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유전자가 인간과 절반 이상 비슷한 예쁜꼬마선충 연구
지은이 이준호 교수는 세포노화시계를 되돌리는 특정 DNA 부위를 발견한 유전학자, 즉, 돌연변이를 연구해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것이 주된 일인 생물학자다. 지난 30년간 인간의 유전자와 절반 이상이 비슷한 예쁜꼬마선충(1963년 발견, 약 1밀리미터 길이의 투명한 선충이다. 모델생물로 발생, 세포사멸, 노화, 행동 유전학 등의 연구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연구를 통해 지구상 생명체의 발생과 유전, 진화, 죽음의 비밀을 파헤쳐왔다.
이 책은 서가명강 시리즈 서른다섯 번째로 생물학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다. 학문의 분류는 대개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그리고 생물학 등 5개 분야로 한다. 생물학은 생명과 관련된 과학 분야로 생명체의 기능, 구조, 발생, 발전, 유전 등을 연구한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태어나 성장하고 왜 죽는가 하는 의문의 답을 찾는다. 책 구성은 4부 체제이며 1부는 생물학 세계의 모습을, 2부는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위대한 발견, 노벨상을 받은 예쁜꼬마선충 연구, 초파리, 유전자 적중으로 새롭게 태어난 생쥐, 3부 생명현상의 법칙, 4부 다신 진화로 수렴하는 생명의 신비로 종 다양성과 새로운 형질 등을 알려준다. 모델생물이란 특정한 생물학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에 사용하는 생물로 한 세대 주기가 짧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를 번식시킬 수 있어야 하며, 인간과의 유전정보 유사성이 높아야 한다, 초파리, 예쁜꼬마선충, 생쥐 등이 대표적이다..
생명의 비밀을 풀어줄 두 가지 질문과 생물학의 랜드마크
생명현상은 어떻게 일어나고, 왜 일어나는가 하는 물음이다. 생명과학의 시작이자 방법론은 물음이다. 현대 생물학의 렌드마크이기도 하다. 1859년에 출간된 찰스 다윈의<종의 기원> 은 왜 일어났는가이고,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를 시작으로 일어난 분자생물학의 발전은 어떻게 일어났느냐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지은이가 30년 동안 대부분 시간을 예쁜꼬마선충 연구에 썼다. 이름만으로 꽤 귀여운 모습이 꼬물이처럼 연상되지만, 사람과 닮지도 않은 아주 작고 투명한 선충일뿐이다. 이렇게 작은 동물이라도 생명의 신비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기에, 예쁜꼬마선충의 돌연변이 개체 생쥐 유전자를 도입하면 형질이 회복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연구로 생쥐 유전자가 선충 유전자를 대신해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책은 하나의 가능성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교양 과학으로서 생물학이 어렵지 않음을, 우리 생활 속의 여러 현상을 보면서 꼬꼬무하면 생물학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유전자, 돌연변이를 통해서 우리 과학이 어디까지 무엇을 얼마만큼 밝혔는지를 소개하고 앞으로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를,
지은이는 엉뚱한 발상이 오히려 흥미롭다. 연구자들은 보통 어떤 계기를 통해, 어떤 문제를 극복하고 이런 성공을 얻었노라고 이야기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해보자고, 안 되는 게 애초부터 없었던 거 아니냐고, 우리가 모르기에 신비스러울 뿐이라는 태도를 드러내 보인다.
한 예를 보자. 의학계에서 신약실험에 자주 사용되는 플라시보 이른바 가짜약이다. 진짜 약과 가짜약(플라시보)이 질환에 신체 생리적으로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플라시보 효과, 진짜 약이라고 믿으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까?, 지은이는 플라시보 효과 자체가 생명이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반응을 일으키는 어떤 기전(機轉:일어나는 현상)이 있지 않을까? 그 기전을 밝힐 수만 있다면 더는 약이 필요 없을지도, 플라세보 효과로 수많은 약을 대신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은이는 1밀리미터의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플라시보 효과를 풀어보자는 생각도 한다. 이 역시 호기삼을 자극하는 생명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종 다양성, 그 기원을 찾아서
유전과 발생 연구실에서는 한국 선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유전체 수준에서 종의 다양성 기원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전에는 한 사람의 유전정보를 밝히려면 수개월의 시간과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지금은 100만 원 정도면 누구나 쉽게 수일 내에 가능하다. 예쁜꼬마선충은 50만 원이면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썩은 과일 안에서 새로운 선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예쁜 꼬마선충은 100만 종, 혹은 10만 종이라는 주장도 있으니 말이다. 종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생물의 분화와 어떻게 발생할지는 아직 전모가 제대로 밝혀진 바 없다. 지은이처럼 30년 이상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해도, 밝혀야 할 게 많다. 지은이의 이 책은 내 존재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를 비롯하여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줄 열쇠에 관심을 갖게 한다. 유전학과 생물학에서 왜 모델생물로 예쁜꼬마선충, 초파리, 생쥐 즉, 마우스 따위를 쓰는지 이해하는 것도 교양 과학의 수준을 조금은 높여줄지도 모르겠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