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권과 2권으로 나뉘어져 있고,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권은 가상의 인물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 씨가 저자 토머스 모어와 대화하는 내용이고,
2권은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 씨가 항해 중에 보고 온 유토피아에 대한 내용이에요.
여기서 가상 인물의 의견과 토머스 모어의 의견은 대립 구도로 나타나고 있어요.
특이한 것은 책 제목인 '유토피아'를 이상향으로 삼고 있는 것은
저자인 토머스 모어가 아니라 가상 인물이라는 점이에요.
모어는 자신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가상 인물을 내세워 에둘러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유토피아'란 현실적으로는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 또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로, 원래 토머스 모어가 그리스어의 '없는(ou-)', '장소(toppos)'라는 두 말을 결합하여 만든 용어인데,
동시에 이 말은 '좋은(eu-)', '장소'라는 뜻을 연상하게 하는 이중 기능을 지니고 있다. 서유럽 사상에서 유토피아의 역사는 보통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이상국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간다.
그러나 정확히는 모어의 저서 《유토피아》(1516)를 시초로 하여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1623), 베이컨의 《뉴아틀란티스》(1627) 등 근세 초기, 즉 16∼17세기에 유토피아 사상이 연이어 출현한 시기를 그 탄생의 시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토피아는 중세적 사회질서에서 근세적 사회질서로 옮아가는 재편성의 시기를 맞아, 또는 거기에서 생기는 사회 모순에 대한 단적인 반성으로서, 또는 근세 과학기술 문명의 양양한 미래에 대한 기대에서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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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렇게 에둘러 말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토머스 모어는 당시 영국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이 탐탁지 않았던 거예요.
그러면서 자신이 그린 '유토피아'처럼 되었으면 하고 바란 것이죠.
'바로 이거야!'
'나도 이런 나라에 가서 살고싶어!'라고
사실 흔쾌히 동조가 되지는 않지만 모어는 이런 이상 국가에서 살고 싶었나 봅니다.
공유재산 제도가 존재하고, 각 가정에서 직접 옷을 만들어 입고, 금을 조롱하는 나라,
신을 믿는 나라,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어요. 제가 읽으면서 가장 별로인 부분 한가지는
바로 공동식사 부분이었어요. 모두가 함께 어울려 마을회관에서
공동식사를 해야 하는 내용이 나와 있는데요,
식자재를 준비하고 요리하는 일은 온전히 여자들 몫이었거든요. 흠...^^;;
안락사에 대한 내용도 나오는데요,
다음 내용을 통해 유토피아 사람들의 안락사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어요.
씁쓸하다가도 내가 짐이 되는 입장이라면 또 생각이 달라지기도 하네요.
너는 다른 사람에게는 귀찮은 존재에 지나지 않고 너 자신에게도 짐이다.
사실 너는 실제로 죽은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왜 계속 병균을 키우고 있느냐?
너 생활이 비참한거 알면서 뭘 주저해? 너는 고문실에 감금되어 있는거나 마찬가지야. 뭘 망설여?
죽을 생각이 있다면 우리가 도와줄게.
<유토피아> 중에서
그밖에 유토피아의 군대, 노예, 여행, 생업, 종교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지요.
토마스 모어는 책을 통해 유토피아, 즉 행복도시에 대해 꿈꾸었나 봅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무리 생각해도 지구상에는 없는 것만 같은 이 나라..
설령 있다고 해도 모어가 꿈꾼 유토피아에서 사는 사람들은
과연 그 나라를 유토피아라고 생각할까..라는 의문도 들었어요..
조금은 진보적이고 사회주의적인 경향의 나라라는 생각과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에서 길동이
조선을 떠나 이상국가를 건설한 율도국에 대한 생각도 오버랩되었어요.
이상국가 건설이 나타나긴 하지만 실제로 율도국 자체에서도 모순이 많았던것처럼
아마도 이상국가는 말그대로 실제 존재할 수 없는 그런 꿈의 공간인가 봅니다.
'유토피아'가 가진 두 가지 의미에서만 보더라고 말이지요.
영국 교회(성공회)의 최고 지도자로 선언한 헨리 8세를 반역했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은 모어는 어쩌면 자신이 꿈꾼 '유토피아'에서 제 2의 삶을 살고 있을까요?
문득 모어와 대담을 나누고 싶어집니다..
서평
유토피아는 16세기 영국의 대법관을 지냈던 토마스 모어가 지은 현실비판 and 계몽서 라고 볼 수 있는 책이다.
