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미리보기 공유하기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세상의 모든 딸, 엄마, 여자를 위한 자기회복 심리학

리뷰 총점 9.4 (121건)
분야
인문 > 심리/정신분석
파일정보
EPUB(DRM) 30.10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33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구매 남자는 엄마와 딸의 눈칫밥을 먹고 자란다 -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를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k*****o | 2021.02.20 리뷰제목
남자는 엄마와 딸의 눈칫밥을 먹고 자란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를 읽고     [책을 열며]   "네가 아니면 내가 누구한테 이야기하니?"     어느 연속극 속 대사는 오늘날 현실가족 사이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지난 30년간 한지붕 아래 아들이자 오빠로서 '엄마와 딸'을 지켜 보았다. 지금은 남편이자 아빠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엄마와 딸'을 만나 함께 한지도 5
리뷰제목

남자는 엄마와 딸의 눈칫밥을 먹고 자란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를 읽고

 


 

[책을 열며]

 

"네가 아니면 내가 누구한테 이야기하니?"

 

  어느 연속극 속 대사는 오늘날 현실가족 사이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지난 30년간 한지붕 아래 아들이자 오빠로서 '엄마와 딸'을 지켜 보았다. 지금은 남편이자 아빠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엄마와 딸'을 만나 함께 한지도 5년이 지났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을 여성들과 함께 보냈음에도 여전히 내게는 미지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사실이라면, 다른 두 별에서 온 남녀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난 알고 싶다. 아니, 알아야만 한다. 엄마와 딸이라는 두 여성의 관계에 대해 배우고 또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슬기로운 가족생활의 지름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여정에서 이정표가 되어줄 책 한 권을 집어든다. 바로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라는 책이다.

  우선 책표지를 통해 엄마와 딸이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함, 그리고 고마움이라는 양가적 마음들을 동시에 갖고 있는 관계라는 걸 알게 된다. 심리 분석 전문가인 저자는 다년간의 심리 상담과 꿈 분석을 바탕으로 이러한 엄마와 딸의 숙명적 애증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엄마의 '무의식' 속 욕구와 욕망은 엄마의 '감정', '시선', '결핍', '모성', '남편'이라는 여러 회로를 통해 딸에게 전달되는데, 각 회로에서의 고장을 파악하고 이를 바로 잡아나가는 과정이 곧 엄마와 딸 각자가 '회복'에 이르는 길이라는 것이다.

 

 

[책속으로-엄마의 감정에 대하여]

 

"아이가 가장 불안할 때는 엄마가 바로 등 뒤에 있을 때이다"

- 자크 라캉

 

  여성이 자신의 만족을 직접 채우기보다 남편이나 아들, 즉 남성의 빈 곳을 메우는 방식으로 채우려 한다면, 왜 딸아이의 결핍은 같은 방식으로 채우려 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엄마가 딸을 자신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나 남편은 그나마 타자, 어떤 대상으로서 존재한다면 딸은 엄마에게 어떤 대상이기보다 마치 자신과 같은 존재들이지요.(18쪽) 

 

  먼저 엄마의 '감정' 회로를 들여다보자. 남편이나 아들과 달리 딸을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엄마이기에 딸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저자는 딸을 위해 상담을 의뢰한 엄마가 바로 가장 큰 방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딸을 위한 변화가 아니라 엄마의 불편한 감정을 해결해 달라는 요청이라는 것이다. 또한 딸이 심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 엄마는 그것이 해결되기 바란다고 하지만 그 범위는 엄마 자신이 불편하지 않은 선까지라는 저자의 설명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아니 어림짐작만 해왔던 엄마와 딸 사이에 관한 많은 것들이 오해였음을 여지없이 깨닫게 된다.

 

 

[책속으로-엄마의 시선에 대하여]

 

"가장 먼저 사랑을 빚어내는 것은 시선이다."

