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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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리뷰 총점 9.4 (7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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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역사이론/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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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신선한 지적 자극! - 고고학 이야기 평점10점 | h*****7 | 2019.09.05 리뷰제목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역사 도서전용 깜짝 상품권을 받게 된 것이 계기였다. 많은 책들 중에 지적이고 해맑은 표정의 저자와, ‘고고학 여행’이라는 제목이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척 흥미롭고 신선한 지적 체험을 경험한 기분이다.  고고학 하면 공룡화석이나 황금과 보물 찾는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을 만큼 어렴풋이 알고 있던 고고학, 고고학자들
리뷰제목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역사 도서전용 깜짝 상품권을 받게 된 것이 계기였다. 많은 책들 중에 지적이고 해맑은 표정의 저자와, ‘고고학 여행이라는 제목이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척 흥미롭고 신선한 지적 체험을 경험한 기분이다



 고고학 하면 공룡화석이나 황금과 보물 찾는 이야기가 먼저 떠올랐을 만큼 어렴풋이 알고 있던 고고학, 고고학자들이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초등학교 때부터 고고학자를 꿈꾸며 살아왔다는 저자는 여러 교수들의 추천 평에 어울리는 타고난 이야기꾼 같다. 시베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주로 중국, 몽골, 중앙아시아 등에서 활동했는데, 그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사례의 발굴 이야기를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들려준다. 단순히 유물과 유적을 발굴하는 것만이 아니라 발굴된 대상은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는 느낌이었다. 차가운 유물에 불과하지만 한때는 따뜻한 체온과 감성을 호흡했던 존재,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연대감을 느끼게 된다.

 

저는 바로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고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 유물들이 원래의 기능을 잃고 땅속에 묻혀야 합니다. ,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킵니다.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하는 셈입니다.’(P8~9)


 죽어서 묻힌 사람을 부활시킨다?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자손의 기억에 남아 대대손손 회자되는 것처럼 고고학자들이 하는 일도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고고학이란 무엇일까.

 

고고학은 쉽게 설명하면, 유물을 연구해서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 지식, 문화 등을 밝히는 것이다. 인간은 왜 그렇게 과거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이 많았을까?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그렇지 않다. 그건 바로 과거를 생각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인류의 진화하는 숙명에 기인한다.’(P22)

 

 어쩌면 인간은 과거의 향수에 빠져 사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미래는 아직 닥치지 않아 알 수 없다. 현재를 살면서도 뜻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나,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아갈 때도 흔히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지 않은가.

 

 이렇듯 고고학에 대한 관점도 과거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유물을 통해 지혜를 얻기도 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진화하고자하는 심리의 시스템에 연유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유인원의 직립보행이야말로 목숨을 건 진화였다고 한다. 두뇌와 지혜를 얻는 대신 너무나 많은 동물적인 장점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30여종의 인류 중 현생인류를 제외하고 모두 멸종했다니 새삼 인류의 진화가 위대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유물을 연구하고 분석하여 당시 어떤 음식을 먹고 살았는가 밝히는 것이었다. 토기의 바닥에 남은 곡물의 찌꺼기를 분석하여 5000년 전 중국에서 맥주를 마셨다는 것을 밝혀낸다. 곡물 중에는 보리가 섞여있음을 알아냈는데 보리는 중국에서 자생하는 곡물이 아니었고, 여기서 5000년 전에 유라시아를 중심으로 동서의 교류가 있었음을 증명해낸다. 영겁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흔적을 읽어낸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이렇게 유물, 유적을 발굴하고 분석하며 과거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를 읽어내는 것이 고고학의 역할이다. 과거의 사람들을 통해서 인류의 나아갈 길이나 의미 있는 삶의 통찰이 가능하게 해주는 고고학, 멋진 학문인 것 같다. 황금이나 보물을 찾아내는 일을 기대하며 고고학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하루 일과 후 맥주가 한 잔이 고고학자들을 묶어두는 힘이라니 직업의 세계는 어디나 비슷한 모양이다.

