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뇌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나의 과거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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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뇌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나의 과거를 기억한다

뇌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나의 과거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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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심리/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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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눈물 뚝! 이젠 내가 안아줄께,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평점10점 | k****e | 2020.02.08 리뷰제목
어릴 때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어렴풋한 기억속에 내가 생각하는 '나'는 호기심도 참 많았고 할말은 반드시 해야하면서도 늘 어른들의 눈치를 살폈던 것같다. 것도 꽤 많이. 말은 꼬박꼬박 잘했지만 기억에도 없는 꼬꼬마 시절-엄마님 말씀으론 왕자와 공주 인형을 갖고 싶다고 졸라서 사줬다고 한다-을 제외하곤 정작 그다지 뭔가를 갖고 싶다거나 먹고 싶다고 내 의견을 강하게 표했던
리뷰제목

어릴 때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어렴풋한 기억속에 내가 생각하는 '나'는 호기심도 참 많았고 할말은 반드시 해야하면서도 늘 어른들의 눈치를 살폈던 것같다. 것도 꽤 많이. 말은 꼬박꼬박 잘했지만 기억에도 없는 꼬꼬마 시절-엄마님 말씀으론 왕자와 공주 인형을 갖고 싶다고 졸라서 사줬다고 한다-을 제외하곤 정작 그다지 뭔가를 갖고 싶다거나 먹고 싶다고 내 의견을 강하게 표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같다. 나까지 힘들게 하면 안되니까, 나라도 참아야지... 아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이렇지만 어른들에게서 들은 '나'는 순진하고 착하면서도 고집이 세고 말대꾸를 잘하고 그러면서도 조용하고 차분한... 그런 걸 통틀어 어딘가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내성적'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같다.(지금은 내성적이라는 의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헌데 그런 '내성적'이란 말보다 지금까지도 잊혀지지않고 또렷이 기억나는 일과 들었던 말이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선생님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는데 대답을 잘 못했던 거 같다. 빤히 쳐다보더니 대뜸 그런 말을 던지셨다.

 

'누구누구는 말은 참 재잘재잘 잘하는데 알고보면 '헛똑똑이'라고...'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그 일 이후로 어쩐지 의기소침해진 나는 말수가 줄었고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게 되었었다. 정말 지금 다시 떠올려봐도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한데 그땐 정말 엄청난 충격이었던 듯하다. 이렇듯 어린 시절의 나를, 상처를 혹은 기억조차 못하는 트라우마를 서서히 끄집어내어 깨달음과 조언을 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고통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진짜 문제가 우리의 기억 속, 마음속, 그리고 몸속에 꼭꼭 숨어있기 때문(p10)이라고 한다. 그런 걸 '트라우마'라 할 수 있는데 그 '트라우마'에 대해 알아보면...

 

'발달 트라우마' 이것은 주로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극단적인 사건이나 잔혹함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무지나 선입견, 능력 부족 때문에 벌어진다. p18

 

트라우마는 일반적인 슬픔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p24

 

트라우마 사건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이며 흔적을 남긴다. 비일상적인 사건으로 생기는 것이 쇼크 트라우마이며 자신만의 경계가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이 발달 트라우마이다. 전자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좋은 느낌의 공간이 습격당하는 것이고 후자는 자신의 사적인 공간이라는 개념조차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침범당한다는 차이가 있다. p230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기, 어린 시절에 형성된 '트라우마'가 삶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헌데 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활동을 뇌와 자율 신경계의 조정을 받는 우린인데 자율 신경계로 그 차이를 구분해보면 다음과 같다.

 

건강한 자율 신경계는 무엇보다 유연하게 반응한다. 상황에 따라 양쪽으로 왔다 갔다 움직이면서 몸이 적응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진동 폭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능력은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르다. 이 폭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바로 자기 조절 능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p37~38

 


나는, 우리는 '아니오'를 잘 말할 수 있는가? 대부분 '아니오'보단 '네'라는 대답을 더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여기 제법 놀라운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니오'는 우리에게 엄청나게 중요한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거리를 두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p107

 

"다른 사람에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자기자신에게 '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말처럼 우리는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중략)...'아니오'라고 의사표현을 하면서부터 우리는 점점 스스로에 대해 감정을 갖게 된다.

 

'나는 네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니다. 나는 너와는 다른 것을 원하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자기감정이 발전하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p107~108

 

좁디 좁은 '마음이라는 상자'에 겨우겨우 집어넣는 것도 모자라 억지로 욱여넣기까지 하는 '감정'이 많다. 특히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같음을 받아들이라고 강요받는다. 해서 다름을 말하기 보단 아닌데, 다른데, 결국 같은 '척'을 하게 되고... 상자는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결국 정말 터져버리거나 탈탈 비워버리는 극단의 선택을 하기도 하고.

 

저자는 '머리'로만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몸'으로 느끼라는 조언을 해준다. '몸'이 포함된 대화를 나누라고.

 

"지금 이야기를 할 때 당신의 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지금 말씀하실 때 흉곽이 경직되는 걸 느끼시나요?" p164~165

 

모든 감정은 몸의 감각을 해석하면서 비롯된다.
그런데 몸의 감각은 지속되면 무뎌진다는 특징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도 견딜 만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또한 몸의 감각은 발달하는 법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무뎌진 신체 감각을 다시 느끼는 것은 쉬우면서도 쉽지가 않다.
있는 그대로 신체 감각을 느끼고 그에 따르는 감정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p169

 

날마다 내가 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의식적으로 느끼고 뇌에 저장하는 연습을 하자.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은 긍정적이고 새로운 나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p195

 

 

가장 좋은 것은 언제나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느끼고 몸과 감정을 잘 파악하는 것이다. p38

 

자기 자신을 잘 관찰하면서 살자. p195

 


***

 


여러 책에서 보고 듣기를... '누구나 어른이 되어서도 자라지 못한 아이가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아이를 보다 더 가까이에서 잘 알게 해줄 것 같은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 했다. 그리하여 만나본 느낌은 지금까지의 마음 관련 책들과 비슷한 부분-머리가 아닌 몸으로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등-도 있지만 또다른 시각에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것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에 입었을 마음의 상처, 트라우마와 몸(신체)을 통해 그러한 트라우마를, 상황에 따라 시시때때로 바뀌는 내 마음 상태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면밀히 깨닫게 해주었다. 즉, 찾을만하면 놓쳐 어디에 어떻게 있는 지도 잘 몰라서 차근차근 살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내 맘 속 그 '아이'를 만나 손을 잡게 해주고 '그때 그래서 그랬지?'하고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는 기분이 들었달까? 그리고 결정적인 건...!

