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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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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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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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조지 오웰 저/박경서 역
198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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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죄와 벌 (하)(스포일러 있음) 평점9점 | e******i | 2020.07.03 리뷰제목
『죄와 벌 (하)』는 아래와 같이 시작하고 있다. 총 6부 중 4부의 시작이기도 하다.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라스꼴리니꼬프는 다시 한 번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조심스럽고 미심쩍은 눈으로 뜻밖의 손님을 찬찬히 뜯어보았다.「스비드리가일로프 씨라고? 이게 무슨 헛소리야? 그럴 리가 없어!」마침내 그는 당황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이런 외침을 듣고도 손님은 놀라운
리뷰제목

『죄와 벌 (하)』는 아래와 같이 시작하고 있다. 총 6부 중 4부의 시작이기도 하다. 


<내가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라스꼴리니꼬프는 다시 한 번 이런 생각을 했다. 그는 조심스럽고 미심쩍은 눈으로 뜻밖의 손님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스비드리가일로프 씨라고? 이게 무슨 헛소리야? 그럴 리가 없어!」마침내 그는 당황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외침을 듣고도 손님은 놀라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나는 두 가지 일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첫째로는 오래전부터 당신에 대해,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좋은 소문을 많이 들어 왔기 때문에 직접 만나고 싶었고, 둘째로는 당신의 누이동생, 아브도찌야 로마노브나와 직접 관련이 있는 한 가지 계획을 어쩌면 당신이 도와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섭니다. 만일 내가 아무런 소개도 없이 혼자서 댁의 동생을 찾아간다면, 동생은 선입견 때문에 나를 마당으로도 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도와준다면, 일이 잘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잘못 생각하셨군요.」라스꼴리니꼬프는 그의 말을 잘랐다.     (p. 409)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등장도 등장이지만, 캐릭터가 꿈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추잡한 제안으로 아브도찌아 로마노브나를 모욕하기도 했지만, 보면 볼수록 라스꼴리니꼬프를 닮았다. 스비드리가일로프도 우리에게는 무언가 공통점이 있다, 라고 말한다.(p. 419) 결정적인 공통점이라면 죄를 짓고도 그 심각성을 모른다는 게 아닐까. 꼰스딴찐 모출스키의 작품 평론 ‘5막 비극으로서의『죄와 벌』’에서도 스비드리가일로프를 라스꼴리니꼬프의 어두운 분신으로서 그의 옆에 서 있다, 라고 표현한다.(p. 864) 분명 악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정하기에는 뭔가 애매한 부분이 있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소냐는 누가 봐도 천사의 모습으로 라스꼴리니꼬프를 품는다. 그러니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으랴. 아무리 라스꼴리니꼬프가 위대해도 예외일 수는 없을 듯. 


그의 베개 밑에는 복음서가 놓여 있다. 그는 기계적으로 그것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은 소냐의 것으로 그녀가 그에게 라자로의 부활을 읽어 줄 때 들고 있었던 바로 그 책이었다. 유형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그녀가 그를 신앙으로 괴롭힐 것이고, 복음서에 대해서 말하며 그에게 책들을 강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녀는 한 번도 그 주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고, 그에게 복음서마저 권한 적이 없었다. 병들기 직전에 그 스스로가 이 책을 부탁했기 때문에 그녀가 말없이 가져다준 것이었다. 이제까지 그는 책을 열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지금도 책장을 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그녀의 신념이 이제 나의 신념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적어도, 그녀의 감정, 그녀의 갈망은······.>

그녀 역시 그날 종일 마음이 설레었고, 밤에는 다시 앓아눕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나 행복해서 자신의 행복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지경이었다. 7년, <겨우> 7년! 행복이 시작되고 있던 이 무렵과 또 다른 순간들마다 두 사람은 기꺼이 이 7년을 7일로 생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새로운 삶이 거저 그에게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것도, 그 삶을 사기 위해서 아직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그것을 위해서는 앞으로 위대한 행적을 쌓아 보상해야 한다는 것도 미처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이야기, 한 사람이 점차로 소생되어 가는 이야기, 그가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 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는 이야기, 이제까지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주제가 되기에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우리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완결되었다.     (p. 809~ 810)


