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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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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중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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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위화다움이 느껴지는 명작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c*****i | 2022.12.10 리뷰제목
나에게 중국 소설을 읽는 맛이 남다른 것은 그 공간을 상상하며 감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중국 사람들조차 중국 지방을 나처럼 다양하게 경험해 본 이가 많지 않다. 그리고 위화의 소설은 그 시공간을 누구보다 잘 기억나게 하는 탁월한 글솜씨가 있다. 위화의 소설적 공간은 그의 고향인 항저우가 중심이다. 그리고 이번 소설 ‘원청’도 황허 북쪽 산동성
리뷰제목

나에게 중국 소설을 읽는 맛이 남다른 것은 그 공간을 상상하며 감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중국 사람들조차 중국 지방을 나처럼 다양하게 경험해 본 이가 많지 않다. 그리고 위화의 소설은 그 시공간을 누구보다 잘 기억나게 하는 탁월한 글솜씨가 있다. 위화의 소설적 공간은 그의 고향인 항저우가 중심이다. 그리고 이번 소설 원청도 황허 북쪽 산동성 한 마을과 창지앙 아래 항저우나 쑤저우 인근 한 마을이다.

 

이 소설의 배경인 시진(溪鎭)이 실제 지명은 아니니 굳이 상상한다면 쿤산 옆에 수향(水鄕)인 진시전(錦溪鎭) 정도로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소설 속 다른 인근 도시인 선뎬(沈店)도 저우주왕(周庄)이니 공간적으로도 맞는 느낌이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쑤저우, 저우주왕이나 통리, 우전, 시탕, 샤오싱 등 수향이 주는 공간적 느낌을 되살렸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이 소설의 배경은 위화의 소설 가운데 가장 멀리 갔다. ‘살아간다는 것허삼관 매혈기가 국공내전 시기부터 문혁까지를, ‘형제가 개혁 개방이후를, ‘7은 최근 부동산 개발 열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청말민국 시대다. 시기로 본다면 중국 역사에서 어느 시기보다 피가 난무하던 시기다. 태평천국의 난이 지난 후 피폐해진 지역은 의화단 운동(1900년 전후)으로 인해 혼돈에 들어가고 지역의 치안은 엉망이 된다. 수호지의 시대가 된 듯 토비(土匪)들이 날뛰고, 사람들은 정처를 찾지 못한다. 명분을 가지면 혁명군이지만, 이들 역시 토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은 이 시대를 살았던 린샹푸의 삶을 중심으로 구이민, 천융량, 샤오메이의 삶을 배치하면서 펼쳐진다. 린샹푸는 황허 북쪽의 농촌에서 살아가는 선량한 지식인이자 지주다.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셨지만 400무의 전답이 있는 부자고, 가구를 만드는 재주가 있다. 하지만 여복은 없어서 스물네살까지 혼자로 지내는데, 어느날 아창과 샤오메이라는 젊은 남녀가 찾아오면서 그의 삶은 바뀐다. 오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창은 샤오메이를 린샹푸에게 맡기고 떠나는데, 젊은 남녀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사랑의 즐거움도 잠시, 어느날 샤오메이는 자기집에 보물인 17개의 큰 금덩이 가운데 7개를 갖고 사라진다.

 

린샹푸는 절망에 빠져서 자책한다. 그런데 그녀를 조금 잊을 무렵 샤오메이가 출산을 앞둔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다. 금덩이는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린샹푸의 아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심성이 착한 린샹푸는 그녀를 다시 받아들이고, 혼례까지 올리지만, 아이를 낳고 한달여가 더 지난 어느날 다시 샤오메이는 사라져 버린다. 린은 결국 재산을 정리해 종이 어음인 은표로 바꾸고, 형제 같이 지내던 톈씨 형제들에게 집을 맡긴 채, 젖먹이 딸을 안은 채, 샤오메이의 고향을 찾아 나선다.

아창이 말한 그들의 고향은 원청(文城)이다. 처음 듣는 지명이지만 글자 조합이 뻔해서 다분히 있는 도시로 생각했지만 원청은 바이두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지명이었다. 린샹푸가 기댈 수 있는 것은 남매가 쓰던 어투와 배가 주요 교통수단이었다는 지리적 특성이다.

