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초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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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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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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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스토너』 우리는 모두 소박한 영웅이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06.30 리뷰제목
어떤 소설들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을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탁자의 모양, 소파나 침대, 탁자 위에 놓인 물건들 하나에도 이름을 붙인다. 어느 공간에 손님을 초대했다고 치자. 손님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물건을 배치하여 그 세세한 묘사에 감탄하게 된다.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며 소설을 읽는 효과를 준다. 각자의 색채를 가진 물건과 인물 앞에서 우리 내면의 세계
리뷰제목

 

어떤 소설들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을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탁자의 모양, 소파나 침대, 탁자 위에 놓인 물건들 하나에도 이름을 붙인다. 어느 공간에 손님을 초대했다고 치자. 손님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물건을 배치하여 그 세세한 묘사에 감탄하게 된다. 영화처럼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며 소설을 읽는 효과를 준다. 각자의 색채를 가진 물건과 인물 앞에서 우리 내면의 세계를 구축하게 되는 것 같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는 상황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대학 생활과 대학에 속한 사람들의 실체, 특별히 뛰어나지 않은 한 인간의 일생이 마치 우리 눈앞에 있는 인물을 마주하는 것 같다. 학문적인 성과나 큰 업적을 남기지도 않았고 화목한 가정도 아니었으며 사랑이라고 일컬을 만한 일에도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그저 보통의 인물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윌리엄 스토너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작은 농가의 외아들인 스토너는 고등학교를 마쳤을 때 아버지를 도와 당연히 농사를 지을 줄 알았다. 어느 날 아버지가 컬럼비아에 새로운 대학교가 생겼다며 농과대학을 가라고 했다. 2학년 때에야 대학에 온 이유를 깨달았다. 필수과목으로 영문학 개론을 들을 때 강의를 맡은 아처 슬론 교수의 질문 하나가 그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주는 의미를 물었다. 그때부터 농과대 커리큘럼을 따르지 않고 철학과 고대역사, 영문학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삶은 이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바뀌는 것 같다.

 

소설의 중요한 사건 중 하나가 제1차 세계대전이다. 대학생들이 참전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통했던 두 친구, 데이브 매스터스와 고든 핀치가 입대했다. 스토너는 고민 끝에 징병 유예를 결정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데이브 매스터스는 프랑스에 파견되었다가 전사했다. 아처 슬론 교수는 서서히 내리막을 걷기 시작하고, 전쟁이 끝난 후 돌아온 고든 핀치는 대학의 학장 비서로 업무를 시작했다.

 

스토너가 아내와 결혼하기 전, 첫 만남에서 반하게 되어 만남을 청한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도 전 결혼하며 스토너가 상상했던 결혼생활에서 벗어난다. 스토너의 아내 이디스는 그저 아버지의 그늘에서 뛰쳐나오고 싶어 결혼을 선택했던 것 같다. 침대에서 스토너를 거부하고 오로지 임신을 위해서만 관계를 가진 후 아이를 낳자 그마저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디스는 스토너와 딸 그레이스를 통제하고 군림했다. 아이를 낳은 후 돌보지 않아 스토너가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스토너에게 그레이스를 빼앗았을 뿐 아니라 강의 준비와 집필을 하던 공간을 없애 그를 구석으로 몰았다.

 

이디스와 마찬가지로 아처 슬론 교수를 대신할 로맥스 또한 이해하기 힘든 부류였다. 로맥스가 지도하던 찰스 워커 때문에 스토너와 앙숙이 된다. 로맥스가 학과장이 되면서 스토너가 좋아하던 라틴 전통문학과 르네상스 문학 강의를 빼고 1, 2학년을 위한 수업을 맡겼을 뿐이다. 무엇 때문에 스토너를 미워하고 배척했는지 그 이유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방식이 조금씩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 나는 살아 있어. (350페이지)

 


 

 

스토너는 어떠한 압박과 반대에도 강의를 멈추지 않는다. 진정한 학자와 교수로 거듭나게 된 사건은 그가 타협을 거절했을 때부터다. 스스로 알에서 깨어 나오듯 그는 예정되었던 강의계획서를 빼고 중세 문학 강의를 하며 비로소 학생들 뿐 아니라 동료 교수들에게 인정받는 교수로 거듭나는 장면은 감동이다. 삶에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거로 인식했으나 그가 농과를 뒤로 하고 영문학에 뛰어드는 순간에도 그는 조용하지만 강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했다.