『죄와 벌』이 이것으로 완결되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미심쩍은 점이 많다. 꼰스딴찐 모출스키의 작품 평론 ‘5막 비극으로서의『죄와 벌』’에서도 대담한 진실을 지혜로운 덮개로 가려야 했다, 라고 말하고 있다.(p. 874)


그러나 그는 이를 <막이 끝날 무렵에야> 서둘러서 부주의하게 해치워 버리고 만다. 병이 완쾌된 다음, 주인공은 감옥에서 소냐의 발아래 몸을 던진다······. 그리고 사랑한다.     (p. 874)


소설은 주인공의 <갱생>에 대한 막연한 예견으로 끝을 맺는다. 이 예견은 약속일 뿐이지 독자에 의해 확인되는 사실은 아니다. 우리는 이 <경건한 거짓말>을 믿기에는 라스꼴리니꼬프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     (p. 875)


우리는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나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의 전기를 시작함에 있어 나는 다소간 의혹에 빠져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내가 비록 알렉세이 표도로비치를 나의 주인공이라 부르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전혀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까닭에, 다음과 같은 종류의 질문들이 불가피하게 튀어나올 것임이 미리부터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즉, 당신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로비치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뛰어나단 말인가, 당신은 왜 그를 주인공으로 골랐는가? 그가 무슨 그럴듯한 일을 했단 말인가? 누구에게 무엇으로 유명하단 말인가? 독자인 내가 왜 그의 인생의 사실들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해야 한단 말인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 믿음사』p. 11  작가로부터)


뜻 보면 라스꼴리니꼬프에게 이런 의혹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꼰스딴찐 모출스키의 분석대로 지혜로운 덮개로 가리긴 가린 모양이다. 곱씹을수록 만만찮은 소설이다. 이 책을 고른 죄로 벌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에 따른 성취감도 크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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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설-러시아] 죄와 벌 (상,하) ★★★★☆ 평점9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m | 2010.08.18 리뷰제목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홍대화 역 | 열린책들 | 원서 : Prestuplenie i nakazanic | 2008년 12월 10일 |  정가 : 7,800원/권 읽기 힘들어 보이는 두께의 책을 빌려왔다가, 표지에 (상)이라는 글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었다. 깜짝 놀란 마음에 읽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그래봐야 소설인데 싶은 생각에 (하)권도 빌려왔다. 그런데, (하)권은 (상)권 보다 더 두꺼워서 또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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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저/홍대화 역 | 열린책들 | 원서 : Prestuplenie i nakazanic | 2008년 12월 10일 |  정가 : 7,800원/권


읽기 힘들어 보이는 두께의 책을 빌려왔다가, 표지에 (상)이라는 글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었다. 깜짝 놀란 마음에 읽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그래봐야 소설인데 싶은 생각에 (하)권도 빌려왔다. 그런데, (하)권은 (상)권 보다 더 두꺼워서 또 한번 놀랐다. 그래도 '읽기를 작정한 이상 읽어야지' 싶어 책장을 넘기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은 '모든 두꺼운 고전이 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교훈을 남기면서 끝이 났다.

 

빼쩨르부르그의 무더운 7월, 법학을 전공하지만 현재는 휴학생인 라스꼴리꼬프(이하 '로쟈')는 관과 같은 방에 살며, 밤이 되어도 쉽게 어두워지지 않는 밤들을 보내고 있었다. 로쟈는 혼자만의 '전당포 노파 살인계획'을 두고 추악함과 비열함 사이를 오가며 갈등하고 있었는데, 실행을 할지는 모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전당포 노파가 혼자 있으리라는 정보를 얻게 되고 즉흥적으로 실행에 옮긴다. 물론, 잠 속에 빠져 너무 늦은감이 없지 않았으나 발견하지 못할뻔한 도끼까지 잘 챙겨 노파를 살해하고 돈을 훔쳐친 후, 사건을 뒷수습 하는 중에 오지 않아야할 노파의 동생이 등장하고 로쟈의 계획은 흐트러져 버린다. 노파의 동생까지 살해하고 서야 현관문이 열려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 로쟈는 혼란에 빠진다.

