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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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연민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리뷰 총점 9.1 (4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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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서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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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품위 있게' 전진한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c*****g | 2021.09.16 리뷰제목
제목 때문에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 같은데, 이 책의 원제와 부제는 『The Monarchy of Fear: A Philosopher Looks at Our Political Crisis』이다. 즉, 원제는 '두려움의 군주제'이고, 부제는 '우리의 정치 위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다. 마사 누스바움이 이 책에서 서술한 내용을 살펴보자면, 원서의 제목과 부제가 내용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은 아마도
리뷰제목

제목 때문에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 같은데, 이 책의 원제와 부제는 『The Monarchy of Fear: A Philosopher Looks at Our Political Crisis』이다. 즉, 원제는 '두려움의 군주제'이고, 부제는 '우리의 정치 위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다. 마사 누스바움이 이 책에서 서술한 내용을 살펴보자면, 원서의 제목과 부제가 내용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은 아마도 판매를 염두에 두고 잠재적 구독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fear', 즉 두려움이다.

사회가 두려움에 직면한 것은 결코 최근의 일이 아니지만, 작년부터 전세계가 직면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곳곳에서 혐오 범죄가 증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두려움은 종종 인종 차별과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무슬림 혐오 등의 원인이 된다. 극단적 혐오의 기저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몇몇 (저질) 정치인들이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일 것이다). 대중들의 두려움을 이용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포퓰리즘 정치가 세계를 좀먹고 있다.

 

하버드대와 브라운대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는 시카고 대학교 철학과와 로스쿨에서 법학과 윤리학을 가르치는 법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 윤리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은, 2016년 1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에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쓰기 시작한다.

필라델피아의 상류층 거주 지역에서 살던 상위 중산층이었던 마사의 아버지는 인종 차별주의자였다. 노동자 출신의 남성이었던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들도 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하며 딸의 성공을 지지하는 좋은 아버지였으나, 일하던 아내는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길 원한 모순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필라델피아의 상류층에서 마사가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공화당 지지자이자 자신의 아버지와 닮은 사람들이었다. 

마사는 자신이 누렸던 행복한 삶이 '특권'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런 그녀조차 여성으로서 차별을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하버드에서 종신 교수(tenure)가  되지 못한 유일한 이유는 그녀가 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결혼과 그 이후 가정생활을 재구성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마사 누스바움은 '미국인'으로서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미국사회에 편만한 두려움과 그 두려움이 낳은 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혐오와 배제의 문제, 그리고 성차별주의와 여성혐오에 대해 기술한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설명하면서 그녀는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연구 성과들을 참조한다. 인간은 무력하게 태어나고 자기 중심적인 나르시스트이기 때문에, 생애 최초로 경험하는 감정이 두려움일 수밖에없다. 그러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것을 극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대부부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타인의 탓으로 돌린다.

이것이 '분노'가 두려움이 낳은 괴물인 까닭이다. 두려움이 낳은 이 분노에서 혐오와 배제가 배태되며, 그 대표적인 예가 성차별주의와 여성 혐오이다. 

그리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유럽의 이민자, 난민, 무슬림 혐오, 동성애 혐오 등 혐오와 배제에 기인한 혐오 현상들은 무한대로 증폭된다.

물론 한국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성, 이주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들을 어디에서건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사 누스바움은 이러한 현실 앞에서 낙망하거나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희망'과 '대안'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두려움 뒤의 희망을 말하면서 품위 있게 투쟁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한다. 좌우를 막론하고 극단은 그녀가 지양하는 바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마틴 루터 킹이나 넬슨 만델라의 예를 들면서 두려움과 혐오를 목도한 대중이 지향해야 할 것은 보복이나 증오가 아니라 희망과 화해, 사랑이라고 주장한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가 두려움과 혐오에 무너진다면 군주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은 민주적 호혜의 정치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 직접 나서야 한다. 폭력이 아니라 대화로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예술과 교육, 종교가 각자의 영역에서 제 역할을 잘 감당하게 하는 것을 통해 현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마사 누스바움의 주장이다. (종교에 대한 주장은 독자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백인인 그녀는 유태인 남성을 만나 결혼했다. 그것이 그녀의 기본적인 가치관이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그런 선택이 이후의 그녀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그 선후 관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마사 누스바움은 종교의 영향력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현실의 혐오는 직접적인 데 반해 사랑과 포용적 연대라는 대안은 너무 막연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세계적으로 저명한 지식인이 현실 문제의 대안으로 '희망'을 말하는 게 타당한가와 별개로), 희망의 가능성이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는 것을 믿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믿음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고 싶다.