 

황허 건너는 배에 태울 수 없어, 가족 같은 당나귀 마저 팔고, 린샹푸는 드디어 남매의 어투와 비슷한 시진에 도착한다. 거기에 돌풍까지 만난 린샹푸는 아이 우는 집을 찾아 딸에게 동냥젓을 먹이며 곡절 끝에 이곳에 정착한다. 다행히 어떤 사연인지 고향 인근에서 내려온 천융량과 목공소를 차리고, 가져온 은표를 바탕으로 이 근방에서 1000무의 땅을 가진 지주이자 목공소 사장이 된다. 그렇지만 린샹푸의 모든 촉각은 딸의 엄마인 샤오메이의 행방이다. 하지만 남매인지 부부인지 모를 두 사람은 흔적을 찾을 수 없고, 딸 린바이자는 서서히 엄마를 닮은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해 간다.

 

위화 소설의 대부분이 그렇듯 소설 속 인물들은 각각의 생명력을 갖고 있다. 좀 허당인 듯한 시진의 중심인물 구이민은 물론이고 바이자와 정혼하는 큰 아들 구퉁롄은 물론 천융량의 아내와 자식, 고향에 남기고 온 톈씨 집안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토비가 된 스님도 그렇다. 이들을 둘러싼 가장 큰 이미지는 선함이다. 자신을 아껴준 사람을 절대 배신하지 않고, 신뢰를 지켜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든 이가 그런 것이 아니다. 토비의 우두머리 장도끼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잔악하게 마을을 파괴하고, 사람을 납치해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한다. 이에 비해 선량한 사람들은 힘은 없지만 때로 뭉치면서 그들을 대항한다.

 

책의 후반에는 외전으로 아창과 샤오메이의 삶에 관해 쓴다. 역시 근대를 살아가는 부부로 전통적인 가족관계와 변화하는 도시의 흐름 속을 잠시 경험한 이 부부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경성으로 향하던 길에 린샹푸와 얽히는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얽힘에는 큰 사악함도 배신도 있지 않다. 어찌어찌하다보니 그렇게 얽혔고, 피치못한 관계들을 맺게 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중국 특강을 할 때, 중국을 알고 싶다면 중국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유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페이소스와 유머를 볼 수 있고, 중국 역사를 알 수 있고, 각 지역별 사람들의 습관과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인의 천성을 읽는 데 소설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장 전형적인 작가가 위화라고 할 수 있고, 이 소설도 그런 매력을 충분히 담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반가운 문구 하나를 발견했다. “털끝 같은 오차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지요”(385페이지)라는 문구다. 소설의 원문은 모르지만 毫裏有差 天地懸隔이라는 송나라 시인이자 스님인 석변의 게()인 이 말을 나는 우리가 중국을 잘못 이해하는 순간 적지 않은 실수를 범할 수 있다고 하는데 쓴다. 이 소설에서는 장도끼와 천융량의 대화에서 사용했다. 아마도 성인과 야차의 차이도 작은 곳에서 시작했다는 은유를 담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으면서 때로는 가슴이 메이고, 쓸어 내리는 일이 많았다. 소설은 가슴 아프게 적지 않은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다만 작가는 다음을 생각하면서 쓴 듯도 하다. 린샹푸의 딸 린바이자나 구이민의 아들, 딸들, 천융량의 아들, 딸들을 상하이나 셴뎬 등으로 배치해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이들이 살아간다는 것의 부꾸이 되고, 허삼관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위화다움을 느끼는 행복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3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0 댓글 20
종이책 주간우수작 [서평] 원청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b****4 | 2022.12.25 리뷰제목
실로 오랜만에 들려온 위화의 신간 출간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많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위화는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이다. 그가 보여준 작품 세계는 내게 중국을 더 이상 역사 속 사건들의 무대로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닌 저마다 사람들의 복합적인 삶이 담겨있는 공간으로 다가오도록 만들었다. ‘살아간다는 것’과 ‘허삼관
리뷰제목