 

'살인'은 당연히 죄다. 그런데, 살인을 저지른 로쟈의 행동은 석연치않다. 정말 노파를 <이>로 생각 한 것인가? 가난한 자들의 피를 빨아 배를 불리는 <이>로 치부된 노파를 죽였다는 것이 <비범한 자>의 행위로 합리화 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로쟈 스스로 살인을 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독자인 나는 이 발견이 답답해진다.  발견 이후, 죄를 지은 후에 받는 벌을 뒤로 미룸으로 해서 스스로의 생지옥으로 빠져드는 로쟈를 보고 있자니, 더욱 갑갑하다.  물론 로쟈가 스스로의 늪에서 빠져 허우적거리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발버둥치면서 속으로 더 빠져들기도 하고 라주미힌 같은 친구를 둠으로써 늪 밖으로 빠져나올 기회도 얻기도 한다. 어머니와 동생 두냐가 찾아오는 일도 전환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두냐의 약혼자라는 자의 등장은 로쟈 스스로를 더 자신의 벽 속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어버린다. 그 뿐인가? 뽀르피리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증거가 없는 로쟈의 범죄를 파고든다. 빨리 로쟈를 잡아다가 정신 차리게해서 이 끔찍한 '벌'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뽀르피리는 로쟈에게 심리적 압박만을 가해 자신의 죄를 더욱 합리화하고 죄를 떠나 정신적인 대결상태에 몰입하는 상태로 치달아 간다.  그 사이 등장하는 스비드리가일로프 같은 로쟈와 형식은 다르되, 어딘가 닮은 인간형의 등장으로 로쟈는 조금씩 무너져 내려가고, 스비드리가일로프로 인해 먹은 마음 스비드리가일로프 때문에 흔들리기도 한다.

 

끊임 없이 이성과 양심의 대결한다. 아니다. 양심이 아니라 위대한 이성을 이해하지 못할 사회에 대한 앙심일 수도 있겠다. 사건이 밝혀질까봐 두려워 종종걸음하는 로쟈를 따라다니는 불안감과 두통, 그리고 이어지는 죽음같은 잠은 로쟈의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그런데 로쟈를 양심조차 없는 인간으로 치부하는 것도 이상하다.  친구의 증언에 의하면 폐결핵에 걸린 친구를 도와주었다고 하고, 하숙집 여주인의 증언에 의하면 불에 타 죽을 뻔한 아이를 살리고, 최근에는 잠깐 만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알고보면 생면부지인 어떤 퇴직관리의 죽음에 자신의 피 같은 전재산을 내어준 로쟈가, 따뜻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돕고 있는 로쟈가, 왜 전당포 노파에게는 죄책감마저 갖지 않는 것일까? 나는 로쟈의 이 상태를 자기합리화를 넘어선 '자기방어'라고 생각했다. 죽어도 잘못했다고 말하기 싫어하는 합리화. 모든 사람들이 다 겪고 있지만 애써 인정하지 않는 것들, '방어'함으로써 많은 것들이 망쳐진다는 사실 자체도 부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 '방어'는 자신의 삶도 주변인의 삶도 무너트린다. <이> 나 <비범한 자>의 탈을 씌우고 쓴다고해도 달라질 것이 없는 이야기다.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로쟈는 자신이 살인범임을 자백한다. 그 동안의 선행과 훔친 돈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살인죄에 비해 적은 형량인 8년을 받아 복역하기 시작한다. 시베리아 감옥에서 복역을 시작했으면서도 로쟈는 자신을 구하지 못한다. 법적인 형벌은 스스로를 속였던 로쟈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지는 못한다.  어느새 죄는 스스로를 묶는 단단한 끈이 되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조차 기피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만다.  심지어는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도 단절된다.  오로지 자신이 도왔던 퇴직관리의 딸 소냐가 시베리아까지 따라와 그의 옆을 지키고 그녀의 영혼이 로쟈에게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을 트이게 한다. 마지막 아주 짧은 장면이었건만 읽다가 큰 숨이 터지게 하는 장면이었다.

