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에 대해 김용규, 김유림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은유 없이는 우리의 사고도, 언어도 없다. 그뿐 아니라 제반 학문도, 예술도 없다. 우리의 모든 정신 활동이 ‘은유로부터’ 시작하고, ‘은유와 함께 이뤄진다. 다시 말해 은유는 우리의 모든 생각과 언어와 행동을 지배한다.”
은유란 것을 별스런 것이라 생각하는 이도 있긴 하겠지만, 사실은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말이,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모든 것이 은유로 점철되어 있다. 이를테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라는 표현을 쓸 때, ’시간‘이라는 개념을 ’빠른‘ 속성을 지닌 다른 것에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를 ’천재들의 표상‘이라고 하면서 은유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사실은 은유는 천재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다만 그것을 얼마나 유효적절하게 쓰는가, 그 연결이 얼마나 참신하냐 등이 관건일 뿐이다.
김용규, 김유림은 ’은유‘에 관한 3부작의 첫째 권에서 은유의 그런 보편적인 속성과 함께, 놀라운 능력을 이야기한다(이어서 출간되는 2부, 3부에서는 그 은유를 사용하는 실습 편이라고 한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은유란 우리 사고와 말, 행동을 지배하는 보편적인 방법이지만, 그것을 잘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천재만이 그럴 수 있거나, 시인만이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은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것을 훈련함으로써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설득력 있는 글과 말을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일 뿐이다.
2, 3권에서 실제 실습을 한다고는 했지만, 이 첫 번째 책에서도 은유를 배우고 활용하는 데 대한 학습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학습은 최근의 뇌과학 등의 성과에 기초를 둔 ’교육신경과학‘이라는 분야에 바탕을 둔 것인데, 사실은 누구나 아는 것이기도 하다. 즉, ’따라-하기‘, ’분석-하기‘, ’실습-하기‘가 핵심이다. 많은 반복 학습, 단순한 반복이 아닌 이해에 기초를 둔 학습, 그리고 부단한 연습, 실습은 은유에 관한 학습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학습에 적용되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면서 은유를 만드는 묘책도 소개한다. 그것은 지금 당장 따라해 볼 수도 있는 것이란 점에서 ’꿀팁‘인 셈인데(사실 그래도 실제 따라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공부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다고 모두 공부를 잘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보조관념을 떠올리는 법‘에 관한 것이다. 즉, 사물은 의인화하고, 비사물은 비인의화를 하라는 것이다. 이미지를 중심으로 보조관념을 떠올리고, 도식과 도표를 활용하라는 조언도 한다. 두 번째는 ’관찰력을 기르는 법‘을 이야기한다. 여기서는 특히 셜록 홈스의 방법과 함께 에이미 허먼의 방법을 강조한다. 허먼의 방법은 그림을 오래 동안 관찰하는 것이다.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미술품 하나를 관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17초라는데, 관찰력을 기르기 위해 3시간 동안 관찰하거나, 혹은 관찰한 것을 기억한 후 그려보고, 다시 원래 그림과 비교하여 채워넣고, 하는 작업을 해보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부대주머니 훈련법‘이다. 이것은 신문에서 낱말들을 조각조각 낸 것들을 주머니에 넣고 무작위로 꺼내 그것들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말한다. 우리나라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그 비슷한 것을 하던 걸 보았는데, 역시 지금이라도 당장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은유는 우리 사고의 모든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은유를 잘 만들어내고,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 사고를 넓히고 깊게 하는 것이다. 2, 3권이 기다려진다.
협상의 기술, 설득의 심리학에 버금가는 은유의 대표작!
“너까짓 게, 어디 감히?”
기사와 글에서, 방송과 스크린에서 심지어 상업광고에 이르기까지...우리가 읽고 듣는 거의 모든 것에 들어 있는 이것, 하지만 막상 나도 하려고 들면 드는 생각은 “너까짓 게, 어디 감히?”다. 그래서 익히 알면서도 모른다고 하고 흠모하면서도 어렵다고 시도하지 못하는 게 이것이다. 바로 #은유 #metaphor다.