- 자코모 다 렌티니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을 좇거나 자녀를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그 대상으로 삼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즉,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자신의 삶 자체를 욕망해야 한다. 아이는 엄마의 시선이 향하는 그곳을 함께 욕망하고, 엄마가 좇는 그 무엇이 되고 싶어한다.(82쪽)

 

  엄마의 '시선'이 향하거나 머무는 곳을 살펴보자.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니체의 말을 저자는 "자신은 지옥이다"라고 변주한다. 니체가 말한 타인도 결국 내가 투사한 타인이기에 타인을 내가 생각하는 시선과 생각의 틀로 이해하고, 더 나아가 타인과 나의 경계가 없이 동일화를 겪으면서 심리적 혼란과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집중하는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게 된다. 외부에서 원인을 찾거나 그것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자신만의 시선을 담은 인생의 항로를 찾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아이도 엄마가 내놓는 정답이 아니라 엄마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본받아 자기만의 삶을 살아낼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속으로-엄마의 결핍에 대하여]

 

"어떤 신체 증상은 암호화된 질문이며, 어떤 것을 표현하려는 노력이다"

- 대리언 리더

 

  우리의 기억은 선택에 따라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부모와 자식의 기억이 판이한 것은 우리가 결국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혹은 그것이 고통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적 이득이 있는 쪽으로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결핍을 선택함으로써 끝없이 갈망하고 욕망할 수 있는 것이지요. 끝없이 나약한 사람으로, 결여된 자로 요구를 멈추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116쪽)

 

  엄마의 '결핍' 회로에 대해 알아보자.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라면 응당 채우려고 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그런데 놀랍게도 결핍을 해소하지 않고 그것을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마음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저자는 '나는 이런 사람인데 어쩌라고?'와 같이 그냥 결핍감을 내버려두지 말고, '나는 네가 상상하는 엄마는 아니지만 네 엄마로서 충분히 너를 사랑하고 있고, 너도 엄마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사랑받아  마땅하다'라는 것을 아이와 엄마가 서로를 통해 경험하여 그것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대외적으로 아무리 좋은 이미지를 가진 엄마라도 내 엄마로서 아이에게 개인적인 기억으로 체화되어 있지 않다면, 아이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부여될 수 없다고 한다.

 

 

[책속으로-엄마의 모성에 대하여]

 

"엄마가 가진 모성에는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고 독성도 있다"

- 마이클 아이건 

 

  꽤 긴 시간 동안 만나 온 여성들을 보면, 모성이 없다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상처와 결핍에 압도되어 모성애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156쪽)

 

  엄마의 '모성'은 여태껏 엄마의 고유한 본능이라고만 여겨 왔는데, 모성이 의식적이고 선택적일 수 있다는 저자의 견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과거 엄마의 심리적 부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딸의 마음을 다독여주기 위해서는 이미 일어난 일을 만회하기 위해 지금 아무리 많은 것을 부어 넣는다고 해서 상처가 옅어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엄마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미 일어난 일을 충분히 인정하고 수용하고 충분히 겪어내고, 더 나아가 그에 따른 책임과 대가를 기꺼이 짐으로써 아이와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의 어린 딸아이와 성인이 된 여러 여성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한 가지가 바로, 어떤 고통과 시련의 순간에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 내가 가장 어려운 순간에 그저 나를 알아주는 '엄마'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안전한 관계가 확보되지 않아 벌어지는 갈등과 고통도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보호받음을 곧 사랑받음이라고 느끼는 아이들이 거꾸로 부모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이들에게 애정 욕구 못지 않은 안전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현상이 그러하다.

 

 

[책속으로-엄마의 남편에 대하여]

 

"어머니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면,

자녀는 어머니 대신 아버지를 애도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진다"

-대리언 리더

 

  아이들과 아빠가 직접적인 관계를 잘 맺고 그들만의 소통 창구를 잘 유지하고 있을 때, 은근히 불안해하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이는 가정 내에서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진 않을까, 내 존재감이 이들 사이에서 약화되지는 않을까에 대한 무의식적 불안이지요. 남편에 대한 분노가 심할 때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엄마의 말이나 행동, 시선 등은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204쪽)

 

  엄마의 '남편'은 그동안 미처 몰랐던, 혹은 모른 척해왔던 나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 전부터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이라 읽는 내내 나는 과연 어떠한 남편으로 비춰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평소 아빠의 입장에서 엄마와 딸의 애착관계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엄마의 자리를 대신하기란 요원한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아빠와 아이의 관계를 불안해하는 엄마도 있다는 얘기가 뜻밖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아빠가 엄마와 딸의 2자 관계에 발을 들여놓는 건 아빠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엄마의 초대와 물러남'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반면, 책에 따르면 아빠가 엄마와 아이의 2자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오히려 스스로 배제되거나 은근히 즐기며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이와 엄마, 그리고 아빠의 3자 관계가 아니라 엄마 아래로 들어가 아이와 등등한 위치에 서려는 아빠도 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아이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불안하게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따금 "내가 애 둘을 키운다!"라고 푸념하는 아내와 늘 딸에게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구애하는 나의 모습를 돌아보게 된다.