 

문학 애호가들이 뽑은 진정한 인생소설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평범한 삶이 이토록 감동적이어도 되는가. ‘인생소설이라고 할 만하다. 소설의 마지막, 스토너가 후회하는 부분이 있다. ‘~ 했더라면으로 시작되는 말에 우리의 삶과 대비해 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을 읽는 일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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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평범한 독서가에게도 인생소설 『스토너』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g********s | 2020.07.05 리뷰제목
『스토너』를 만난 것은 책팟캐스트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극찬했기 때문이었다. 대략 5년 전쯤 될 것 같다. 극찬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극찬할 때,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그 느낌이 남아있다. 아무튼 나는 바로 『스토너』를 샀다.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몰입의 독서를 했었다. 역시나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읽는 동안의 집중과 놀라움, 경탄의 느낌은
리뷰제목

 

 스토너를 만난 것은 책팟캐스트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극찬했기 때문이었다. 대략 5년 전쯤 될 것 같다. 극찬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극찬할 때,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그 느낌이 남아있다. 아무튼 나는 바로 스토너를 샀다.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몰입의 독서를 했었다. 역시나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읽는 동안의 집중과 놀라움, 경탄의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초판본 표지로 다시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다시 그때의 몰입감을 만끽하고 싶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그렇게 빠져든 책은 드물었기때문이다. 초판본 표지를 보는 순간! 5년 전의 감동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저건, 가져야 해.

 

 

 

예전 표지보다 훨씬 괜찮았다. 색감, 제목 배치, 그림까지, 뭔가 인테리어용 도서 같은 느낌이었다. 드디어 소장하였다. 표지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하였다. 표지를 중시하는 사람이고 그러다 보니 북컬렉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읽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초판본을 디자인 하신 분의 서명인 것 같다.-

 

그렇지만 스토너는 안읽을 수 없다.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빠져들 게 뻔하므로, 이왕 빠지는 거, 더 철저히 저 밑바닥까지 쌍끌이하는 심정으로 빠져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독서의 기쁨에 흠뻑 물들고 싶었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고, 플래그를 책 곁에 둔다. 연필 한 자루를 쥐고 손가락들 마디가 불툭 솟아오르도록 힘을 준다.

, 전투 준비 완료.

 

첫 장을 열었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스산한 스토너의 집과 농장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나를 덮친다.

'맞아, 고요하다 못해 침묵과 인내와 성실의 관습만이 남은 무채색의 스토너의 집이었지.그 묘사만으로 숨이 막혔었지.'

단번에 5년 전의 기분이 떠오른다. 이미 나는 1910년대 컬럼비아 미주리 대학 한복판에 서 있었다.

 

스토너는 스토너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65년 일생을 고스란히,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되었다. 복잡한 장치가 없다. 다양한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 큰 사건이 있지도 않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1,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정신적인 격변은 겪었다고는 할 수 있겠다. 스토너는 천성도 한몫했겠지만 자라난 환경에서 덧자라게 한, 인내와 절제와 순응의 청년이다. 자신감도 없고, 집을 벗어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에게 대학을 가 보라고 권유한 것도 어찌보면 아버지가 아닌 군청 직원이다. 순응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면 스토너는 대학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가라고 하니, 갔을 뿐이다. 열아홉살이었다.

 

필수과목인 영문학 개론은 그에게 생전 처음 느끼는 고민과 고뇌를 안겨 주었다.(16)

 

스토너는 라는 질문을 처음 던진다. 곱씹고 생각하고 고뇌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깨닫는 고통과 즐거움도 알아간다. 아처 슬론 교수의 집중포화 속에서 그는 빛을 본다. 물리적인 빛의 알갱이들이 사뿐히 앉는 풍경이 살아나고 몸의 조각들이 반응한다. 순간의 벅참이 일어났다. 그 찰나의 변화가 학생들을 경멸하던 아처 슬론 교수의 눈에도 보였다. 찰나에 슬론 교수의 삐딱했던 시선이 호기심의 시선으로 바뀐다. 스토너의 삶을 쥔 핸들이 급커브 하는 순간이었다.

