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병에 걸린 트로일러스가 친구의 중개로 크리세이드를 꼬여내는 로맨스가 트로이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지 아닌지는, 시대적 배경을 파악하지 못해서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크리세이드를 보고 첫눈에 반한 왕자는 죽을 거 같다. 사랑이 만일 이런 거라면, 왜 사랑의 신화는 달콤한 설탕같은 것이 아니라 큐피드의 화살이 되었는지 알 것 같다. 뾰족한 화살에 심장을 찔리면 죽을 것처럼 아프고, 또한 아슬아슬 죽음에 가깝지 않은가.
트로일러스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대체 한 나라의 왕자가 사랑하면 그냥 결혼하면 되지 왜 죽을 듯 앓아눕고, 안타까와해야 하는걸까. 왜 쓸데없이 사랑이 목을 죄어 오는 걸 어쩌지 못하고 그저 목숨을 걸고 사랑에 저항하는 걸까. 상대는 과부다. 정절을 의미하는 검은 상복을 몇년 째 입고다니는 크리세이드는 명예를 목숨처럼 여긴다. 트로이 전쟁을 다루지만 쓰여진 시기가 중세말(?) 쯤이므로 사회가 여성에게 강제하는 정조는 그 시대에서는 목숨처럼 지켜야 할 명예다. 게다가 여자의 아버지는 예언자여서 조국을 배신하고 그리스로 망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리세이드는 너무나 아름다왔고 품위있게 행동했기에 지역사회에서 존경을 받아오고 있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일은 트로일러스 왕자로서는 죽을 것처럼 힘들다. 그들에게 사랑은 죽음이다. 전쟁 중이었고 전장에 출정하는 신분이었기에 죽음은 늘 그림자처럼 일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리도 용감하게 적군을 무찌른 트로일러스는 전에 없던 사랑의 고통은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죽음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다 죽을 거 같은 왕자의 안색을 보고 크리세이드의 사촌이자 트로일러스의 절친인 판다로스가 끼어들어 둘을 엮는데 과정은 이렇다. 아 나 죽을 거 같아. 꼴을 보아하니 상사병이로군 누구야? 안돼 말할 수 없어. 내가 다리 놔줄께 말해봐. 그럴 수 없어. 그녀가 날 안좋아할거야. 이 줄다리기를 수십페이지 가량 하고 나서야 트로일러스는 크리세이드에게 그게 너네 조카야 라고 말한다. 걱정마 나만 믿어. 그러고는 정조를 지키고 있는 조카딸 크리세이드에게 가서는 일을 꾸며 우연히 만날 수 있게 한다. 트로일러스가 사랑에 목을 메고 있다면 크리세이드는 명예를 하늘처럼 받든다. 그러므로 잘생기고 용감한 우리의 백마탄 왕자님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극도로 조심한다.
사랑과 명예 사이에서 저울질하던 그녀는 점차 사랑쪽으로 기울게 되지만, 명예를 버릴 수는 없다. 그의 상사병은 그녀에게도 도저, 몰래 몰래 만나는 일도 죽을 거 같고, 함께 있어도 곧 헤어져야 할 시간이 오는 것이 힘들어 죽을 거 같고, 헤어질 때가 돌아오면 죽을 거 같다. 그들에게 사랑의 언어는 죽음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었던 듯싶다. 두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에는 전쟁이 끼어든다.
트로이를 배반하고 딸을 버리고 떠나간 아버지의 바람과 두 나라 사이에서 생긴 포로 교환이라는 상황 앞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크리세이드는 중세적 기독관적 세계관에서봤을 때는 정절도 버리고, 조국도 버리고, 애인까지도 몽땅 버린 간교한 뱀이었을 지 모르나, 처음부터 끝까지 크리세이드는 사회적 강요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희생된 한 사람의 여성에 불과하다. 정절을 지키고 명예로운 삶을 원했으나 삼촌과 트로일러스의 합동작전으로 마음을 빼앗기고, 사랑을 주었으나 국가를 위해 포로와 교환되어 적국으로 소환되었으며, 그리고 삶이 상황이 크리세이드에게로 가는 문을 열어주지 않아 약속을 지킬 수 없었을 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얼른 읽고 싶은 책도 읽고, 아껴가면서 조금씩 음미해가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 』는 시와 사랑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책 같아서 아끼고 아끼다 늦게서야 손에 든 책이다. 사랑의 서사시는 오직 사랑의 경험으로만 서평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대적 명제를 남긴 작품으로 기억되겠다. 책을 펼치고 나서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읽게 하는 주요 인물들은 단 세명이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트로이의 도시가 웅대했을 것이라는 느낌은 그들이 사랑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일 것이다.