  또한 부모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면서 아이에게 끝없이 마음과 곁을 내주면서도 '네 삶에 대해서만큼은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어'라는 일종의 무능의 자세도 필요하다는 걸 배우게 된다. 더불어 양육에서 있어 '누가 아이를 더 많이 돌보느냐'는 물리적 분배보다는 하루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아내를 정서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남편의 태도와 마찬가지로 퇴근 후 조금이라도 함께 아이를 돌보려고 노력하는 남편을 알아주는 아내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책을 덮으며]

 

  어쩌면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상실과 애도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매 순간의 내 모습,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우리는 끊임없이 잃어 갑니다. 그 잃어 가는 것들에 대한 적절한 애도는 나의 삶을 조금 더 가볍게 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지요. 잘 잃어 가는 것이 나를 잘 지키는 것이기도 합니다.(234쪽)

 

  책 곳곳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는 물론, 각자의 자기 '회복'을 위해서는 '상실'과 '애도'라는 의식이 충분히 진행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비움으로써 채운다는 말처럼, 잃어감으로써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역설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는 살면서 저마다의 무의식적 욕구와 욕망에 대한 원인 혹은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상실을 허용하고 충분히 애도하지 않은 감정들은 그 모양을 달리하며 끝없이 돌아오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 안에서 진정한 상실과 애도를 경험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를 엄마와 딸에게 적용해보자면 어미 닭이 그동안 알을 품으며 느꼈던 만족감을 포기하는 일이 상실에 해당하며, 병아리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견디는 과정을 애도라고 부를 수 있다. 이른바 줄탁동시(?啄同時)의 심리학인 것이다. 엄마와 딸 사이의 심리적 탯줄을 끊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책 제목만으로도 누군가에는 격한 공감으로 일독의 욕구를,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정할 수 없는 반감을 불러 일으킬지도 모르겠다. 일단 책을 읽고 나면 엄마의 감정, 시선, 결핍, 모성, 남편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국 자신과의 대화이자 자기를 들여다보는 행위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이해가 바로 회복의 첫 단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엄마답게, 딸답게가 아니라 '오롯이 나답게' 사는 삶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끝으로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이 주는 눈치밥 말고 한 공기의 사랑을 원하는 남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1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6 댓글 20
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엄마가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해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2 | 2021.02.14 리뷰제목
엄마에 대한 내 감정은 복잡하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엄마를 물론 사랑하지만, 가끔은 엄마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엄마하고 대화를 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렇게 복잡할 것 없이 엄마가 그저 좋기만 했는데, 엄마에게 내 모든 걸 말해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왜 이럴까. 나만 이러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리뷰제목

엄마에 대한 내 감정은 복잡하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엄마를 물론 사랑하지만, 가끔은 엄마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엄마하고 대화를 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렇게 복잡할 것 없이 엄마가 그저 좋기만 했는데, 엄마에게 내 모든 걸 말해주고 싶었는데, 지금은 왜 이럴까. 나만 이러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나처럼 엄마와의 관계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에 대한 감정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내가 엄마를 생각하는 감정이 복잡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왜냐면 엄마도 나를 복잡한 감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나를 그저 딸로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분신으로 보기도 하며, 때로는 또래 친구와 같이 질투할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딸을 보는 엄마의 감정은 매우 복잡합니다. 엄마가 어린 시절에 홀대 받으면서 자랐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딸에게 투영시켜 자신의 부모와 같은 방식으로 딸을 홀대하기도 하고 소외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딸아이에게서 발견할 때에는 불안해하고 불편해하면서 어떻게든 그 부분을 없애려 하지요. 또한 엄마가 결핍이 많으면, 지나치게 퍼붓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상하기도 합니다. 엄마가 딸아이를 타인으로 대하지 않고, 어린 자신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이죠. (p.20)"

 

 

이 문장이 엄마에 대한 감정이 점점 복잡해지게 된 이유를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나는 엄마가 자신의 어린 시절 결핍을 나에게까지 전이시키는 것이 미웠고, 엄마가 나는 자신과 다르기를 바란다면서 내 꿈을 주저앉히는 것이 짜증났다. 요약하자면, 엄마가 나를 딸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일부처럼 생각하는 게 부답스럽고 화가 났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감정이 갈수록 복잡해졌던 것 같다. 

