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과 거의 모든 생각에는 주의를 집중하는 역량과 능력이 관여한다. 우리는 세계의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고 또한 자신의 정신 활동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주의는 우리가 정보에 활발히 관여하는 방식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지금 여러 가지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바라건대 그중 하나가 이 책이기를! 그리고 사실 책을 읽을 때도 여러분의 주의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분은 선풍기 소리, 휴대전화 울림 또는 지나가는 그림자를 알아차린다. 내면의 변화도 알아차릴지 모른다. p.141~142
심리학이라는 분야는 종류가 아주 많은 편이다. 마음이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연구하는 '인지심리학', 사람들간의 상호작용과 관계를 연구하는 '사회심리학', 사람이 평생 동안 심리적으로 어떻게 변해가는지 연구하는 '발달심리학', 개인주의 문화와 집단 문화 사이의 차이를 연구하는 '문화심리학', 마음의 기능 장애를 연구하는 '임상심리학', 인간 본성과 행동에 대한 수수께끼들의 근원을 연구하는 '진화심리학' 등이다. 웅진의 벽돌책 시리즈 중에 <진화심리학>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인지심리학>이다. 생각하고 기억하고 결정하는 뇌와 마음의 작동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인지심리학, 인지과학, 인지신경과학의 최신 연구 이론과 심리학의 고전적인 영역까지 총망라해서 다룬다.
구체적으로 '인지'가 무엇인지, 인지가 이루어지기 위해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웠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왜 어떤 일은 쉽게 기억나는데 어떤 일은 기억나지 않는지,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읽는 법을 배우는지, 왜 어릴 때 배운 자전거 타는 법을 나이가 들어서도 잊어버리지 않는지, 왜 멀티태스킹 작업이 늘 어려운지... 뇌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일상 속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지심리학의 역사와 뇌에 대한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감각과 주의력에 대해서, 불완전한 기억과 사고에 대해서, 개념과 범주, 언어와 인지 편향에 대한 고찰 등 인간의 심리와 인지 과정에 대해 폭넓게 살펴본다. 알파고에 이어 ChatGP에 이르기까지 AI 시대는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되었다. 우리가 마음의 작동 방식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는 더 나은 의사결정과 더 나은 미래를 살기 위한 바탕이 되고, 본격적으로 일상이 되어 버린 AI와의 본격적인 경쟁에도 준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테니 말이다.
우리는 매일 많은 결정을 한다.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지 어느 길로 출근할 지 결정한다. 시간과 돈, 자원을 어떻게 분배할지도 결정한다. 낭만적인 짝과 계속 사귈지 떠날지도 결정할 수도 있다. 짜증 나는 직장에 계속 들러 붙어 있기로 결정하기도 하고, 그런 직장을 떠나 다른 직장에 가기로 결정하기도 한다. 이런 결정은 사소할 수도 있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빠르게 내려질 수도 굉장한 심사숙고를 거쳐 내려질 수도 있다. 결정은 옳을 수도 있고 그를 수도 있으며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어 하지만 불확실성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 p.479~480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7가지 방식'이라는 부분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른바 '기억의 7가지 죄'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냈는데, 인간의 기억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주의 깊게 읽었다. 인간의 기억은 인지 과정을 작동시키는 흥미로운 역할을 해왔는데, 사실 이 기억이라는 것이 못 미더운 경우가 꽤 많다.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행위 자체가 고유의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내며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한다. 우리는 기억을 믿어야 하지만, 기억은 틀린 정보를 줄 때조차도 매우 정확하게 보이거나, 실제로는 매우 정확한데도 부정확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과거의 기록이라는 사실이 '우리가 믿을 수밖에 없는 못 미더운 동반자'라는 역할로 연결된다. 저자가 말하는 기억의 7가지 죄는 일시성, 얼빠짐, 막힘,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이다. 이 항목들에 대한 설명은 직접 책을 읽으면서 만나보길 추천한다. 저자인 존 폴 민다는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과 생각에 관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의 수업은 체계적이고 쉬운 설명으로 호평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왜 그의 강의가 이런 평가를 받는지 자연스레 수긍이 될 것이다.
우리는 매일 컴퓨터 알고리즘들이 문제를 풀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미래에 관한 정확한 예측을 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알고리즘은 의외로 우리의 행동을 많이 결정한다. '인지과학의 이해'는 이러한 세상 속에서 우리의 관계 및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데이터, 알고리즘 및 정보를 으뜸가는 재료이자 산업으로 여기는 현시대야말로 인지과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치 전공 서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커다란 판형에 두툼한 페이지를 자랑하는 양장본이지만, 생각보다 술술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이 책의 원제는 '생각하는 법 How to Think'이다. 심리학과 인지과학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지만, 사실 이 두꺼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원리를 파헤치는 것'이라는 점이 아주 흥미롭다.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이 궁금하다면,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지심리학 개론서로서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 책이라는 말에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역시나 개론서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답게 인지심리학의 발전과정부터 상세한 설명이 들어있습니다.
