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우주탐사에 관한 책을 읽는다. 이 책은 NASA의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결정적 순간들을 돌아보면서 우주를 향한 인류의 호기심과 도전을 생각해 본다. 뉴 호라이즌스는 명왕성 탐사에 사용된 우주선 이름이다. 총 26년간간 2,500명의 과학자가 집념과 끈기로 쌓아올린 결과 탐사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먼 행성인 명왕성의 비밀을 벗기기까지 경험했던 많은 어려움과 환희의 순간을 하나씩 보여주고 있다.
명왕성(Pluto)은 20세기에 밝혀진 유일한 태양계 행성이다. 명왕성은 태양과 지구의 거리보다 40배나 더 떨어져 있다. 자전주기는 지구 기준으로 6.4일, 공전주기는 248년이다. 지구에서 비행해 도달하는데에만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뉴호라이즌스 호의 근접비행 결과로 우리 인류는 '아직 탐사되지 않은 명왕성'을 '하트를 품은 행성'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탐사로 태양계 행성들을 모두 탐사하게 되는 쾌거도 거두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앨런 스턴은 30여년 동안 명왕성 탐험에 모든 것을 바쳐 온 탐사계획 책임자이다. 뉴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에 다가가 플라이바이(근접비행)을 하면서 정보를 수집해 보내주고 명왕성 옆을 스치듯 날아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런 명왕성이 지상과의 교신이 끊겼을 때 그가 느낀 불안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앨런은 사실 근접비행을 열흘 남겨두고 일어났던 교신두절의 순간을 제일먼저 독자에게 소개한다. 그 몇 시간이 그에게는 몇 년으로 느껴졌을 것이며, 다시 연결된 순간에 엄청난 희열은 느꼈을 것이라는 점은 독자로서도 쉽게 상상이 된다.
앨런이 명왕성 프로젝트와 함께 한 30년 동안 물론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주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정치적 압박과 정적의 방해, 명왕성 행성 퇴출 논란 등 수많은 압력과 위기가 있었지만 그는 평생을 바쳐온 이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명왕성 탐사'라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 수십년간 전투를 치렀다고 표현한다.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작성된 탐사계획서가 승인되지 못해 다시 만들기를 무려 6번이나 하였다. 정치적 압박과 거대기업들의 방해로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도 여러번 겪었다. 2006년에는 행성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져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 호는 태양계를 횡단해 결국 명왕성에 도착했고 수많은 새로운 사실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뉴호라이즌스란 우주선 명칭처럼 새로운 우주탐사의 신기원을 열었지만 그 중에 관심있는 부문은 10년간의 비행기간 동안 불필요한 컴퓨너 시스템을 동면상태로 유지했다가 플라이바이 무렵에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했다는 부문이다. 또한 탐사를 통해 명왕성처럼 작은 행성도 큰 행성만큼이나 복잡할 수 있고, 형성된 지 수십억 년 흐른 지금도 활발한 지질활동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명왕성 탐사는 인류의 50년 행성 탐험을 일단락하는 의미도 있다.
우주과학에 관한 내용이지만 독자들이 쉽게 따라갈 수 있게 쓰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과학적 용어나 특별한 프레임을 활용하지 않고 자신들 경험을 진솔하게 회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이야기이고 우주개발이라는 고차원적인 이야기지만 모든 성과 뒤에는 이를 담당한 사람들의 엄청난 땀과 노력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게 된다. 나아가 내가 지구인의 한 사람이라는 점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2015년 7월 14일.
이 날은 태양계 탐사에 있어서 정말 뜻깊은 날이다. 왜냐하면 이 날, 비로소 인류가 태양계에 있는 행성 모두를 탐사했기 때문이다. 그 마지막 행성은 아쉽게도 지금은 그 지위를 잃어버린 명왕성. 그러나 이 별은 오직 명왕성 탐사만을 목적으로 한 뉴호라이즌스 호가 지구를 떠날 때까지만 해도 행성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명왕성이 퇴출된 날은 뉴호라이즌스 호가 발사되는 날이었다. 어쨌든 우주 탐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잊을 수 없는 이벤트임은 분명하다. 아무래도 명왕성 탐사를 떠난 뉴호라이즌스 호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누가 어떻게 그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성공시켰는지 그 과정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정말 좋은 책이 하나 나왔다. 그 프로젝트를 처음 입안했고 마침내 성공까지 시킨 앨런 스틴이 쓴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이 번역되어 나온 것이다.