 

등장인물들의 죄와 벌이 끊임 없이 등장하고 얽힌다. 아주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도 등장하고 그들의 치명적인 오해와 편협한 행동들을 보고 있다면 책을 읽다가도 괜히 혀를 끌끌 차게된다. 등장인물 마다의 이야기를 빈틈없이 만들어낸 도스또예프시끼 선생은 정말 천재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한번 읽고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등장인물의 하나하나를 다시 그려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 말미에 소설과 같은 도스또예프스끼 선생의 연보를 보며, 이 사람은 참으로 많은 기록을 남기며 공개된 삶을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피곤하지 않았을까?  조만간, 마음의 준비가 되는 대로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어볼까 한다. [죄와 벌]보다 살짝 더 긴 것에 마음이 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청춘의 독서/ 유시민 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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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세계고전문학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심리소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p********g | 2022.10.04 리뷰제목
죄는 무엇이고 벌은 무엇인가, 혐오를 드러낸 세계고전문학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심리소설           죄와 벌 하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옮김, 열린책들 펴냄         한 인간의 '죄'와 그에 따른 '벌'을 도서 제목에 직관적으로 드러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로쟈는 왜, 하필 도끼로 왜, 하필 전당포 주인을 살해했을까? 라스꼴리니꼬프는 왜, 전당포 주인
리뷰제목

 

죄는 무엇이고 벌은 무엇인가,

혐오를 드러낸 세계고전문학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심리소설

 

 


 

 

 

죄와 벌

도스토옙스키 지음, 홍대화 옮김, 열린책들 펴냄

 

 

 

 

한 인간의 '죄'와 그에 따른 '벌'을 도서 제목에 직관적으로 드러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로쟈는 왜, 하필 도끼로 왜, 하필 전당포 주인을 살해했을까? 라스꼴리니꼬프는 왜, 전당포 주인을 <이>라고 여겼을까.

 

 

 

 

 

혐오, 살인, 혁명, 고립, 사랑, 자유

 

 

 

소설 "죄와 벌" 초반, 라스꼴리니꼬프는 마치 개인적 영달을 위해서 범죄를 계획했다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이것은 작가가 놓은 덫일 뿐 진실은 그와 달랐음이다. 더 많이 용기를 내어 일을 감행하는 사람만이 사람들 눈에는 옳아 보이는 거야. 보다 많은 것을 무시하는 자만이 그들의 입법자가 되고, 더 많은 일을 해치울 수 있는 사람이 그 누구보다도 옳은 사람이 되는 거야!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눈먼 사람들만이 그것을 모를 뿐이지!

 

 