 

 


 

 

엄마의 결핍을 고스란히 물려받다


엄마가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다고 했다. 엄마는 마흔이 다 될 때까지 엄마 얼굴 한 번 못 보고 자랐다. 외할아버지는 노름에 빠져 있어서 엄마를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다. 엄마의 양육은 할머니가 담당하게 되었단다. 할머니는 무뚝뚝하고 약간은 차갑기도 한 분이었다고 엄마는 말했다. 그래서 엄마는 어릴 적에 자기 감정을 어디에도 털어 놓을 데가 한 군데도 없었다고 내게 말했다. 오직 나에게만 한 이야기다. 우리집은 딸 둘에 아들 하나이지만, 엄마는 이런 내밀한 이야기를 오직 나에게만 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엄마에 대해 가장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나다. 나는 그 지위가 좋으면서도 불편했다.

 

어려서 감정을 털어 놓을 때가 없었던 엄마는 감정이 드문 사람으로 성장했다. 감정, 그게 엄마의 결핍이라면 결핍이었다. 엄마는 남들은 보면 눈물을 펑펑 흘린다는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감정의 동요가 거의 없다. 거의 울지 않는 엄마는 남이 우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싫어하기까지 한다. 문제는 내가 울음이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엄마는 내가 울면 혼을 냈다. 울지 말고 똑바로 할 말을 하라고 했다. 엄마는 내가 허구한 날 운다고 생각해서 내 눈물을 지겨워했다. 나도 오기가 생겨서, 내가 우는 걸 싫어하는 엄마 앞에서 울고 싶지 않았다. 엄마에게 하지 않는 이야기가 점점 많아졌다. 나중에는 엄마에게 좋은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또 운다고 한 소리를 들을 까봐, 엄마에게 속상한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되었다. 나도 엄마처럼 내 속상함을 털어 놓을 곳이 없어졌다. 엄마의 결핍이 나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나는 엄마를 닮았다. 그리고 엄마는 그걸 혐오한다.


엄마는 자기가 이상주의에 한 때 빠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엄마는 자기 삶만 쾌적하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큰 꿈을 가진 젊은이였다. 엄마는 개인의 영달보다는 전 세계의 풍요를 바랐고, 그걸 이루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 운동에 열심히 참여했다. 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엄만 사회 운동을 하는데 뛰어 들었다. 

 

엄마는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었다. 조금 더 현실적이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그 때 사회 운동을 하는 대신에 선생님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말을 엄마는 종종 하고는 했다. 현실적인 기반 없이 이상을 달성할 수는 없는 것인데, 젊을 때에는 그걸 모르고 현실적인 기반을 다지는 데에 소홀했다고 고백헀다. 만약 지금 선생님이었다면, 월급도 충분히 나오고 연금도 많이 나올 테니 집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좀 더 뚜렷하게 낼 수 있었고, 아빠에게 뭔가를 더 강력하게 요구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워하셨다.

 

엄마는 딸인 나는 자신과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라셨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이상적이라고 보일 수 있는, 큰 꿈을 꾸는 것을 싫어했다. 엄마만큼 너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고, 엄마만큼 나를 잘 알고, 엄마만큼 내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는 이유를 들며, 엄만 내 큰 꿈을 어떻게든 주저 앉히려고 했다.  

 

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꿈에 대한 자신이 없기도 하고, 이 꿈을 말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이 어떨까 싶어서 꿈을 마음 속에 꽁꽁 숨겨 왔다. 그러다가 참을 수 없는 지경이 와서, 엄마에게  어렵게 내 꿈을 고백했다. 엄마는 단칼에 나는 그걸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우가 되기에 나는 얼굴이 너무 크고, 무다리이며, 매력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배우가 된다면 평생 가난하게 살 거라고 했다. 엄마는 내가 성실하고 착실하니, 공무원을 하면 잘 맞을 거라고 했다. 배우와 공무원, 그 두 가지 사이의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엄마가 나를 진짜 사랑해서 한다는 그 말이, 내 가슴 속에 아프게 박혔다. 그 말들은 평생 빠지지 않는 가시로 남았다. 