앨런 스턴이 명왕성 탐사 계획을 추진한 것은 무려 1987년부터다. 그는 86년에 터진 비극적인 사건, 즉 첼린저 호가 공중 폭발된 사건에서 큰 충격을 받고 자기 삶 전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당시 NASA는 금성으로 보낼 마젤란 호 계획과 목성으로 보낼 갈릴레오 호 계획이 추진 중이었는데 아무도 명왕성 탐사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그는 자신이라도 나서서 명왕성 탐사 계획을 진행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뛰어난 학자들을 섭외하는 것에 나섰다. 그 때, NASA의 행성 탐사 계획은 여론의 지지도에 따라 많이 영향 받았기 때문이다. 앨런 스틴이 원하는 명석한 두뇌들이 많이 참여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왕성 탐사 계획은 늘 다른 행성 탐사 계획에 뒤쳐졌다. 너무나 멀고 크기도 작아 탐사에 별 이익이 없다고 여겨졌던 까닭이다. 앨런 스틴의 팀은 그렇지 않다는 걸 열심히 설득했고(그 이유는 책에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드디어 2001년 마침내 10년 평가 팀에 선정되어 명왕성 탐사 로켓을 설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NASA의 예산은 한정되어 있었고 그 비용으로 어떻게 저 태양계 외곽에 위치한 명왕성까지 가게 할 수 있을 것인가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그들은 결국 보이저 호 무게의 약 절반인 350KG의 우주선을 만드는 것(실제 우주선의 무게는 400KG이 넘었지만)과 가급적 착륙이 아닌 지나가면서 탐사를 하는 것으로 결정을 한다. 여기에 앨런과 같은 팀은 로버트 파커 박사가 경로에 대해 아주 혁신적인 제안을 한다. 무게가 많이 줄어든 탓에 로켓이 목성까지 곧장 날아가는 것이 어려웠는데(목성의 중력을 이용해야 명왕성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건 먼저 로켓의 방향을 태양 쪽으로 돌려 금성과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목성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2006년 1월에 지구를 떠난 뉴호라이즌스 호는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태어난 것이었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은 그런 과정을 소상히 담는다.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어려운 말들이 잔뜩 나올 것 같겠지만 책은 이대로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이해가 쉽고 흥미진진하다. 우주 탐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명왕성에 대해 많이 알고 싶었다면 이 책만큼 그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책은 또 없는 것 같다. 한 사람이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 장대한 드라마로도 읽힐 수 있기에 이런 논픽션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꽤 좋은 선물이 되리라 믿는다.
뉴호라이즌스가 찍은 명왕성의 사진.
인류는 이렇게 선명한 명왕성의 모습을 뉴호라이즌스 호 덕분에 처음 보게 되었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이 책은
이 책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은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제는 『Chasing New Horizons: Inside the Epic First Mission to Pluto』
Pluto는 명왕성의 영어이름이다.
저자는 앨런 스턴, 데이비드 그린스푼, 공저다.
앨런 스턴 (1957~ )은 NASA의 명왕성과 카론과 카이퍼대 탐사 프로젝트를 이끈 뉴호라이즌스 호 탐사 미션의 수석 조사관으로,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발의하고 이를 성공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그린스푼은 우주생물학자. 여러 수상 전력이 있는 과학커뮤니케이터 겸 작가이고, 행성과학연구소 수석과학자다.
현재 명왕성은?
이 책에 등장하는 별, 명왕성은 이제 행성이 아니다.
명왕성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고 또한 궤도도 심하게 일그러져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행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서 결정하기를 왜소 행성으로 격하시켰다.
현재 이름은 134340 플루토(Pluto)라고 부른다.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 중 태양에서 가장 멀리 있고, 크기, 위성 개수, 표면 구성 등 그 무엇도 알려진 게 없었다. 그래서 이런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직 탐사되지 않은 명왕성’ 이라는 우표(478쪽)
그런데 이 행성은 이제 많이 알려진 별이 되었다.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명왕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입수되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이 책에서 기록하고 있는 ‘뉴호라이즌스 호’의 탐사여행을 통해서이다.
물론 탐사선이 달에 착륙한 아폴로처럼 명왕성 표면에 착륙한 것은 아니다.
플라이바이, 즉 날아서 옆을 지나간 것이다. 지나가면서 자료를 수집한 것이다.
뉴호라이즌스 호
1989년에 명왕성 탐사를 위한 시도가 처음 시도된 뒤로 무려 14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명왕성 탐사선의 제작에 승인이 떨어지고, 비로소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확보하게 됐다. 수많은 연구,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투쟁, 정치적 싸움으로 점철된 한없는 세월이 이제야 과거지사가 되었다. (226쪽)
명왕성 탐사 계획은 1989년 명왕성 탐사 제안서로부터 시작된다. 결국 2015년 명왕성을 탐사할 때까지 무려 25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2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예산의 문제, 명왕성에 대한 관심의 문제, 등등 명왕성 탐사를 어렵게 하는 것들은 많고 많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말처럼, 결국 성공했다.
