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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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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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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나는 내 행동에 대해 얼마나 부끄러워하고 있을까?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20.02.27 리뷰제목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내가 사는 곳도 어제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여 인근지역과 마찬가지로 난리가 아니다. 헌데 바이러스의 전파경로를 살펴보면 우리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부이긴 하겠지만 자신의 동선을 숨김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자신 때문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무신경한 행동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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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내가 사는 곳도 어제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여 인근지역과 마찬가지로 난리가 아니다. 헌데 바이러스의 전파경로를 살펴보면 우리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부이긴 하겠지만 자신의 동선을 숨김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자신 때문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무신경한 행동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사회인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난 절대 아니다’라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도 알게 모르게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적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던 차 이웃 블로거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라는 제목만을 보고서는 자기계발서인지 혹은 사회비평서인지 헷갈렸다.

 

‘부끄러움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은 성장한다. 무결점의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과오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빨리 사과했고 변명하지 않는다. 괜한 강박에 사로잡혀 주변사람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 (…) 뜨거워야 할 때 차갑게 식지 않는 사람, 차가워야 할 때 괜히 달궈지지 않는 사람은 그 옆의 사람을 괜찮게 했다. 이들은 감정 오작동의 순간을 확인할 때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신을 부끄러워했다.’는 프롤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제목이 말하는 ‘하나도 괜찮지 않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사회학자인 저자가 쓴 이 책은 3부로 되어있다.

 

먼저 1부에서 저자는 죄의식이 부족한 우리들의 민낯을 비판한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려 얼굴 빨개질 줄 모르는 우리의 자화상을 살펴보면서 하나도 괜찮지 않다고 말한다. 차라리 뻔뻔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지만 얼굴 붉어질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하나도 괜찮지가 않은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하는 순간에도 오히려 당당해지는 그 민낯의 현장엔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 저자의 말은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자꾸 자기검열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신속배달_늦게 왔다고 돈 다 안낸다는 사람) 사람이 죽을 확률이 높은 시스템을 애용하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하지만 실제로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없다. 모든 게 그 대단한 ‘권리’ 때문이다. (26쪽)

 

(장애인시설_우리 동네에는 안된다는 사람들) 가슴 한 구석에 존재는 하되 차마 들키지 말아야 할 속물적 욕구를 당당히 드러내는 용기는 상대가 만만하기 때문이다. (…) 연민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라는데 틀린 말이다. 사람들은 상대를 가려서 연민한다. (32쪽)

 

(노키즈존) 딱 한 걸음만 떨어져서 보면 말도 안되는 생각과 행동을 타인을 향해 할 수 있는 용기, 이것이 혐오다. 그럴만한 이유를 상대를 가려서 주장하는 사람, 혹시 당신 아닌가? (37쪽)

 

(꼰대) 꼰대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몰라서, 정확히는 이를 알려고 하지 않기에 꼰대다. (52쪽) 그러니까 사는 대로 생각하겠다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존재한다. 이들은 꼰대를 혐오하면서 본인이 꼰대인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53쪽) 자유라는 명목으로 주변의 타당한 비판에 귀를 닫거나 개성이라는 달짝지근한 단어를 남발하며 자신의 기준 외의 것을 다 구린 것으로 바라본다면 그 사람이 꼰대다. (57쪽)

 

(차별) 차별은 피해자가 느끼는 것이지 가해자가 해명하는 것이 아니다. (64쪽)

 

(꼼수) 부당한 시스템에 대한 저항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것과 현실이 썩었다면서 꼼수로 타인을 기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101쪽)

 



2부에서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강박과 차별을 부추기며 그 기준에 모자라면 부끄러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민낯을 살펴보고 있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강요하면서 차별을 정당화하고, 독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 아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평범하면 그것이 곧 결핍이라 생각하는 강박 속에서 알게 모르게 차별하고 차별당하는 우리사회를 비판한다. 그것들 모두가 강박인줄도 모르고 별걸 다 부끄러워하라고 강요한다. 정작 그들은 수치심을 느껴야 할 것을 자신의 능력이라고 착각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독하지 않았다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이토록 독해지길 강요하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 대한 진득한 분노여야 한다. → 웬만큼 독해져도 성과는 없고 남은 건 독하지 않은 상대를 비꼬면서 자신이 잘 살고 있다고 자위하는 것뿐이다. (134, 135쪽)