 

배우라는 꿈이 쉽게 응원해줄 수 있는 꿈이라는 건 안다. 엄마의 말대로 내가 배우가 되었다면 나는 무명을 벗어나지 못해 평생 가난하게 살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배우가 되겠다고 어렵게 고백했을 때, 엄마가 내 꿈을 주저 앉히기 위해서 했던 말들이 평소에 엄마가 나를 생각하는 나인 것 같아서 너무 상처받았다. 엄마는 평소에도 나를 보면서 내가 얼굴이 크고, 무다리라는 것만 생각했을까. 엄마는 나에게 맞는 최적의 직업이 공무원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 걸까. 엄마에게 나는 그 정도의 가능성밖에 없는 자식일까.

 

그 뒤로, 나는 배우가 되는 걸 완전히 포기했다. 그게 전적으로 엄마의 뼈아픈 조언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주변에서 아무리 좋지 않은 말을 해도, 그 꿈에 대한 자신이 있었더라면 나는 여전히 배우가 되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그 말이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면서 해줬던 말들이 너무 버거웠고, 엄마의 사랑도 버거워졌다.

 

 

엄마가 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어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무도 몰라주었던 마음을 누가 마침내 알아준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엄마도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는 다 읽은 책을 엄마 침대 옆 협탁에 내려 놓았다. 자기 전에 책을 읽는 엄마가, 이 책을 발견하고 무심코 읽어야 겠다는 마음을 먹어주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엄마가 나를 자기 자신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한 명의 인간으로 봐주길 바라면서. 

 

엄마는 종종 내가 많이 변한 것 같아서 서운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엄마한테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다 말해주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면서 서운헀단다. 지금은 열 번 물어야 한 번 간신히 대답을 듣는다면서, 뭐 때문에 내가 갑자기 이렇게 무뚝뚝한 딸이 되었는지 엄마는 궁금해하기도 했다. 

 

나는 엄마에게 상처 받았다. 하지만 엄마에게 상처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면, 엄마가 또 상처받을까봐 엄마에게 엄마가 남긴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다. 그 대신에 나는 엄마와 대화를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더는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 상처 받을 일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게 엄마의 서운함이 되었다. 

 

이 책이 내가 엄마에게 차마 상처가 될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대신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몰래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둔 이 책을 하루에 한 번씩 확인하고는 한다. 1장이 끝나는 부분에 책갈피가 끼워져 있었다. 엄마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제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가감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이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샘솟는다. 

 

 


 

1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5 댓글 13
종이책 주간우수작 엄마(부모)와 딸(자식)의 관계, ‘사랑’ 뿐일까?『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p*******3 | 2021.02.28 리뷰제목
엄마(부모)와 딸(자식)의 관계, ‘사랑’ 뿐일까?         요즘 나의 엄마는 노년기 우울증상을 보이는 듯하다. 엄마는 자신에 대한 무가치함과 지난 삶에 대한 과도한 후회와 자책, 자식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는 무능감 등이 엄마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엄마 자신에 대한 지나친 비난 때문에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자신마저도 무
리뷰제목

 

엄마(부모)와 딸(자식)의 관계, ‘사랑’ 뿐일까?

 

 

 

  요즘 나의 엄마는 노년기 우울증상을 보이는 듯하다. 엄마는 자신에 대한 무가치함과 지난 삶에 대한 과도한 후회와 자책, 자식들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는 무능감 등이 엄마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엄마 자신에 대한 지나친 비난 때문에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자신마저도 무엇인지 모를 죄책감에 빠지는 등 나쁜 감정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한다. 엄마는 청춘을 다 바쳐 오로지 자식들을 키워냈으면서도 지난시절 자식들에게 잘 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 하고 있는데, 엄마가  생각하는 ‘엄마노릇’에 대해 자식들이 이미 다 성인이 된 지금 후회하고 자책한다 해서 엄마에게 이로울 것이 없음에도 왜 끝없는 자기멸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