 

지금까지 종횡무진 내달리던 욱-하는 마음에 '브레이크'가 확 걸리는 기분이 들었다.

 

욱-하는 마음에 급작스럽게 요동치는 심장을 가진 몸을 어느새 나는 차를 세우듯 끼이이이익-! 멈춰 세우고 있었다.

 

그래! 지금 나는 화났어!!
...하지만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엥? 그러고보니...

 

...이런 느낌이랄까...? 지금까지 아무리 다그쳐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였는데... 조금 더 두고봐야겠지만 느낌이 좋다. 왠지 지금이라면 계속 멈출 수 있을지도?

 

나쁜 아이는 없다.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으니 자꾸만 심통을 부리고 화를 내는 것뿐이다. 보아달라고, 들어달라고, 믿어달라고...

 

물론 객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앞서 읽은 여러 책들의 조언들이 켜켜이 쌓여 많은 도움이 되었겠지만 이 책을 통해 뜻밖에도 내 상처가, 트라우마가 어디에서 기인하게 된 것인지 비로소 너무나 잘 이해하게 되었달까? 아니 불같이 화를 내던 그 아이가 이제서야 겨우 이해받고 인정받은 기분이랄까...?

 

'알겠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 울어도 돼...'라고.

 

내내 떼를 쓰며 울음을 그치지 않던 그 아이가 울음을 그치려 하고 있다. 이제 겨우...

 

조금만 더 힘을 내!
조금만 더 파이팅...!!

 

혹시 당신의 어린 시절이, 그 아이가 울고 있나요? 아님 그런 것 같은가요?
그렇담 꼬옥 만나봐요...! 더는 혼자서 계속 울지 않게... ... .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8
종이책 지금 이순간에도 어리시절을 반복재생하고 있다. 평점9점 | t*****d | 2020.01.18 리뷰제목
어린시절의 상처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그것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고 또 그런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상처'는 그리스어로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트라우마에는 단 한번의 사건으로 발생하는 '쇼크트라우마'와 태어나 자라면서 일상적인 상처를 통해 얻는 '발달트라우마'가 있다. 이책에서는 발달트라우마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고있다. 심
리뷰제목


어린시절의 상처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 그것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고 또 그런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 논하고 있다. '상처'는 그리스어로 '트라우마'라고 하는데 트라우마에는 단 한번의 사건으로 발생하는 '쇼크트라우마'와 태어나 자라면서 일상적인 상처를 통해 얻는 '발달트라우마'가 있다. 이책에서는 발달트라우마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보고있다. 


심리학에서는 우리는 탄생순간부터  우리에게 주어지는 5가지 과제가 있다고 말하는데 이것들이다.

 첫째,나는 안전한가?

 둘째,나는 내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가?

 셋째,나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들이는가?

 넷째,나에게는 '자기 효능감'이 있는가?

 다섯째,나는 사랑과 성에 관대한가?


저자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뱃속에서 보낸 9개월의 기간뿐만 아니라 출생의 상황이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고 얘기한다. 다시말해 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몸은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고  제시한다. 어린시절 환영받지 못했거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사람은  육체화과정을 거치지 못한채로 이세상에 안착하지 못해 정신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게 되어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보지 못하게 되어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느끼기 힘들고 외로움에 익숙해진다고 전한다. 


어린시절 결핍된 관심속에서 살면 어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결핍감을 느끼고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기 어려우며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부정적이다. 이런이유로 자신이 쓸모있는 존재라는 생가글 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바를 고집하기보다는 포기하기 경향이 높아 공허함과 무력감을 만들어서 결핍감과 고립감의 에너지를 뿜어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철이들어 어른이 된 사람들은 진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현실에 접근하지도 못하게 되어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지 못하며 타인을 믿지 않고 세상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깊은관계를 맺지못하게 된다고 한다. 


한살 반에서 네살 사이에 아이들은 중요한 새로운것을 많이 배우면서 자기효능감이라는 감정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는 주변을 자신의 힘으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거나 영향을 미칠수있다고 생각하는 감정이라고 한다. 이것의 반대는 학습된 무기력인데 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시련이나 사건에 맞서서 싸워보려는 의욕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의 기본정서는 죄책감이기에 의미없이 하는 말도 비난과 호소로 알아들어 자신의 욕구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고통받는다.  


사랑과 성에 대한 과제는 만 세살과 여섯살 사이에 시작되는데 이시기에 아이는 자신이 감성적 존재이자 성적인 존재라는 것을 피력하며 여러가지 역할을 시도하며, 자신의 감정을 세분화해 인지하고 감정표현을 하기시작한다. 그렇기때문에 엄격하게 성적 감각을 거부당하거나 그반대로 성적인 부분을 강요받으면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간략적으로 위 다섯가지의 과제에서 문제가 있는 어린시절을 보낸이들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는데  이런이들이 알아야 할것들을 짚어보자면 어린시절 당한 일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 믿는것, 부모님을 꼭 용서할 필요는 없다는것, 몸의 세계에서 살지 정신의 세계에서 살지 결정하는 사람은 바로 자기자신이라는것, 내가 필요한 것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는것, 나쁜경험 하나가 좋은 경험 아흔아홉 개를 덮어버리는것을 경계하는것,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연습을 해보는것, 나 혼자 모든것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사실을 되새기는것, 자신이 힘들면 안해도 된다고 생각해보기,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기 위한것이 아니라는것, 내가 누군가를 실망시키는일은 삶에서 필연적이라는것, 꼭 뭔가를 성취하지 않아도 내 존재는 가치가 있다는것 등등 기억해두고 서서히 차근차근 자신의 신념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어린시절의 크고 작은 트라우마 속에서 사는 정신의 세계속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것은 먼저 자신의 몸을 제대로 느껴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수 있을거라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몸과 가까워지는 방법과 필요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책을 읽으면서 나의 상황을 빗대어보면서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고 지금까지 몰랐던 정보들로 인해 내가 모르는 나의 몸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이해할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의  몸에 배어버린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데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시절의 상처를 반복재생하며 사는 우리들에게 그 이유와 원인, 필요성과 해결책을 심리학으로 접근함으로써 명쾌한 답을 주는 도서였다. 