 

주변의 조언들은 우리들을 기만한다. 성공했다는 사람들 죄다 잠을 아꼈고, 휴가도 몰랐던 독종이었으니 너도 그렇게 하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한다. ‘한다고 했는데’라면서 현실과 타협하지 말고 ‘될 때까지 하라’는 주술을 건다. → 모두가 시간에 지배당해 살면서도 별다른 성과가 없는 현실 앞에서 ‘시간을 악착같이 사용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중이다. (145쪽)


자랑하고 부러워하는 대화가 가능한 이유는 우리에게 평범을 넘어서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강박이 잇기 때문이다. → 내세울 것이 없다면 누군가의 자랑질에 기뻐하는 게 도리다. 이조차도 못하면 배배 꼬인 인간 취급받아 무엇을 내세워도 인정받지 못한다. (149쪽)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사회에서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고 잃어버린 감정온도의 균형을 찾아서 행복과 직결되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이기에 마땅히 가져야 하는 상식에 대해 살펴보고 ‘아닌 것은 아닌 거’라고 말한다.

 

과잉 자신감은 반드시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흐른다. 눈앞에 보이는 구체적인 절망을 애써 외면하고 공허하기 짝이 없는 희소한 확률에 본인의 인생을 거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은 이유다. →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온갖 반사회적 요구를 다 참아내는 거다. 일 하면서 자존감 따위 찾지 말라는 거다. (227, 228쪽)

 

이유가 어떠한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런 행동에 수치심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죄가 될지언정 주변에서 수군거리지 않는 한 괜히 먼저 나서서 죄책감가질 필요가 없고, 반대로 아무런 잘못이 아닐지라도 주변에서 수군거리면 부끄러움을 느껴야 되는 사회가 바로 한국이다. (233쪽)

 



이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부끄러움’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우리사회의 면면을 살펴보고 있다. 부끄러움이 오작동 되는 사람들은 절대적인 죄의식이 부족하기에 얼굴 붉어질 줄 모르고, 세상이 자신을 흉볼 것을 두려워하는 강박을 통해 수치심을 강요한다. 그러고도 오히려 당당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하나도 괜찮지 않다’. 저자는 표출되지 않는 분노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다. 왜곡된 죄의식과 수치심 속에서 부끄러움이 오작동 된다면 개인의 행복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내 삶의 방향이 그릇됨을 직시하고 그 반대 방향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일상에서 무심코 행하는 나의 행동에 대해 얼마나 부끄러워하는지를 생각해본다. 조금이나마 마음속에서 죄의식을 느끼거나 혹은 다른 이에게 알게 모르게 수치심을 강요했다면 얼굴 붉어지는 ‘나’이기를 바래본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또한 우리에게 얼굴 붉어지는 부끄러움이 제대로 작동되어 하루빨리 진정되었으면 좋겠다.

1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4 댓글 10
종이책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사회학적 자기계발서 평점10점 | a*******5 | 2020.01.30 리뷰제목
재작년 초에 서평단에 신청해 읽고 무척 공감한 책으로 한국인을 위한 '사회학적 자기계발서'다. 그 후 독서모임에서 추천해 읽고 토론한 후 좋다는 평을 들었고 저자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을 갖고 읽은 회원들이 있다. 어렵다고 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추천한 보람을 느꼈다.   이 책을 세 번째 읽으며 내용에 대한 이해가 선명해진다.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처럼 살면서 굳어진 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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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초에 서평단에 신청해 읽고 무척 공감한 책으로 한국인을 위한 '사회학적 자기계발서'다. 그 후 독서모임에서 추천해 읽고 토론한 후 좋다는 평을 들었고 저자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을 갖고 읽은 회원들이 있다. 어렵다고 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추천한 보람을 느꼈다.

