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이름 붙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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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이름 붙이기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리뷰 총점 9.6 (7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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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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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물고기의 죽음과 분류학, 그리고 움벨트(umwelt)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n*****m | 2023.11.26 리뷰제목
작년에서 올해까지 줄곧 교양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목록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게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올초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책이 바로 캐럴 계숙 윤이 썼다는《Naming Nature》였다. 룰루 밀러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쓰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 책이었을 뿐 아니라, 저자 이름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겼다. 일부러 찾아보기도
리뷰제목

작년에서 올해까지 줄곧 교양과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목록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게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올초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책이 바로 캐럴 계숙 윤이 썼다는Naming Nature였다. 룰루 밀러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쓰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 책이었을 뿐 아니라, 저자 이름에서부터 호기심이 생겼다.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는데, 아직 번역되어 있지 않았었다. 나 같은 독자가 많았으리라. 당연히 번역되리라 생각했고, 이렇게 그 책이 내 앞에 놓여 있다.

 


 

이 책은 분명 분류학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함께 이 책과 관련이 있는 책은 데이비드 쾀멘의 진화를 묻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향성은 상당히 다르다. 진화를 묻다가 칼 우즈의 삶과 연구를 중심에 놓고 있다면, 자연에 이름 붙이기는 분기학(cladistics)에 이르는 분류학의 여정을 이야기한다. 데이비드 쾀멘이 진화의 과정과 결과를 탐구하는 분류학의 승리를 이야기한다면, 캐럴 계숙 윤은 분류학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또한 그것이 발전이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그것의 실패, 혹은 놓치고 있던 것에 더 주목한다.

 

캐럴 계숙 윤이 짚고 있는 분류학의 여정은 칼 린나이우스(Carl Linnaeus, 린네)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신탁 신관'이라고도 불렸던(그에게 어떤 식물을 들고 와서 물어보면 그게 무엇이라고 척척 맞춰내고 판정해낸다는 의미에서) 규칙성이 없던 분류학의 체계를 세운 인물이다. 그는 자연의 질서는 고정되어 있는 거라 생각했고, 자연의 체계를 세움으로써 신의 뜻에 가까이 간다고 여겼다. 린나이우스 다음 주자는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이다. 그의 진화론은 분류학에 진화의 개념을 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주목하고 집중하는 것은 다윈의 종의 기원이 아니라, 그를 전문적인 분류학자로서 면모를 갖게 한 따개비 연구다. 따개비 연구를 통해서 다윈은 분류학자가 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또한 진화의 개념도 분명해졌다고 본다. 이렇게 진화분류학이라는 분야가 생기고, 분류학자의 목표가 생겼다. 하지만 사실 현재의 생물을 두고 진화의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분류학이 커다란 성과를 낸 것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종의 기원이 발표되고 다윈의 진화론은 이후 100년 동안 생물학을 바꿨고, 세상을 바꾸었지만, 분류학에는 커다란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정체되어 있던 시기에 등장해 분류학을 일변시킨 인물이 바로 이른바 '위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였다. 그는 조류학자였다. 뉴기니에서의 조류 연구로 유명해진 그는 생물학적 종 개념 (biological species concept)를 제시했다. 그러나 그 역시 과학적 분류학을 한다고 했지만, 분류의 기준은 '자신'이었다.

 

그다음은 수리분류학(numerical taxonomy). 스니스(Sneath)와 소칼(Sokal)은 수많은 형질을 숫자화해서 생물의 유연관계를 밝혔다. 그들은 분류학의 소양이 없었거나, 눈에 띠는 모양이 없는 세균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면서 생물에 대한 구체적인 상과 직관이 없더라도 객관적인 분류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마이어의 분노를 샀다. 마이어를 비롯한 진화분류학자의 분노를 산 이들로는 화학자인 라이너스 폴링과 칼 우즈도 있다. 라이너스 폴링은 제자인 에밀 주커칸들에게 영장류에서 헤모글로빈의 상동성을 비교하라는 과제를 줌으로써, 화학을 통한 분류의 문을 열었고, 칼 우즈는 RNA 분자의 염기서열을 분석함으로써 세균이 한 종류가 아니라는 것을 밝혔다. 그들은 마이어 등에게 생물학도 모르는 이들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분자분류학(molecular systematics)는 진화의 여정을 밝히고, 생물들 사이의 유연관계를 밝히는 기본적인 방법론이 되었다.