이 책은 트로이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시다. 이 책 제목에 등장하는 두 명의 주인과 판타로스는 보통 사람들이 현대를 사는 인물들이 될 수도 있다. 강인함과 용감함을 겸비하고 너그러운 성격까지도 갖춘 트로이의 왕자 트로일러스는 단순한 성격만큼이나 지고 지순한 사랑을 노래한다. 그것도 트로이가 망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그리스로 간 칼카스의 딸인 동시에 요조숙녀가 아닌 과부 크리세이드를 향한 사랑은 통속적인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인이나 다름없다. 사랑에 실패했다고 말하는 판다로스는 크리세이드의 사촌으로 두 주인공의 사랑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두 주인공으로 하여금 열정과 난관을 헤쳐나가게 하는 도움을 준다. 망할 것을 예언하고 트로이를 버리고 그리스로 간 자의 딸을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이별의 아픔을 겪는 과정을 장편시로 담고 있다.
『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 』는 5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권에서는 사랑을 해보지 않은 트로일러스가 상사병을 앓은 남자들을 경멸하던 중 축제에 나온 트리세이드를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을 갈구하는 장면이다. 트로일러스의 친구이자 크리세이드의 삼촌인 판다로스가 돕기로 작정한다. 제2권에서는 판다로스의 조언으로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자리에서 '궁정풍 연애'를 약속받는다. 제3권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섬기는 단순한 섬김의 관계인 궁정풍 연애로 만족하지 못하고 은밀하고 뜨거운 사랑을 하게 되어 헤어질 수 없는 연인 사이가 된다. 제4권에서는 그리스와 트로이군 사이에 접전이 벌어지고 크리세이드는 그리스에 볼모로 잡혀가게 된다. 제5권에서는 그리스의 장수 디오메데스라는 사람에게 넘어가게 되는 크리세이드를 감지하고 트로일러스는 전쟁에 미친 듯이 뛰어드는 장면으로 묘사된다.
두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이 지금 시대에 비추어 보아도 여전히 놀라움과 감동을 자아낸다. 사랑으로 겪는 열정이나 희망 그리고 행복해하고 갈등하는 고민들이 살아움직이는 듯해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허상에 사로잡히지 않는 사실적인 묘사들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진실을 보게 하고 감동을 주는 동시에 5권을 다 읽어가는 동안 언제나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사랑의 전망을 담아내고 있다. 개성 있고 생동감 있는 인물들은 미래에 시선을 둔 작품처럼 생각되는 동시에 나만의 트로이 왕자를 꿈꾸게 한다. 사실적인 심리묘사는 보편적인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부분이며 문학이 존재하여야 하는 이유 같아서 사건보다도 사랑의 애틋함에 매료된다.
소설같은 시로 만나는 사랑이야기 ..
사랑도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다..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 -제프리초서/김영남 옮김>을 읽기전에는
근대 영시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제프리 초서의 시이기에
혹시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제1부를 읽어가면서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가 있고
스토리가 보여서 흥미롭게 계속 읽을수 가 있었다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는 1권~5권으로 구성된 책인데
인물들이 요즘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트로이의 왕자 트로일러스는 제1권에서 사랑에 빠져 상사병을 앓는 남자들을 경멸하지만 그리스로 도망친 예언자 칼카스의 딸 크리세이드에 상사병과 같은 열정적인 사랑을 느끼고 적극적인 구애끝에
크리세이드와 사랑을 하게 되지만
크리세이드의 사랑이 변하면서 비극적인 사랑의 끝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마치 멜로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작품이 1380년 중반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니 고대에도 이렇게
움직이는 사랑때문에 아파하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1권~5권의 구성이 소설의 발단-전개-절정-결말의 구성과 비슷했기에
시를 통해서 트로이의 왕자 트로일러스와 크리세이드의 사랑이야기를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그려볼수 있었다
그리고 5권에서는 포로교환으로 그리스로 돌아간 크리세이드가 그녀를
호송했던 디오메데스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여 트로일러스가 사랑의
징표로 준 브로치와 밤색말도 디오메데스에게 주게 된다
고대시대의 사랑도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고대의 사랑 더구나 배경이 그리스시대라면 순종적이고 수동적일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책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어쩜 지금보다
더 드라마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이렇게 긴~시로 이런 드라마같은 사랑을 이야기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계속 이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크리세이드를 기다리던 트로일러스는
그녀의 편지에서 그녀가
변했음을 느끼고 전투에서 돌아온 트로이 장수의 전리품에서
그녀에게 준 사랑의 브로치를 발견하면서
트로일러스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
이부분에서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의 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말이 생각이 날정도로
시로 구성된 이야기가
정말 드라마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5권 p424..에서.
크리세이드에 대한 그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고, 이렇게 그는 죽었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것은 일시적일뿐
아름다운 꽃처럼 금방 사라지는 것임을 잊지마라...라는 구절이
묵직하게 와닿았던 책이었다
이책이 궁금하게 느껴진다면
꼭 한번쯤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진부하고 고루한 이야기일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읽기시작했다.
더구나 지금하고는 시간과 공간이 다른 책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마음으로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행간마다 느끼게 한다.
사랑이 가슴으로 오고 가슴을 적셔 온 몸이 녹아 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런 사랑이 진정한 사랑임을 알고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지는 것은 왜 일까?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덧칠이나 기교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함이 그대로 전해온다.
사랑으로 가슴이 아프거나 잃어 버린 사랑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 보길 바란다.
세심한 감정의 표현이 살아서 내 가슴에도 사랑이 올 것 같은 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