 

  「많은 여성들, 특히 엄마들은 아이가 아프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에게 집중하기보다 내 탓이면 어쩌나 하는 죄책감을 먼저 갖게 되고, 이 죄책감은 또 다른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죄책감은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한 자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아이 자체보다는 나를 먼저 걱정한다는 말이지요. ‘내 탓일까 봐’의 불안, ‘나쁜 엄마일까 봐’의 불안(27쪽)」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감정 같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로서 타인에게 보여 지는 삶, 그러니까 아픈 아이를 충실히 집중하기보다는 보여 지는 ‘엄마역할’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엄마는 딸이 초등학교 5학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딸에게 온갖 하소연을 다하는 엄마가 있다. 그 엄마는 그런 딸과의 관계를 ‘친구 같은’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나는 어린 딸이 오히려 엄마의 하소연을 들어주면서 엄마노릇 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 적이 있다. 그 엄마의 딸은 「부모의 욕망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욕망을 좇아온 우리는 자신이 향하고 있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권위자가 욕망하는 대상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그러고는 알 수 없는 내적 갈등과 죄책감, 혼란, 소외를 겪으며 심리적 고통을 경험(81쪽)」하게 된다는 것처럼 딸로서 충분히 받아야 할 사랑과 수용을 받지 못하면서도 오히려 엄마의 말을 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심리적 고통을 겪을 것은 자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엄마로서의 역할과 딸로서의 역할은 구분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엄마 자신의 결핍과 결핍감이 심할수록 아이를 통해 그 결핍을 해소하고자(34쪽) 한다면 엄마와 딸은 겉보기에는 서로 이해관계가 좋은 것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내면으로는 고통받기에 충분하다.

 

  ‘모든 어머니는 위대하다’라는 말은 예전에도 틀린 말이었지만 요즘에 들어보면 ‘어떤 어머니들은 위대하다’라는 말로 고쳐 쓰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자식에 대한 학대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모든 어머니는 위대할까, 모든 어머니의 모성은 아름다울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아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엄마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 사랑이라고 자신을 속이면서 실제로는 아이를 자신의 욕망의 대상으로 삼거나 동일시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지요. 엄마가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사회가, 세상이 만든 환상이고, 모성신화이기도 합니다. (155쪽)」처럼 자녀학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정형화된 모성에서 벗어나는 엄마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어쩌면 사회가 만들어 놓은 모성으로 인해 그것에 부합되지 않으면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엄마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내가 사랑을 받지 못해서요”, “내가 상처가 많아서요”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해서, 상처가 많아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변명이나 핑계를 대는 것(250쪽)」은 자신의 결핍을 핑계로 마땅히 행해져야 할 부모로서의 일을 행하지 않거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은 어쩌면 미성숙한 어른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

 