 

분류학의 마지막 여정은 분기학에 이른다. 빌리 헤니히(Willi Hennig)1950년에 공유된 새로움'(분류학계에선 공유파생형질'이라고 한다)만을 분류의 key로 삼아야 하고, 단계통만을 분류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생각은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다가 20년이 지나서야 열광적인 추종자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추종자들은 물고기를 죽였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수많은 친숙한 생물들(정확히 분류군)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우리가 물고기라고 알고 있고, 말하는 것이 분기학에서는 단계통(monophyly)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캐럴 계속 윤이 이야기하는 물고기의 죽음'의 의미는 바로 이것이고, 이것을 룰루 밀러가 받았다.

 

캐럴 계속 윤은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 한다. 과학을 앞세워 우리의 직관을 죽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제시하는 개념은 바로 움벨트(umwelt)'. 사실이 책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움벨트'.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저자가 삭막해진 과학적 분류학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도 바로 움벨트다. 독일어로 '환경, 주변 세계'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는 생물학자에게는 '지각된 세계'를 의미한다. 마치 에드 용의 이토록 굉장한 세계를 연상케 한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에서는 다른 동물들의 지각을 다룬다면, 여기서는 인간의 지각을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민족 간의 공통되거나 서로 다른, 생물에 대한 지각과 그에 따른 분류. 따라서 생명의 세계 및 그 세계의 질서에 대한 지각이라고 정의된다. 우리가 '물고기'라고 했을 때,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그것, 바로 그것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공유해왔고, 그리고 의사 전달에서 문제가 없던 그런 생물에 대한 상을, 현재의 분류학이 망가뜨려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한다. 그래서 분류학은 일반인들에게는 멀어지게 되었고, 나아가 생물에 대한 우리의 접근성도 사라지게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을 회복함으로써 우리는 자연과 생명을 보다 친숙하게 여기게 될 것이고, 자연과 생명에 대한 경이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쓰고 있다.

 

캐럴 계속 윤은 스스로 밝히기를 이 책을 그런 의도에서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마도 분류학의 계보를 밝히고, 그 위대한 승리에 대해서 쓰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조사해볼수록, 특히 민속분류학을 들여다볼수록 현대의 분류학이 가져온 삭막함을 깨닫게 되고, 생물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 자체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실험실에서 분자분류학 연구로 과학에 발을 들인 저자로서는 의외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도 그런 과정을 통해 과학을 시작했기에 다소는 당혹스럽기도 하다. 현재 거의 모든 생물학 교과서에 당연한 것처럼 쓰고 있는 분기학의 방법론과 결론을 마치 부정,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쉬움을 표하는 데 조금 반감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과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 무너뜨린 세계 역시 가치가 있다.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 그랬을 때보다 자연과 생명의 세계에 풍부한 인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것은, 분기학자들이 자신들의 연구로 물고기를 죽였다고 하지만, 과연 그들이 물고기를 부인할까 하는 점이다. 어떤 과학자도 과학과 일상은 구분한다. 그러니까 폐어(lung fish)를 연구하고는, 이것은 분류학적으로 어류'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물고기가 아니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계통분류학적으로 저것이 공룡의 후손이라고 여기지만, 여전히 그들도(나를 포함해서) 새에 대한 관념 자체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분기학자라고 하더라도 움벨트의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캐럴 계속 윤이 얘기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것은 움벨트의 복원이 가져오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인식의 고양이지만 그것을 위해서 좀 과장되게 비판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책은 분류, 분류학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고,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기도 하고, 또한 세계에 대한 인식이 주제이기도 하다. 그렇게 읽는다면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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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 평점10점 | l*****6 | 2023.10.26 리뷰제목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책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저자 캐럴 계숙 윤, 과학자의 집안에서 나고 자랐고 과학을 전공하였다. 그리고 과학자가 되었고 과학자와 결혼하였다.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자이다. 뼛속까지 과학자인 저자가 이책을 쓴 사연은 분류학을 연구하면서 경험한 과학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경이감을 널리 알고자
리뷰제목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할 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 책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저자 캐럴 계숙 윤, 과학자의 집안에서 나고 자랐고 과학을 전공하였다. 그리고 과학자가 되었고 과학자와 결혼하였다.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자이다. 뼛속까지 과학자인 저자가 이책을 쓴 사연은 분류학을 연구하면서 경험한 과학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경이감을 널리 알고자 함이다.