2015년 7월, 뉴호라이즌스 호는 명왕성 가장 가까운 데를 스쳐 지나가면서,‘도서관 하나를 채울 만큼 무시무시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전송했다. (478쪽)
2015년 7월 16일 아침, <뉴욕 타임즈> 1면에는 뉴호라이즌스 호가 보내온 사진이 크게 실렸다. 타임즈 스퀘어 전광판에도 거대한 명왕성 사진들이 떴다.
그렇게 명왕성은 우리에게 가장 먼 행성이면서 가깝게 다가온 것이다.
명왕성과 관련된 사실, 새롭게 알게 된다.
명왕성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이 행성에 카론(char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죽은 사람들을 풀루토의 저승으로 데려다주는 뱃사공의 이름을 딴 것이다. (81쪽)
다른 위성들은 행성을 중심으로 원에 가까운 모양으로 행성 주위를 도는데, 카론과 명왕성은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 그래서 한때는 카론을 위성이 아닌 또 다른 행성으로 보고, 카론과 명왕성을 '이중 행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바다가 있다는 것은
사실 태양계 외곽의 천체들 중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가 이미 새로운 스타로 자리 잡고 있었다. 목성 궤도선 갈릴레이 호가 유로파에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밝혀낸 덕분이었다. 지구가 아닌 곳에서 바다가 발견되는 경우는 당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138쪽)
그런데 ‘명왕성 내부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523-524쪽)
내부에 바다가 있는지를 결정적으로 밝혀낼 실험은 장차 명왕성에 궤도선을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지금도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혹시 바다에 생물이 살고 있다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생물학의 틀 안에서 생각해보면, 액체 상태의 물이 생명체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명왕성에 바다가 있다면, 이건 우주 과학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하다.
명왕성에 대한 자료들 - 뉴호라이즌스 호의 대장정에서 밝혀진 과학적 사실 10 (518- 527쪽)
이부분을 자세히 읽어보면, 뉴호라이즌스 호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명왕성이 그저 단순히 별, 행성이 아니라, 앞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그 무엇인가를 제시해 줄 수 있는 많은 보물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명왕성이 지닌 복잡성
명왕성 표면에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어지는 놀라운 활동
폭 1000킬로미터의 광대한 스푸트니크 평원 질소 빙하
광범위하고 잘 정돈된 대기 중 안개 발견
예상보다 크게 낮은 대기 이탈 속도
대기압의 급격한 변화와 과거 명왕성 표면에 휘발성 액체가 흐르거니 머물렀음을 보여주는 증거.
명왕성 내부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
먼 옛날 내부에 바다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카론의 거대한 적도 지질 구조대.
독특하고 어두운 붉은 색을 띤 카론의 극관(極冠)
위성의 수수께끼 - 닉스, 히드라, 스틱스, 케르베로스.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가치는 명왕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더해서 뉴호라이즌스 호를 우주로 보내기까지 그 고난도의 작업을 수행한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새겨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인간승리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꿈을 간직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생생한 기록을 통하여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가치이다.
또하나, <나오는 말>에 기록된 것인데, 10대 아들의 변화를 말해준 중년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자신의 10대 아들이 말썽 많은 학생이었으나, 뉴호라이즌스 호의 명왕성 플라이바이와 탐사를 본 뒤 들떠서 “커서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고, 아들이 이제 올 A를 받는 학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517쪽)
그래서, 명왕성은 왜소 행성이지만,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우주로 올라간 뉴호라이즌스 호는 큰 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15년 7월 14일, 전 지구인이 열광할만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지구에서 48억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뉴호라이즌스라는 작은 그랜드 피아노만 한 NASA 우주선이 시속 5만 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명왕성을 지나치면서 신비로운 얼음 세계를 집중적으로 촬영한 이후, 같은 속도로 그 너머의 세계로 날아가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딛는 전 지구인의 염원을 담은 이 여행은 2021년 4월 위성이 지구에서 보내는 전원차단 명령을 받아 끝날 예정이다. 명왕성 탐사라는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우주 임무에 박차를 가한 과학, 정치, 대중의 기대로 가득한 뒷이야기의 세계로 저명한 두 행성학자가 우리를 안내한다.
이런 일은 지난 한 세대 동안 일어난 적이 없었다. 천왕성과 해왕성에서의 보이저호 탐사 임무 이후 비교 불가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원초적인 탐험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뉴 호라이즌스가 지구로 보내온 사진들은 7개 대륙의 신문 1면을 장식했고 NASA의 임무용 웹사이트는 근접 비행이 진행되는 며칠 동안 20억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수많은 사람이 우리의 가장 역사적인 업적을 과거라고 생각하는 시대에, 지금까지의 시도 가운데 가장 먼 행성 탐사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전 지구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인류가 드디어 태양계 아홉 행성을 모두 탐사하다니~!