리뷰어클럽 서평단의 자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3
종이책 사람으로서 사람을 알아가기 위해 - 다미 샤르프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평점8점 | g******i | 2020.06.03 리뷰제목
32년간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로 활동한 다미 샤르프의 첫 책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의 원제는 ‘오래된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 Auch alte Wunden konnen heilen’이다. 흔히 트라우마를 쇼크 트라우마, 즉 한 번의 충격적인 경험으로 생긴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저자는 그런 경우를 ‘발달 트라우마’라고 명명한다. 만성적으로 존재감을 무시당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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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간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로 활동한 다미 샤르프의 첫 책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의 원제는 ‘오래된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 Auch alte Wunden konnen heilen’이다. 흔히 트라우마를 쇼크 트라우마, 즉 한 번의 충격적인 경험으로 생긴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저자는 그런 경우를 ‘발달 트라우마’라고 명명한다. 만성적으로 존재감을 무시당하거나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도 트라우마로 남는다. 어린 시절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을 통해 만들어지는 경험은 극단적인 사건이나 잔혹함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무지, 선입견, 능력 부족 때문에 벌어진다. 어떤 사건의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우리가 위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한다.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를 가장 먼저 지배하는 것은 본능이고 이 때문에 생존할 수 있다. 이런 생존 메커니즘으로부터 나오는 반사 행동은 투쟁, 도피 반응, 제압당할 때의 경직 반응 등이다. 

                            

[쇼크 트라우마가 유발하는 행동]

* 교감 신경계의 과잉 활성을 암시하는 증상들

●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무엇인가를 하거나 움직인다. “나는 행동한다. 고로 존재한다.”

● 신경과민

● 집중력 저하

● 분노 발작

● 불면증

● 긴장

● 다른 사람을 잘 신뢰하지 못함

● 의심

● 많은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림

● 일중독 “나는 일한다. 고로 존재한다.”

● ‘아드레날린의 분비로 환각 상태’를 갈망

● 초점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낌

● 진정시키는 약물 자가 처방

 

* 부교감 신경계의 과잉 활성을 암시하는 증상들

● 우울증

● 무의미하다는 느낌

●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

● 멍한 상태(예를 들어, 텔레비전 시청 중이나 컴퓨터 앞에서 또는 책을 읽을 때)

● 무기력과 에너지 부족

● 혼자이고 단절된 느낌

● 삶이 유리벽으로 차단된 느낌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롤러코스터 효과 때문에 삶의 기쁨과 편안함을 느끼는 단계가 거의 없어 삶이 더욱 힘들다. 쇼크 트라우마의 이면에 발달 트라우마가 감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쇼크 트라우마나 발달 트라우마는 감정 기복이 심하면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다. 불면증과 불안, 불안과 공황, 불안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분노 발작, (집중하는 것을 힘들어하기에) 변덕, 쉽게 놀라기, 과잉 행동, (긴장 이완과 다른) 흥분 저하, 탈진, 우울 등이다. 과잉 흥분 상태와 과잉 이완 상태를 오락가락하다 보니 어떤 사람들은 직장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만 저녁에 집에만 돌아가면 쓸모없는 사람이 되고, 어떤 사람들은 낮에는 무기력하고 멍한 상태지만 밤에는 내적 동요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자가 처방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인위적인 진정제(음식, 술, 컴퓨터, 텔레비전, 흡연 등등)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이렇게 신경계가 자가 조절 능력을 상실한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사람은 엄청난 피로감을 느낀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은 충분한 에너지를 제공하기 위해서 모든 힘을 쏟아 해독 작용을 한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하다 보면 간은 언젠가 완전히 지쳐버리게 된다. 너무 자주 아드레날린을 만들어내야 하는 부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신장도 과도하게 일을 하면 만성적으로 싸워야 하는 상태가 되어 더 많은 아드레날린을 통해서만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받게 된다. 이런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만성 피로 또는 번아웃 증후군에 이른다.” 고통의 핵심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자기 조절’이다. 심리 치료를 통해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이해한다고 해도 원하는 대로 자기를 조절할 수 없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활동은 뇌의 오래된 부위와 자율 신경계의 조정을 받지만 내분비계의 조정을 받기도 한다. 이때 자율 신경계는 각성 상태와 이완 상태에서 우리의 흥분을 조정하고 조율한다. ‘자율’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자율 신경계는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로 나뉘는데, 교감 신경계는 흥분을, 부교감 신경계는 이완과 안정을 담당한다. 즉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는 서로 제어하고 활동과 휴식 주기를 조정하는 역할로 둘 다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몸의 반응에 무디거나 바람직한 기분 전환법을 모른다. 일상생활 중에도 기분 전환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표면적인 생동감이 그 사람의 자아 상이나 열정적인 성격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진정한 변화는 쉽지 않다.

 

신체 심리치료 한계에서는 사람에게 다섯 가지 인생 과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인생과제 1. 나는 안전한가?

인생과제 2. 나는 내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가?

인생과제 3. 나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들이는가?

인생과제 4. 나에게는 ‘자기효능감’이 있는가?

인생과제 5. 나는 사랑과 성에 관대한가?

 

학습 과제, 자기 조절, 애착 관계는 생각에만 반영되지 않고 몸과 삶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우리의 성격과 태도를 만든다. 우리 몸이 곧 나다. “우리의 이성과 감정은 몸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몸을 느끼지 못하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공허해질 뿐”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심리 치료에서는 인식보다 몸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생과제 1 나는 안전한가]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몸을 통해 감정을 느껴야 자기 자신에게 편안해져서 남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데 이들은 몸으로 뭔가를 잘 느끼지 못한다. 항상 모든 상황에서 어떤 것을 곰곰이 생각하고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려고 하지만 그것이 몸을 통해 생생하게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신경 심리학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뇌의 변연계가 손상을 입어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차를 마시고 싶은지 커피를 마시고 싶은지도 결정하기 힘들어한다고 한다. 사람이라는 것이 결국 어떤 결정을 내리려면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내부 감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니 벌어지는 일이다.