 

 이 책을 세 번째 읽으며 내용에 대한 이해가 선명해진다.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처럼 살면서 굳어진 단단한 고정관념의 껍질이 조금씩 벗겨지는 느낌은 아는 사람만 아는 즐거움이다.

 

 책 속에는 부끄러운 한국인의 민낯이 가득하다. 혐오와 차별을 드러내고도 이를 깨닫지 못하는 한국인들,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능력과 의지의 문제로 파악해 끝없이 대안을 찾아 노력하며 나쁜 구조를 더 나쁘게 만드는 한국인들,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총알 서비스를 선호하는 한국인들, 약자의 희생을 당연시 여기고 자신의 성공을 내세우는 뻔뻔한 한국인들을 만나며 그 속에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 깨닫고 놀란다. 결론은 이거다. 계속해서 이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남은 인생을 조금씩 바꾸며 자본주의적 인간에서 탈피하며 살 것인가.

 

 

 "사적 재산권"은 그것이 자기 것이라는 뜻이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지 않는다. (22p)

 

  저자에 의하면 '사적 재산권'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남용하는 개념이다. 층간 소음, '노키즈존', 장애인 재활 시설 설립 반대, 임대아파트 아이들의 놀이터 출입금지, '손님은 왕', 총알 배송 등의 문제에서 알 수 있는 건 '사적 재산권'의 권리 행사가 잘못되었다는 점이다. 공공정신을 내팽개친 사적 재산권의 주장은 인간이 있고 돈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인간(성)을 버리고 돈만 취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이다.

 

 "소수의 인권을 지켜주기 위해서 다수의 인권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33p)

 

 페미니즘 책에서도 자주 듣는 말 같지 않은 말이다. 인권의식의 향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묻혀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 그동안 당연하게(?) 기득권을 누려온 자들이 뒤늦게라도 부끄럽게 여기지 못하고 이런 해괴한 말을 한다. 저자의 말을 빌면, "이런 표현은 혐오를 나름 혐오스럽지 않게 표현하려다 논리의 무리수를 둔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말은 문제의 본질을 감추려는 의도에서 나온 언어 오염이라 생각한다.

 

"사회학은 같은 조건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성공한 '예외'에 주목하여 인생은 개인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결론내리지 않습니다. 개인이 아무리 간절해도 꿈을 이루지 못한 '평균치'가 함의하는 객관적인 불평등을 드러내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죠." (40p)

 

 <말하는 대로> 프로그램에서 사회학이란 무엇인지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저자가 설명한 말의 일부다. 저자의 말대로 사회학이 객관적 불평등을 드러내는 학문인데 반해 한국인들은 '투덜이 청개구리' 같은 신세한탄을 듣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강자 중심의 권위주의적 사회에서 의사소통이 일방적이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살아오면서 쌓아온 자신의 열등 콤플렉스를 마주하는 게 불편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약자의 호소에 무관심하거나 되레 반박하는 현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불평등의 평균치를 부정하는 조언은 한국인들의 대표적인 언어적 습관이다. (47p)

 

 이 글귀를 읽으면 내 경험이 퍼뜩 떠오른다.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 현실을 얘기했더니 '남자들도 힘들다'는 말로 응했던 독서모임 회원이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불평등의 평균치를 부정하는' 사고와 언어 습관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실감한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특별한 예외를 들먹이며 "너도 1등 할 수 있다"고 아이를 부추기지 않았던가!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다. 그 후로 나는 예외를 가지고 아이를 비교하지 않고 남편이 그럴 때마다 반박한다. "좋은 사회란 예외가 되지 않더라도 행복한 개인들로 넘쳐나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감단직(감시나 단속과 관련된 업무직)'이라 불리는 이들은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적고 대기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노동의 예외 직군으로 분류되면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했다. 합법적으로 불법이 이루어지는 희한한 상황이었다. (196p)

 