유토피아 이해를 돕기 위한 당시 시대 배경
이러한 이상사회를 그리게 된 배경에는 16세기 초의 영국의 부조리한 사회 모습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영국은 봉건체제가 붕괴되고 자본주의 체제가 싹트기 시작하는 무렵이었다. 그로 인해 많은 귀족들은 농토를 사유화(이를 '인클로저'운동이라고 한다.)해 모직공업을 시작 했으며 갈 곳은 잃은 많은 농민들은 더욱 비참한 신세(이를 표현한 유명한 '양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라는 말이 있다.)로 전락하게 된다. 이와는 반대로 수익이 많아진 귀족과 사제들은 사치의 끝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16세기의 부조리한 영국의 사회 배경뿐만이 아니라 종교개혁, 르네상스 운동, 신항로 개척 등 당시 유럽 사회를 뒤흔든 여러 사회적 변화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토마스 모어가 표현하고자 했던 '유토피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유토피아의 정의에 따르면
유토피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제시했기에 이런 표현을 쓴단 말인가?
유토피아 사회체제의 요약을 한번 살펴보자.
* 유토피아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나라로, 공동체의 질서와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권력과 최소한의 통제로 유지되는 사회이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지만 사유재산을 축적하지 않으며, 집과 옷을 비롯한 물품들은 필요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된다. 남녀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으며 신분에 따른 위계질서보다 공공의 도덕을 중시한다. 모든 종교를 관용하고 자연스러운 쾌락을 추구하며, 재물과 영토를 늘리기 위한 전쟁을 혐오한다. 한마디로 당시 유럽 사회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p.241)
당시의 유럽 사회까지 갈 필요 없이 현대의 관점에서 살펴 보더라도 정말 존재 하지 않는, 존재 할 수 없는 이상향인 것이다.
본인의 관점에서 특히 와 닿았던 세부내용이다.
* 사실 최소한의 법률로 모든 일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전체의 번영에 부합할 때 개인의 공적을 인정해주는 유토피아의 공정하고도 현명한 제도들과, 언제나 새로운 법규들을 만들어내면서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으며, 매일같이 새로운 법률들이 통과되지만 이른바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것조차 안심하고 획득하고 지키도록 해주지 못해 끊임없이 법적 분쟁이 벌어지는 거대한 자본주의 국가들을 비교해볼 때, 모든 면에서 더욱더 플라톤의 생각에 공감하게 됩니다.
누구나 꿈꾸는 세상의 모습이 있다. 그 모습의 중심에는 '행복'이 있지 않을까. 좋은 세상을 바라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세상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은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토머스 모어가 꿈꾸는 이상 국가는 꿈으로만 끝나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찾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가 만들어 갈수 있는 것일까.
'유토피아'를 U-topia라고 적으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도시가 되지만, EU-topia라고 적으면 '행복도시'가 된다. - 뒷표지 중에서
이번에 만나게 된 <유토피아>는 국내 최초로 라틴어 원문을 번역하여 토머스 모어의 의도를 충실하게 전달해주고 있다고 한다.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권에서는 유토피아에서 살다 온 라파엘 휘틀로다이우스 씨와 대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2권에서는 행정 관리, 생업, 생활 방식, 노예, 군대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소제목만으로도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일들이기에 어떤 이야기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시대적인 상황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와는 다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수를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고는 삶을 유지할 수 없기에 생업에 종사한다. 그래서인지 '생업에 관하여'가 눈에 띈다. 누구나 한 가지 직업을 가지며 각자 자기 성격에 부합하는 직업을 가진다. 일하지 않는 자는 국가에서 추방된다. 노동 시간은 과도하지 않게, 촌장도 노동에 종사하며 학자들만이 관직에 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일을 해야만 하는 현실에 놓여있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개인적인 성장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유토피아에서 다루고 있는 생업에 관한 내용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유토피아라는 국가의 궁극적 이념은 공익이 허용하는 한에서 시민들을 되도록 많은 시간동안 육체적 노동에서 자유롭게 하며, 시민들이 자유를 만끽하고 정신적인 고양에 힘쓸 수 있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 본문 160쪽
토머스가 꿈꾸는 이상 국가는 우리가 바라는 국가의 모습과 많은 차이가 나지않는다. 유토피아의 알파벳과 지도를 담고 있으니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실제로 유토피아를 다녀온 누군가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게 된다.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는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