부디 이 책을 읽는 많은 독자들도 우아하지만 확고한 이 '품위 있는 투쟁'의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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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연대로 승화시키자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c******4 | 2020.11.18 리뷰제목
저자는 현재의 미국 사회를 혐오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그 근원에는 인간의 나약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생기는 두려움이 있고, 두려움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분노, 비난, 시기의 감정을 발산시켜 사회적 분열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인 두려움(fear)을 분석하고, 혐오의 시대를 넘어 희망과 연대의 시대로 우아하게 넘어가지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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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재의 미국 사회를 혐오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그 근원에는 인간의 나약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생기는 두려움이 있고, 두려움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분노, 비난, 시기의 감정을 발산시켜 사회적 분열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인 두려움(fear)을 분석하고, 혐오의 시대를 넘어 희망과 연대의 시대로 우아하게 넘어가지고 역설한다.

 

저자는 타인에 대한 인류의 오래된 두려움이란 감정을 정밀하게 분석한다. 두려움은 인류의 근원적 감정이라는 것이다. 아래에 인용한 내용처럼 인간만이 오랫동안 무력하고 무력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다. 어른이 되어도 미래에 대한 불안,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상의 위협 등으로 두려움에 떨게 된다. 저자는 이런 개인의 불안과 두려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타인과의 경계를 짓고, 이어서 타인에 대한 증오, 혐오,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 중심의 편가르기와 이에 바탕을 둔 포플리즘, 상대방 공격하기의 행태를 지적하면서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아기는 험악한 파도에 휩쓸리는 선원처럼 발가벗은 채 누워 있다. 말도 하지 못하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자연의 힘으로 수축된 어미의 자궁에서 빛의 나라로 내던져졌다. 그 상황이 평생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아기의 애절한 울음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 (48쪽)

 

저자는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 차별,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무슬림 혐오 등의 사례들이 분석한다. 인간의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부정적인 측면으로 표출된 사례들이다.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자신의 처지를 남을 비난하는 것보다 남을 이해하고 협력하며 연대해 나가는 것이 어려운 과제임에 분명하지만 반드시 해 나가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마틴 루터 킹의 유명한 연설 한 대목에서 자신들을 괴롭혔던 사람까지 포용하려는 정신이 엿보이는데 저자는 이런 점을 본받아야 함을 강조한 듯하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 위에서 노예의 후손과 노예 소유주의 후손이 인류애의 식탁에 함께 앉을 거라는 꿈입니다. (126쪽)

 

그럼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 저자는 우리에게 실생활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감을 높여주는 다양한 활동을 하기를 권유하고 있다. 예술 작품 감상, 합리적 토론의 일상화,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 단체 활동, 비폭력주의로 행동하는 연대 단체 등을 통해 실생활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나아가 연대하는 마음을 키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조그만한 감정의 변화와 실천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의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도 별다르지 않다.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되고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약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긴 불안과 두려움은 나와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을 탓하고 미워하며 분노하는 쪽으로 풀어내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런 부문들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과연 우리사회를 연대하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문학과 예술에서 우리의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는 단초가 될 수 있을까? 나의 고통이 타인의 탓이 아니라는 것부터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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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혐오를 넘어 연대로! 평점10점 | l****1 | 2020.09.23 리뷰제목
'혐오와 수치심'으로 우리 시대 만연하는 혐오에 대해 누구보다 날카롭게 분석했던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새 책이 나왔다. '타인에 대한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작금의 혐오 증가는 SNS의 발달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제한 없는 연결과 투명한 소통으로 연대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것이라 기대했던 SNS는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SNS 회사 수익의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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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수치심'으로 우리 시대 만연하는 혐오에 대해 누구보다 날카롭게 분석했던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새 책이 나왔다. '타인에 대한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작금의 혐오 증가는 SNS의 발달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제한 없는 연결과 투명한 소통으로 연대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것이라 기대했던 SNS는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말았다. SNS 회사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광고를 많이 오래 보도록 만드려고 너무 사용자 편의를 추구한한 탓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어떤 유저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와 사상에 대해 검색을 시작하고 그것을 보기 위해 적당한 시간을 들이게 되면 SNS가 가동하는 검색 엔진의 발달한 AI가 오직 거기에 맞춰 정보들을 습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요즘 가짜 뉴스가 방대하게 생산되고 그 폐해가 높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렇게 가짜 뉴스가 늘어나는 이유도 SNS의 검색 엔진이 가진 알고리즘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판단, 이런 것을 고수하기 쉬운 상황이고 이런 경향이 깊어지다 보니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생각에 타자에 대한 이해 보다는 혐오를 더 많이 표출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득세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영국의 브렉시트 또한 그 영향이 컸다. 이것을 두고 '분극화'라고 하는데 현재 날로 그 정도가 심해져 지금은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가 되고 있다. 그것이 가져올 세상이 지옥이라는 건 이미 우리가 거쳐 온 역사가 잘 증명하는 바다. 오직 자기만이 옳다고 믿는 체제인 파시즘이 양산한 2차 세계 대전의 비극만 들여다봐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이제 그 혐오를 벗어나 연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때이다. 마사 누스바움이 연대에 대한 책을 쓴 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는 말이다. 