 

 무언가를 후대에 전하고 남기려는 인간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가 보다. 쓰던 물건이나 그릇, 애정을 쏟았던 가축들의 뼈까지. 또 남은 사람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감성이 담긴 편지가 발견되기도 한다. 발굴하는 과정에서 고고학자들이 느끼는 감정 또한 예사로울 것 같지 않다. 보이지 않는 땅 속 과거의 유물들을 통해 사유하고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채색해주는 고고학자들이 달라보였다. 단순히 유물의 발굴에 그치지 않고, 과거의 사람과 유물에서 한때 인간의 따뜻한 숨결을 되찾아 주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고 내일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사색하게 한다. 우리가 걷는 길, 아래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죽음과 삶은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고학은 과학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이다.“


전쟁과 고고학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파괴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전쟁이 현실 사회의 구조를 파괴하는 것이라면, 고고학은 지층의 구조를 파괴하여 그 속에 있는 유적과 유물을 꺼낸다. 전쟁은 서로를 파괴하는 행위를 통해서 새로운 사회의 질서를 부여한다. 고고학은 땅을 파헤쳐서 자연에 숨어 있는 유적과 유물을 꺼낸다는 점에서 유적을 파괴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전쟁에서 승자가 그 이후의 세상을 재편하듯이 유적을 파괴하고 그 속의 유물을 꺼내서 과거를 다시 재편하는 고고학자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서로 닮아 있다.’(P213) 


 파괴해야 만이 과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세상에 밝혀낼 수 있다. 파괴를 전제로 하는 점에서 전쟁과 고고학이 닮은 점을 끌어내는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알고자 하는 인간의 호기심과 본능이 고고학이 발생하고 발전하는 토대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오래전 우리 지역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 공고가 있고나서 유적이 발견되어 공사가 몇 해 늦어진 적이 있었다. 개발은 작업이 동반되기 때문에 땅 속에 있는 유적의 파괴는 필연적이며, 건물이나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사에 앞서 미리 유적을 발굴하는 것이 구제발굴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도입 30년도 안 되는 구제발굴을 통해 얼마나 많은 유적이 사라졌는지 모른다고 한다.


 또한 현대의 정치가와 사업가들의 개발, 경제논리를 앞세워 고고학 유적이 파괴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말한다. 레고 랜드 건설현장인 춘천의 중도에서는 비파형 동검이 발견된 사례를보여준다. 무덤이 아닌 집자리에서 발견된 것으로 한국은 물론 동북아 청동기 시대의 연구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자료이다.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의 경우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개발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어떤 유적이 있었는지 발굴은 제대로 되었는지 정보는 미약하다고 했다. 마구잡이식 구제발굴로 인해 사라지는 유적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조사와 발굴이 정책화되어 통해 소중한 유물과 유적이 유실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영생을 꿈꾸거나 죽은 뒤에도 여전히 부귀영화를 꿈꾸며 황금으로 치장하여 땅 속에 묻혔다. 하지만 그들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남아 있는 건 오직 황금뿐이다. 오히려 무덤에 넣은 황금이 많을수록 도굴꾼들의 우선 표적이 되었다. 무덤은 깨지고 황금은 빼앗겼다. 수많은 무덤을 발굴하면서 이처럼 덧없는 인간의 욕망을 깨닫게 되곤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에서 중요한 건 뭘까? 이 한 문장이 그 힌트가 되지 않을 까 싶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다 공짜야. 그걸 누릴 줄 알면 부자인 거야.”(P302~303)


어떤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맑은 공기, 따사로운 햇살, 풍성한 자연의 혜택이 모두 공짜다. 더 가지기 위해 초조해 하기 보다는 가진 것을 제대로 누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발굴현장을 누빈 저자가 끌어올린 삶의 통찰이 어우러진 고고학여행의 생생한 이야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앞으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을 보게 되면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 들 것 같다. 왠지 애정을 담아 그들의 삶의 모습은 어땠을까 상상하게 될 것 같다. 고조선의 공무도하가와 하프의 기원, 유물의 도굴 이야기, 3천 년 전 두만강 유역 사람들이 침을 놓아 몸을 치유했던 시간의 기억을 밝혀내는 이야기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하다.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질 인생이다. 고고학 여행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오늘을 가장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사색하게 해주었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14
종이책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평점9점 | s******4 | 2023.08.06 리뷰제목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저자 강인욱, 흐름출판, 2019년   이 책의 저자 강인욱님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본과와 석사를 졸업하고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 고고민족학여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고학자를 꿈꾸며 살아왔고, 지금도 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고고학을 강의하고 있다.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매년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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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저자 강인욱, 흐름출판, 2019

 

이 책의 저자 강인욱님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본과와 석사를 졸업하고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 고고민족학여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고학자를 꿈꾸며 살아왔고, 지금도 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고고학을 강의하고 있다.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매년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등을 다니며 새로운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 JTBC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하고, 조선일보, 서울신문, 한겨례등에 칼럼을 다수 연재하는 등 고고학의 진짜 매력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유라시아 역사 기행, 진실은 유물에 있다, 북방 고고학 개론등이 있다.

