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상) - 열린책들 세계문학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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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 (상) - 열린책들 세계문학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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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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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채털리 부인의 연인 (상) 평점10점 | b******s | 2017.05.10 리뷰제목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 관련된 기억이 하나 있다. 내가 어릴 적 엄마는 책은 전집으로 구입하지 말고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 구입하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던 엄마가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세계문학전집을 들여놓으셨다. 책이 집에 도착한 날 엄마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콕 집으시며 ‘이 책은 나중에 읽어라’고 하셨다. 나는 이유도 묻지 않은 채 그 말씀을
리뷰제목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 관련된 기억이 하나 있다. 내가 어릴 적 엄마는 책은 전집으로 구입하지 말고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 구입하는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던 엄마가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세계문학전집을 들여놓으셨다. 책이 집에 도착한 날 엄마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콕 집으시며 ‘이 책은 나중에 읽어라’고 하셨다. 나는 이유도 묻지 않은 채 그 말씀을 따랐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저속하고 외설적인 소설이라며 비판받았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가 내게 하신 말씀의 진의를 알아차렸다.

 

 

이 소설에 눈길이 간 때는 「강신주의 감정수업(2013)」을 읽고 나서다. 소설 속 주인공이 동시에 느꼈던 ‘당황’의 감정 그리고 당황은 자신의 맨얼굴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터이니 부정적으로 느끼지 말라는 설명에서 나의 감정과 삶을 살펴보게 되었다. 무덤덤하고 감정 기복이 거의 없으니 딱 그만큼 내 삶은 무기력함을 의미하는 건지 한동안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이 소설이 읽고 싶어 진 건 ‘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 멋진 표지로 단장하고 출간되었을 때다. 낯뜨거워서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면 어쩌나 걱정되었지만 묘한 호기심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 읽기를 끝낸 후에는 무엇을 걱정했는지 모조리 잊어버렸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의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 상권(2014.08.25. 열린책들)』을 읽기 시작했을 때 주목한 단어는 ‘정신적인 생활’이다. 코니는 결혼 전 성행위나 육체적 결합에서 실망을 맛보았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면 사랑에 빠지지 않(p.13)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 ‘클리퍼드’가 전쟁에서 부상을 당해 하반신 불구가 되어 돌아왔을 때 코니의 결혼생활에 위기는 없을 것이라 짐작했다. 단, 두 사람 사이에 정신적 유대감이 존재했을 때 얘기다. 그러나 부부를 바라보는 타인(가족들)의 시선에는 불안감이 스며있다.

 

 

그들은 아주 가까웠지만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p.35)

 

 

코니는 ‘단절’로 인한 불안감으로 살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녀가 느끼는 단절로 인한 불안의 원인은 무엇인가? 석탄과 철을 생산하는 터버셜 마을의 추한 모습이 그녀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었을까? 아니면 랙비 저택에서의 사람들과 교류 없는 고립된 생활이 그녀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을까? 분명한 건 코니는 정신적인 생활을 매우 좋아했고 그것에서 큰 기쁨을 얻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이 약간 도를 지나쳤다고 생각(p.72)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저자는 클리퍼드와 그의 친구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부부 사이의 성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전한다.

 

 

섹스가 남자와 여자 사이의 일종의 정상적인 육체적 대화가 될지도 모르지.(p.67)

난 성행위가 대화처럼 일종의 의사소통이라고 믿네.(p.70)

 

 

저자는 주인공 코니가 정신적인 생활을 좋아하는 인물이지만 그녀에게 클리퍼드와의 정신적 유대감만을 강조할 수 없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녀에게 필요한 건 부부 사이의 육체적 대화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클리퍼드는 영원히 불구가 되어 자식을 낳을 수 없(p.8)게 되었기에 코니의 황량함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숙제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당신이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는다 해도 괜찮을 것 같소(p.88)라는 클리퍼드의 말을 빌려 코니의 외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섹스는 그냥 이용만 하시오. 그것은 충동에 의해 내몰리는 것이기 때문이오.(…)성관계가 없어 당신의 온전한 삶이 망가지려 한다면 나가서 연애를 하시오.(p.91)

 

 

여러 해가 지나면서 그녀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자기 삶의 공허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클리퍼드의 정신적 삶과 그녀의 정신적 삶, 그것은 점차 공허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p.101) 이러한 코니의 내적 갈등을 알 수 없었던 클리퍼드는 아내의 연애를 허락함으로써 앞으로 두 사람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지 알지 못했다.

 

 

코니는 마음이 황폐해져갈수록 몸도 야윈다. 그녀는 ‘볼턴 부인’을 고용해서 클리퍼드의 시중을 맡기면서 자유를 느낀다. 하지만 부부 사이의 정신적 유대감은 멀어지기 시작하고 그녀는 사냥터지기 ‘멜러스’를 만난다.

 

 

코니를 중심으로 양 끝에 위치한 클리퍼드와 멜러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 그리고 볼턴 부인과 클리퍼드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남녀 관계, 부부 관계를 넘어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할 필요조건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아직 하권까지 읽지 않아서 이 소설의 장점을 명료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저속하고 외설적인 이야기란 비판은 지나친 면이 있다는 것. 『채털리 부인의 연인 하권(2014.08.25. 열린책들)』에서 코니와 클리퍼드 그리고 부부 사이에 낀 멜러스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상되지만 여전히 궁금하고 읽고 싶게 만드는 뭔가가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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