밀리언셀러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 룰루 밀러가 이책으로부터 가장큰 영향을 받았다고 극찬하였다. 책에직접적인 영향을 미칠만큼 내용이 풍부하고 철학적인 면이 녹아있다.

 

움벨트(Umwelt)란 환경 또는 주변세계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로 생물학자들은 지각된 세계, 생물의 체계적 질서를 감지하는 방식, 처음부터 내장 되어 있으며 판에 박힌 그 방식을 우리에게 부여 하는 것, 즉 우리가 공통적으로 지각하는 세계가 움벨트이며 분류학의 역사는 수 세기에 걸쳐 인간의 움벨트에 맞서 싸워온 역사이다. 움벨트는 그 범위가 좁고 객관성이나 장시간의 진화적 변화가 엄밀함이나 가설 검증과는 거리가 먼 감각적이며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과학과는 상충되는 시각이다.

저자는 움벨트를 찾아보라고 한다. 분류학에 대한 저자의 시각을 가장 투명하게 나타내고 있는 구절이다.

어릴 적 살던 보스턴 외곽의 집 뒷산에서 놀면서 발견한 생명체를 관찰하면서 생명의 세계란 아무렇게나 뒤죽박죽 된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비슷한 것들끼리 무리를 이루는 식으로 구성 되어 있다는 것을, 야생의 세계가 다양한 종류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각 범주안에 더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는 것을, 그 모든 것들이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몇세기나 되었다는 것은 곧 '자연의 질서'임을 알게 되었다..

인류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의 사람들은 어디에 살고 있든, 어떤 언어로 말하든, 심지어 어떤 동물과 식물을 분류하든 상관 없이 자기에 주변의 생물들을 서로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심지어 판에 박힌 방식으로 분류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 무수히 다양한 민속분류학들은 밑바탕을 보면 모두 한 주제에 대한 변주 들이었다. 그 주제란 별 노력 없이도 알게 되는 바로 그 기본적인 자연의 질서였고 알고보니 그건 어디서나 모든 사람들이 알아보는 자연의 질서였다.

18세기초 카롤루스 린나이우스는 그의 특별히 뛰어난 기억력이나 관찰력이나 집중력이나 설득력을 기반으로 당시 유럽 전역을 관통하여 홍역을 치룬 동식물의 동정에 확실한 체계를 발표하여 표준을 만들게 된다. 이른바 명명법(현재의 학명체계)을 만들어 발표하고 동식물의 학명을 정하여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오늘날 과학적 분류의 아버지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가 발표한『자연의 체계』는 동물학 명명법으로 『식물의 종』은 식물명명법으로 공인되어진 것이다. 이후 19세기에 들어서며 다윈이 갈라파고스제도에서 만난 신기한 생물을 보고 『종의 기원』을 출간하고 따개비에 관한연구를 통해 같은 종안에 무수한 변이들이 존재함을 발견하였고이것이 진화로 연결됨을 증명하고 진화란 자연선택에 의한것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분류학은 모든 생명체의 계보에 관한 연구가 되어야 함을 밝힌것이다. 계통수안에 각 생명체의 위치가 정해지기시작한 것이다. 린나이우스의 움벨트 시각이 끝나고 과학의 시각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다윈 이후로 유전학의 발전이나 전자현미경의 발명등 과학계의 눈부신 발전을 기반으로 계통에 의한 종의분류와 그 위단계인 속,과,목,강,문,계로 단게를 확장해가면서 생명체의 분류가 짜맞추어지듯이 체계를 갖추게 된다. 마이어에의해 종이란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 되게 되었다. 즉 종이란 개체군들에 속한 개체들이 서로간에 짝짓기와 번식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없을 때 유전자를 교환할 수 없으므로 다른종이라는 것이다.이후 유전학, 분자생물학, 분기학으로까지 이어지는데 분기학자들이 사용하는 생명진화의 계통수에서 각 생물분류군이 자리하는 것을 근거로 판단하는 방법에 따르면 '어류', '얼룩말','나방' 등등의 자리가없어지게 됨을 이야기 하면서 현대과학의 정확성이 생명체 본연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는 것에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였고,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철저하게 무시되고 단절되었던 '움벨트'의 작동이 원래 존재하는 것을 존재로 인식하는 접근법임을 역설하고 있다.

