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친구는 한국에서 일등으로 손꼽히는 대기업에 다녔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1억을 모았고 혼자 힘으로 집까지 장만했다. 친구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부모님에게 친구가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다는 말을 들었다. 안 먹고 안 자고 사람들도 안 만나고, 회사와 집을 오가는 생활만 반복했다고 했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심리상담도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고 했다. 친구는 유서에 모든 게 자기 탓이라고, 그러니 자기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라고 썼다고 했다. 정말 그 모든 게 네 탓이라고 생각해? 대체 네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무슨 일이 있었든 전부 네 탓은 아니라고,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지만 친구는 없다. 다신 볼 수 없다.
<우울할 땐 뇌과학>을 읽은 건, 이 책을 읽고 우울증에 걸리는 이유라든가 우울증이 작동하는 방식 같은 걸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기를, 나아가 우울증에 시달리다 떠난 친구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문과 출신인 나에게는 어려운 용어가 너무 많아서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간단히 말해 우울증은 뇌 회로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서 걸리는 질병이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리는 사람은 독감에 걸리는 것처럼, 뇌 기능이 정상적인 사람도 뇌 회로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만한 요인이 발생하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뇌 회로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만한 요인으로는 수면 박탈, 운동 부족, 나쁜 습관의 반복 등이 있다. 전문의조차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푹 자라, 운동해라 같은 조언밖에 하지 못하는 건, 잘 자고 운동하는 게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십 대 내내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고 경미한 우울증을 겪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못 자는 고통이 어떤지, 나 혼자 세상의 모든 어려움을 잔뜩 짊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어떤 건지 잘 안다(요즘도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깨면 이대로 죽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기대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발견한다). 저자는 우울증을 고친다, 병을 없앤다고 생각하면 너무 거창하고 부담스러우니 일단 아무거나 작은 시도라도 해볼 것을 권한다. 푹 자는 게 힘들면 누워서 눈 감고 음악이라도 듣고, 밖에서 운동하는 게 힘들면 집 앞 편의점까지라도 가본다. 책 한 권 읽는 게 힘들면 한 줄이라도, 영화 한 편 보는 게 힘들면 5분 만이라도 본다. 그렇게 작고 사소한 일, 그렇지만 나를 바꾸고 일상에 자극이 되는 일을 조금씩 하다 보면 흥미가 동하는 일, 지속할 수 있는 일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몇 년 전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 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상태가 심각하면 기숙사 방 안에 혼자 틀어박혀 지냈다고 했다. 다행히 그는 자신의 이런 패턴을 파악하고 혼자 있고 싶을 때마다 일부러 기숙사 라운지에서 공부를 했다. 일부러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지만, 반드시 주위에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것만으로도 우울증이 심화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우울증은 사람을 고립시키는 병이다. 사람들 곁에 있어도 혼자 외로이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병이다. 친구는 가족과 함께 살고 수천 명이 근무하는 회사에 다니는데도 혼자 외로이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걸까. 이 책을 읽고 우울증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지만,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심정까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책에선가 읽고 뇌과학분야의 책을 읽고 싶었다. 이지성 저자의 책이었나 ? 암튼!
저자 앨릭스 코브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우울증 전문가이다. 15년 넘게 우울증을 뇌과학안에서 연구했다. 브라운대학에서 뇌과학을 전공했고, UCLS에서 뇌과학 박사박위를 받았다. 현재 UCLA정신의학과에서 연구 중이며 글로벌 생명공학기업들에 과학컨설팅을 하고 있다.
'불안과 걱정'이라는 현대인의 키워드를 짚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매우 궁금했다.