사회적 모순을 깨뜨리기 위해 라스꼴리니꼬프는 응징의 대상을 정한다. <이>로 표현되는 전당포 노파다. 전당포 주인은 돈을 구하기 위해 그나마 지니고 있던 것을 들고 온 사람들에게서 악착같이 착취하기를 거리끼지 않는다. 남의 고통을 빨아 자신의 살을 채우는 셈이다. 로쟈는 조롱의 빛을 내비치는 노파의 눈동자에 잠시 흔들렸지만 결국 그녀를 살해함으로써 자신이 기준을 세운 '선'을 실행한다. 에이, 이봐, 자연을 변화시키고 조정하는 것은 인간이야.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돈까지 다 내주던 로쟈. 가난에서 탈출할 출구를 초인이 됨으로써 찾고자 했던 로쟈. 그러나 로쟈의 선택은 뜻밖의 변수로 어그러진다. 이러한 상황은 가진 게 없는 자가 사회를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한 노릇임을 극명히 보여준다. 로쟈는 기생충 같은 존재인 전당포 주인을 처단하였으나 '초인'이고자 했던 그의 원대한 구상은 <이>에게 역시 고혈을 빨아먹히고 있던 그 여동생을 연이어 도끼로 내리치는 뜻밖의 상황으로 산산조각나고 만다. 진정한 '죄'를 짓고 만 것이다. 바로 그때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그런 공포를 체험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신의 손아귀에서 무사할 수 없음이다.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는 것은 당연지사.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로쟈의 마음은 지옥이요 꿈에 시달리며 이미 벌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그가 초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받음으로써 벌을 받고 더 나아가 자유를 강탈당함으로써 벌은 그 정점을 찍는다. 정작 로쟈가 불쌍히 여겼던 소냐는 어떠한가. 오히려 자신의 상황을 꿋꿋이 버텨내는 강인함을 보이고,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갇혀 강 건너를 바라봐야 하는 '벌'을 받는 이들에게는 자애로운 모습으로 마치 구원자, 성모 마리아 같은 인생을 구현한다. 누구는 살아야 하고, 누구는 죽어야 한다고 심판할 권리를 누가 내게 주었나요? 그녀는 끝까지 신을 믿고 따르기를 선택했고, 마지막까지 로쟈에 대한 마음을 지킴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실천한다. 그녀의 선택이 오히려 사람들을 구원하고 스스로도 구원받았음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으며 내가 궁금했던 몇 가지는 그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살짝 훑음으로써 해결되었다. 이를테면 로쟈는 왜, 부엌에서 간단히 챙길 수 있을 법한 칼을 제쳐두고 굳이 도끼를 무기로 선택했을까 같은 의문 말이다. 그러다 또 다시 진정한 논쟁거리일 수 있는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한 사람의 돈을 빼앗아 훗날 전 인류와 공공의 사업을 위해 쓰이도록 자신을 헌신하겠다는 라스꼴리니꼬프의 결심은 진정 정당한가?

 

 

초인이 되고자 했던 몽상가 라스꼴리니꼬프는 나폴레옹을 흉내내 공공의 적을 없애고자 하였으며 이를 이루었으나 끝내 감옥에 갇히고 만다. 신을 부정하던 로쟈가 감옥의 문이 닫힌 후 소냐의 복음서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7년을 7일로 생각할 준비를 갖추며 자유를 갈망하는 장면에 대한 감상은 내 마음에만 간직하기로. 이제 새로운 이야기, 한 사람이 점차로 소생되어 가는 이야기, 그가 새롭게 태어나는 이야기, 그가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는 이야기, 이제까지는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 작품이 나온 당시의 사회 배경을 알지 못하면 문학작품에 숨은 의미를 제대로 짚어낼 수 없음을 절감하게 해준 세계고전문학. 혐오에서 시작해 사랑과 자유에의 갈망으로 끝을 맺는 도스토옙스키의 심리소설 "죄와 벌"이다.

 

 

 

리딩투데이 함유도 선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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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간의 이중적 면모를 드러낸 고전문학... '죄와 벌' - 표도르 도스토옙스끼 평점10점 | h********9 | 2022.10.02 리뷰제목
열린책들 세계문학 002 『 죄와 벌 : 하 』 표도르 도스토옙스끼 / 열린책들         <죄와 벌 : 하>권에서는 의미심장한 인문학적 견해를 제시한다. 로쟈의 동생 두냐와 그녀를 끊임없이 범하려했던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대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로쟈를 허영심만 가득한 자존심 강한 젊은이라 표현하며 나폴레옹의 천재성에 심취해 있다고 했
리뷰제목

 

열린책들 세계문학 002

『 죄와 벌 : 하 』

표도르 도스토옙스끼 / 열린책들

 

