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청년이었던 시절에 여자들은 순종적이고 향기롭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이 기억났다" /162쪽
<올랜도>를 읽기 전까지 온전(?)하게 읽어낸 울프의 소설은 아직이다.보르헤스선생의 극찬과,성이 바뀌는 환타지..라는 설명이 나를 유혹했다.그리고 앞서 힘겹게 읽었던 울프의 소설을 생각하면,너무 잘 읽혀서 놀랐다.어쩌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지점에서 보물찾기 하는 기분을 종종 느낀탓일 수도 있겠다.서른이 되는 순간,남성이었던 올랜도가 여성으로 바뀐다는 설정만 놓고 보면 이해될 수 없는 이야기일텐데..묘하게 빨려들어간다. 환타지 속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여성에 관한 문제를 풀어 놓고자 함이 보인 탓일게다.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 알수 없으나,독자에겐 올랜도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순간,당시 여성이 받아야 했던 부당함들이 보였다.심지어 여성을 위해(?)서 하는 듯한 것들에서 조차 실은 불편한 것 투성이...였다.결국 이런 물음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행위가 시대정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게 되었다.그녀는 자신에 셸머다인과 약혼하고 결혼한 행위가 시대정신의 승인을 받을지 무척 알고 싶었다."/272쪽
우리는 사랑을 아는 것도 같고,실은 잘 모르는 것일수도 있다고 말한다.(남성작가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정말 사랑이 아닐수도 있다며...) 사랑에 관한 질문은,이제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뭔가 존재론적인 질문이라고 해야 할까? 쉬운 듯 어려운 질문인 진정한 자아에 대한 물음.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물음들.. 그러나 3백년을 가까이 살아(?)온 올랜도는 여전히 행복을 찾고 있었고,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를 토로한다.
소설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읽었다. 올랜도의 결말이 궁금했지만,꾹(?)참아가며 페이지를 넘겼다. 사실 100여쪽 가량이 너무 잘 읽혀서 후반으로 갈수록 힘겨운 부분이 있었음에도(역자는 '절정'이란 표현으로 설명했지만...) 결말이 궁금해서 읽어냈다. 다 읽고 나서야 이 소설이 친구 비타 색크빌 웨스트의 삶에 기반을 둔 소설이였음을 알았다. 그러나 그녀에 대해 알지 못해도,소설을 전지적 독자만의 시점으로 읽어내는 재미가 있었다.후반부는,울프에 대해 아주 깊은 이해도가 있어야 몰입할 수 있겠지만,소설의 2/3 정도는 남성과 여성에 관한 문제,사랑에 관한 문제,창작의 고통,문학에 대한 풍자를 찾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선호 장르 도서가 페이백 도서 중 하나로 떴길랙 관심을 갖고 살펴보다가 소개 글과 줄거리에 흥미를 느껴 보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버지니아 울프 작가님의 단편 몇 가지를 읽었던 기억이 있긴 한데, 각 잡고 제대로 읽은 건 올랜도라는 작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성전환이라는 다소 독특한 소재와 설정을 가진 작품이라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많았어요. 남성으로 태어나 갑작스럽게 여성으로서의 삶도 살게 된 올랜도라는 인물의 긴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성전환과 더불어 수백 년의 삶을 살게 된 올랜도의 신비롭고도 흥미로운 일대기예요. 성별이라는 것이 삶에 있어 불변적 요소가 아닌 환경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라는 양성적 사고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시대상을 감안하여 당시에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뭔가 트여 있는 느낌의 작품이었어요. 현실적인 요소와 더불어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판타지 요소들이 적절히 섞여 흥미를 자극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서로가 상대방을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다. 그런 부분은 같은 동성끼리도 마찬가지라도 이성간의 차이는 좀 더 크다. 신체적 특징이 달라 그로부터 나오는 생각 차이가 있다. 성장하면서 겪는 문화적, 사회적, 환경적 차이는 더욱 남녀를 구분한다. 아직까지 한 번도 여자가 되어 본적이 없으니 어떤 느낌인지는 모른다. 평생을 가도 모르지 않을까한다. 그건 평생을 살면서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된 인생이다.
더구나 남자로 살다 성인이 된 후에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더욱 생각하기 힘들다. <올랜도>는 남자에서 여자가 된 인물의 이야기다. 책의 3분의 1정도가 남성으로 살아간 인생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여성으로 살아간 인생이다. 남성으로 살았던 올랜도는 꽤 바람기있고 거칠것 없는 인생을 살았다. 외교관이 되어 파견나갈 정도로 화려한 인생이었다. 갖고 있는 부도 많아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 없을 정도다. 매일 축제를 집에서 열어도 살짝 걱정만 할 정도다.
올랜도가 남자였을 때 첫 눈에 반한 여자가 있었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데이트 신청을 한다. 그녀도 러시아에서 온 귀족자제다. 그럼에도 올랜도가 적극적으로 다가올 때 차마 거절을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한다. 자신의 모든 걸 던져버리고 함께 하자고 했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비참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올랜드의 마음과 달리 자신의 착각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소설은 올랜도의 일대기를 작가가 자신의 관점에서 쓴 형식이다.