1989년에 명왕성 탐사를 위한 시도가 처음 시도된 뒤로 무려 14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명왕성 탐사선의 제작에 승인이 떨어지고, 비로소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확보하게 됐다. 수많은 연구,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투쟁, 정치적 싸움으로 점철된 한없는 세월이 이제야 과거지사가 되었다.
226쪽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책은 뉴호라이즌스의 명왕성 탐사 임무를 성공시킨 사람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수십 년간 그들이 기울인 헌신, NASA 내외부의 정치적 암투, 위원회 승인 요청-자금지원 투쟁-상급자와의 관계 관리로 이어지는 물밑작업, 이 임무를 설계-건설-비행하는데 필요한 인간의 순수한 독창성, 그리고 명왕성을 지나 10억 마일 떨어진 뉴호라이즌스의 다음 만남에 대한 계획들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알란 스턴 박사가 내부자의 관점에서 과학적 발견을 감동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인류가 놀라운 목표를 향해 서로 돕고 집중하여 일했을 때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명왕성 탐사계획이 자금지원과 승인을 얻어내려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 국제관계와 외교까지 끼어들었으니
사실 이것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를
새로 고려해야 하는 대담한 도박이었다.
137쪽
사실 인류는 대자연 앞에 말도 안 되는 기준의 바보짓으로 한 행성의 지위를 격하시켰다. 그러나 곧 커다란 심장처럼 보이는 놀라운 사진들을 선물로 받게 된다. 그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명왕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준 우주 탐사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책 중간에 제공된 제법 많은 분량의 컬러판 기록 사진은 훌륭한 교과서 역할을 한다. 탐사 과정에 등장하는 과학자들과 실제 위성이 보내온 명왕성의 고해상도 사진을 통해 인류의 현존 최고 기술의 성과물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명왕성 탐사로 얻은 10가지 과학적 성취물을 부록으로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어 잠시나마 탐사 노력에 못지않은 기록의 위력을 실감한다.
명왕성은 사진판 위의 작은 반점이 9번째 행성으로 밝혀지면서 처음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된다. 미국 캔자스 출신 클라이드 톰보라는 이름의 한 시골 소년이 며칠 간격으로 찍힌 어느 별의 사진을 이리저리 뒤집어보는 아주 지루한 과정을 통해 이를 발견한 것이다. 수십 년 후 젊고 야심 찬 행성 과학자 앨런 스턴이 NASA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 태양계에서 가장 춥고 가장 먼 행성에 탐사를 제안한 첫 번째 인물이 되었을 때 이 반점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이 책은 뉴호라이즌스 우주선이 명왕성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기 10일 전 갑자기 스스로 정지하여 통신이 끊기는 시점에서 시작되며, 이때부터 독자들은 명왕성 탐사의 시대적 배경과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근접 비행(flyby) 상황으로 되돌아간다. 독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복잡하고 기술적인 전문용어의 미로에 빠지지 않도록 이야기는 시종 활기차고 신나는 산문으로 전해진다. 이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 가운데 하나는 독자가 몇 가지 기술적 요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똑똑하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이 탐사 임무에 따르는 모든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운과 고뇌가 이야기 속에 스며들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을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오히려 견고한 낙관주의가 두드러진다. 예컨대 명왕성 탐사 제안서가 여러 차례 취소되었으나 결국은 승인을 받아내는 과정, 뉴호라이즌스 위성이 제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로켓을 구하지 못하자 러시아에 도움을 청하기 위한 접근 방안을 검토한 배경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뉴호라이즌스 팀에게 전해졌을 가장 잔인한 충격은 영혼 없는 정부 관료의 무심한 예산 삭감이 아니라, 뉴호라이즌스가 발사되고 겨우 7개월 만인 2006년 8월 국제천문연맹이 프라하에서 회의를 열어 투표로 명왕성을 왜성으로 재분류한 만행(!?)일 것이다. 이는 명왕성 탐사대를 비롯하여 우주 과학에 지대한 관심을 둔 수많은 사람을 격분시키기에 충분한 조치였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러한 장애는 이 위대한 탐사 일대기의 분위기를 흐리기는커녕 극복해야 할 도전으로 작용함으로써 꿈을 실현하고픈 인류의 눈물겨운 노력에 더욱더 깊은 감동을 준다.
역경이 기쁨과 낙천주의를 만나면 반대자들과 사소한 장애물을 넘어 경이로움과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으로 우리를 투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우주의 새로운 지평을 찾아가는 과정인 동시에 즐거운 집념의 고백이다. 동시에 인류의 위대한 발견을 항상 이끌어온 목적과 지성의 결합이며, 한가지 목적에 골몰하는 장면을 절묘하게 포착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한 편의 잘 만든 스릴러 영화 같은 우주 탐사 연대기, 함께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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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