인접한 자연에 귀기울이고 관심을 가짐으로써 규격화와 체계화와 틀에 맞추는 등의 과학에 의한 존재의 사라짐이라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식물보호기사 시험을 준비 하면서 식물동정을 많이 해 보았다. 식물의 이름을 알고난 후와 이름을 알기전의 차이는 관심이었다. 이름을 알고나서는 그 식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였고 인터넷검색을 통해 식물의 원산지며 생육특성이며 사용가치 등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리 주변의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높여갈 경우만이 그 생명체와의 교감이 이루어지게 되며 놀라운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은 일부학자들만의 일로 치부하고 과학이 해결해준다고 무관심해지는 순간 자신으로부터 그 생명체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길 옆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라나는 잡초 중에 놀라운 약효를 가진 약초가 섞여있다는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잊었던 관심, 즉 움벨트를 되살려 볼 필요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자연에 이름 붙이기

저자
캐럴 계숙 윤
출판
윌북
발매
2023.10.11.

태그#자연에이름붙이기#윌북#캐럴계숙윤#리뷰어스클럽#리뷰어스클럽서평단#분류학 태그수정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0
종이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 보이지 않는 세계를 비추는 마법! 평점10점 | r*******n | 2023.10.25 리뷰제목
나는 그저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생명의 세계에서 질서를 발견하는 방식, 자기 주변 생물들의 이름을 짓고 체계화하고 개념화하는 방식에 관해 기존에 어떤 사실들이 알려져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오래된 책들과 옛날 과학저널들을 들쑤시고 다녔고, 이상한 것들, 잊힌 것들, 한 번도 제대로 알려진 적 없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어둡고 먼지 쌓인 도서
리뷰제목

 

나는 그저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생명의 세계에서 질서를 발견하는 방식, 자기 주변 생물들의 이름을 짓고 체계화하고 개념화하는 방식에 관해 기존에 어떤 사실들이 알려져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오래된 책들과 옛날 과학저널들을 들쑤시고 다녔고, 이상한 것들, 잊힌 것들, 한 번도 제대로 알려진 적 없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어둡고 먼지 쌓인 도서관들을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게 좋았다. 괴상한 동물과 이국적인 식물, 그리고 그보다 더 기이해서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것들에 관한 글을 읽을 핑곗거리가 생긴 것이 좋았다.             p.172~173

 

작년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과학 책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쓴 룰루 밀러는 감사의 말에서 <자연에 이름 붙이기>라는 책에 대해 언급했다. 캐럴 계숙 윤이 지적인 부분에서 대모 역할을 해주었다고, <자연에 이름 붙이기>라는 책 덕분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나 역시 룰루 밀러의 책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 책이 매우 궁금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캐럴 계숙 윤은 예일대와 코넬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진화 생물학자이자, 20년 넘게 《뉴욕 타임스》에 글을 연재한 과학 칼럼니스트이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현역 과학자였기에,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실험용 생쥐와 놀거나, 어머니가 꾸린 실험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결혼도 과학자와 했으며, 친구들도 대부분 과학자인데다, 과학자가 되고 나서 수십 년 동안 과학계의 경이롭고 새로운 발견들에 대한 글을 쓰며 보내왔다. 이 책은 그렇게 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학자이자 저술가인 그가 분류학과 진화생물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통찰력을 담고 있다. 진화 생물학을 다룬 책들은 꽤 있어 왔지만, 분류학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분류학에 대한 가장 쉽고도 정확한 설명은, 이 책의 첫 문장에 담겨 있다. '200년도 더 전에 과학자들은 생명 세계 전체(꽥꽥거리고, 휙휙 지나다니고, 꽃을 피우고, 덩굴손으로 감아 오르고, 잎을 내고, 털이 복슬복슬하고, 초록이고, 경이로운 그 모든 것)에 질서를 부여하고 이름을 붙이려는 과업에 착수했다'라고 말이다. 이것이 바로 '분류학'이고, 분류학은 생물학의 시작점이 된다. 