유명 신경 과학자인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우리가 좋고 싫은 것을 구분하는 것을 ‘체감각 표지’ 또는 ‘보디 마커body marker’라고 표현했다. 이것은 우리가 몸의 어떤 감각을 통해 원하는 것이 뭔지를 알게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바탕에는 몸의 감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만약 내 가슴이 펴지거나 목이 조이는 느낌을 받았다면 이 몸의 감각은 내면에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이 감정을 바탕으로 선택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데 몸의 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매우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죄책감과 수치심의 원천」

“예전에 신체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베개나 매트리스에 주먹질을 하면서 분노를 표출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종종 해리 증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들이 갖고 있는 격분의 감정은 상상 이상으로 강렬한 것이어서 컨트롤할 수가 없다. 육체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결과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신체 증상은 얕은 호흡인데 이를 ‘절약 호흡’이라 부른다.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에너지를 저장하기 힘들어하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뺏긴다.

이들의 대부분은 죄책감과 수치심이 강하다. 내면 깊숙한 곳에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수치심을 유발한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긴 과정을 거친다.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다.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를 배신하고 계속해서 부모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살았던 자신을 깨닫는 것은 심리치료의 아주 중요한 발걸음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굴욕감을 주거나 무시하고 때리거나 심지어는 성적 학대를 가해도 사랑을 갈구한다. 명백하게 가해 행위를 한 부모여도 충성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 때문에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

이런 오래된 상처에 맞서기 힘든 이유는 기억이 구조화되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머릿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끔찍한 기억과 현재 나의 감정이 어떤 연결 고리로 이어져 있는지, 그것을 구조화하는 데만 한참이 걸리기 때문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을 용서해야 할까? 나는 사람들이 이 용서라는 또 다른 굴레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타인(부모도 타인이다)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살기 위해서는 ‘용서’가 최선의 수단이 아니다. ‘용서’는 자신이 겪은 일들을 완전히 다 극복하는 경지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이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한다. 가해자를 용서할지 말지는 제삼자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누군가에 의해서 용서를 강요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오히려 이 경우가 더 위험하다. 분노 표출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 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목격했다. 내면에 잠재돼 있는 상처는 분노를 유발하고 이 감정은 어디론가는 향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인생과제 2 나는 내 욕구를 충족하고 있는가?]

「태어나서 충분히 관심받지 못한 사람들」

“태어나서 처음 2년 동안은 아이의 욕구와 정황성情況性이 중요하다. 이 시기에 아이는 서서히 욕구와 감정의 차이를 구분하기 시작하고 구체적인 말로 감정을 표현한다.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고 이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는 ‘예’와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을 배우고 이 단어의 의미를 구분한다. 이 단계에서 만약 계속 결핍을 경험하면 이후 뚜렷하게 특별한 패턴이 만들어진다.”

ㅡ《2장 인생의 다섯 가지 과제》

 

 

어린 시절에 관심이 결핍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결핍감을 느낀다. 관심이 결핍된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부정적이며 체념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 어떻게 해도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욕구를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계속 갈구하는 사람과 자기의 욕구를 아이 때부터 이미 포기해버린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이 다시는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부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립하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상반된 두 가지 태도는 완전히 다른 생활 방식으로 이어진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익숙했던 상황으로 다시 만들어버리는데, 거절을 당했을 때 빨리 체념하거나 뭔가를 미리 포기해버린다. 공허함과 무력감이 만들어내는 결핍감과 고립감의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꺼려 하게 돼 더 악순환이다. 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말로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여기서 자기가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인식과 행동에는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인 메커니즘이 있다. 과거 경험 때문에 우리가 보는 것과 해석하는 것에는 ‘프라이밍 효과 priming effect, 시간적으로 먼저 떠오른 개념이 이후에 제시되는 자극의 지각과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 즉 가치 판단이 들어간다.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우리는 지각을 통해 상황을 해석한다. 또한 갈등이 생겼을 때는 자신을 반응하는 사람이라 설정하지, 행동하는 사람이라 여기지 않는다. 우리가 스스로를 갈등 유발자로 인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다른 사람들 때문이라고 여길 뿐이다. 이런 맹점 때문에 멀리 있는 것보다 바로 옆에 있는 자극을 더 강하게 받아들인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프라이밍 효과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했던 좋았던 일은 망각하고 계속해서 같은 경험, 부정적인 경험을 반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는 어른이 된 이후 매를 맞거나, 거부당하거나, 불친절한 대접을 받지 ‘않는’ 경험을 천 번도 넘게 했다.” 좋은 경험들을 되돌아보는 것도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회피, 설탕, 담배, 쇼핑, 게임, 섹스, 일, 스포츠 등 모든 것에 대한) 중독은 대부분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모호한 갈망을 만났을 때 나타난다. ‘자기 조절의 결핍’은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인데, 감성적인 내성이 떨어져 자기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없게 되는 증상이다. 호불호의 욕구를 잘 느끼지 못하고 명확히 표현할 수 없게 되니, 슬픔과 기쁨도 제대로 표출하기 어려워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갖고 있는 것에 행복을 느끼면서 자기 자신을 잘 돌보고 배우는 것이다.”

 

‘거울 반응’이란 주변 사람들로부터 나와 나의 태도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는 행위다. 아이가 잘못된 거울 반응으로 자란다면 잘못된 자아상을 갖게 된다. 뭔가를 성취할 때만 칭찬받는다면, ‘존재’ 자체가 아니라 ‘행위’에만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니 행동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이런 가면적 행위들을 현실에서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방임’으로 만들어지는 거울 반응도 있는데, 양육자가 아이가 그린 그림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런 피드백을 받은 아이는 자신의 행위뿐 아니라 존재가 무가치하다고 느낀다(아, 이거 내 얘기다ㅜㅜ). 이렇게 잘못된 거울 반응을 받은 사람들은 너무 일찍 어른이 된다. 이들의 핵심적인 문제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냈다가 굴욕을 당할까 봐 두려워해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잘못된 거울 반응이 내면에 고착화돼 있어 타인을 잘 믿지 않으며 깊은 관계를 만들려고 하지 않고, 그런 관계가 생긴다 해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반응을 보이면서 쉽게 상처를 주고 만다. 이들이 지닌 상처의 뿌리는 매우 깊어서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기 혁신을 이룬다 해도 무력감과 허탈의 기본 정서에서 잘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이 숙지해야 할 것은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는 연습하기, 나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기, 힘들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이다.