 아파트 경비원 이야기에서 이번에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다. 대한민국 헌법 32조 1항은 '국가는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현실에선 다른 잣대가 작용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임금은 왜 오르지 않고 올라도 여전히 적은지 궁금했는데 이런 현실이 있었다.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부터 민주주의 시민은 가정에서부터 길러진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 출발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거다. 때문에 나는 가정에서 종종 '갈등'을 일으키며 산다. 덕분에 목소리 큰 가부장 밑에서 조용히 지내던 아이들도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병만 키우는 '인내'하기를 그만두고 목소리를 내어 '갈등'을 만들고 균형을 잡아가는 삶이 인간적이다. 한국인에게 꼭 필요한 사회학적 성찰을 통해 개인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모색하는 이 책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저자가 소개한 정호승 시인의 시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의 일부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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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h | 2020.01.30 리뷰제목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이 책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는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오찬호, <12년간 여러 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가라는 호칭에 어울리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비판적 글쓰기는 대중과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편견에 맞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생생
리뷰제목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이 책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오찬호, <12년간 여러 대학에서 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가라는 호칭에 어울리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비판적 글쓰기는 대중과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편견에 맞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생생한 일상의 사례를 발굴해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드러내는 작업을 부단히 하고 있다. 여러 방송에 출연해 불평불만 투덜이 사회학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세상이 좋은 쪽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유쾌한 염세주의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별명으로 불리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이 책의 내용은 

 

내가 살고 있는 나라, 이 사회는 어떤 곳인가 

새삼 이런 질문을 해보는 이유는, 이 책을 읽어서가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질문이 더더욱 선명해진다. 그렇다면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먼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진단하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으러 애쓰는 저자를 따라가며 찾아보려 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 “하나도 괜찮지 않은 곳이라고어디 한군데라도 성한 데가 있어야 하는데, 저자는 당당히 말한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라고.

 

그래서 이 책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다양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먼저 우리의 시각이, 한 군데에 몰려있던 우리의 관심이 다양해질 수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세 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만 - 얼굴 빨개질 줄 모르는 우리의 자화상

Part 2 그게 다 강박인 줄도 모르고 - 별 걸 다 부끄러워하라는 사회

Part 3 감정 오작동 사회, 나와 너를 성장시키는 법 - 잃어버린 감정 온도의 균형을 찾아서

 

우리 사회는 지금 

 

중생의 모든 세속적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어떤 스님이 있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고 해도 출근길 지하철부터 너무 지치니 하루 종일 짜증만 난다는 어느 중생의 질문에 그 스님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하셨단다.

 

지옥철 타면 죽을 것 같지요? 그런데 매번 죽지 않고 살아서 출근하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지지 않나요? 매일 기적을 경험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살면 되겠어요?> (159)

 

중생의 절박함을 전혀 모르는, 그런 답변이 마치 진리인양 행세, 횡행하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저자가 제공하는 치료법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보여주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마땅히 그래야 하고, 거기에 맞춰 살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 자세 및 행동 강령이 구구절절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해서 일단 저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 중 몇 개만 여기 옮겨 본다.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회에서

 

한국인은 슬픔이란 감정을 진정성 있게 이해할 학습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러니 공감결여의 인간으로 성장한다.> (247)

 

누군가의 슬픔에 최대한 공감하기 위해 오랫동안 함께 슬퍼할수록 자신은 정말로 잘 살 수 있다. 공감의 깊이가 깊을수록 문제의 원인이 정확하게 보여 실질적인 재발 방지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45)

 

역사는 결코 저절로 진보하지 않는다. (271)

그럼 어떻게 해야 역사는 진보하는가 

저자는 이런 방법을 제시한다.

세상이 완벽히 정의로웠던 적은 없다. 그렇다고 인류가 정의를 좇는 것을 포기한 적도 없다. 어제와 다른 오늘에 우리가 확장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이유다. 과거형으로 국한될 문장이 아니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진행형의 말이기도 하다. 지금 정의롭지 못한 순간순간을 찾아내서 개선하여 정의의 일부를 차곡차곡 만들어 보편적 인권의 영역에 많은 사람이 포함되도록 애쓰는 게 바로 인간의 역사다.> (260-261)

 

정치란?