 

 

 

스토너의 문장들은 끊임없이 스토너를 따라간다. 스토너를 만들어간다. 세세하게 묘사해서 장면들이 하나하나 모두 그려질 정도다. 얼굴 솜털에 앉은 빛까지 그려질 정도다. 작가 존 윌리엄스도 영문학 교수이다. 스토너에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지 않을 수 없다. 학과가 굴러가는 시스템이나 보직이 대학내 행사하는 권력의 정도, 영문학과의 교육과정, 전쟁이 대학생들에게 미친 영향 등은 존 윌리엄스의 경험이 바탕되었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화두를 계속 던진다. 우정, 스승, 전쟁, 늙음, 이별, 중독, 투병, 모든 조각들에 죽음이 서려 있다. 스토너가 다루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얼핏 알 것 같았다. 콕 집어 몇 마디 말로 다 할 수 없음은 나의 능력 부족이다. 누군가의 삶을 예로 들 때 우리는 특이한 삶을 살았거나 이름을 알릴 만큼의 업적이 있거나 공공을 위해 희생을 하였거나 등, 당신의 삶의 이력에서 눈에 띌만한 것을 삶을 평가의 중요 기준으로 삼는다. 그렇다면 스토너의 삶은 어떠했는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를 잘 짓는 법을 배우기 위해 대학을 진학하였다가 전공을 영문학으로 바꾸고 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오직 성실하게, 앎의 욕구를 채울 때까지 파고들며 공부하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고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였으며 훌륭한 논문을 쓴 것도 아니었다. 반려자를 보는 눈도 없어서 한 달만에 결혼이 실패했음을 깨달았고 사랑없는 결혼 생활에서 겨우 얻은 딸아이마저 도피성 혼전 임신과 사랑없는 결혼, 알콜 중독자가 되었다. 퇴직할 때까지 그는 조교수였으며 주요 보직은커녕 한 사람의 농락으로 초보 수준의 강의만 맡았다. 그런데 왜, 왜 이 재미없는 인물을 다룬 작품에 많은 작가들이 찬사를 보내는 것일까 

 

읽어보면 안다.

 

한 문장 한 문장, 그냥 쓰여진 문장이 없다. 높은 밀도로 차작차작 한발작씩, 스토너처럼 우직하게 나아간다.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밑줄 긋다가 밑줄 안그은 문장보다 밑줄 그은 문장이 더 많아서 밑줄 긋는 게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다. 스토너가 강의를 준비하며 자료를 들추듯이(감시 스토너와 비교해서 뭐하지만) 나도 포스트잇을 붙이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었으며 여기저기에 플래그를 붙였다. 문장의 화려함이 아니라 물흐르듯이 이어지는 문장들 속에 생의 고단함과 환희들이 담긴 일상의 모습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묘사한 작가의 필력에 쉼없이 놀라며 감탄한다. 비단 존 윌리엄스의 솜씨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우리 말로 옮긴 김승욱 번역가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스토너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읽으면 읽는 대로 선명하게 장면들이 그려진다. 이게 나의 상상력 덕분인지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 구분이 안되는 것 같아도, 나는 나의 상상력 수준을 알기 때문에 이게 다 작가의 필력 때문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소설가들 사이의 바이블로 추앙받는 소설일 것이다.

 

 

작년에, 내가 좋아하는 편혜영 작가님이 남해까지 강연을 하러 오셨다. 안타깝게도 출장이 겹쳐 직접 만나 뵐 수 없었던 나는, 내 옆자리 앉은 어린 동료 선생님께 꼭 가 보시라 권유했다.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셨지만 편혜영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한 부탁이라 참 미안했다. 그나마 국어 선생님이어서 내가 소장한 작가님의 책 몇 권에 모두 사인을 받아주시기까지 하는 정성을 보이셨는데 뒷날 출근 하자마다 책을 건네주며

 선생님 스토너읽어 보셨어요?” 라고 묻는 것이다.

,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왜요?”