 

이 책에는 신나는 보물찾기도, 실무적인 고고학 이론도 없다. 대신에 과거의 사람을 직접 만지고 냄새 맡는 고고학자로서의 생생한 느낌을 독자와 나누고자 한다. 다소 낯설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저자는 그 생생함이야말로 고고학이라고 하는 학문이 가진 놀라운 매력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석사 졸업 이후 박사과정을 위해 시베리아로 유학을 떠나 주로 중국, 몽골, 중앙아시아 등을 조사해 왔다. 다른 한국의 고고학자들과 달리 유라시아 일대를 다니면서 찬란한 황금 유물에서 자작나무를 감싼 시베리아 원주민의 인골까지 다양한 유물들과 씨름하면 살았고 그 시간의 기록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고고학자는 일반인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토기편 한 점을 발견할 때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고고학의 매력은 바로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고고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 유물들이 원래의 기능을 잃고 땅속에 묻혀야 한다. , 죽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키나.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한는 셈이다.

 

저자가 고고학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 계기가 있다. 지난 2016년 러시아에서 조선시대의 미라와 관련된 발표를 할 때였다. 1998년 안동에서 발견된 이응대묘의 출토품에서 31살에 요절한 남편을 떠나보내는 부인이 써서 무덤 속에 넣어준 마지막 편지인 원이 어머니의 편지이다.

 

당신 생전에 함께 누워서 다른 사람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라고 말하곤 하셨지요.이 편지를 보시고 제잘 오늘 꿈에서만이라도 나와 주세요.”

 

고고학자로서 저자가 발굴하고 연구했던 수많은 무덤에는 이 세계를 떠나는 사람에게 보내는 남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죽은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만들지는 못한다. 이 세계를 떠나는 사람에게 보내는 남은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죽음으로 수렴이 되어 망각이 되고, 망각되어 버린 기억은 다시 유물이라는 몸으로 부활한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이다. 이렇게 죽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고학이다.

저자는 유물을 통해 과거 사람들과 더 가깝게 만나보고, 미지의 땅을 찾아가 수 많은 유물과 과거의 사람들을 만난 느낌과 감동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

 

# 11 파괴와 복원, 고고학 발굴의 패러독스

고고학만큼 역설적인 학문이 없다.

왜냐하면 과거를 밝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유적을 파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고고학자들이 수많은 도면과 사진을 남기며 신충하게 발굴을 진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번 발굴한 유적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다. 간혹 유적을 발굴하지 않고 유보하는 경우도 있다. 땅속에 있는 것이 역설적으로 유적을 오래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발굴을 하지 않는 것도 답이다. 아니다. 발굴을 하지 않으면 정작 과거의 유적과 유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없기에 오히려 고고학의 발전은 저해된다. 그러니 최소한의 발굴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는 것이 고고학 발굴이 지향하는 바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발굴을 수술 자국이 작을수록 좋은 외과수술에 비유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고고학자들을 발굴 작업에서 사소한 정보라도 놓칠까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유적이 나오면 세밀하게 유물과 유적을 촬영하고, 도면으로 만들어 놓으면 모든 과정을 일일이 노트한다.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고고학 발굴에서의 많은 과정은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쳐서 완성된다. 고고학 현장에서 강인한 체력과 꼼꼼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이유이다.