 

  실로 오랜만에 들려온 위화의 신간 출간 소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많은 중국 작가들의 작품을 접해본 것은 아니지만 위화는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이다. 그가 보여준 작품 세계는 내게 중국을 더 이상 역사 속 사건들의 무대로만 존재하는 세계가 아닌 저마다 사람들의 복합적인 삶이 담겨있는 공간으로 다가오도록 만들었다. ‘살아간다는 것허삼관 매혈기에서 부구이나 허삼관 같은 주인공을 포함한 인물들이 국공내전부터 문화대혁명 시기 어떤 일들을 겪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살펴보았고 형제7에서는 개혁 개방 이후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 중국에서 살아가는 중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역사를 접할 때 커다란 사건만 기억하고 주요 지도부나 위인들에만 주목해 역사를 통해 사실상 대부분의 중국 서민들의 생활 양식을 이해하기란 어려워서 다만 짐작할 뿐이었으나 위화의 소설 속 인물들이 지닌 생명력으로 독자들은 중국 역사 속 한순간으로 몰입되어 중국인들이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생활하며 왜 그런 행동들을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있다. 위화의 책을 읽으며 흔히 내가 중국인에 대해 가졌던 선입견이나 행동 양식에 대해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그저 객체로만 존재하던 중국인에 대해 우리와 비슷한 문화적 분위기가 있음을 발견하고 놀라게 되면서 동시에 우리와는 다른 역사적 소용돌이 속이지만 역시 저마다 각자가 참으로 쉽지 않은 삶들을 견뎌냈구나라는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자신들의 과오나 중국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소설을 쓰는게 가능하구나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래서 위화의 새로운 장편소설인 원청의 시대적 배경이 청나라 말기에서부터 중화민국 시대를 가로지르는 난세의 시기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 이번에는 또 작가가 어떤 인물로 대표되는 민중의 삶을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지금껏 작가가 그려온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멀리 나아간 동시에 어쩌면 주인공들의 가장 선대가 되는 중국 민중들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를 관통하는 공통점과 시대적 차이로 오는 인물들 간의 간극에서 어떤 새로운 차이점을 발견하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위화가 가진 인물들의 생명력은 뛰어나며 당시 민중들에게서 중국의 전통적 가치인 남존여비, 가부장적 모습, 이웃에 대한 베품, 인정 등을 후대의 중국인들보다 확실히 견고하게 갖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동시에 인물들이 갈등하거나 고난을 겪게 되는 원인이 보다 원초적인 사회적 상황 속에서 발현한다는 점이다. 좌우 사상적 갈등이나 물질적 계급 차이에서 어쩌면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대혼란의 시기 민중들이 겪을 수밖에 없던 고초를 담고 있다. ‘토비라 불리우는 도적떼들은 사람을 납치해서 돈을 요구하고 응하지 않을 경우 귀를 자르고 고문을 일삼고 심한 경우에는 사람들을 우습게 죽이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아무런 명분도 없고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총을 들었단 이유로 선량한 사람들이 비참하게 학살되고 유린되는 장면을 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부패한 북양군과 소설에는 별로 등장하지 않지만 혁명군의 대립 등 이중 삼중으로 눈치를 살피고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민중들의 삶이 가엽기만 하다. 서양 열강들의 잇따른 이권침탈과 청나라의 붕괴 및 실패한 중화민국의 기치 사이에서 애꿎게 고통받는 민중들의 삶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는 건 우리와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시대적 배경을 차치하더라도 원청의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주인공인 린샹푸의 삶을 중심으로 의문의 배경을 품고 있는 샤오메이, 구이민, 천융량 등의 주변 인물들의 삶을 중첩시키면서 그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단어는 선함이 아닐까. 무자비하고 탐욕스러운 북양군, 토비 장도끼와 다르게 일반적인 민중의 모습을 한 그들은 이웃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선함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이야기 속 인물들의 삶은 저마다 다르며 생명력이 있어 곁에서 그들을 지켜본 것처럼 몰입이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차례로 여의지만 겸손한 마음씨와 목공을 다루는 손재주를 물려받은 린샹푸는 선물처럼 다가온 샤오메이와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다 홀연히 자신의 전재산 절반과 함께 사라진 그녀, 다시 아기를 낳기 위해 돌아와 모든 걸 용서하고 다시 함께 밝은 미래를 꿈꾸다 다시 한 번 사라져버린 샤오메이. 이번에는 자신의 모든 삶을 정리하고 자신의 딸의 엄마이자 사랑하는 아내를 찾아 황허와 양쯔강을 건너면서 대륙을 횡단하며 그녀를 찾을 수 있는 원청이라는 고향을 향해 먼 길을 떠난다. 사람들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알 수 없는 원청과 최대한 비슷한 도시인 시진에서 그는 삶이 다하는 끝까지 아내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유대하는 모습은 감동을 주면서도 동시에 시련을 겪을 때 마음이 더 아파온다. 평화롭게 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본 이야기와 동시에 또 다른 이야기로서 샤오메이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여자의 입장에서 당대를 살아가는 이야기면서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참으로 답답한 동시에 사람의 마음은 어찌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주인공들의 중요한 선택들을 보며 안타깝기도 하고 그 또한 삶이 아닐까싶은 마음이 들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도시들은 대부분 가명을 사용했는데 원청은 작품 속 세계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 이름이다. 다만 작가의 말처럼 그 이름은 아득하게 멀지만 주인공의 마음 속 한가운데 자리잡아 평생을 떠나지 못한 것처럼 우리 각자에게도 그러한 원청이 있지 않을가라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각자의 인생에서 평생을 안고 살아가는 의문들이 많아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기에 우리는 상상 속에서 추측하고 조각을 맞추려 한다는 것처럼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은 교차하면서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어긋나버린다. 하지만 그 또한 삶이며 현실에서 그러한 일이 부지기수로 얼마나 많은가. 진실을 마주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지나쳐버리며 끝까지 그것을 모른채 마음 속에 담아 살아낸다. 이야기 자체로서 매력도 뛰어나면서도 더불어 위화의 여타 소설처럼 당시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의 생활 모습과 생각, 감정들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에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쉽고 유머러스함을 담아낸 위화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무겁지않고 잘 읽히면서도 그 속에 담겨 있는 인물들의 삶은 결코 가볍지 않고 우리에게 커다란 의미를 안겨주기 때문에 책을 덮고 나면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된다.