! 편혜영 작가님이 책을 두 가지 추천해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스토너였어요. 저는 처음 듣는 책이었거든요. 작가들 사이에 바이블 같은 책이라며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고 추천해 주시더라구요.” 라며 수줍게 말하였다. 그렇게 나는 몇 년 만에 스토너를 떠올리게 됐다.

 

 

 

이번에 받은 초판본 띠지에는 유명한 작가들이 뽑은 인생소설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번에는 역으로 작년의 그 선생님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나는 작가도 뭐도 아니지만, 스토너는 내게도 인생소설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마 내가 꼽을 수 있는 최고의 책 5권 안에는 들어갈 것이다. 이런 작품을 내가 살아있을 때 만날 수 있었다는 게, 그것도 두 번이나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이고 축복인지 모른다. 문학의 힘이다.

 

 

 

연속선상의 줄기만 보면 스토너의 삶은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연속을 이어주는 마디들을 얇게 저미며 들여다보면 스토너가 얼마나 풍요로운 삶을 살았는지, 뼈있는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그의 삶을 다 들여다본 독자들은 스토너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것은 존경의 의미도 있지만 고마움의 마음도 크다. 나도, 당신도 그러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평범한 각자의 삶을 살면서 내 삶의 위에서 아등바등, 최선을 다하고,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며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토너의 삶에서 내 삶을 응원받기 때문이다. 그것이 문학의 힘이다.

이 책은 내가 꼭 필사해보아야 할 책이다.(‘필사 해보고픈 책수준을 넘어섰다.)

 

...

젊은이나 나이와는 상관이 없고 현실과도 유리된, 호기심 많은 학자의 열정으로 그는 아직까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은 유일한 삶으로 되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절망의 순간에도 자신이 그 삶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309)

...

    

 

 

책을 다 읽고 예전 책과 이번 책을 비교해보았다. 어디에서 줄을 긋고 표시했는지 비교해보고 싶었다. 비교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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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스토너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g******k | 2020.12.29 리뷰제목
한 사람의 인생을 평한다는 건 얼마나 한없이 가벼운 행동인지...  한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 본다는 건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평을 하고 요약을 한다는 건 참으로 쉬운 일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본다는 건 한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바일 테니 그 또한 얼마나 가 닿기 어려운 일일런지 말이다.   그 이해의 범위 또한 나의 지독한 편견 때문에 가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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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인생을 평한다는 건 얼마나 한없이 가벼운 행동인지...

 한 사람의 일생을 들여다 본다는 건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평을 하고 요약을 한다는 건 참으로 쉬운 일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본다는 건 한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바일 테니 그 또한 얼마나 가 닿기 어려운 일일런지 말이다. 

 그 이해의 범위 또한 나의 지독한 편견 때문에 가리워 질 것임을 직시한다는 건 얼마나 힘든일인지 말이다. 

 책의 시작은 그 누구도 뚜렸이 기대하지 않으며, 이렇다할 성과도 없이 살다간 스토너 의 인생을 짤막하게 요약한다. 그리곤 다시 스토너, 그의 탄생 부터 그의 인생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엔 나 또한 역자 처럼 그러했더랬다. 이 답답한 양반아 왜 말을 안해. 왜 그리 참고만 있어 라고 복장이 터지다 못해 한숨으로 책을 여러번 덮었다 들었다를 반복했다. '아 이양반아 말을해~~ 아님 지랄을 하라고!' 그러다 어느 시점 부터 책을 한큐에 주룩 읽었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나도 모르게 그냥 줄줄 울고말았다. 

 한 평생을 자신을 알기 위해 자기 스스로를 직시하기 위해 산 사람. 나는 스토너를 그리 정의 했다. 자신속으로 침잠하고 또 인내 하는 방법밖에 몰랐던 그가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말로 부러웠다.

 이 책에서 자기 스스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킨 유일한 인물이 스토너 처럼 보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과연 일생을 살면서 그 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난 자신이 없다. 아직 그처럼 머리털이 쭈뼛거리고 솜털이 곤두 서서 하염없이 빠져들만한 무언가를 찾지도 못했고, 오롯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나를 모두 내어주고 싶은 사랑도 해보지 못한거 같으니 말이다.

 그는 그런 사랑이 둘이나 있지 아니한가 말이다. 캐서린과 그레이스 말이다. 