 

 

이 책을 쓰는 작업에 착수하기 전, 나는 생명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유일한 방법이 과학이라고 확신했다. 이치에 맞는 다른 그 어떤 방법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 사실 확신 이상이었다. 그것은 그대로 명백한 진실이었다. 진화의 질서는 올바로 판독하기만 하면 정말로 소중한 지식이며, 모든 생물의 진짜 역사를 흘깃 볼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이것을 생명의 세계를 분류하고 명명하는 최선의 방법일 뿐 아니라 유일하게 맞는 방법으로 알았다. 아무리 독특하고 재미있더라도 다른 모든 분류법은 틀린 것이었다. 아무리 기이한 일 같더라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확실히 알았다.             p.394

 

흥미로운 대목이 많은 책이었지만, 특히나 인상깊었던 것은 ‘움벨트(umwelt)’라는 개념이었다. 이 단어는 독일어로 ‘환경’, ‘주변 세계’, 나아가 '세계관'을 뜻하는데, 우리가 공통적으로 지각하는 세계를 말한다. 생명 세계를 바라보는 인간 특유의 감각에 대한 생각을 일깨우는 '움벨트'라는 개념에서 비롯되어 이어지는 내용들이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아프리카부터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까지 언어와 문화, 사회, 살아가는 장소가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비슷한 분류를 하는 이유를 바로 움벨트가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매일 의식하지도 못한 채 한 종 안에서도 또 질서를 매기고,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을 분류하고, 판단한다. 이 모든 것을 행하는 것이 움벨트라는 렌즈를 통해서 벌어지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저자는 인류학과 생물학, 인지심리학, 생태학, 진화생물학을 넘나들며 분류학이라는 낯선 과학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작가가 대중을 상대로 오랜 세월 글을 써온 이력 때문인지, 굉장히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딱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 책이었다. '과학적 분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칼 린나이우스가 시골 교구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하고 교육도 잘 못 받은 아이에서 자연의 질서라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상을 거머쥐려 하는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모험도 재미있었고, 진화론으로 세상을 바꾸어 놓을 다윈의 따개비에 관한 연구는 실패와 삽질의 연속으로 그야말로 애증의 대상이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으며 물고기가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처럼 분류학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룰루 밀러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직관과 진실의 충돌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자세히 들려주는 <자연에 이름 붙이기>를 향해 걷지 말고 뛰어가보시기를 권합니다.' 라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도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던 세계가 보이기 시작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분류학] 자연에 이름 붙이기 평점10점 | h****1 | 2023.10.30 리뷰제목
<자연에 이름 붙이기> 언뜻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이토록 심오한 내용이 담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저 몇 가지 동식물을 보고 다른 것까지 구별해내는 저의 숨겨진 재능(누구에게나 있는)에 놀라기도 하구요. 뼈 속까지 문과인줄 알았는데 이런 얘기가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지껏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살아있는 모든 종을 분류하는 것
리뷰제목


자연에 이름 붙이기

언뜻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이토록 심오한 내용이 담긴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저 몇 가지 동식물을 보고 다른 것까지 구별해내는

저의 숨겨진 재능(누구에게나 있는)에 놀라기도 하구요.

뼈 속까지 문과인줄 알았는데 이런 얘기가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지껏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살아있는 모든 종을 분류하는 것.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근래에 본 적 없이 엄청난 양의 프롤로그입니다.

읽다가 이 내용이 프롤로그라는 사실도 잊을 정도였습니다.

저자는 생물학자로 과학자이지만 과학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움벨트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환경이나 주변세계를 뜻하는 단어인데,

여기서 말하는 움벨트는 더욱 심오한 것입니다.

제게도 움벨트가 있다는 사실이 더욱 신기하죠.

 

이 책에서 과학적 분류의 아버지 카롤루스 린나이우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 서른도 되기 전에

모든 생명에 대한 최초의 체계화를 할 수 있었을까요.