혐오를 조장하는 분극화가 날로 심해지는 이유는 사회가 그만큼 불안하기 때문이다. 마사 누스바움은 혐오가 신체의 취약성과 역겨움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람들은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때 자기보다 더 취약한 집단을 비난하며 성급하게 희생양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정도를 지금의 SNS 시스템이 더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걱정과 불안의 탓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연대의 첫 발자국이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마사 누스바움은 성급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 어떤 것을 듣고 어떤 감정이 들 때, 왜 내가 그런 기분에 빠지는지 찬찬히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자기 검증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내게 닥친 사건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선동은 사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도 않고 명확하게 분석하지 않는다. 이성 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선동이다. 가짜 뉴스가 바로 그러하다. 그러므로 혹세무민하는 선동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판단으로 그들이 하는 말이 과연 진실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성차별과 여성 혐오를 구분하는 것처럼. 마사 누스바움은 이 둘이 자주 혼동되는데 그건 엄연히 다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성차별은 일종의 믿음 체계다. 여자에겐 엄마가 되는 게 어울려. 이렇게 말한다면 성차별이다. 그건 말하는 이의 믿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는 이와 다른 문제다. 왜냐하면 이건 자신이 가진 특권을 수호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는 대부분 나의 특수한 이해 관계와 결부될 때 일어난다. 그러므로 여기엔 정당화할만한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런 식으로 어떤 것을 접할 때 엄밀하게 따지고 드는 습관이 필요하다. 내 앞으로 쏟아지는 많은 정보들 속에서 어떤 것이 독이며 어떤 것이 득인지 알려면 남의 눈에 의지해선 안된다. 연대는 그렇게 자기 주체성을 온전히 되찾을 때 비로소 싹을 틔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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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회/혐오] 타인에 대한 연민 - 혐오의 시대를 우아하게 건너는 방법 평점9점 | c********u | 2020.10.03 리뷰제목
누구의 초상인지는 모르겠으나 두껍게 덧칠된 얼굴과 혐오가 겹쳐 보였다. 혐오로 인한 상처를 가렸거나 혹은 혐오 가득한 얼굴을 가린. 그렇게 그림과 제목에 끌렸던 것이 '두려움의 군주제: 우리의 정치 위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란 원제를 보고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두려움의 군주제'가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되기까지의 연결고리는 '두려움'인듯한데 또 이것이 '혐오'로 확장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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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초상인지는 모르겠으나 두껍게 덧칠된 얼굴과 혐오가 겹쳐 보였다. 혐오로 인한 상처를 가렸거나 혹은 혐오 가득한 얼굴을 가린. 그렇게 그림과 제목에 끌렸던 것이 '두려움의 군주제: 우리의 정치 위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란 원제를 보고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두려움의 군주제'가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되기까지의 연결고리는 '두려움'인듯한데 또 이것이 '혐오'로 확장되는 그의 철학이 궁금했고 기대됐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두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강력한 절대 군주제를 원한다. 군주의 강력한 통치에 복종한다면 작금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과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p5


이해한다. 그가 제시한 두려움이란 키워드가 분노나 혐오 같은 감정으로 확장될 때 민주주의는 위협당한다는 말이 와닿는다. 말 그대로 전염, 삽시간에 전 세계를 집어삼킨 코로나19처럼. 증오와 혐오, 분노의 먹이가 바로 두려움이라는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는데 참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읽는다. 인종차별과 분열로 점철된 미국 사회를 집중 조명하는 책이지만 한국의 현재와도 맞닿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나쁜 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나는 꼼짝할 수 없다는 것." p55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한 그의 두려움에 대한 정의는 읽는 것만으로도 감각적이 된다. 우린 때때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에 어찌할 바를 모를 때 이런 무력감을 동반한 감정에 휘말리곤 하지 않던가.