또한 요즘 과학서적중에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받는 책이라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역사와 고전에 대해 궁금증은 일지만 중간중간 신간서적도 읽고 싶은 욕심에 읽었는데 결론은
핫한 책을 찾는 것보단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을때의 '유레카!'를
외칠수 있는 즐거움이 보다 더 크다는것을 깨닫았다. ^^
어쨌든 뇌과학분야의 1번째 독서라는 점에서 내 스스로 의미를 두고 싶다.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주의를 집중해라. 미래를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면, 아니 적어도 어느정도 예상할 수만 있다면 불안해할 일은 없을것이다.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과 걱정, 심지어 통증까지 감소한다. 이는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면 뇌활동을 조절하고 신속하게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웬만하면 만족하라. 걱정은 흔히 완벽한 선택을 하거나 모든것을 극대화하고 싶을때 촉발된다. 예를
들면 완벽한 중고차를 찾지만 안전하고 멋지고 연비도 좋은 때깔좋은 중고차는 없다. 모든 면에서 가장좋은 것을 원하면 도저히 결정을 내릴 수 없거나 자신의 선택에 불만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런식의 극대화는 우울증을 더 심화시킨다. 그러니 최고의 저녁상을 차리려 무리하지 말고 그냥 괜찮은 저녁상을 차리는 것부터 시작하자. 완벽한 부모가 되려하지 말고 그냥 좋은 부모가 되자.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려하지 말고 그냥 행복해하자.
--> 오~~!!! 와닿는말!!
*친구에게 연락이 씹혔을때 , 부정적인 생가보단 첫째, 더 가능성이 큰, 그리고 더 나은결과를 떠올린다(친구가 지금 바쁜가봐), 둘째,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든없든, 그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운다(사흘동안 안하면 내가 하지, 그친구가 내가 싫다고 하면
다른친구랑 어울리지) 스트레스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계획을 세우면 NE이 증가하고 lymbic system이 차분해져 상황을 더욱 잘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 이순간에 머물러라. 지금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지금 있지 않은일에는 관심을 끊어라. 현재에 초첨을 맞추는 것은 불안과 걱정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만일 실제로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있다면 그것에 대처하고 그것이 표면아래에서 부글거리는 불안일 뿐이라면 그 사실을 인지한뒤 다음으로 넘어가자. 초점을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일로 옮기자.
*친구를 초대한 저녁준비가 온전치 못해 걱정이 태산이라면 대개는 그냥 심호흡을 하며 다 잘될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거나 저녁모임을 망친다고 세상이 끝나는건 아니라고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떨칠수있다. 그런다음 썰던 브로콜리를 마저 썰면 된다.
*유혹에 저항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유혹을 피하는것이 더 쉽다. 어떤 방아쇠가 습관을 촉발하는지 파악하라
*심호흡하라. 안절부절못하거나 나쁜 습관인지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낄땐 숨을 깊이 들이쉬어라. 천천히 내쉬고 다시 한번 깊이 들이쉰다. 필요한 만큼 이과정을 반복한다. 길고느린 호흡은
뇌의 스트레스 반응을 진정시킨다.
*운동은 근육을 키워주지만 뇌도 강화한다. 운동은 새로운 뉴런을 만든다.
*앉아있는건 새로운 종류의 흡연이다. 그만큼 앉아있는게 나쁘단 말이다. 최소 한시간에 한번씩 일어나 이리저리 걸어라. 그리고 20분마다 손과팔과 등을 스트레칭하라. 서서히 일할수 있는 책상을 사용하거나 운동용 공을 의자대신 쓰는 것을 시도해보라. 전화통화는 걸으면서 하라.
*최선의 결정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을 내려라/ 결정을 내릴때 우린 각각의 선택에 어떤 결점이 따를지에 초점을 맞춘다. 결정내리기를 회피하고 싶어지는건 바로 이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대체로 결정에 확신을 가질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기억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부분적이라도 맞는 뭔가를 행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최선을 해내려 하면 의사결정 과정에 지나치게 감정적인 뇌피질을 끌어들인다.
*행동하지 않는 결심은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행동만큼 뇌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은 결심만 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일이다. 그것은 상승나선을 가동시키는 강력한 방법이다.