 

네 번째 인생과제 ‘자기 효능감’은 한 살 반에서 네 살 사이에 주어진다. 자기효능감을 배우는 시기는 아기가 모든 일에 ‘네’라고 답하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을 통해 ‘아니오’라고 대답하게 되는 시기와 겹친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되는 시기로 아니라고 말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며 자기감정을 갖게 된다. “자기 효능감은 주변을 자신의 힘으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감정이다. 이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감정이자 능력이며 행복의 척도가 되기도 한다. 자기 효능감의 반대는 이른바 학습된 무기력이다. 이 개념은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만이 만들어낸 것인데 그가 개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실험은 유명하다.” 자기효능감이 없이 성장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시련이나 사건에 맞서서 싸워봤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효능감’이 생겨날 시기에 양육자가 “지금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마” 같은 말과 좋지 못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아이는 양육자의 눈치를 보며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드러내지 못한 채 죄책감을 기본 정서로 가지게 된다. 수치심은 생후 14개월 정도부터 느끼기 시작하고 죄책감은 사춘기와 청소년기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죄책감을 부추기는 “양육방식이 반복되면 “내가 나를 부인해야만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심리 구조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매우 유머러스하고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사람도 많다.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 어마어마한 분노와 반항심이 잠재돼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웃으면서 ‘네’라고 해놓고서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이다. 이들의 장점은 인내심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미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도 이들은 묵묵히 잘 견뎌낸다. 그 반면에 단점은 자기 안에 자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기를 속인다.” 이들이 숙지해야 할 것은 ‘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자신을 놓치지 말 것, 마음속으로 항상 평가하는 습관 내려놓기’ 이다.

 

다섯 번째 인생 과제는 만 세 살과 여섯 살 사이 남근기에 시작된다. 이 시기에 아니는 부모에게 선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이 감성적 존재이자 성적인 존재하는 것을 피력한다. 여러 가지 역할을 시도하고 자신의 감정을 훨씬 세분화해서 인지하고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성적 감각을 거부당하거나 성적인 부분을 강요받게 된다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많은 여성들이(때로는 남성들도) 성적 폭력을 당했음에도 “사실은 아무 일도 없었어요”라고 말한다. 혹은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 이들은 왜 이런 어른으로 자랐을까? 아이들에게 성적 가해를 한 사람들 대부분은 잘못이 아이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에 이런 경험을 한 채 어른이 되면 많은 경우 성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어려워하는데, 이들은 스스로 감지하지 못한다. 자신이 성적 폭력을 당한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뭔가 심각하게 신체적인 가해 행위를 하는 것이 성적 폭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대부분 혼자 있는 경우에 당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아이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아이는 솔직하게 말했을 때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양육자에게 심리적 단절감을 느끼고 고립된다. 이해받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만다. 이것이 ‘2차 트라우마’이다. (중략) 성추행은 30초도 채 걸리지 않지만 당한 사람은 평생 동안 그 기억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것은 매우 끔찍하고 부당한 일일뿐 아니라 당사자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비싼 개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즘 페미니즘을 싸잡아서 욕하는 사람들은 성추행, 성폭행이 사람을 평생 얼마나 끔찍하게 괴롭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이건 정말 공감의 영역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 안타깝다. 친밀함과 스킨십에 익숙하지 않고 성적 욕구에도 무감각 내기 거부감을 가지게 된 이들은 사랑과 성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거절당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강한데 이것은 관계의 주도권이 자기 자신이 아닌 상대방에게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경험을 못해 성취를 하고 효능을 발휘해야만 스스로를 가치 있다고 느낀다. 이들이 숙지해야 할 것은 ‘효용 가치가 없어도,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신이 세상에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으며 성과 사랑이 동반된 관계라는 것을 알아가야 한다.’

 

저자는 치유를 ‘통합’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벌어진 이야기는 바꾸거나 지워버릴 수 없다. “트라우마 치유라는 개념은 내가 더는 과거에 내 모습으로 규정되지 않고 다른 여러 가지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트라우마 경험을 성공적으로 통합했을 경우 이를 ‘외상 후 성장’이라고 부른다.” 예술가나 창의적인 사람 중에는 자신이 겪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예술이나 취미로 승화시킨 사람이 많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라고 했지만 저자는 ‘행동이냐 존재냐’가 변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본다. 자기 조절력의 결핍은 내면의 불안으로 자주 나타난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나기를 바란다. 큰 변화도 대개 며칠 동안만 유지되고 또다시 예전 패턴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매일 조금씩 지속적으로 발걸음을 떼어나갈 때 가장 잘 변할 수 있다. “특히나 트라우마는 뇌에서 특별한 자리, 뇌간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하는 모든 기억은 반사 작용을 일으키고 이성을 배제해버린다. 트라우마 경험은 두려움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강렬한 학습 효과를 발휘한다. 뇌는 이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를 기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보니 그 상황을 반복하게 되고 이는 좌절과 고통스러운 기억의 반복으로 이어진다.”

 

 

[사람이 잘 바뀌지 않는 건 뇌의 구조 때문이다]

「뇌의 구조와 트라우마」

“삼부 뇌 가설은 미국의 뇌 과학자인 폴 매클레인Paul McLean이 만들었으며 트라우마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가설에 의하면 우리 뇌는 각각의 부분이 독립적으로 기능하고 서로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달한다. 이것은 우리 뇌의 각 부위가 다른 부위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반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인데 우리의 삶과 어린 시절의 상처, 트라우마의 결과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해부학상 뇌는 뇌간, 중뇌, 소뇌, 변연계, 신피질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구조는 수억 년에 걸친 진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뇌간은 약 5억 살로 가장 오래됐고 신피질과 대뇌피질이 10만 살로 가장 어린 부위다. 대뇌는 우반구와 좌반구로 나뉘고 두꺼운 신경 섬유 다발인 뇌들보로 연결되어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정신적인 건강과 우리의 성격에 중요한 모든 과정은 눈 바로 뒤에 있는 아래 전두엽에서 관장한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 신경 심리학자인 대니얼 시걸Daniel Siegel4 박사는 주먹을 쥐면서 엄지를 손으로 감싸면 뇌의 모양을 가장 간단하게 상상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엄밀히 말하면 양손 주먹을 엄지가 맞대게 해야 좌반구와 우반구를 잘 볼 수 있다). 손바닥 안쪽을 자신을 향해 돌리면 뇌의 앞부분 앞부분을 볼 수 있다. 손목과 손바닥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모든 본능과 신체 반응을 조정하는 뇌간을 보여준다. 손가락은 대뇌피질인 셈이다. 손톱과 손가락 첫 번째 마디는 전두엽 피질이 되는 것이다. 그 밑에 있는 엄지는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를 나타낸다.