  책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를 읽으며 나는 엄마를 우울하게 만들었던 ‘엄마노릇’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나의 엄마는 이런 후회와 죄책감, 자책으로 스스로 엄마 자신을 보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좀 이상한 말 같지만 이런 자신에 대한 비난은 과거 자식을 키우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되어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잘못들에 대해 자책이나 자기원망 등의 벌을 통해 보상하는 것, 즉 벌을 받고 있으니 잘못은 어느 정도 상쇄되는 식의 심리적 위안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가  '너희들을 잘 키우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라는 말을 할 때마다 알 수 없는 절망감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엄마의 자식들이 엄마의 마음에 흡족하지 못하다는 뜻으로도 들리기 때문이다. 어쩌면 엄마는 자식들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엄마의 능력이 자식들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는 무능감, 그러니까 스스로의 무능력 때문에 괴로운 마음이 드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모성이 반드시 자녀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숭고하다는 모성까지도 일정부분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모성에 대한 모독일까. 이렇게 인간은 이기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사랑하며 조금은 이상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물론  엄마에 대한  나의 이해가 온전히 옳다고 볼 수는 없다. 이것은「우리의 기억은 선택에 따라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부모와 자식의 기억이 판이한 것은 우리가 결국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혹은 그것이 고통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적 이득이 있는 쪽으로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결핍을 선택함으로써 끝없이 갈망하고 욕망할 수 있는 것이지요. 끝없이 나약한 사람으로, 결여된 자로 요구를 멈추지 않을 수도 있는 것(126쪽)」처럼 나를 피해자나 결여자의 위치에 두고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것은 나 또한 나의 심리적 편안함을 위해 내게 이로운 방법으로 엄마의 우울에 대해 재해석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우리가 틀린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면 피차가 괴로운 일이다. 부모든 자식이든 상대를 위한다는 미명아래 자신을 희생시키거나 자신을 위해 상대를 착취하는 일은 결국 삶에 대해 끊임없이 결핍을 재생산해내고 삶을 역기능적으로 작동하게 한다. 이렇게 자신과 자신의 삶이 불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우선 내 시선이 누구의 평가와 가치, 판단으로 얼룩져 있는지를 탐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를 통해서 나와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89쪽)」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내 지난 시간들을 나는 왜 그렇게 하찮게 취급하고 있었던 것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과도하게 미화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 ‘있었던’그 시간을 나는 왜 충분히 내 안에서 재해석하고 소중하게 상징화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270, 271쪽)」하는 것처럼 ‘있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좋은 날들’에 대해 충분히 확신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과거가 송두리째 없었던 것은 아니므로 지속적으로 원망하고 자책하기 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으며 무엇이 결핍이 되어 있는지 오로지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결핍을 충족시키거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기능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라고 해서 관계가 무한히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그 사이에 오로지 사랑만이 존재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이전에 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욕구가 있기에 이것들이 충분히 충족되거나 해소되지 않는다면 불편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때로는 엄마(부모)로서의 혹은 딸(자식)로서의 과도한 책임감에서 벗어나는 것도 자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쾌락과 만족을 실현시킬 권한을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는다”(279쪽)」라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이것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어떠한 상황에서도 온전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오자로 여겨지는 부분.

248쪽 위에서 부터  세번째 줄 : 엄마 입장에서는 지치기도 ‘있고’  -> 지치기도 ‘하고’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5
종이책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평점10점 | l********m | 2020.07.30 리뷰제목
사람들이 곧잘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아들만 가진 엄마에게는 '아휴 힘들겠다.' 하는 말이고, 딸이 하나라도 있는 집에는 '딸이 있으니 그래도 수월하겠다' 라는 말이다.  아이 키우는것이 어디 쉬운게 있겠냐만, 딸이 있으니 좀 낫지 않냐는 말에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내가 딸하나 아들하나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딸이 정말 예민하다는 것이다.  성격이 까칠한 것을 말하는게
리뷰제목

 사람들이 곧잘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아들만 가진 엄마에게는 '아휴 힘들겠다.' 하는 말이고, 딸이 하나라도 있는 집에는 '딸이 있으니 그래도 수월하겠다' 라는 말이다.

 아이 키우는것이 어디 쉬운게 있겠냐만, 딸이 있으니 좀 낫지 않냐는 말에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내가 딸하나 아들하나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딸이 정말 예민하다는 것이다.  성격이 까칠한 것을 말하는게 아니라, 부모의 감정과 자신이 놓여진 상황의 분위기와 흐름 등을 놀라우리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캐치하는 것을 말한다.

 때로 나도 모르게 피어오른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고 싶을 때도 딸은 기가막히게 엄마의 표정을 알아채고는 눈치보는듯한 행동을 하는데, 그런 걸 보면 내가 아이에게 좋은엄마가 아닌것 같아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

정신분석 상담 전문가 박우란의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바로 이 '좋은 엄마'라는 굴레에 갇혀 버린 이들, 엄마와 딸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춘 책이다.

[프롤로그. 우리는 엄마라는 세상과 얼마나 사랑을 주고 받았을까요? 내가 주고받았다고 믿는 그것이 진짜 사랑이기는 했을까요? 사랑에는 분명 독성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이 책에는 이렇듯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이 겪는 집요한 모녀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이 딸 키우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담긴 육아 참고도서일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누군가의 딸이기도 한 바로 엄마인 나 자신에 관한 책이었다.

아이에게 과연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

[p44. 상징적으로 어머니를 대지(大地)에 비유하는데, 대지는 비옥함으로 인간을 돌보기도 하지만 그 대지가 메마르고 척박해질 때 갈라지고 그 갈라진 틈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고 집어삼키기도 하지요. ]

아직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의 아이에게 엄마는 대지이고 신이다. 우리가 신을 의지하기도 하지만 두려워하기도 하듯이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인것이다.