 
2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3 댓글 15
종이책 난세를 살아온 평범한 중국 사람들 이야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c******4 | 2023.03.14 리뷰제목
우리나라의 구한말에 해당하는 중국의 청나라 말기에서부터 중화민국 시대에 이르는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위화의 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난세에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만 모두 평범하고 심성이 착한 백성들이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위화의 작품 특성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어려운 시기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주인공은 역시 일반 백성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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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구한말에 해당하는 중국의 청나라 말기에서부터 중화민국 시대에 이르는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위화의 소설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난세에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만 모두 평범하고 심성이 착한 백성들이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위화의 작품 특성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어려운 시기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주인공은 역시 일반 백성들이다. 전쟁과 기근으로 일반 시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토비(도적)가 되며, 시민을 지켜야 할 군인은 오히려 시민을 강탈한다.  바람이 불면 먼저 몸을 굽히는 민초들은 가혹한 운명의 흐름에 순응하기도 하고 가끔씩 도전하기도 하지만 저마다 타고난 끈질긴 생명력을 바탕으로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많은 등장인물 중에 주인공은 린샹푸와 샤오메이다. 스토리 라인은 다음과 같다. 린샹푸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이고 착한 농사꾼에다 목공기술까지 익힌다. 그는 결혼운이 없어 혼자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샤오메이와 결혼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샤오메이는 린샹푸 집안의 재산을 가지고 사라졌다가 임신한 상태로 아이를 낳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모든 잘못을 용서하고 새출발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 다시 한 번 사라지는 샤오메이. 그 이후 이야기는 갓난아이를 앉고 샤오메이를 찾아나서는 린상푸의 모험과 어려운 시대적 상황이 하나하나의 에피소드 형식으로 소개된다.