고고학이 파괴를 의미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구제발굴때문이다. 보통 현대 구조물을 만드는 경우 땅을 깊게 파거나 메우는 정지(整地) 작업이 동반되기 때문에 땅속에 있는 유적의 파괴는 필연적이다. 구제발굴은 건물이나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땅속에 있는 유적이 불가피하게 파괴될 때 공사에 앞서 미리 유적을 발굴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건설 공사가 많아지면서 한국에서는 전체 발굴의 95% 이상이 구제발굴이다. 정말 중요한 유적이라면 아예 공사가 중단되거나 유적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발굴이 끝나면 건물들이 들어서고 영영 그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고고학도 그러하다. 과거의 유적이 파괴되어 우리에게 그 속살을 보여 줄 때 비로소 우리는 과거인들의 모습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상처를 당연시하고 발굴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후대에 물려줄 유물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몇 천년의 세월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과거이기도 하고, 미래이기도 한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만큼 후대 역시 누리기를 원한다면 문화재의 보존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고고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느꼈다. 나는 과거의 유물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들에 대해 궁금해졌다. 과거의 인류가 어떻게 살았으며, 그들의 문화와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다. 과거의 인류가 우리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하고 싶었다. 나는 고고학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거창고 전문적이 것이 아닌 그냥 보통사람들도 흥미를 가질고 볼 수 있는 고고학에 관한 책이라 재미있고 유익했다. 저자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생기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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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들도 나처럼 평점9점 | s*****l | 2019.07.19 리뷰제목
대규모 택지조성사업 현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나무를 베어내고 산과 구릉의 속살이 드러난 자리에 선캡과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아줌마들이 아주 오래 전의 집터인 듯 보이는 매장문화재 발굴터에서 세월아 네월아 솔질을 하고 있었다. 나무 한 그루 남지 않은 너른 공터에는 뙤약볕과 마른 먼지만 가득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이었다. 그 허허로운 풍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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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택지조성사업 현장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나무를 베어내고 산과 구릉의 속살이 드러난 자리에 선캡과 마스크로 중무장을 한 아줌마들이 아주 오래 전의 집터인 듯 보이는 매장문화재 발굴터에서 세월아 네월아 솔질을 하고 있었다. 나무 한 그루 남지 않은 너른 공터에는 뙤약볕과 마른 먼지만 가득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이었다. 그 허허로운 풍경에 점점이 박힌 저 여인네들은 도대체 누구의 지시를 받고 성과도 없는 무한 반복의 솔질을 해대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들의 어깨 위로 비스듬한 석양이 쏟아지고 그들이 앉았던 자리에는 파란 방수포가 씌워졌다.

 

"시간여행을 꿈꾸는 인간의 판타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고고학이 발달해서 사람들이 꿈꾸던 찬란한 과거 같은 건 없다고 밝혀진다 해도 혹은 인류가 바라마지않는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시간여행을 꿈꿀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이라는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과 색다를 시공간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호기심에 있다." (p.26)

 

내가 어느 택지조성사업의 현장에서 보았던 황량하고 나른한 풍경은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에도 그대로 옮겨진다. '고고학자들은 흙먼지 자욱한 열악한 환경에서 발굴을 합니다'로 시작되는 그의 저서는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고고학에 대한 편견이나 헛된 상상을 일거에 깨트린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이나 아프리카 오지의 어느 사막지대에서 거대 공룡의 화석을 발굴하는 그런 장면들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어렵게 발굴한 토기 조각을 통해, 토기의 밑바닥에 남아 있는 식물 성분을 통해 과거의 생활상을 연구하고 그 시절의 문화와 풍습을 상상하며 이를 통하여 알게 된 고고학자들의 지식을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는 게 그들의 임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짧게는 100여 년 전서부터 길게는 수천 년에 이르기까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더욱 또렷한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고고학자인 셈이다.

 

"사람들이 고고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유물이 주는 여러 가지 창의적인 상상력 때문일 것이다. 박물관 전시품 안에 잇는 유물을 보면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고고학에서는 하나의 유물을 하나의 관점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또한 새로운 유물은 계속 발견되고 그에 대한 해석 역시 계속 바뀐다. 이렇듯 고고학에는 정답이 없다. 고고학은 매일 바뀌어가는 일상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 (p.277)

 

고고학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내가 고고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의 이 책에 매료되었던 까닭은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마도 저자의 유려한 문체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그것은 고고학자로서의 풍부한 현장 경험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 러시아,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직접 발굴을 주도했다는 저자는 책에서 자신이 경험했던 실제 발굴 이야기들을 실감 나게 전하고 있다.