전두엽 피질에 대해서는 15년 전만 해도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는데 오늘날에는 성격을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두엽이 잘 발달할수록 방해 요인들에서 자유롭다. 좌반구와 우반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들과 유대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좌뇌와 우뇌가 얼마나 다른 기능을 하는지는 뇌 연구가 질 볼트 테일러Jill Bolte Taylor 박사의 영상에서 잘 볼 수 있다. 테일러 박사는 좌뇌 부위에 뇌졸중 증상을 겪은 적이 있다.”

 

조기 경보 시스템, 뇌간」

“뇌간은 모든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심장 박동과 호흡을 조절하고 수면과 깨는 것을 담당한다. 그 밖에 투쟁, 도피, 경직과 같은 우리의 생존 반사를 담당한다. 뉴로셉션이라는 위험을 감지하는 부분을 이용해서 뇌간은 변연계와 함께 주변을 감지하고 익숙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외부 자극을 스캔해서 위험이 감지되면 생존 반응을 일으킨다. 트라우마와 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해 이해하려면 뇌간의 작동 방식을 알아야 한다. 뉴로셉션이란 뇌가 우리의 무의식 안에서 계속 우리 주위를 스캔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낯선 집에서 잠을 잘 때 이상한 소리에 갑자기 깰 때가 있는데, 이는 뉴로셉션이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활동하면서 우리를 보호해주는 신호다.

실제적인 위험이든 상상 속 위험이든 뇌간은 작동이 가능하다.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생존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미하지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암시가 있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생존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특히 다중 미주 신경계의 일부인 등쪽 미주 신경이 조정하는 사태 반사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반응이다.”

 

감정의 본부, 변연계」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뇌간을 마치 옷단(라틴어로 림부스)처럼 감싸고 있는데 약 2억 년 전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넘어갈 때 발달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이런 진화적인 단계를 통해 유대감, 감정, 기억이 생겨났다. 시상하부도 변연계에 속하는데 시상하부는 호르몬 조절을 담당한다. 호르몬 시스템은 자율신경계와 함께 우리의 동기를 조정할 뿐만 아니라 유대감, 욕망 등을 담당하며 몸과 뇌를 연결해준다. 변연계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편도체와 해마다. 편도체는 불안과 감정 조절에 매우 중요하다. 편도체는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밀접하게 작동한다. 만약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이 시스템에 부담을 줘서 장애를 불러일으키고 고통을 느끼게 된다.”

 

통합센터, 신피질」

“신피질은 가장 최근에 진화한 부위로 약 10만 년 전에 생겨났다. 이곳에서 인지, 집중, 논리, 계획과 같은 모든 복잡한 일을 관장한다. 이 뇌 부위는 출생 때 가장 덜 발달되어 있는데 이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뜻이다. 신피질을 살펴보면 주름이 가장 눈에 띈다. 이런 주름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뉴런 신경 회로를 수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름 덕에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주먹 쥔 손 모양으로 뇌의 모양을 짐작했던 것을 다시 떠올려보면 신피질의 뒷부분(손등 쪽)은 세상을 인지하고 앞부분(손가락 부분)은 추상적인 부분을 담당한다고 대략 말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생활을 하는 포유동물의 경우 안와 전두 피질(이마와 안구 뒤쪽)이 더 강하게 발달했다고 한다. 전두 피질에는 동작성 계획에 관여하는 전운동 피질도 있다. 흥미롭게도 공감의 중요한 구성 성분으로 통하는 이른바 거울 뉴런도 여기서 발견되었다.

우리 뇌에서 가장 많이 발달한 부분은 이마 바로 뒤에 있다(주먹 쥔 손으로 보면 엄지손톱 아래에 있는 첫 번째 손가락 마디다). 여기서 심리적인 건강을 위해 인간의 기본적인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기능들이 대부분 통합된다. 이 부분들이 오래된 뇌 부위이고 서로 아주 가까이 자리 잡고 있으며 뇌, 몸, 감정, 이성을 통합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부분은 우리가 상상 속에서 시간 여행을 떠나거나 자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든다. 이 부분을 통해서 우리는 도덕적인 사고를 하고 우리의 생각을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전전두엽의 기능, 작업 기억력」

“신피질의 측면을 배외측 전전두엽이라고 하는데 이 부위는 정보를 임시로 저장하는 기능인 ‘작업 기억력’을 담당한다. 가령 우리가 글을 읽을 때 문장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업 기억력이 필요하다. 문장의 끝쯤에서 문장의 시작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업 기억력은 자기 조절과 순간 집중력에 달려 있다. 자기 조절을 잘하지 못하면 뭔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면 기억력은 떨어진다. 전전두엽 부분은 뇌의 깊은 부위에서 전하는 정보를 평가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동기와 행동을 예측해서 그 사람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다.

이런 기능은 우리 자신을 인지할 뿐만 아니라 타인을 관찰하고 사회생활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모든 인간관계에서 필요한 비언어적인 힌트를 알아채는 기능이다. 심리, 인간관계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애착 관계가 이 기능을 발달시키고 높은 수준의 통합을 이뤄내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 뇌 부위가 잘 발달할수록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몸을 느끼고 그와 동시에 주변 사람들을 마음을 잘 느낄 수 있다.”