 

 

 

<죄와 벌 : 하>권에서는 의미심장한 인문학적 견해를 제시한다. 로쟈의 동생 두냐와 그녀를 끊임없이 범하려했던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대화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로쟈를 허영심만 가득한 자존심 강한 젊은라 표현하며 나폴레옹의 천재성에 심취해 있다고 했다. 법이 미치지 못하는 권력으로 혁명의 적이라 느꼈던 인물들을 거침없이 처단했다는거... 로쟈 또한 자신의 천재성을 믿고 가난한 자들의 물건을 추악하게 저당잡았던 필요악적이라 느꼈던 존재를 없애버렸지만 오히려 자기 스스로가 굴욕을 느껴 미쳐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면모가 자아를 파괴하는 도구가 되어버렸으니 무너져가는 로쟈의 손을 잡아줄 사람이 과연 누구일지 고대하게 되었다.

 

<죄와 벌>은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가지고 있는 목적의식과 선택에 대한 대가를 진정성있게 보여준다. 주인공 로쟈의 끊임없는 고뇌와 더러운 족속의 <이>와 같은 가치없는 인간의 내면을 마주하며 멸시와 자괴감을 맛본다.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던 작품... 바로 <죄와 벌>이었다.

 

 

 

 

범죄자의 입장에서는

될 수 있으면 숨기지 않아도 무방한 것은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도피 방법이라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나는 당신을 믿지 않아요!

 

 

타인에 대한 불신을 쉼없이 되뇌이며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려는 증상을 편집증이라 한다. 특히 <죄와 벌 : 하>권에서 주인공 로쟈가 보여주는 증상의 끝이 두냐와 소냐에게로 향하는데... 두냐의 약혼자 루쥔의 집요한 추악함은 읽는 독자마저 머리끝까지 화가 오르게 만든다. 달콤한 결혼을 위한 조건이 젊고 아름다워야 하며 좋은 가문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거... 여기서 더 중요한 조건은 절대적인 가난으로 자신에게 납작 엎드려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명, 지주였던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추잡한 욕정으로 이여자 저여자에게 돈으로 환심을 사고 로쟈에게 동생 두냐를 물건의 값을 매기듯 흥정을 하려 했다는 것이다. 뭐~ 로쟈는 애초에 두 남자의 파렴치함을 알았기에 거부하긴 했지만 잠시 흔들렸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는거... 다행히 동생 두냐에게 둘도 없는 친구 라주미힌을 언급하며 서로의 감정을 조심스레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이젠 자신의 죗값을 치를 차례... 명확한 증거도 없으면서 자백을 강요한 예심판사 뽀르피리 뻬뜨로비치... 그의 집요한 추궁에 넌더리가 났으니 합법적으로 조사할 건 조사하고 체포하라고 엄포를 놓는 로쟈는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발작하는데 엉뚱하게도 자신이 전당포 여주인을 죽였다며 자백하는 이가 등장하게 된다.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결국 로쟈는 끝까지 자신의 죄를 숨기고 인간적 면모의 상실을 보여주려는지...

 

 

 

나는 그때 알게 되었어, 소냐.

권력은 용기를 내서 몸을 굽혀 그것을 줍는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오직 하나, 하나만이 필요한 거야.

용기를 내는 일만이 필요한 거야!

 

 