정치란 엄청난 게 아니다. 일상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도움을 기다리는 관행들이 많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런 순간과 마주한다. 이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표정 하나가 바로 정치의 시작이다. 누군가에게는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동력이 된다. 여론이 형성되면 정치인을 압박할 수 있다. 그렇게 정책이 등장하면 가 변화의 수혜자임은 자명하다.> (272)

 

하나더 기억해 두자. 앤소니 기든스의 말이다. 명언이다.

우리의 삶은 모두 정치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좋아하든 안하든 인지하든 못하든 상관없다.”(271)

 

우리가 부끄럼을 제대로 배워야, 사회가 건전해 진다.

 

부끄러움을 제대로 느끼는 사람은 성장한다. 무결점의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과오를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13)

 

자신의 아집이 틀렸음을 깨닫는 순간을 묘사한 글이 있다.

박완서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중에서.

전신이 마비됐던 환자가 어떤 신비한 자극에 의해 감각이 되돌아오는 일이 있다면, 필시 이렇게 고통스럽게 돌아오리라. 그리고 이렇게 환희롭게.” (87)

 

다시, 이 책은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이란 부제에서 를 지키는이란 말은 결국 우리 모두를 지칭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비분강개하며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런 사회를 고치기 위한 해법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평균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회에서 자신이 행복해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회를 평균적으로 좋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가 좋아져야 내가 행복해진다.> (41)

 

그말, 이렇게 고쳐 읽고 싶다.

사회가 좋아져야 우리가 행복해진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6
종이책 이제 그만,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평점7점 | k****e | 2018.07.31 리뷰제목
좋은 게 좋다. 나 하나만 참으면. 굳이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위와 같은 말들로 자기합리화를 시키면서 살아오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저자는 이웃간의 소음분쟁에서부터 학교나 강의를 하면서 겪은 일들 그리고 오래전에 겪은 과거의 경험담에 대해 풀어놓는다. 최대한 날을 감추려고 애쓰긴 했지만 언뜻언뜻 드러나는 날선 글들을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서늘해지면서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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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 좋다. 

나 하나만 참으면. 

굳이 분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


위와 같은 말들로 자기합리화를 시키면서 살아오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저자는 이웃간의 소음분쟁에서부터 학교나 강의를 하면서 겪은 일들 그리고 오래전에 겪은 과거의 경험담에 대해 풀어놓는다. 최대한 날을 감추려고 애쓰긴 했지만 언뜻언뜻 드러나는 날선 글들을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서늘해지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경우에 따라선 너무 과민반응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 정말 너무 참고만 살아온 것도 맞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그거 아니라고 제대로 말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론 최근에는 자기의 목소리를 가지고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움츠리고 눈치 살피느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이가 훨씬 더 많고 행여 불이익이라도 당할세라 눈치 살피며 시선을 피하기 바쁠 테다. 헌데 목소리를 내는 것에도 간과해선 안될 사실이 있다. 어떠한 사실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기 전에 과연 옳은 것인가...를 한 번 더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칫 자기만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떼쓰는 것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핏 개인의 문제일 것 같지만 이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때그때 시시각각 벌어지고 변해가는 상황과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의식이나 그외의 것들이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아직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기엔 갈 길이 멀어도 너무 멀다. 


또한 여성 차별적인 발언에 대해서도 뜨끔했던 게 그동안 스스로도 여자이면서 은연중에 여성을 비하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어서다. 남성 위주의 시대를 거쳐오면서 여자는 홀로 우뚝서기보단 들러리같이 존재했던 건 아닐까? 엄마로부터, 어른들로부터 남자는 해도 되지만 여자는 하면 안되는 것도 있고 시대가 바뀌었어도 여자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지 못하면 괜스레 눈치를 보고 어쩐지 미안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아'다르고 '어'다르다고 자칫 이런 말조차도 온갖 구설수에 휘말릴 수도 있단 생각을 한다면 지나친 걸까? 