 

뇌에게 생각할 시간 주기」

“우리가 어떤 상황에 대처할 때 뇌는 크게 두 가지 결정 과정을 거치는데 첫 번째는 신피질에서 정보를 인지하고 해석하는 ‘더 높은’ 의사 결정 과정이고 두 번째는 뇌간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더 낮은’ 의사 결정 과정이다. 후자의 경우 짧고 빠르기 때문에 인간의 생존에 몹시 중요하다. 뇌간과 변연계의 조정을 받는 이 과정은 몸이 위험을 느꼈을 때 재빠르게 지휘권을 행사한다. 그렇게 되면 ‘더 높은’ 의사 결정을 하는 뇌 부위를 덮어버린다. 이런 상태에서는 새로운 행동 방식을 몸에 익힐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대체로 이완된 상태에서만 새로운 행동 패턴을 익힐 수 있다. 심한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사실상 학습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가 아니라 기억에 반응한다」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위 절차적 기억이다. 여기에 우리가 아주 일찍이 무의식적으로 배운 모든 행동 방식이 저장되어 있다. 우리는 머릿속에 이미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기억으로 현재의 사건에 반응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현재가 아니라 기억에 반응한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밥을 먹거나 길을 걷거나 일을 할 때에도 우리는 절차적 기억에 따른다. 하지만 이 안에는 어린 시절에 배운 행동 패턴들이 다 녹아들어 있다. 행동 패턴은 우리가 말을 배우기 전에 경험한 것들 혹은 어렸을 때 겪은 인상적인 경험 등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어린 시절의 상호작용은 우리 마음속에 내면화되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행동 기준을 정해준다. 우리 모두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행동 패턴으로 살아간다. 문제는 이런 패턴 중 잘못된 것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는 현실에 대응하는 내면의 적절한 반응이라고 여길 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눈썹을 치켜들면서 나에게 강하게 모욕감을 주었다고 치자. 그러면 친한 사람이 눈썹을 치켜들면서 재미있는 농담을 던져도 나는 화들짝 놀라서 거부 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남들이 그런 나에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여도 나는 부당한 현실에 정당하게 대응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 몸을 제대로 관찰하기]

몸이 없으면 우리는 죽는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던 데카르트의 명제가 약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의 세계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서 뭔가 이성적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관념을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식이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지적인 인지 능력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식은 긴 변화의 첫 번째 발걸음일 뿐이다. 머리로 뭔가를 이해했다고 해서 행동이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몸 그 자체이다. 몸을 통해 느끼고 파악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모든 형태의 트라우마는 항상 자기 자신과 몸을 분리하며, 다른 사람들과도 분리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생명력 있는 삶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또 주변 사람들과도 분리되면서 도움받는 것을 힘들게 만들고 만다.

그러므로 몸을 버리고 사고할 수는 없다. 몸으로 감정을 느끼고, 살아 있음을 느끼고, 결속감을 느껴보자. 혀로 음식의 맛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의 피부에 접촉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일. 인간관계에서 주고받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몸이 꼭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몸을 통해 잘 관찰하면 자기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지각도 변하게 된다. 자신만 소외되어 있다는 감정도 줄어들고 불편했던 마음도 훨씬 잦아들 수 있다.”

ㅡ 《3장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나다》

 

우리가 계획했던 일을 수행하지 못하거나 마음과 달리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는 건 오래된 뇌 부위들이 우리의 말과 행동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은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뇌가 나다’ 같은 환원론으로 섣불리 단정하진 말자. 자극과 반응 사이에 시간을 주면서 변화해나갈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에 생존 반응이 과활성화 되면 위기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도 오작동하는 일이 발생한다. 뇌 속 ‘오래된 고속도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하루에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은 약 15분이라고 한다. 이 순간을 아침 일찍 현명하게 사용하면 나머지 하루도 순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한 하향식 통제보다는 자기 조절력이 잘 작동해 거의 힘을 쓸 필요가 없는 상향식 통제를 해야 한다. 이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 몸을 친숙하게 느끼고 편안해져야 하고, 감정 조절과 관계 맺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몸을 고통의 그릇으로 여기기 때문에 몸으로부터 자신을 해리시킨다. 몸을 하찮게 여기면 인생의 질은 현격히 낮아진다. 과거의 그림자들이 뛰쳐나와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마음의 지하실을 미리미리 청소해 새로운 감정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기 몸을 대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장 좋아하고 믿고 따르는 친구나 연인을 대하듯 자기 자신을 대해 몸과 잘 교류해야 한다.

 

‘회복 탄력성’은 어떤 재료에 압박을 가했을 때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부하 용량을 나타내는 것인데, 심리학적 개념으로는 ‘사람의 심리적 저항력’을 설명하는데 쓰인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트라우마 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회복 탄력성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전두엽이 강화되어야 하고 쓰지 않았거나 기능이 저하된 뇌 영역들과 지속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특히 불안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연결되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감정을 신속하게 알아차리면서도 그것에 사로잡히지 않게 된다. …… 이 논리는 수백 년 전부터 명상법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심리치료 과정의 일부분이다. 이때 자신이 감정이나 느낌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자기 계발서, 유발 하라리를 포함한 많은 명사들은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쯤 되면 기초 교육 과정에 ‘명상’ 수업이 따로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학교 다닐 때 그와 비슷하게 고요하게 집중하던 서예 시간이 무척 도움됐다고 문득문득 생각한다.

 

집단을 이루는 모든 생물은 중요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서 공동체에 위험을 알리며 진화했다. “기본 감정의 대부분이 불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인 것도 이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생존에 필수지만 긍정적인 감정은 생존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이런 삶이 가치가 있는지 어떤지는 다른 문제지만 애초에 그 감정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불안’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갖고 있는 원래 취지는 ‘위험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이것은 인종, 계급, 언어, 지역을 초월해서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특징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디에 가든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이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감정은 우리의 기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내용보다 감정만 기억하거나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평가할 때 감정에 좌우되는 일은 기본이다. 만약 임종을 앞둔 사람에게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뭐냐고 물으면 자신에게 가장 강한 감정을 남긴 사건을 이야기할 것이다. 아마도 어떤 감정의 동요도 일어나지 않는 경험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강의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감정에 와닿은 내용은 기억하고 그렇지 않은 많은 내용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절대 중립적인 정보로 저장되지 않고 그 사건이 심어준 감정의 색깔로 저장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중립적이기 힘든 이유이다.”

