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명수라고들 하는 체호프의 단편 11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에 이 책을 종이책으로 사서 갖고 있었는데 책이 손상되어 버린 이유로 다시 읽어보려 샀고요. 작가의 단편 중 아주 잘 알려진 '골짜기'나 '귀여운 여인'은 다시 읽어도 인상적이네요. 얼마 전 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읽었는데 거기에서 체호프에 대해 쓴 부분은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나보코프보다는 체호프가 훨씬 더 거장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날카롭고 일리 있는 분석이었어요.
'모든 작가의 내면 어딘가에는 자신이 쓸 수 있을 만큼의 페이지 수, 그 숫자가 새겨져 있다는 말을 한 출판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내 숫자는 385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체호프는 좋은 장편을 쓰지 못했다. 그는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주자였다. 그의 천재성이 여기저기서 뽑아낸 삶의 무늬를 그는 오랫동안 담아내지 못했다. 삶의 무늬는 단편을 만들어 낼 만큼의 길이에서 생생함이 유지됐고, 길게 이어지는 장편이 되기 위해 필요한 만큼 밝기와 섬세함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가 보여준 극작가적인 자질은 긴 단편을 쓸 수 있는 능력에 불과했다.'
러시아의 고전문학 작품들은 하나같이 쉽지 않은 사상과 복잡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짧은 이야기들을 가만히 읽어가다 느낀 것은 결고 방심하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다. 막심 고리키가 톨스토이와 지낸 날들을 회상해서 쓴 [톨스토이와 거닌 날들]이라는 책을 읽으며 처음 느낀 것이지만, 아주 짧은 글이라도 그 속에는 다양하고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어렵다! 라는 말이 절로 날 정도다.
하지만 이런 것이 러시아 문학이 지닌 매력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민음사 체호프 단편선 이후 2번째 구매 작품.
다양한 단편들중 고맙게도 민음사와 문예출판사의 작품들이 겹치지 않아서 고민없이 구매하였다. 긴 호흡의 스토리 전개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처음 체호프 희곡을 접하고 나서 작품에 대해 호감이 생겼고 민음사 단편선을 모두 읽어 보고 나니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다.
한편 한편 읽어나가며 다양한 이야기를 즐길수 있다는 점에서 단편이 주는 또다른 즐거움을 알려준 작품이다.
다양한 작품들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들의 삶의 모습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러시아의 대문호라는 그의 평가가 당연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이 책으로 체호프를 처음 접해보았다면 다른 단편들과 체호프 희곡들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참고로 단편선은 민음사, 열린책들, 펭귄, 문예출판사가 있으며 수록 착품들이 다르니 취향에 맞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볼수 있다.
체호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전 리뷰에서도 이런 문장으로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하지만 정말이다.
러시아 문학은 다른 유럽 문학이나 미국 문학과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이야기 안에 펼쳐지는 문화적 배경이나 풍경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작가가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방식도 다르다. 물론 지나치게 긴 이름과 수많은 애칭, 그 외 불리는 이름들을 파악하는 게 소설을 읽을 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 가장 큰 차이겠지만. 이 어려움만 극복한다면 러시아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