 

"초원을 조사할 때에 틈만 나면 땅에 누워보곤 한다. 그러면 온갖 풀들의 희미한 향이 더 또렷하게 맡아진다. 민트향, 맵싸한 향, 달콤한 향, 이 초원의 향은 순간 다른 시간으로 나를 데려간다. 수천 년간 이 땅에서 살아온 유목민들의 삶 속으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들과 나는 이렇게 향기로 소통을 한다. 나 혼자 하는 공상일지도 모르겠지만." (p.144)

 

책을 읽는 독자는 고고학이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밝히는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컨대 무덤을 발굴한 고고학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무덤에서 발굴한 여러 유물을 통해 추론하고, 검증하며, 때로는 상상을 통해 종합한다. 노련한 형사가 작은 단서들을 취합하여 범인을 확증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와 같은 이야기를 확증하기 위해서 고고학자는 무덤을 발굴하고, 향기와 음악과 음식 등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며 마약이나 젓갈 또는 문신과 같은 생소한 분야를 탐험하게 된다. 말하자면 고고학은 한 시대를 연구하는 종합학문인 셈이다.

 

"살아가면서 경험한 행복한 기억은 동시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때에 대한 슬픈 기억이기도 하다. 타투는 고통스러운 행위이지만 그럼으로써 그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몸의 감촉과 정신의 기억이 함께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타투야말로 몸에 새기는 마음의 지도가 아닐까 싶다." (p.191)

 

나는 산길을 걸을 때마다 과거에 이 길을 걸었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곤 한다. 그들도 나처럼 헐떡거리며 저 언덕을 숨 가쁘게 올랐고, 정상의 바위 위에 앉아 흐르는 땀을 식혔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녹색의 삼림을 보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했을까. 저 멀리 느긋하게 흐르는 시간들을 손에 잡히지 않는 아지랑이처럼 허망하게 바라만 보았을까. 내가 걷는 이 길 위에서 그들도 나처럼 별의별 생각들을 떠올리면서 상념에 젖곤 했을까.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을 읽었던 오늘, 나는 먼 과거를 향해 시간여행을 한다. 그들도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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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늘의 지혜를 만드는 흔적들...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n******i | 2020.01.28 리뷰제목
집에서 가까운 곳에 박물관이 생겼다. 기존에 박물관 비슷한 전시실 정도로 운영하던 곳에 국립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을 한 거다. 조금씩, 그 시대의 유물과 생활 흔적을 마주하는 기분은 묘했다. '저걸로 고기를 잘랐다고? 이런 옷을 입고 살았다고? 그 시대의 무덤은 이랬구나.' 싶은 눈앞의 것들은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찾아내고 그 시대를 확인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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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까운 곳에 박물관이 생겼다. 기존에 박물관 비슷한 전시실 정도로 운영하던 곳에 국립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을 한 거다. 조금씩, 그 시대의 유물과 생활 흔적을 마주하는 기분은 묘했다. '저걸로 고기를 잘랐다고? 이런 옷을 입고 살았다고? 그 시대의 무덤은 이랬구나.' 싶은 눈앞의 것들은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찾아내고 그 시대를 확인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는데, 보면 볼수록 그 시대의 생활이 궁금해졌다. 인간의 생활이 진화하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하나씩 찾아가는 생활의 지혜가 놀라울 뿐이었다. 어쩌면 그 시대에 살아갈 수 없음을 알면서도(이미 문명의 맛을 알아버렸으니...), 한 번쯤은 모험하듯 여행하듯 다녀오고 싶은 마음도 든다. 영화에서 보던 시간 여행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영화이니까 가능한 설렘과 모험일 테고, 현실의 시대 발굴은 굉장히 섬세하고 예민한 작업이라는 것을 이 책으로 알게 됐다.

 

저자는 고고학이란 학문을 경건하게 대하면서도, 그 유물들의 발굴에서 느끼는 시대의 흔적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발굴 과정에서 직접 겪은 체험을 이야기하듯 들려주면서, 그것들을 바라보며 확인하는 그 시대 삶의 지혜를 받아들이는 감정이 인간미 넘쳤다. 때로는 슬픈 현실을, 때로는 즐거운 한때를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류의 과정이 그대로 담긴 흔적들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박물관이나 전시관에서 봐왔던 많은 것이 새삼 더 다르고 깊게 다가온다. 생활의 흔적들이기도 하지만, 그 흔적들의 발전은 오늘의 우리에 이르게 되었다는 게, 구석구석 삶의 지혜들이 쌓여있다는 게 보인다. 사용하다 보니 불편한 것들은 점점 생활에 편리하게 업그레이드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차근차근 인류의 생활은 더욱 편하게 발전해왔을 거라는 사실의 증명 같은 거. 그러니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유물들은 단순하게 화석이나 골동품 바라보듯 신기함으로만 느끼면 안 될 것 같다. 인류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발자취이고 흔적들일 테니까.

