지 라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그러나 노인처럼 때로는 남들이 보기엔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노력하는 그 순간,행운은 찾아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작가의 말처럼 행운은 하나의 모양이 아니고 형태가 아니기때문에..
후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구제역문제의 영향이 있었기때문에 반복해서 읽게 된 문장이였다.
죄는 죄다...그러나 그 죄에 대한 서로간의 예의같은 것,그런 것들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얼마전 어느 신문에서는 가축들에게도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 같은 것을 만들겠다는 기사를 본 듯 한데
이러한 것들이 최소한의 필요한 것들은 아닐지...
특별한 줄거리도 없고,개성 넘치는 인물도 없어서 어찌 보면 지루한 소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아마도 고전의 매력일테지..
(문제,소설 속에 등장 하는 상어이름인 동시에,어느 자동차회사의 차이름이기도 한 상어의 이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