*행복했던 때를 떠올려보라. 그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있었고, 당신을 행복하게 만든 요인은 무엇이었나? 어떤 활동을 할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는가? 당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성취는 어떤것인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생각만할수도 있고, 한길을 선택해 쭉 따라갈수도 있따. 언젠가는 선택한 그길이 잘못된 길임을 깨달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갈림길로 되돌아오면 된다. 출발했던 곳ㅇ로 돌아왔다는 사실때문에 그때까지 기울인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었다고 생각할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나의 길을 정해 가다가 경로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것은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과 다르다. 처음에 내린 결정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여전히 당신은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
*잠은 뇌의 청소부다. 뇌가 다양한 활동을 하면 화학물질 노폐물이 발생한다. 부억에서 나오는 쓰레기처럼 뇌의 노폐물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잠은 뇌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노폐물을 청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고나면 피로가 풀렸다 느끼는건 이런 노폐물이 청소되어서이다.
*즐거웠던 때를 기억하라. 어린시절에 경험한 특별한 생일파티나 재미있었던 여행혹은 유난히 즐거웠던 어느 일요일 오후를 기억해도 좋다. 세부적인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는 것도 좋고, 나중에 참고하도록 적는것도 좋다. 기억이 잘 안나면 옛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보거나 사진을 보거나 행복했던 시절의 일기를 읽어보라.
*음악의 힘을 활용하라. 악기를 연주하든,라디오를 듣든 음악은 심박변이도를 높여준다. 또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혈압을 낮추고 스트레스를 줄인다. 그러니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부르건 좋아하는 노래를 재생목록에 만들자. 더 좋은건 춤을 추러 가는 것이다. 춤에는 음악과 운동, 사교가 한데 녹아있어 상승나선으로 가는 추진력을 세배로 강하게 얻을 수 있다.
*스마일! 미소를 짓자. 얼마나 간단한가. 다른사람에게 보이려고 미소짓지말고, 거울을 보면서 지을필요도 없다. 그냥 얼굴의 긴장을 풀고 양쪽 입꼬리를 끌어올리자. biofeedback이라는 복잡하고 경이로운 과정이 곧바로 작동할 것이다.
*웃자. 안면 피드백에서 최대의 혜택을 얻고 싶다면 웃어라. 웃긴일이 하나도 없더라도 그냥 입을 벌리고 '하하하'소리를 내보자. 뇌는 진짜와 가짜 웃음을 잘 구별하지 못하고, 가짜웃음은 종종 진짜웃음을 유발한다
*자신이 없을땐 턱을 높이 들고 곧고 반듯하게 서서 가슴을 내밀라는 것이다. 그러면 결단력이 생기고 긍정적인 생각을 내면화할수 있으며, 신체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얻게 될 것이다
*도움을 받아라. 기분이 뭐라고 표혈할 수 없을 정도로 나쁠때는 행복했던 기억에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 아니,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어렵다. 행복한 사건을 떠올리기 어려울때는 옛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지난 사진을 보거나, 옜날 일기를 읽어보라. 이는 감사일기를 써야할 또하나의 이유이다. 상황이 힘들어질때 돌아보고 힘을 얻을 수 있는 기록을 남겨두자.
*감사일기 쓰기. 매일 몇분간 시간을 내서 감사하다고 느끼는 일을 세가지 써보자. 좀더 좋은 습관으로 만들려면 매일같은 시간에 일기를 쓰도록 노력하자. 세가지가 생각나지 않으면 한자기라도 써라.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냥 ' 오늘먹은 음식에 감사한다' 또는 '오늘 입은 옷에 감사한다'라고 써라.
현재 상황의 90%가 마음에 안들더라도 여전히 감사할 10%가 남아있다.
이는 불안과 우울이 감소할뿐아니라 수면의 질도 높여준다
*잠에서 깨어날때 감사하라. 아침에 일어날때 그날 기대되는 일 한가지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감사하라
*사람들과 함께 있어라. 하강나선은 혼자 있을때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기분이 점점 처진다고 느껴지면 도서관이나 커피숍처럼 사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라. 사람들과 대화할 필요까지도 없다. 그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