올랜도 입장은 아주 자세하게 알 수 있지만 상대방의 감정 등은 전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올랜도가 사랑한 여자가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남자인 올랜도가 하자는대로 어쩔 수 없이 따라한 것이 아닐까한다. 모든 걸 버리고 자신과 함께 하자고 했지만 그건 올랜도의 착각이라는 건 나타나지 않은 걸로 알 수 있다. 올랜도 역시나 그렇게 느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올랜도는 그 일이 있은 후 집에서 무려 일주일 정도를 무의식에 빠져 잠만 잤다.
그가 죽은 것이 아닐까하며 많은 시도를 했지만 깨어나지 않았다. 올랜도는 숨은 쉬고 있었으니 죽은 건 아니다. 올랜도가 다시 눈을 뜬 후 변한 건 없었다. 올랜도는 좀 더 차분해지고 외국으로 파견나가기로 한다. 외교관이라는 신분은 개인이면서 국가를 대표한다. 아마도 바쁘게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한다. 올랜도는 오랜 시간동안 제대로 학문을 닦고 문학을 배우며 격식을 배웠다. 어느 자리에서나 자신을 잃지 않고 접대를 할 줄 아는 인물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인물과도 격조있는 대화를 할 정도다.
올랜도가 소유한 주택은 무려 365개의 침실이 있다. 하루씩 번갈아 가며 잠을 자도 될 정도다. 아마 모든 침실을 다 이용하진 않았을 듯하다. 그런 올랜도가 외교관으로 갔을 때 장소는 비교도 되지 않았을 듯하다. 외교업무를 아주 충실히 한 후 콘스탄티노플이 소용돌이에 빠졌을 때 올랜도는 깊은 잠에 빠진다. 이번에도 무려 일주일동안 잠에 빠진다. 이전과 달리 모든 사람은 올랜도의 잠을 깨우지 않고 기다려준다. 올랜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올랜도는 그가 아닌 그녀가 된다.
신기한 건 남자가 여자가 되었는데 누구도 이를 신기하게 여기지 않고 받아들인다. 올랜도가 신망이 좋았던지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부 올랜도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남자든 여자든 올랜도라는 사실이면 충분한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집에서 계속 일을 하는데 있어 문제가 없다는 인식처럼 보인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었다. 올랜도가 여자가 되었는데 친인척은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에게 남은 유산을 빼앗으려 한다. 이런 걸 보면 역시나 이부분도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신체적으로 여성이 된 올랜도 입장에서는 변한 것이 어떠했을까. 그가 지금까지 갖고 있는 모든 의식은 전부 남자다. 남자와 똑같은 의식을 갖고 살아왔는데 신체가 여성으로 변경되었다고 여성처럼 사고하고 행동했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소설은 그다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나 의문을 올랜도가 가졌다는 신호를 보여주지 않는다. 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행동한다. 초반에 묘사하는 건 심리적인 부분보다는 옷을 다르게 입는데 있어 달라진 점처럼 외부적인 요소를 좀 더 설명한다.
여성으로 달라진 가장 큰 차이는 남자 올랜도는 여성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며 다가갔다. 여자 올랜도는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사귀자고 한다. 올랜도가 먼저 남자일 때처럼 다가가는 모습은 그려지지 않는다. 남자일 때 올랜도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다가오기도 한다. 소설은 감정 부분은 철저히 배제한 듯하다. 올랜도는 남자를 만나 아이까지 낳는다. 신기하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묘사도 없었다. 내 입장에서는 갑자기 아이가 생겨 의아할 정도였다.
아이가 나오면서 올랜도가 확실히 여자라는 걸 인식하게 된다. 소설은 철저하게 올랜도라는 개인에게 집중한다. 아이가 있으니 이에 따른 감정의 동요와 행동의 제약도 있을텐데 어떤 묘사도 나오지 않는다. 워낙 부자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이유는 아닌 듯하다. 올랜도가 감정표현을 할 때가 몇 번 있었는데 어떤 풍경을 보고 '황홀해'라고 외치는 부분이다.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묘사였다. 소설이 나온 시대는 1928년이다. 당시에 이런 소설이 나왔을 때 잘 받아들여졌는지 궁금하다.
지금으로 치면 판타지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남자가 여자가 된다는 점이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졌나보다. 심지어 소설 속에서도 이 부분은 별다른 큰 논란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남자 일때와 달리 여자 올랜도는 활동적이지 않고 정적이다. 책에는 올랜도의 사진이 나오고 올랜도 전기라고 하니 진짜로 있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든다. 올랜도가 소설로 나왔을 때 무척이나 파격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올랜도는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사망한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했을지 궁금하다.
까칠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문장이 끝나지 않는다.
친절한 핑크팬더의 한 마디 : 고전 소설을 읽어낸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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