 

린상푸의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샤오메이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미 결혼한 몸이지만 린샹푸와 엮이게 된 배경, 그리고 그 이후의 행적에 대한 사연들이 설명된다. 어려운 시기를 여자의 몸으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운명과 결단의 순간들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파란만장한 주인공들의 삶의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어 앞으로 무슨 운명이 다가오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책을 덮고 감정을 조절해 나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위화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공감의 힘 때문인가 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라고 말하며 공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책의 감동적인 대목에서 문득 발견한 눈물자국과 같이, 눈물과 눈물이 만나고 감동과 감동이 만나는 순간이 바로 공명인데 소설 <원청>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로 이것이었다는 것이다. 샤오메이가 자신의 고향이라고 소개한 '원청'은 사실 존재하지 않은 상상의 도시이고, 이야기의 대부분은 원청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시진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모두의 가슴에 원청이 있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알 수 없는, 또 찾을 수 없는 일이 있으며, 바로 그러한 사실만 이해한다면 서로 공명할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 같다. 읽다가 멈추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예상보다 오래 읽었다.  

2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2 댓글 0
종이책 구매 잃어버린 도시, [원청]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23.01.04 리뷰제목
위화의 작품은 가능한 찾아서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장편소설 [형제]를 통해서였다. 인간의 욕망을 억압했던 문화대혁명의 시기와 인간을 온갖 욕망의 포로로 만들었던 개방 이후 시기를 살아온 형제간의 대비를 통해 현대 중국의 문제점을 파헤친, 그 작품을 읽으면서 위화라는 작가가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 같다. 그 후 [허삼관 매혈기]와 [제7일]을 읽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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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작품은 가능한 찾아서 읽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장편소설 [형제]를 통해서였다. 인간의 욕망을 억압했던 문화대혁명의 시기와 인간을 온갖 욕망의 포로로 만들었던 개방 이후 시기를 살아온 형제간의 대비를 통해 현대 중국의 문제점을 파헤친, 그 작품을 읽으면서 위화라는 작가가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 같다. 그 후 [허삼관 매혈기][7]을 읽은 것 같은데 블로그에 리뷰가 있는 것은 [7] 뿐이다. 아마 [형제][허삼관 매혈기]는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읽어서 그렇지 싶다. 아무튼 위화의 작품들은 읽고 난 후 요란스럽고 거창하기보다는 잔잔한 감동을 준다는 느낌을 갖고 있던터라, 이 책 [원청] 또한 자연스레 읽게 되었다.

 

책의 제목인 원청은 미지의 도시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러나 소설의 주인공인 린샹푸에게는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도시이기도 했다. 자신과 결혼했던 여인 샤오메이가 살았다던 도시, 원청. 어린 딸을 위해서라도 샤오메이를 찾으려면 그 도시로 가야만 했다. 소설은 그렇게 린샹푸가 돌도 안된 딸을 안고 원청이라는 미지의 도시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청나라 말기에서 민국 초기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위화는 천재지변과 환란의 한 가운데서 평범한 인간인 린샹푸를 통해 당시 인간군상들의 이러저러한 삶의 모습을 그려낸다.

 

우박이 떨어지고, 회오리바람이 불고, 폭설이 내리는 천재지변이 일어날 때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마을은 폐허가 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금 삶을 살아간다. 남쪽으로 길을 떠나 원청을 찾아 헤매는 린샹푸는 때로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딸아이를 보면서 다시금 길을 재촉한다. 시진이라는 도시에 이르러 그 도시가 원청이라 생각한 린샹푸는 언젠가 샤오메이가 돌아오리라 믿고 그곳에서 기다리기로 작정하며 뿌리를 내린다. 청나라가 무너지고 전란은 그치지 않고 토비가 곳곳에서 기승을 부린다.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토비가 되어 또 다른 사람들을 납치하고 몸값을 요구한다. 군벌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싸우고 인근 마을에서 살인, 방화, 약탈을 일삼는다. 시대의 변혁 앞에서 보통 인간들은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절망하지 않는다. 위화는 린샹푸와 천융량의 관계를 통해, 그리고 시장 상인회 회장인 구이민의 삶을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천재지변과 환란의 절망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들 모두의 삶 속에서 흐르는 큰 줄기는 바로 꿋꿋함과 선()함이다. 그렇다고 모든 삶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북양군의 탐욕, 장도끼로 대표되는 토비의 잔혹함, 린바이자와 정혼한 구이민의 큰아들 구퉁녠의 야비함, 아창의 비루함이 보통 사람들의 삶과 대비된다. 위화는 소설 말미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배치하여 샤오메이와 아창의 삶을 보여준다.