그가 두려움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야 할 만큼 인간 본성에 깊게 내재화된 감정은 광범위하고, 특히 '문제를 제기하면 혼자 발가벗고 있는 듯하다.(p81)'라고 한 그의 표현에서 장애인의 편견과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 그러지 못하는, 즉 커버링의 자세를 취할 때 느끼는 감정과 유사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안은 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불평등과 부당함이 만연해 어쩌면 갑질이 있는 자들의 당연한 행동이라고 인식되는 한국의 암울한 현실에서도 희망적 대안의 메시지처럼 들리는 그의 이야기는 분노가 아닌 저항으로 행위와 행위자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믿음은 비현실적이거나 이상적일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목표는 빨리 이루어지지도, 우리 시대에 실현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의미 있는 전진은 기대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인류가 결코 유지할 수 없는 완벽한 정의처럼 목표가 비현실적이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희망은 절망과 냉소로 이어지기 쉽다. 진실한 삶이야말로 우리가 믿어야 하는 것이다. 결점 많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혹은 실제로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들을 전부 포용하는, 믿음으로 강화된 희망을 품어야 한다." p264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변질된 감정으로 두려움, 분노, 혐오, 시기와 차별을 다룬다. 이 기괴한 감정이 사회 불안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현시대의 문제를 직시하고 '선한 목적을 위해 순수하게 헌신하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에 나서야 하는 시작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이 감정으로 만들어내는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을 공유하게 되는 시간을 제공한다.




읽는 내내 그의 간절함이 느껴졌다던 추천인 홍성수의 말처럼 나 역시 피 끓지 않은 문장이 없었다. 혐오의 시대, 부정적 감정에 편승하지 않으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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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타인에 대한 연민 평점8점 | d****a | 2020.09.27 리뷰제목
현대사회를 '혐오의 시대'로 언명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혐오는 정치, 종교의 범주를 넘어 전 사회적으로 근거 없는 분노를 양산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분노는 존재했다.어찌 보면 과거는 분노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억압받는 자들은 자신의 권리와 자유와 평등을 위해 권력에 저항했고 원하는 바를 얻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저항에는 명확한 '대상'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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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혐오의 시대'로 언명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혐오는 정치, 종교의 범주를 넘어 전 사회적으로 근거 없는 분노를 양산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분노는 존재했다.

어찌 보면 과거는 분노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억압받는 자들은 자신의 권리와 자유와 평등을 위해 권력에 저항했고 원하는 바를 얻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저항에는 명확한 '대상'이 있었다.


그러나 혐오는 어떤가. 혐오의 대상은 과거와 같은 억압의 주체가 아니다. 난민, 동성애자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왜 우리는 약자에게 분노하고 혐오하는가.



모든 분노의 기저에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문제는 두려움의 근거다. 과거에는 분노의 대상과 명분이 확실했다. 그러나 현대의 분노에는 대상도,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그냥 두렵고 증오해야 하는 대상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분노가 혐오로 고착되고, 전염되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내 만연한 인종차별과 여성, 동성애, 무슬림에 대한 혐오를 통해 무엇이 우리의 일상을 위태롭게 하는지 하나씩 되짚어 간다. 우리와 문화는 다르지만, 편견과 무지, 가짜 뉴스가 부른 분노의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기에, 혐오가 얼마나 우리의 현재를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저자는 혐오를 통해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혐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희망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고통을 타인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되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지난 역사를 보면 타인을 향한 분노로 현재의 문제를 돌파하고 한 사건들이 많았고 결과는 늘 더 큰 비극을 초래했다.


혐오는 연대를 무력화시킨다. 그러나 가장 힘이 세지도 빠르지도 않았던 호모사피엔스가 현생인류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동정심 때문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약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혼자가 아닌 공동체를 선택했고, 생존의 지혜를 공유했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두려움은 언제나 존재하는 감정이고 두려움은 개인 뿐 아니라 공동체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근거없는 두려움은 갈등을 부추키고, 공동체를 해체하기도 함 또한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근거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움과 증오로 헤결되는 문제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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