알듯 말듯 가깝고도 먼 어려운 단어 ‘은유’에 대해 < #철학의시대 >와 < #소크라테스스타일 >로 잘 알려진 철학자 #김용규 와 김유림이 은유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류문명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소음을 내며 움직이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능력이 은유적 사고력이라며 < #은유란무엇인가 >라는 책을 펴냈다.
은유란 뭔가? #아리스토텔레스 는 < #시학 >에서 은유를 “어떤 것에다 다른 낯선 어떤 것에 속하는 이름을 옮겨놓는 것”이라 말했다.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 이란 사전적 의미가 어렵다면, 한 번쯤은 써먹었을 법한 ‘당신은 나의 태양’이나 ‘여자는 흔들리는 갈대’ 같은 문장에 ‘은유’가 쓰였다. 한마디로 너도 쓰고, 나도 주구장창 쓰고 있는 표현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학생인가? 교사인가? 직장인인가? 사업가인가? 아니면 시나 소설, 드라마나 수필을 쓰는 사람인가? 화가인가? 건축가인가? 노래나 영상 또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가? 광고인인가? 블로거인가? 유튜버인가? 발명가인가? 아니면 정치인인가? 방송인인가? 설교자인가? 아니면 학자인가? 그렇다면 인문학자? 사회학자? 수학자? 자연과학자? 그것도 아니면 앞으로 이들 중 어느 하나가 되려는 사람인가?
(은유란 무엇인가, 16쪽)
제목만 읽으면 얼핏 국어자습서나 철학기본서 같지만 펼치면 은유 훈련을 통해 설득력과 창의력을 만렙으로 키울 수 있는 지적이며, 유익하며, 심지어 재미가 가득한 실용서다. 게다가 ‘이 책 한 번 읽어봐!’고 약장수 약 팔듯 허세 없이 겸손하기까지 하다.
“이 책이 당신을 하루아침에 다빈치나 세익스피어 또는 아인슈타인과 같이 탁월한 천재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장담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당신과 당신의 아이가 이 책을 따라 은유적 사고와 표현을 익히고 훈련하면, 적어도 각자가 일하는 또는 학습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에서 주변 동료들과는 사뭇 다른 능력을 지니게 되리라는 것을 약속한다. 따라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쓰임새는 교육에 있다.” (17쪽)
언어적 유희에 그쳤을 은유는 20세기 후반 #뇌신경과학 과 #인지과학 이 발달하면서 단순한 수사법이 아니라 우리 정신의 밑바닥에서 #생각 과 #언어 그리고 #행동 마저 새롭게 만들어내는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사유 패턴임이 밝혀졌다. 원관념 - 본질 - 보조관념 - 창의를 기본패턴으로 하는 은유적 표현의 주된 목적은 #설득 이다. 상대에게 내가 지닌 생각을 보다 적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서로 익히 알고 있는 사물을 차용함에 대해 저자는 ‘은유는 설득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나아가 은유를 ‘인간 정신을 구축하는 두 개의 시원적 사유 패턴인 동일률(산은 산이다), 모순율(산은 산이 아닌 것이 아니다)에 이어 제3의 패턴(산은 인생이다)’이라며 은유는 인간 정신만이 지닌 가장 중요한 시원적 사유 패턴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압권은 책의 중반에 있는 은유의 대표시인 #파블로네루다 와 우체부를 주인공으로 한 칠레 출신 작가 #안토니오스카르메타 의 소설 < #네루다의우편배달부 >(영화 ‘ #일포스티노 ’의 원작)를 통해 ‘은유의 힘’을 설명한 부분일 것이다. 저자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한마디로 은유가 지닌 마술과 같은 기능과 놀라운 힘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주점 여점원 #베아트리스 를 짝사랑하는 우체부 #마리오 는 유명시인 네루다의 편지담당이라는 행운을 얻는다. 마리오는 이미 ‘산들바람에 흩어진 밤색 곱슬머리, 슬픔을 머금은 듯하면서도 꿋꿋한 둥그런 갈색 눈, 두 치수는 작음 직한 새햐얀 블라우스에 앙증맞게 짓눌려 있는 젖가슴으로 미끄러져 나리는 목, 눌려 있으면서도 도발적인 젖꼭지, 새벽이 다하고 포도주가 바닥날 때까지 휘어감고 탱고를 추고픈 허리, 그리고 눈길을 확 끄는 미니스커트가 아찔한 엉덩이’의 소유자 베아트리스 때문에 상사병이 난 상태, 그런 그에게 네루다는 은유를 가르쳤고, 은유적 표현으로 무장한 마리오는 베아트리스를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은유는 참말로 힘이 셌다! 도대체 마리오는 어떻게 베아트리스를 유혹했을까?