 

악인조차도 관계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존재임을 느끼지 못할 때 그 삶을 파괴된다. 사람이 어렵다면 동물, 식물, 책 어떤 대상이든 내 안에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해보자. 기분 좋은 관계를 갖게 되면 그 사람의 세계는 변한다. 사회 문제로 터져 나오는 대부분의 뉴스들은 인간관계의 실패들을 보여준다. 정부의 노력이나 법의 심판을 촉구하기보다 우리 각자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감각적인 재미나 뉴스로 소비하고 비판할 게 아니라 좀 더 나은 세계와 삶을 바란다면 우리는 사람으로서의 자기와 사람으로서의 타인을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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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내면아이와 함께 울자. 평점10점 | t******l | 2020.07.16 리뷰제목
한줄평 :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내면아이와 함께 울자.내돈내산 책입니다.yes24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책이에요.?상처는 몸에 새겨져 있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서 감각경험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 경험에서 치유할 수 있고요.위의 두 가지가 작가의 전제이고, 여기에 동의하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택했습니다.제가 예상한 방법들에서 크게 벗어난 치유 방법
리뷰제목
한줄평 : 어린 시절의 상처받은 내면아이와 함께 울자.
내돈내산 책입니다.
yes24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책이에요.
?
상처는 몸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서 감각경험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 경험에서 치유할 수 있고요.

위의 두 가지가 작가의 전제이고, 여기에 동의하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택했습니다.
제가 예상한 방법들에서 크게 벗어난 치유 방법은 없었습니다.
작가는 '신체 내부 감각 경험하기'와 자기조절력'을 치유 요인의 핵심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다미 샤르프의 어린 시절, 힘들었던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다가와 좋았어요.
다양한 사례들도 적절하게 생생하게 제시되어 있습니다.
최근 트렌드인 뇌에 관한 쉬운 설명도 독자를 잡아 끕니다.

저는 3장을 가장 유심히 읽었어요.
3장.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나다
"우리는 오늘도 어린 시절을 반복 재생한다."

내 몸을 제대로 관찰하기
* 자신의 몸을 다시 느끼고 편안함 느끼기
* 자기조절력 높이기
* 감정을 조절하는 것 배우기
* 관계를 맺는 능력 강화하기

입으로 발설하는 행위는 왜 중요한가?
모든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세상으로 나가는 근본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신경학자들의 이론에 의하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언어로 잘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자기 몸을 느낄 수 있을까?

* 생동감
* 내가 '옳다'는 느낌
* 감정의 깊이
* 자기 조절 능력
* 공감 능력
* 자기애
* 자기 성찰
* 긴장 해소 능력
* 이성 교제, 성에 대한 즐거움
* 놀이에 대한 즐거움

가장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하듯 내 몸에 말하다
몸이 포함된 대화
* 오감
* 인식 : 우리가 뭔가를 경험하는 동안 생각하는 것
* 움직임
* 신체 감각
* 감정

내 몸과 가까워지는 방법
수시로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몸에 어떤 감각이 나타나는지 관찰해보자. 이 때 해석하거나 평가하지 말고 그냥 인지만 해야 한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5분 동안 그저 몸을 느끼고 가만히 있는 것이 매우 힘들 수 있다.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까?"라고 질문해보는 것이다.

후천적 회복탄력성 키우는 법
회복탄력성은 사람의 심리적 저항력
회복탄력성을 급격히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외적인 요인은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자기효능감에 대한 믿음, 롤 모델이었다.
어른의 경우는 '의미의 유무' 최대한 의미 있는 일에 몰두

흥분을 조절하는 능력
회복탄력성 훈련은 사람의 뇌 구조를 바꾼다.
핵심은 내적인 흥분(스트레스)을 조절하는 능력

불안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연결되는 것이 핵심
수백 년 전부터 명상법에서 사용하던 것인데 심리치료 과정의 일부분이다.
이때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내가 갖고 있는 자원 활용

트라우마 치료의 핵심!
교육, 인간관계, 일이나 돈 등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는 모든 것도 자원의 종류
몸이 이완과 내적 확장을 반복해야 자원을 활용

일상에서 종종 시간을 내어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는 작업을 하면서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자.
이런 훈련을 습관적으로 반복하면 훨씬 더 유연해질 것이다.

내 감정을 내 마음대로 다루는 법
자기 조절과 감정 조절
자기 관찰, 나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아는 것, 몸으로 느껴야 한다!
내 몸에 익숙해진 패턴을 바꾸려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이를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뇌에 저장해야 한다.
대니얼 시걸은 <마음의 발달>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행동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약 300가지의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좋은 관계 안에서 우리는 인정, 관심, 존중을 받으며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관계를 통한 안전 : 경청, 눈 맞춤, 표정, 목소리

건강한 거리 두기, 나만의 경계선 확보, 건강한 경계선의 키워드-응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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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내면 자아를 위로하기 위해... 평점10점 | p********5 | 2020.05.20 리뷰제목
순종적이고 착하며 알아서 제 할 일 하는 아이...부모 입장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편한 아이일 것이다.내가 그랬다.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요구나 불평 없이, 그러다보니 격한 사춘기도 못겪은 채 커버렸다.혼자서 이름모를 고독감을 삭이며 청춘의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겪어온 지난 삶을 부모의 억압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감정의 억압 가운데 길들여진
리뷰제목

순종적이고 착하며 알아서 제 할 일 하는 아이...

부모 입장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편한 아이일 것이다.

내가 그랬다.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요구나 불평 없이, 그러다보니 격한 사춘기도 못겪은 채 커버렸다.

혼자서 이름모를 고독감을 삭이며 청춘의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겪어온 지난 삶을 부모의 억압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감정의 억압 가운데 길들여진 채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보니 과거의 그림자에 화가 난다.

억압을 당연한 양 받아들이고 살아온, 모범적이며 성실한 나의 어린 시절이 가엾다.

나의 외로웠을 어린 시절을 애도하며 이 책을 읽었다.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을 위로하며 이제는 나에게 집중하여 사랑해야겠다는 결론으로 책을 덮었다.


제목에 끌리어 구매했으나 전체 내용이 모두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나의 어릴 적 자아와 환경을 대면하여 그 감정을 찾아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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