 책을 덮고 의외로 스토너 보다 이디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시대에 그리 교육받아 그리 행돌할 수 없었던 그녀. 그녀의 몸부림을 보노라면 신경질적이고 못되처먹은 여편네 라기 보단 스스로의 욕망이 시대에 의해 꺽이고 거세되고 이해받지 못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가지지 못한 안타까운 사람으로만 보였다.

 스토너의 마지막에 가서야 편안하게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을 보며 우리는 어찌 이리 느리게 배워야 하는지 끝에 다다라서야 너무 늦어 버린 듯한 화해의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지에 대해 먹먹하고 마음이 참으로 아릿아릿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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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스토너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y*****6 | 2021.09.25 리뷰제목
많은 사람들의 인생책이라는 스토너를 드디어 읽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그 유명한 사람들의 극찬을 받았는지 기대가 컸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 영문학 교수로 평생을 산 윌리엄 스토너의 이야기. 이디스라는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사실은 그를 사랑하지 않은 이디스로 인해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첫 날 밤을 보낸 이디스가 구토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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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인생책이라는 스토너를 드디어 읽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그 유명한 사람들의 극찬을 받았는지 기대가 컸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 영문학 교수로 평생을 산 윌리엄 스토너의 이야기. 이디스라는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사실은 그를 사랑하지 않은 이디스로 인해 결혼생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첫 날 밤을 보낸 이디스가 구토하는 장면, 그리고 남같은 결혼생활 몇 년 후 갑자기 아이를 갖겠다며 스토너에게 덤벼드는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딸 그레이스를 얻는 기쁨도 있었지만 아빠와 딸을 떨어트려놓으려는 이디스때문에 딸조차도 마음껏 사랑해줄 수 없는 스토너. 결국 그레이스 마저도 자신의 엄마가 그러했듯이 도망치듯 성급히 결혼을 선택하고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교수로서 다른 교수, 학생들간의 크고 작은 갈등으로 늘 이리저리 치이는 가운데, 학생 캐서린을 만나 잠깐 동안 뜨거운 사랑을 한다. 스토너 삶의 유일한 사랑, 하지만 그것은 불륜이었고 결국 캐서린은 그를 떠난다.

늙고 병든 그는 마지막 순간에 그의 인생을 되짚어 본다. 무엇 하나 제대로 잘 해낸 것 없어보이는 실패한 것 같은 삶이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그런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그는 깨닫는다. 학문에 대한 순수했던 사랑을 자신이 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며 그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절반 정도 읽었을 때, 내가 예상하던 그런 책이 아님을 뒤늦게 알았다. 조금만 더 읽으면 센 뭔가가 훅 하고 나오겠지 하면서 책장을 넘겨보지만, 그런 극적인 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없었다. 아, 스토너와 그의 연인 캐서린의 불륜이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싶은데, 그마저도 보통 우리가 예상하는 그런 막장이 아닌, 그 어떤 사랑보다도 아름답고 고결해 보인다.

사실 그의 행동들을 볼 때 답답할 때가 많았다. 왜 이디스의 말도 안되는 횡포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지. 왜 헤어지지 않는지. 자신의 딸을 뺏어가는 것을 왜 그냥 보고 있는지. 진정한 사랑을 만났을 때 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지. 왜 다른 교수가 그를 짓밟으려 할 때 세게 저항하지 않는지.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스토너의 삶은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 늘 참고 인내하며 정답없이 그저 버티는 삶.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기보다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는 삶.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그러면서도 스토너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 들을 놓치지 않는다. 소심해보이기만 하던 그도 처음 이디스를 만났을 때는 추진력이 있었으며, 본인의 강의가 위협을 받자 재치있게 그리고 강단있게 위기를 넘긴다. 그리고 캐서린과의 사랑은, 소심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것은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의 힘이자 그의 의지의 결과물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온 것 같은 스토너이지만 모든 것은 그의 선택과 의지에 의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너의 삶은 완벽하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스토너다.