자신의 삶이 소중하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극을 받은 로쟈... 과연 나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미련한 고민을 하게되는 로쟈의 변모를 기대하게 한다. 세상에 필요악인 존재는 없다고 믿고 싶다. 그저 사는게 너무나 힘들고, 괴롭고, 죽을만큼 아픈 현실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겪는 일 일테고,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겠거니 생각하며 아픈 나를 잠시 쉴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건 어떨는지... <죄와 벌>은 범죄소설같으면서도 인간다움의 거듭남을 보여주는 인문학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러시아문학의 거장, 이렇게 도스토옙스끼를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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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죄와 벌 (하)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y****1 | 2022.09.25 리뷰제목
<죄와 벌> (하)에서는 라스꼴리니꼬프의 여동생 두냐의 약혼자인 뾰뜨르 빼뜨로비치 루쥔과 두냐가 가정교사로 일했던 곳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만든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라스꼴리니꼬프가 한 일 중에 가장 통쾌한 일이 두냐의 약혼을 파기시킨 일인데, 뾰뜨르 빼뜨로비치 루쥔은 내가 본 인물 중 손에 꼽히는 치졸하고 저열하고 옹색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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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하)에서는 라스꼴리니꼬프의 여동생 두냐의 약혼자인 뾰뜨르 빼뜨로비치 루쥔과 두냐가 가정교사로 일했던 곳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만든 지주 스비드리가일로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라스꼴리니꼬프가 한 일 중에 가장 통쾌한 일이 두냐의 약혼을 파기시킨 일인데, 뾰뜨르 빼뜨로비치 루쥔은 내가 본 인물 중 손에 꼽히는 치졸하고 저열하고 옹색한 인물이다. 자기 자신에게 도취되어 타인을 이용하려고 하고, 그 이용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안락과 알량한 입신양명이다. 타인에 대한 근본적인 존중의 마음이 없으며, 세상을 보는 눈이 재력과 지위로 등으로 편협하다.

 

루쥔은 편협한 기준으로 사람들을 분류한 만큼 그들을 쉽게 이용하려고 하다가 라스꼴리니꼬프와 다시 한 번 충돌한다. 라스꼴리니꼬프는 역시 루쥔을 대할 때에 가장 통쾌했다. <죄와 벌>에서 라스꼴리니꼬프의 지지기반을 마련해 주는 역할이 루쥔의 역할이 아닐까 싶었다.

 

한편,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그는 라스꼴리니꼬프를 흥미로워 하며 자신과 같은 면을 본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호색한에 방탕한 사람으로, 라스꼴리니꼬프가 이쪽 극단을 취했다면,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저쪽 극단을 취한 인물이다. 행동은 너무나 다르지만, 시작은 비슷한 고민과 열병으로부터 시작했으며,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동일하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라스꼴리니코프에게 이러한 관점을 피력하며 자신과 조우하기를 권하나, 라스꼴리니코프는 완강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최후는? 허무하게 내 예상을 벗어나 해결된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무척 부유한데, 이 둘을 다르게 만든 원인에 부유함이 큰 몫을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죄와 벌>은 가난함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세세한 지출 내역을 언급하고 있다. 몇 꼬뻬이까가 남았고, 몇 루블을 주었느니, 채무가 몇 천 루블인지, 몇 천 루블이 생겼으니 돈을 어떻게 나누어 사업을 할 지 등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가난은 많은 것의 원인이 되었고, 사실 후반 부의 상황 전개는 스비드리가일로프의 돈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전개이다. 결국 돈이 문제였던 걸까?

 

(하)권에서 굵직한 인물인 루진과 스비드리가일로프와의 격돌 이외에도, 라스꼴리니꼬프는 예심 판사 뽀르피리 빼뜨로비치와도 범죄를 둘러싼 긴박한 심리전을 벌인다. (상)권 말미에서 자신을 ‘살인자’라고 부르는 묘령의 인물은 이 심리전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며, 이로 인해 라스꼴리니꼬프는 처절하게 저항하면서 무너진다. 도대체 그는 왜 자신의 범행 일체를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고 못배겼을까!?

 

하권도 상권 못지않게 길다며 숨차게 다 읽었지만, 이어지는 에필로그! 그리고, 에필로그로 완성되는 이야기 <죄와 벌>이었다. 끝까지 징하고 징했던 라스꼴리니꼬프의 복잡한 심리에 감탄하며, 열린세전 002 <죄와 벌> (하) 완독!

 

전체 감상은 이어지는 <죄와 벌> (상) (하) 리뷰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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