1장의 인지심리학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발달해왔는지 컴퓨터의 발달이 인지심리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부터 시작해서 중반부의 뇌의 사고흐름, 착시와 착각, 인지와 기억의 관계 ,언어와 사고의 상관관계, 범주와 개념은 무엇인지, 편향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뤄지는가,정보는 어떻게 처리되고 귀납적 추론과 연역적 추론에 대한 설명 그리고 마지막 13장 우리는 어떤 식으로 결정하는가까지 정말 유익하고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한 책입니다.
특히 10장의 시스템1과 시스템2의 내용은 최근 읽은 칼세이건의 '에덴의 용'에 나온 삼위일체 뇌와 연관지어 생각하니 더 흥미로웠습니다
그간 단편적으로 읽은 뇌과학과 심리학 서적 몇권들의 개념을 정리해줄 뿐만 아니라 제 '의미기억'들을 확장 시켜주는 책입니다.
책의 제목 답게 '생각하는 법'에 대해 깊이 고찰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허나 책에 나온 추상화정도가 심한 어휘들, 간간히 있는 비문과 오타 그리고 저자의 긴 호흡의 설명방식때문에 책에 오래 집중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이는 제 어휘력과 문해력의 문제겠지요 이 또한 이 책에서 언급한 편향이라고 봅니다
책에서배웠듯 인지를 결정하는 제 기억(특히나 의미기억)과 지식을 늘려서 편향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겠구나 느꼈습니다.
기억과 지식이 확장된 훗날의 저는 아마 이 책을 다르게 보겠지요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마음의 작동 방식에 대해 서술하며 우리의 '뇌'를 '식기세척기'에 비유했다. 접시를 잘 진열해서 문을 닫으면 세척이 되어서 깨끗한 접시가 나오는 식기세척기. 중간에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 우리는 제대로 알 수 없다.
동시통역사로 일을 하다 보면 '뇌'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통역이란 단순히 A 언어를 B 언어로 치환하는 것'(입력 → 출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고 엄청난 메커니즘이 불과 1초 안에(길어봤자 3초 안에, 3초보다 지연되면 통역 업계에서는 '사고'라고 표현한다)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설명해야 적절할 것이다.
듣기 → 이해하기 → 단기 기억에 저장하기 → 기억 속 언어의 표현을 비교하고 결정하기 → 결정 기준 마련하기(오역 없는, 누락 없는, 원문에 충실한...) → 말하기
9장 언어와 사고에서 다룬 내용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언어는 모호성으로 가득하다. 따라서 우리의 인지 시스템이 그런 모호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이해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본문 350페이지
우리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 무언가에 대한 찬반을 숙고해본다. 연역적인 추론에서, 타당한 주장과 타당하지 않은 주장을 구별해내려면 언어 사용이 정확해야 한다. 언어 사용은 맥락이나 틀을 제공함으로써, 결정이 내려지면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똑같은 결정이라도 (언어 사용에 따라) 유익한 선택이라고도 잠재적 손해라고도 규정될 수 있다. 언어적 내용과 의미는 결정의 행동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본문 370페이지
양 언어의 사이를 방황하면서 양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에서,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생각(사고방식)에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일례로, 모국어가 아닌 중국어에 더 많이 노출되었던 환경에서는 무의식이라고 불리는 '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당시, 나의 생각을 구성하는 언어는 중국어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지금은 모국어가 훨씬 편하다. 하지만 여전히 숫자를 세거나 가끔 혼잣말을 할 때는 자각하지 않고 중국어를 사용한다. 나의 '뇌와 마음'에는 두 개의 상이한 사고하는 방식이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무려 13장, 52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인지심리학에 대해 친절히 설명했다. 각종 사례를 통해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뇌의 상이한 영역들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심리학과 인지과학의 배경을 소개하고 우리의 생리 기능이 진화를 통해서 어떻게 감각 입력의 세계에 빠르고 매끄럽게 구조를 부여했는지, 또한 기억이 어떻게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기억과 경험이 어떻게 우리가 판단하고 결정하게 하는지를 설명했다.
겉핥기 식으로 1회독을 완료했지만, 나의 제한적인 뇌와 지식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내용이어서 나중에 다시 꼼꼼히 찬찬히 한 챕터씩 읽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