화를 못이겨 아이에게 퍼부을 때가 있다. 아이가 잘못을 해서 화가 났을때도 있지만,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는 일이 내 기분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또 좋은엄마가 아닌 것 같은 죄책감에 슬퍼지고, 아이는 또 자신이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위축되고 만다.

여자가 남자에 비해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각종 연구결과로도 밝혀져 있는데, 바로 이런 뛰어난 공감능력으로 인해 여자아이들은 엄마의 감정에 쉽게 침잠된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딸과 아들을 모두 키우는 나같은 경우 쉽게 범할 수 있는 실수가 있었다.  엄마의 요구나 감정을 재빨리 알아차리는 딸의 반응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기고, 상대적으로 무딘 아들보다 딸에게 더 많은 요구와 포기, 양보를 은근히 강요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작은 여자아이였던 내가 떠올랐다. 엄마는 칭찬에 인색했다. 나는 엄마에게 칭찬 받고 싶어 몸부림치던 꼬마였다.  엄마가 울면 내가 잘 못해서 그런것 같아 속상해 하던 어린 아이때로 돌아가 내 엄마를 생각했다.

나의 무의식속에 엄격했던 엄마에 대한 기억과 어린 내가 여전히 남아 불쑥불쑥 감정을 쏟아내는 기폭제가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무의식속에 남아있는 상처와 고통을 제대로 떠나보내지 못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상담사례를 제시하여 설명해 주었는데, 그 사례들 중 일부는 마치 나같기도 엄마같기도 하여 생각보다 많은 모녀관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엄마' 라는 프레임은 사회가 덧씌운 것일 뿐이라는 걸 책을 통해 알았다.

[p123-125, 좋은 엄마란 없습니다. 내 모습인채로 충분히 내 아이와 개별적이고 독특한 관계를 맺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요.(중략) 대외적으로 아무리 좋은 이미지와 좋은 사람인 엄마라도 내 엄마로서 개인적인 기억으로 체화되어 있지 않으면 무의미한 것이죠. 나쁘기만 한 엄마도 없으며, 좋기만 한 엄마도 없습니다. ]

그저 내 아이와의 특별한 기억을 공유한 OO이만의 엄마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한다.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딸을 위한 책이었다.

나의 엄마이자 할머니의 딸이기도 한 엄마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함께 읽고 무의식속에 남아있는 상처받은 어린 자신을 발견하고 애도할 수 있다면, 좀 더 건강한 모녀관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엄마와 딸에게 늦은시간이라는 건 없으니까.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0
종이책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평점10점 | c********3 | 2020.08.12 리뷰제목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너무나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아서 정독을 했거든요.저에게 '엄마'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복합적인 것 같아요.이해 안 가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요즘 어떤 이유로 연락 잘 안 하고 있는데가슴 한구석에 불효녀가 된듯한 죄책감이 있었어요.그러던 중 읽게 된 #딸은엄마의감정을먹고자란다딸이기도 하고 딸 엄마
리뷰제목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너무나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아서 정독을 했거든요.

저에게 '엄마'하면 떠오르는 감정은 복합적인 것 같아요.

이해 안 가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요즘 어떤 이유로 연락 잘 안 하고 있는데

가슴 한구석에 불효녀가 된듯한 죄책감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읽게 된 #딸은엄마의감정을먹고자란다

딸이기도 하고 딸 엄마이기도 한
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내 딸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도움이 많이 된 책이네요.

딸 임신하고 진짜 자주 들은 소리가

"잘됐다~ 딸 하나는 꼭 있어야 해"

왜?? 딸은 태어나기도 전부터

 엄마와 친구가 될 것을, 효를 강요받고

감정쓰레기통 노릇도 해야 하는지

너무 이해가 안 갔어요.

전 딸을 정말 사랑하고 무조건 지지해줄 것이지만

이 책에 나온 것처럼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기보다

힘들겠지만 딸과 사랑의 거리두기를 하며

나 자신의 삶과 나의 상태를 더 살펴보도록

노력해야겠어요.

딸을 키우는 엄마라면 소장용 책으로 추천해요.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한줄평 (88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9.4점 9.4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