“그렇다고 해서 베아트리스를 유혹하는 데 마리오가 사용한 은유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다. 베아트리스와 그녀의 어머니 가 나눈 대화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가 말하길 내 얼굴에 번지는 미소가 날아다니는 나비래요.
-그러고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어요.
-그랬더니?
-그랬더니 이번엔 내 웃음에 대해 말했어요. 내 웃음이 한 떨기 장미이고 영글어 터진 창이고 부서지는 물이래요. 홀연히 일어나는 은빛 파도라고도 했어요.” (130 쪽)
마리오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네루다의 시들을 읽으며 은유를 부단히 익혔고, 그는 서서히 시인이 되어갔고 마침내 ‘온 세상이 다 무엇인가의 메타포’임을 알게 되었다.
난 이 대목을 읽다가 책을 덮고 십수년 전에 봤던 영화 ‘일 포스티노’를 새로운 눈으로 다시 봤고, 제목만 알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사 읽었다(글의 힘이란 무섭도록 놀랍다). 마지막 장 ‘은유는 어떻게 학습하나’는 백미였다. 이 대목은 독자들이 은유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쉽게 설명하는 ‘은유 사용설명서’이자 앞으로 출간될 시리즈 < #은유가만드는삶 >과 < #은유가만드는세상 >는 어떻게 펼쳐질지를 예감하게 하는 만큼 독자들이 직접 일독하며 확인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은유를 소수의 창의적 인재들만이 공유하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 책은 #허브코헨 의 < #협상의기술 >과 #로버트치알디니 의 < #설득의심리학 >에 버금가는 은유의 대표작이다!
예전에 최진석 교수가 세상을 낯설게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은 세상을 보고싶은 대로 보는 것이 아닌 보여지는 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하셨던 강의가 생각난다. 그리고 그런 낯섦을 가장 잘 글로 표현하는 자들이 시인, 은유에 능통한 분들이라 했다.
시와 문학에 대해 담을 쌓고 살았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는데 그런 나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서가 출판되었다. 은유에 대해 낱낱이 분석하고 그것을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다는 것! 비유와 함축보다는 분석과 해부라는 단어에 더 익숙한 이과두뇌인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책에서는 은유적 사고의 중요성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어필하고 있는데 바로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부분이다. 모든 창의적인 상상력, 혁신적인 해결책, 혁명적인 발명품, 자유와 개혁과 변화로 가는 돌파구가 모두 은유적 사고에서 나왔다고 한다. 사회생활과 일을 하다보면 문제해결력이 높은 사람의 중요성을 항상느끼고 닮고 싶은 욕망이 치솟는다. 그런 것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기에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었다.
이 도서는 총 3권으로 나눠서 전개되는데 이번에 읽은 1권 『은유란 무엇인가』에서는 대표적인 은유적 표현들 안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은유적 사고 패턴을 찾아서 훈련법을 도출해 낸다. 그 훈련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은 따라하기, 분석하기, 실습하기로 은유의 기본 원리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첫번째가 모방이라니.....역시 일단 따라해서 닮고 모방해서 나중에 나만의 방식을 찾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인건가?
뒤이은 도서 『은유가 만드는 삶』 『은유가 바꾸는 세상』은 은유적 사고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확장된 분야와 예시를 소개한다.
책 한권을 읽는다고 은유적 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지만 그 방향성과 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해결력을 탐구해볼 수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번 시리즈를 읽으면서 얻을 지적 호기심 충족이 앞으로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