책 뒷부분으로 갈 수록 마음이 저릿해지더니 마지막 페이지를 읽자 여운이 길게 남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이 문장이 여러번 나오면서 내 마음을 건드린다. 내가 인생에서 기대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스토너처럼 나도 마지막 순간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까. 나의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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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죽음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 평점10점 | s****i | 2020.12.17 리뷰제목
"당신의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만약 이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몹시 망설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기억들, 수없이 행복했고 어떤 순간은 끝없이 절망하기도 했다. 또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에 뿌듯한 날이 있었고, 바보처럼 서툰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상처 주고 상처받으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대체 이 인생에 과연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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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만약 이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몹시 망설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기억들, 수없이 행복했고 어떤 순간은 끝없이 절망하기도 했다. 또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에 뿌듯한 날이 있었고, 바보처럼 서툰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상처 주고 상처받으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대체 이 인생에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의문을 품은 날도 많았다. 누군가 '당신의 인생은 성공적이었나요?'라고 묻는다면, 기준은 모르겠지만 자신 있게 '성공적이었어'라고 말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는데.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되어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 중에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료들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중세 문헌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 문헌은 지금도 희귀서적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명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영문과 교수 윌리엄 스토너를 추모하는 뜻에서 그의 동료들이 미주리 대학 도서관에 기증.”_p.6



이 책을 읽게 된 건, 홍보 문구 한 줄 때문이었다. '소설가 김연수, 최은영, 줄리언 반스, 이언 매큐언, 닉 혼비, 영화평론가 이동진, 배우 톰 행크스가 자신의 인생 소설로 꼽은 작품'이라는 것. 그런데 줄거리로 말하자면,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한 평생 영문학 교수로 학문을 연구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가 지닌 학문에 대한 열정과 연구가 존경받을만한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었고, 한 평생 교수로 대학에 일했지만 정교수조차 되지 못했다. 아내는 신경증으로 한평생 그를 몰아세웠고, 그는 날마다 낡은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너무나 사랑하는 딸 그레이스는 엄마의 그늘 아래 시들어갔고, 집을 탈출하고 싶어 임신한 결혼이었지만 곧 과부가 되어 하루하루 술로 삶을 유지할 뿐이었다.


"자신의 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곤 했다. 모든 사람이 어느 시기에 직면하게 되는 의문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심지어 그에게 이런 지식을 알려준 배움까지도 무익하고 공허하며, 궁금적으로는 배움으로도 변하지 않는 무(無)로 졸아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_p.250


나는 한동안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그러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래 인생은 의미가 없는 거야.'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대답이 무척 싫었다. 왜 의미가 없어? 그렇게 열심히 고단하게 하루를 살아가는데, 의미가 없으면 어떡해? 그리고 수 년이 지나 스토너를 통해 그 답을 찾은 것만 같다. 고만고만하게 실패하고, 평범하게 절망하고, 느껴보지 못했던 환희와 몰입을 경험했다가 끝내는 포기하고 많은 많은 것들. 결국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한 평생을 성실하고 고단하게 살아냈고, 죽음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기대했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내가 믿고 싶었던 것은 무엇을 위함이었을까? 어쩌면 내가 스스로 설정한 '의미'있음은, 그것에 도달하지 못한 모든 것을 실패로 간주하는 말일지 모른다. 스토너의 삶은,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지극히 평범하다.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가니까. 무엇 하나 이룬 것 없고, 대단하게 행복했던 것도 특별하게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의 삶이 가치가 없었을까? 어쩌면 모두가 말하는 것처럼 '인생에는 원래 의미가 없다'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모든 것에 가치가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삶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도 그렇다. 보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경쟁하며 상처받기도 했고, 내가 옳다고 믿는 신념대로 살겠다고 고집부리다 후회할만한 선택들도 많이 했다. 나의 직장도, 나의 가족도, 나의 하루하루도. 고만고만하게 실패하고 평범하게 절망한다. 그래도,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어. 아마 시간을 되돌려 다시 살게 된다고 해도 나는 지금과 같은 선택들을 하며 살 것 같다. 그래, 나쁘지 않네.



내가 느낀 감동을 단 몇 줄의 리뷰로 설명할 길이 없지만, 당신도 꼭 스토너를 만나보기 원한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이 질문에 응답한 삶을 살았던 스토너, 그렇다면 스토너가 세월을 건너 뛰어 당신에게 걸고 있는 목소리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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