 

원청은 잃어버린 도시이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도시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있지만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찾을 수 없는 도시가 되었다. 위화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모든 사람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 ‘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춘다’(6)라고 말한다. 바로 린샹푸가 찾고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그의 가슴속에 간직할 수밖에 없었던 원청. 나 또한 린샹푸를 따라 그곳을 찾아가면서 그의 발길이 멈칫할 때마다 가슴을 졸이기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기도 했다. 100집의 젖을 얻어 먹이며 키워서 딸의 이름을 린바이자라 지었다는 말에서 그의 마음을 헤아리며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우리는 모두 가슴속에 자신만의 원청을 간직하고 있을게다. 비록 알지 못하고 찾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찾아 떠나는 것이 삶이 아닐까 싶다. 역시 위화라는 생각이 들기에 손색이 없다.

1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9 댓글 1
종이책 삶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s*****l | 2023.03.11 리뷰제목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부유하는 시간의 잔재들이 떠돈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영혼이 채 영글지도 않았던 사춘기의 어느 시점에 용하다는 어느 무당이 자신의 운명을 미리 정해준 까닭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줄곧 자신의 삶 언저리에는 언제나 사춘기에 경험한 그 무당의 말이며 행동들이 시간에 부식되지 않은 채 쟁쟁거리며 떠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의 영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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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삶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부유하는 시간의 잔재들이 떠돈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영혼이 채 영글지도 않았던 사춘기의 어느 시점에 용하다는 어느 무당이 자신의 운명을 미리 정해준 까닭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줄곧 자신의 삶 언저리에는 언제나 사춘기에 경험한 그 무당의 말이며 행동들이 시간에 부식되지 않은 채 쟁쟁거리며 떠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의 영혼이란 이렇듯 허약하기 이를 데 없어서 영혼의 지배를 받는 개인의 삶 또한 작은 운명의 둑이나 언덕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생존의 문제가 너무나 중한 나머지 예정된 운명의 향방을 미리 점쳐보거나 가늠해 볼 시간조차 없었던 운명 무지렁이의 삶은 얼마나 담대한 것인가.

 

"아창과 샤오메이는 서로를 보고 있었지만 사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창의 눈에는 당혹감만 가득하고 샤오메이의 눈에는 눈물밖에 없었다. 당황한 눈은 맞은편의 눈물을 보지 못했고 눈물 속 눈은 맞은편의 당혹감을 보지 못했다. 두 사람은 우물과 강물처럼 처지가 달랐다. 한 사람은 우물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강물에 대해 생각했다."  (p.546)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의 신작 소설 <원청: 잃어버린 도시>는 600쪽에 가까운 장대한 분량임에도 가독성이 좋아 생각보다 빠르게 읽힌다. 주인공인 린샹푸와 샤오메이의 삶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사실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이 소설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한 남자의 기구한 운명, 재주도 많고 의지도 강한 사람이었지만 그마저도 그가 살았던 불운한 시대와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고난의 자취를 감명 깊게 그려내고 있다. 청왕조의 끝자락인 신해혁명기, 북양군과 국민혁명군이 전쟁을 일으키면서 국토는 쑥대밭이 되고,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백성들이 무기를 모아 다른 무고한 백성들을 수탈하는 토비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던 무정부 상태의 암흑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양쯔강 건너 남쪽 600리 아래 도시를 일컫는 '원청'을 소설의 제목으로 내세움으로써 존재하였지만 그 어디에서도 존재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인간 군상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여 책을 덮는 독자들은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자신에 대해 안도하는 한편 시대의 역경 앞에서 너무도 쉽게 꺾이는 인간의 삶을 생각할 때 '과연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허무와 상실감에 한동안 사로잡히게 된다.