 

 

 

고고학자를 '시간여행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유물을 찾고 과거를 경험하면서 보이는 것들에 많은 상상과 실제를 더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가 역사책이나 수업 시간에 간략하게 배우던 과거의 이야기를 좀 더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색을 입힌다. 어떻게 보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20여 년의 시간을 고고학자로 활동하면서 돌아다니던 곳, 중앙아시아와 중국, 몽골과 시베리아 등의 발굴에 참여하고 거기서 발견한 유물들에서 본 것들을 말하는데 느껴지는 놀라움과 자부심 같은 게 있다. 본인이 택한 학문에 대한 존경, 경험으로 확인한 시간여행에 대한 흥미로움, 인류 역사의 흔적들이 만들어낸 현실의 모습까지 보면서 죽은 자와 산 자의 시간을 연결한다. 특히 고고학 자료의 절반 이상이 무덤이라면서, 무덤은 죽은 이를 묻은 곳이면서 남은 이들을 위로하는 곳이라는 게 인상적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치르는 장례식 자체가 남은 이들에게도 필요한 시간이지만 죽은 이를 잘 보내기 위한 방식이 아닐까? 누군가의 죽음을 보면서 느끼는, 언젠가 나에게도 다가올 죽음을 생각하는 방식이기도 할 듯하다.

 

 

고고학 발굴에서 시간의 무게를 가장 견디지 못하는 것이 바로 시각적인 아름다움, 색채이다. 사진이나 책은 가장 먼저 색부터 바랜다. 아무리 아름다운 옷이라고 해도 땅속에 버려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색을 잃어버린다. 때문에 색이 잘남아 있는 유물을 발견하면 강렬한 인상으로 남게 된다. (117페이지)

 

지나간 것들, 죽은 이들의 흔적들을 찾아다니면서 그 시대를 읽기도 하지만, 음식이나 냄새 같은 것들의 자취를 찾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기에 그 흔적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고대의 악기를 발견했을 때 어느 시대를 규정하면서도 같은 악기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되니 음악의 흐름, 유행 같은 것을 찾아낸다. 사실 유행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과한 것 같긴 한데, 어떤 붐이 일어나는 것처럼 음악의 분위기나 사용하는 악기도 널리 퍼지는 것 아닐까 싶다. 구금이 고대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민들이 즐기던 악기였다고 했는데, 발해 유적에서도 구금이 발견된 것을 보고 동아시아 전역에서 발해 음악이 유행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쉬운 것은 그 당시의 악보나 다른 흔적들이 남아 있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이 유행이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 음악의 복원도 할 수 없다는 것도. 깨진 조각을 이어 붙이듯이 유물의 완전한 형태를 예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렇듯 물리적인 흔적을 다 찾아낼 수 없는 것들이 너무 안타깝다. 어떤 향기나 음식, 맛 같은 것이 궁금해지는 이유다.

 

 

 

우리가 먹는 건 우리 몸속에 쌓인다. 고고학은 살아 있을 때 우리가 먹은 음식을 밝힌다. 거기에는 우리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을 것이다. 아마 수천 년 뒤에 한국의 요릿집이나 정육점 자리를 분석한다면 지금의 한국인들이 좋아했던 고기 부위와 숨겨진 식성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수많은 뼈들을 부위와 종류별로 일일이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먹는 것으로 당신을 밝히겠다는 사바랭의 말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고학은 너무도 흥미로운 학문이다. 그러니 한 끼 먹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마시길. (159페이지)

 