자아도취가 심했다는데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찰스 다윈종의 기원을 읽고 싶었는데

종의 진화에 있어 따개비가 지대한 공을 세웠다니 또다시 놀랍습니다.

 

진화 생물학자인 에른스트 마이어의 사례만 보아도

참으로 우연한 계기로 위대한 발견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우연한 계기를 발견하는데는 남다른 면모도 갖춰야 할 것 같구요.

지금까지 책에서 만난 과학자 모두 보통 평범한 인물들은 아닙니다.

이제 1부를 지나 2부에서 본격적으로 움벨트에 대해 알아갈 모양입니다.

분량이 상당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말도 많지만 계속 읽고 싶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눈 뜨고 즐길 준비 하시지요!

 

*리뷰어스클럽에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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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민속 분류학과 움벨트 평점10점 | z***a | 2023.10.26 리뷰제목
인지과학의 범주학과 생물학의 분류학은 가까운 사촌지간이다. 범주학이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에 기반해 세상을 분류하고 인식하는 방식에 주안점을 둔다면, 분류학은 생물의 다양성과 진화에 기반해 생물의 계통과 종속을 특정 기준에 따라 나누어 정리하는 것에 주안점이 있다. 아마도 그 교접점은 민속 분류학이 될 것이다. 세상을 분류하고 인식하는 방식에 이른바 '프레임'과 '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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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과학의 범주학과 생물학의 분류학은 가까운 사촌지간이다. 범주학이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에 기반해 세상을 분류하고 인식하는 방식에 주안점을 둔다면, 분류학은 생물의 다양성과 진화에 기반해 생물의 계통과 종속을 특정 기준에 따라 나누어 정리하는 것에 주안점이 있다. 아마도 그 교접점은 민속 분류학이 될 것이다. 세상을 분류하고 인식하는 방식에 이른바 '프레임'과 '스크립트'가 영향을 준다면, 생물을 분류하고 인식하는 방식에서는 이른바 '움벨트'가 영향을 준다. 움벨트(umwelt)는 독일어로 ‘환경’, ‘주변 세계’, '세계관' 등을 뜻하는데, 우리가 공통적으로 지각하는 세계를 말한다. 생물학자들에게 움벨트란 지각된 세계, 즉 "한 동물이 감각으로 인지한 세계"를 의미한다. 프레임과 스크립트가 인지 편향적인 생각 도구라면, 움벨트는 다소 감각적인 혹은 현상학적인 인식 도구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생물에게 각자의 움벨트가 있다. 그리고 인간의 움벨트는 "생명의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인간 특유의 시각"을 구성한다. 다시 말해서, 생물학의 분류학은 움벨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분류학은 크게 두 분야다. 하드한 분류학과 소프트한 분류학이다. 하드한 분류학은 일반적으로 생물들을 구분할 때 계, 문, 강, 목, 과, 속, 종 등의 깔끔하고 견고한 분류 단위를 사용한다. 반면에 소프트한 분류학, 예컨대 민속 분류학은 생물들을 유사한 특징을 가진 그룹으로 분류할 때 좀더 감각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에 의존하는데, 이런 분류에 노골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바로 움벨트다. 진화생물학자 출신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캐럴 계숙 윤은 천진난만한 어린이든, 진화생물학 전공 박사든 자기 주변 생물들의 이름을 짓고 체계화하고 개념화하는 방식에 움벨트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움벨트는 단순히 생명의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할 맥락이며, 이는 언제나 그래왔다. 움벨트는 우리에게 자연의 한 질서를 보여줌으로써 사실상 뭐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지 선포한다. 또한 현실 자체의 경계선을 정하며, 그 세계 안에 있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포함해 생명의 세계 안 존재들의 위치를 결정한다."(40쪽)

 

범주학과 분류학의 엄밀한 과학적 방법 외에도, 움벨트에 기반한 민속 지식이 엄연히 존재한다. 저자는 진화론과 유전자에 기반한 너무 하드한 과학이 자연과의 접점을 차단하고 생명애에 대한 홀시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움벨트에 기반한 민속 분류학의 장점을 내세우면서 생명의 세계와의 접점을 다시 회복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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