 

"이 북쪽 출신 농민은 땅에 대해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아이가 엄마 품에 매달리는 것과 비슷한 절절함을 가지고 있었다. 12년 전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뒤 딸을 잃어버렸다가 되찾았을 때 그는 떠오르는 아침 햇살 속에서 처음 완무당, 물과 땅이 어우러진 그 넓은 전답을 보았다. 뿌리째 뽑힌 나무가 사방에 흩어져 있고 벼가 짓밟힌 잡초처럼 여기저기 쓰러져 있으며, 망가진 배의 판자 조각, 수북한 띠, 굵은 나무와 뼈대만 남은 지붕이 수면 위로 떠내려가고 있었음에도, 린샹푸는 그 엉망으로 망가진 풍경 속에서 원래의 풍요로운 완무당을 볼 수 있었다. 노부인의 얼굴에서 젊은 시절의 미모를 발견하는 것처럼 말이다."  (p.147)

 

소설의 주인공인 린샹푸는 '원청'에서 1000리 떨어진 황허 부쪽 남자로 5살에 아버지를, 19살에 어머니마저 여의었지만 적잖은 재산과 단단한 성품을 물려받았다. 농사를 짓는 틈틈이 목공 기술을 익힌 그는 집사인 톈다 5형제의 보살핌을 받고는 있으나 혼인을 하지 못한 24살의 노총각이 된다. 그해 가을, 꽃문양 치파오를 입은 여자와 그녀의 오빠라는 남자가 하룻밤 묵게 해달라고 청하고, 이튿날 오빠라는 남자 아창은 아프다는 동생 샤오메이를 두고 떠난다. 곧 데려가겠다는 약속만 한 채. 홀로 남겨진 샤오메이는 린샹푸와 관계를 맺고 다음 해 초봄 보름치 음식과 새 옷을 지어 집에 남긴 채 린샹푸의 금괴를 훔쳐 사라진다. 다섯 달 만에 또 혼자가 된 린샹푸는 오열했으나 얼마 뒤 아이를 밴 채 나타난 샤오메이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또 떠나면 "아이를 안고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당신을 찾을 거"라던 린샹푸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샤오메이는 출산을 한 후 곧 사라진다.

 

"그 뜬구름 같은 원청은 샤오메이에게 이미 아픔이 되었다. 원청은 린샹푸와 딸의 끝없는 유랑과 방황을 의미했다."  (p.559)

 

전 재산을 집사에게 맡긴 린샹푸는 딸아이를 업은 채 샤오메이와 아창이 왔다는 도시 '원청'을 향해 떠난다. 100여 집의 젖을 먹었다 해서 붙인 딸의 이름은 린바이자(林百家). 이 딸에게 젖을 얻어 먹이기 위해 눈보라 속에서 찾아 들어간 집의 큰아들 천야오우는 그때 두 살이었다. 오누이처럼 성장했던 그들의 운명은 토비에게 인질로 끌려가던 린바이자를 대신하여 잡혀갔던 천야오우에 위해 뒤바뀐다. 토비에게 귀를 잘리고 고문을 당했던 천야오우.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애틋하다. 어쩌면 그들도 린샹푸와 샤오메이의 운명처럼 기구했는지도 모른다. 소설에는 몸을 팔아 남편의 아편 값을 대는 여자 추이핑과 그녀에게 자신의 남은 삶을 의지하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딸과 상인회 회장 구이민 등에게 유서와 같은 편지를 남기는 린샹푸의 이야기도 펼쳐지고, 장도끼와 스님 일파와 같은 토비들이 저질렀던 일반인에 대한 잔혹한 행위와 이에 맞서는 상인회 회장 구이민을 비롯한 민병대원들의 처절한 대응도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당시 무정부 상태 중국의 일반 백성들이 겪었던 참혹한 삶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민중의 삶이 절절하기만 하다. 돌이킬 수 없는 삶의 언저리에는 언제나 부유하는 시간의 잔재들이 떠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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