토기의 바닥에 곡물의 찌꺼기가 남아 있음을 확인하고 5000년 전에는 중국에서 맥주를 마셨다는 걸 알아내기도 한다. 음식의 흔적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하던 우려는 이렇게 뭔가를 찾아냄으로써 그 기우를 덜어낸다. 특히 보리가 섞여 있던 곡물이었음을 알았을 때는 보리가 중국에서 자생하는 곡물이 아니었다는 것, 그래서 동서의 교류가 만들어낸 곡물의 이동이라는 것까지 알아낸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단순하고 쉬운 방식의 '흔적 찾기' 같은데, 신기하면서도 하나하나 그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시대의 모습을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고고학이란 학문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인간의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싶다. 알고 싶은 것, 찾아가고 싶은 곳의 이야기를 듣고 싶기에 계속 활동하고 발굴하면서 그 흔적들을 찾아내는 희열을 느끼고 하는 거 말이다. 발굴된 유물을 통해 인류가 이뤄낸 삶의 지혜를 발견하면서도, 어떤 흐름으로 현재에 이르렀는지 파악하면서, 조금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미래를 예측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나온 과정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찾아내고 유추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을 상상하는 재미까지 더해진다. 인류의 진화에 관한 욕망은 '직립보행이 목숨을 건 진화'였다고 말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인류의 두뇌는 더 커지고 지식을 얻으면서 동물적인 장점은 서서히 퇴화했듯이. 과거의 인류에서 시작된 인간 세상의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흘러갈지 기대된다. 그 기대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고고학이란 학문과 고고학자의 역할이 클 것 같다. 비록 고된 하루의 끝이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마무리되는 게 소박하지만, 그 맥주 한 잔의 힘으로 또다시 인류의 흔적을 찾아가는 모험을 마다할 수 없다. ^^

 

 

어렵게 우연처럼 찾아낸 작은 흔적들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확인하게 되는 것들을 마주한 것 같다. 마음으로 보이는 것들이 불러오는 감정이 대단했다. 발굴에서 시작된 인류 역사를 확인하게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누구나 쉽게 읽으면서 고고학을 만나는 재미를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실제 발굴의 이야기에서는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는 듯하면서도, 발굴 이후의 시간 추적 같은 이야기는 신비롭다. '아, 우리가 이렇게 발전해왔구나. 인간이 이렇게 진화해왔구나. 너무 다른, 때로는 너무 비슷한 생활에 인간미가 여기서 나오는구나.' 싶은 공감과 감동까지 만든다. 유물을 통해 과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문화를 밝히는 과정인 고고학이, 이 책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인류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시간을 계속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즐거움을 놓치지 않았고, 하나의 학문을 알아가는 흥미로운 과정이었다. 과거의 유물이 우리가 미래를 열어 가는데 더 현명해질 수 있도록 거울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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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강인욱의 고고학여행 평점10점 | b*****0 | 2022.09.18 리뷰제목
강인욱 교수가 출간하는 책들은 나의 관심분야라 새로운 책이 출간되면 꼭 읽어보고는 한다. 이번 책은 고고학 여행이라는 제목답게 역사에 문외한이라도 흥미를 붙이고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기초안내서같은 느낌이다. 고고학이라고 하면 먼 옛날, 캐캐묵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고고학은 오랜 시간 공들여 과거를 관찰하고 또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어볼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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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 교수가 출간하는 책들은 나의 관심분야라 새로운 책이 출간되면 꼭 읽어보고는 한다. 이번 책은 고고학 여행이라는 제목답게 역사에 문외한이라도 흥미를 붙이고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기초안내서같은 느낌이다. 고고학이라고 하면 먼 옛날, 캐캐묵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고고학은 오랜 시간 공들여 과거를 관찰하고 또한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1. 죽은 이를 위한 사랑의 흔적

2. 불에 깃든 황홀과 허무

3. 술, 신이 허락한 음료

4. 신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5. 마음을 울리는 소리 없는 음악

6. 빛바랜 유물에 숨어 있는 화려함

7. 지난 세월의 향기

8. 발해인들도 돼지고기를 좋아했을까

9. 중국 황제도 반한 고조선의 젓갈

10. 몸에 새겨진 시간의 기억

11. 파괴와 복원, 고고학 발굴의 패러독스

12. 고고학을 꽃피우게 한 제국주의

13. 전쟁 속의 고고학

14. 문명은 짧고 인생은 길다

15. 그들은 왜 유물을 위조했는가

16. 고고학자의 시행착오와 해프닝

17. 황금 유물을 둘러싼 운명들

18. 고고학이 밝히는 미래

에필로그. 어디에도 없는 혹은 어디에나 있는

 