기억해야할 것은 '늘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제대로 들여다보면서 살아야할 테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장 경계해야할 것은 자신의 마음과 판단이 절대적이어선 안된다는 것. 두루두루 살필 줄 알아야한다. 말처럼 쉬운 일은 결코 아니지만 조금씩이라도 그래야한다.

  


***

 


서서히 끓어올랐다가 조금씩 식었다가 그러다가도 냄비뚜껑을 닫 듯 책을 덮고는 한동안 읽지 못하다가 다시 꺼내어 읽었다. 한 권이지만 그리 두꺼운 책도 아니건만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모순 덩어리를 저자 스스로의 경험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마구마구 드러내는 내용인데 공감이 가면서도 어릴 때부터 받아온 가르침(?)의 영향인지 아직은 좀 불편한 느낌이 앞섰다. 


구구절절 맞는 말들 같지만 한편으론 조금 회의적인 기분도 들어 온전히 빠져들 수 없었던 탓인데 조금 더 여러 책을 읽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여튼 분명한 것은 이제 더이상 '괜찮은 척'하며 참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괜찮지 않은 건 하나도 괜찮지 않은 거다. 그러니 이젠 말할 수 있다. 불편한 건 불편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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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파블17-2월]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l*****5 | 2020.02.01 리뷰제목
죄책감,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모두가 'Yes'라고 말하는 상황 속에서 홀로 'No'라고 말하는 것이 튀는 행동이자 왕따 당하기쉽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함부러 나대면 안 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나름 마음으로 위로를 했는데도 공감능력 결여란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아닌 것, 불편한 것에 대해 불만을 쏟고 불평을
리뷰제목

죄책감,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모두가 'Yes'라고 말하는 상황 속에서 홀로 'No'라고 말하는 것이 튀는 행동이자 왕따 당하기

쉽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함부러 나대면 안 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나름 마음으로 위로를 했는데도 공감능력 결여란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

아닌 것, 불편한 것에 대해 불만을 쏟고 불평을 하면 매사 부정적이란 사람이라고 간주한다.

긍정을 낙관해야하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 한 개인의 실수로 치부해버린다.

겉으로 드러난 성과와 결과만이 데이터화되어 정작 사람은 소모품인 양 무시해버린다.

사회 곳곳에 외모와 학력/학연/지연/혈연 등 줄 세우기는 여전하다.

이익이 되는 것은 나에게로, 해로운 것은 다른데로 갔으면 좋겠다는 이기주의가 횡행하고.

우리 사회와 개인의 민낯과 매일 마주한다.

이런 일들이 당연한 듯 자리잡으니 이것이 부끄러운 일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걸까?

하나도 괜찮지 않은 사회 속에서 괜찮은 척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낯설지만 익숙한 정글에 들어온 느낌이다.

제대로 작동해야 될 우리네 감정이 지금 고장나있다.

쑤시고 아픈데 그에 맞는 응급처지를 해서라도 고쳐야하는데 계속 상처만 덧나고 있다.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질적인 사회 병페들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1월의 페미니즘 책 읽기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늦지 않으려고 했는데, 생각을 모아모아 정리를 하니 2월이 시작되었다.

이때까지 읽었던 페미니즘 관련 책들과 다른 느낌이다.

이전의 책들이 성 역할에 대한 억압과 차별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우리 사회 체제와 개인의 행위에 대한

부끄러운 민낯들을 아주 상세하게 마주하게 된다. 우리사회를 뒤흔들었던 민감한 사안들부터 넓리 회자되지

않은 보통의 일들까지 온도 조절 기능을 상실한 사회를 날카롭게 진단을 하며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좋은게 좋다' 말이 얼마나 나쁜 말인지 깨달았다.

'좋은게 좋다'란 말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이었고, 그 허상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감정은 곪아서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음을 알고나니 덜컥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좋은게 좋다면서 왜 내 감정은 하나도 좋지 않지? 타인의 생각에 함께 무작정 휩쓸려가는게 문제다.

'괜찮지 않다. 아프다. 불편하다' 말이 내 감정을 지키는 보루였다.

