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것은,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나누어 주신 프린트물을 읽고 나서다. 그것은 ‘지상의 양식’의 마지막 부분, 반가(反歌)에 나오는 부분이었다.
: 너 자신 내면 이외의 그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느껴지는 것에만 집착하고, 그리고 초조하게 혹은 참을성을 가지고 너 자신을 아! 존재들 중에서도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 존재로 창조하라.
새 학기가 시작하고 이제 점점 나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존재들 중에서도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 존재로 창조하라’는 앙드레 지드의 말이 가슴에 확 와 닿았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수많은 직업들을 생각하면서도 결코 얻지 못했던 ‘나의 미래상’을 저 한마디로 얻게 되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도 아닌, ‘결코 다른 것으로 대치할 수 없는’ 존재. 내가 원했던, 나의 가슴을 울리는 한마디였다.
그리하여 읽게 된 ‘지상의 양식’은 예상대로 나에게는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쓰인 글자는 읽을 수 있었지만, 앙드레 지드의 진정한 마음과 의도는 읽기 한 번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덕분에 읽은 부분을 읽고 또 읽고, 가슴으로 읽을 수 있을 때까지 같은 부분을 반복하여 읽었다. 그리하여 가슴에 정말 와 닿은 구절들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행동과 선악을 ‘판단’하지 말고 행동할 것. 선인가 악인가 개의하지 말고 사랑할 것.
‧ 미래 속에 과거를 다시 찾으려고 하지 마라.
‧ 그대를 닮은 것 옆에 머무르지 마라. …(중략)… 그대가 주위를 닮게 되면 거기에는 이미 그대에게 이로울 만한 것이 없다.
‧ 어떠한 사상이든 그것을 휩쓸어 가는 바닷바람에 던져버려라. 천국에 까지 사상을 가지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 알지 못할 그 어떤 사랑을 기다리는 밤들이 있다.
‧ 별들은 제각기 다른 힘을 가지고 있지요. …(중략)… 그들의 불안한 열정이 극성스럽게 달리는 원인이고, 그들의 광채는 그 결과입니다. 내면적인 하나의 의지가 그들을 떠다밀고 이끌어 갑니다. 알뜰한 열성이 그들을 불살라 태워버리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빛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지상의 양식’의 전체적인 느낌을 어우르고 있는 단어를 꼽자면 ‘자유’와 ‘자연’이다. 책 속의 ‘나’는 내가 본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어디에도 엮이지 않으면서 그가 가진 그 모든 것을 거부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면서 그의 느낌, 생각 그리고 사상-이라기보다는 자유로운 발상이 어울리겠다-을 책 속의 가상인물 ‘나타나엘’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신비롭고 산뜻했다. 현실에 너무나도 얽매여 사는 현대인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 보면 좋겠다. 책을 통해 그의 정말 미친 듯한 자유로움과 자기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대한 솔직한 자세를 보면서 간접경험이었지만 새로운 생각을 하고 꿈을 꾸었다. 위에 적은 가슴 깊이 와 닿은 그의 말들을 영원히 마음에 새겨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