 

 

 

목차만 봐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향한다. 저자는 삶과 죽음 전반에 걸친 고고학 유적과 유물을 음악, 음식, 무덤 등 세부 주제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죽음은 이야기하는 것이 터부시 되었지만, 우리 삶의 여정의 한 부분이므로 필연적으로 언급할 수밖에 없다. 옛 사람들의 무덤 양식을 살펴보면 떠나보내는 이에 대한 살아남은 자들의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박물관에서 그냥 스치듯 보고 지나가는 무덤출토 유물등에도 애틋한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p. 30

그런 의미에서 무덤은 죽은 자가 다시 태어나는 제2의 자궁과 같은 곳이다.(중략)독무덤은 전 세계적으로 어린아이가 죽으면 넣어서 묻는 풍습으로 널리 퍼져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의 관을 항아리 모양으로 만들었을까. 항아리는 곧 어머니의 자궁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죽어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듯 몸을 구부려서 넣는 독무덤만큼 무덤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는 유물도 없다.

 

 

 

평소 박물관에가서 넋놓고 유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독무덤을 보고는 왜 하필 항아리일까 의문을 가졌었는데, 이렇게 풀이될 수 있다니! 예전 사람들은 새는 하늘의 정령이라고 믿었으니 항아리를 곧 알이라고 봐도 될 것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다시 알 속으로 들어가 하늘로 올라가 재생하기를 바라는 기원이 담긴 무덤형태가 아닐까? 

 

 

 

 

P. 105

역사 기록에 따르면 발해의 음악은 당시 일본과 중국에도 널리 퍼졌다. 발해의 사신이 전한 음악은 일본 도다이지에서 공연할 정도이고,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송나라에서는 발해의 음악이 너무 유행해 이를 강제로 금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도대체 발해의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어서 이렇게 주변 나라의 사람들을 매혹시켰을까 궁금했다. 구금이 등장한 것을 보니 발해는 초원, 중국 그리고 고구려의 여러 음악을 조화시켰던 건 아니었을까. 비록 과거의 음악은 복원하여 듣기 어렵지만, 그들이 이루었던 문화의 힘은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음악, 맛, 향기는 시간에 취약하다. 때문에 고고학에서 밝히기 가장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고고학에서 빛바랜 유물과 지금은 알수 없는 소리를 추적해가는 과정은 흥미롭기도하고 영겁의 시간을 읽어내는 학문이라는 생각에 매력적이다.

 

 

 

 

P. 210

우리에게 일본 제국주의의 문화재 침탈과 그 영향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 주변의 유적과 문화재에는 그들이 남긴 흔적이 너무나 크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일본의 제국주의에 동조한 학자들을 비판하면 ‘그들의 연구 성과는 좋다’ 혹은 ‘인격적으로는 훌륭하다’는 식의 일본 측 의견을 대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비판해야 할 것은 개개인 학자의 성격이나 인격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바로 국가 권력에 앞장서서 다른 사람을 억압할 때에 그에 암묵적인 동조를 하고 따라갔던 그 모습을 비판해야 한다.

 

 

 

고고학은 아이러니하게도 발굴과 동시에 파괴하는 학문이다. 제국주의가 세계를 재패했을 때 특히 고고학은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신라시대 유물이나 백제 유물 등이 제대로 소중하게 발굴되지 못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특히 일본은 고고학을 통해 한국은 미개한 국가로 왜곡하는 것에 꽤 공을 들여 작업했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의 고고학자들은 일제강점기때 잘못 정리된 유물과 내용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재정리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바뀌는 것들이 더 많아지리라 기대한다.

 

 

 

P. 9

고고학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바로 유물을 통해 죽어 있는 과거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고학적인 연구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그 유물들이 원래의 기능을 잃고 땅속에 묻혀야 합니다. 즉, 죽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죽고 난 다음에 고고학자들은 다시 그들을 꺼내어 부활시킵니다. 생동감 있는 삶의 모습을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죽어야 하는 셈입니다.

 

 

 

고고학은 과거를 살펴보지만 미래를 지향하는 학문이다. 고고학을 통해 우리의 미래가 한층 더 나아가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고리타분한 고고학이라는 학문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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