모르면 호갱(구)이/가 되고 말 한마디 못하니깐 은근 무시를 받고, 생각없는 사람이 되고 낙인 찍힌다.

아닌 것에 아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용기있는 사람이 아니라 상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걸음만 떨어져서 보면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이 화들짝거리겠지만, 문화라는 오래된 습속에 길들여지면 원래의 길에서 한 걸음조차 옆으로 내딛기가 힘들다. 나아가 타인이 다른 방향으로 한 걸음만 옮기려는 것도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사람이라면 정말로 필요한 부끄러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누군가를 상시적으로 아프게 한다. (113쪽)

한국인들의 민낯을 제대로 설명한 부분이 아닐까? 자기도 쉽게 변하지 않지만, 타인의 변화도 허락하지 않는

이상한 나라의 낯선 사람들이다. 정죄하는 것이 일상화된 사회,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말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때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는 비정상이다.

그 비정상이 오랫동안 정상인 양 그 자리에 있으면 문제로 느끼지 못하는데서 오는 씁쓸함이다.

한국 사회는 긍정 마인드를 남발해서 비판과 비난을 동의어로 생각한다고 수차례 말했다.

이런 사회의 특징이 부정적 감정을 금기시하는거다. 나처럼 사회문제를 따져 보는 사람이라면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냐?'라는 비아냥거림을 듣지 않을 재간이 없다. 물론 스스로를 헐뜯는 자기혐오의 부정이 있다면 개선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외부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여 부당한 것에 대한 '정당한' 감정을 지니는 사람들이 밑도 끝도 없이 긍정부터 하라는 이들의 분위기에 눌려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건 하나도 괜찮지 않은 사회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159쪽)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포장된 이 세상, 그리고 개인이 아무리 마음 먹어도

평범한 삶조차 쉽사리 획득할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모순은 수면 위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곳에서는.

정호승 시인의 詩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의 한 구절,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고 난 뒤 리뷰를 적는데, '먹먹하다, 공감한다'는 말을 리뷰때마다 적은 것 같다.

이제는 이 말들도 쉽게 못 적을 것 같다. 남의 감정을 내가 오롯이 느끼는건데,

남의 속을 내가 어떻게 다 알 수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공감할 수 없다고 모른 척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삶이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조금이나마 공감의 간격을 좁히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감의 시작은 자신이 타인의 상황에 쉽사리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공감의 실천은

"나도 네 마음 안다"는 기만적인 사람이 되길 거부하고, 아픈 것도 서러운 사람에게 "어쩌다가 그랬어?"

라고 묻는 황당한 사람이 되지 않는거다. "내가 감히 너의 슬픔을 알순 없겠지만, 노력할게" 라고 말하면서

상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성찰적 사람이 되는게 중요하지, 입으로만 '공감'을 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248쪽)

지금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더이상 감염확산되지 않도록 비상체계에 돌입했다. 전세기를 띄워 우한교민을 안전하게 데려오고, 감염확산이

되지않도록 임시격리시설에 머물면서 정밀검사를 받는다. 격리시설 지정에 대해 지역주민의 반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지금 힘겨운 사람은 우한교민일거란 연민이 마음이 들어서 그들도 닫혀진 마음의 빗장문을 열었을터. 기사 댓글에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기적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 말을 한 사람도, 임시격리에 반대하는 사람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이런 상황에 처해질 수 있기에 포용과 배려,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서로가 노력을 하는거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위로로 화답해주었다. 회복되어 보고싶은 가족들 빨리 만나기를^^

 

한국 사회는 뜨거워야 할 때 뜨겁고, 차가워야 할 때 차가운 자가 온도 조절이 가능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뿌듯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아직 미진한 부분들 많지만, 기본적으로 괜찮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작가님이 염려하기에 읽기에 무겁지도 않은 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알지만

태클거는(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적어서, 아니면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고 한 마음 상태가 문제이거나.

하여튼 문제인식을 진지하게 하지 못한 것 같다.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내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 나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부터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불편하고 부당함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이런 목소리를 내니깐, 내가 더이상 주눅들지 않고 내 권리를 조금씩 찾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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