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를 읽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7월의 책으로 같이 읽게 되어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책꽂이에 있던 것을 꺼내보니 포스트잇도 군데군데 붙어 있네요.
레버리지
부제: 자본주의 속에 숨겨진 부의 비밀
by 롭 무어
내가 이 책 읽은 것 맞아?
읽은 표시는 있는데 왜 머릿속은 하얗지?
머리가 나쁜 걸까?
대충 성의 없이 페이지만 넘긴 걸까?
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 대충 읽은 것 같진 않은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2만 권의 장서로 유명한 다독가 이동진 님의 말이 생각나네요.
까먹었다 해도 읽는 동안 끄덕였다면
뇌의 전기 회로에
전기 화학적 반응이 일어났을 것이다.
뇌의 배선에 불이 들어왔다면 결코 헛된 것은 아니다.
제게 필요한 위안의 말이라서 기억을 하고 있네요.
그래 이 책을 읽었으니까 '내 뇌의 회로 속 어딘가에 남아 있음에 분명해 '
믿고 다시 읽어보기로 합니다.
재독하는 것이니 이번에는 뭔가 찐하게 건지는 게 있을 거야.
이동진 님이 이어서 한 말을 기억 속에서 꺼내보았습니다.
남는 독서의 방법은?
메모하며 읽어라.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메모하는 게 아니라, 메모하면서 기억하는 것이다.
줄치거나 동그라미 하는 것도 남는 독서의 방법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설명하라.
이야기하면 그것이 가장 남는 독서방법이다.
메모하며, 줄치며 레버리지를 다시 읽었습니다.
레버리지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온통 레버리지 이야기였네요.
레버리지는 대출할 때 쓰는 용어였는데.
부제로 자본주의 속에 숨겨진 부의 비밀이라고 되어 있어서
성공학 관련, 투자 재테크, 경영 경제 비즈니스 도서로 분류된 것 같은데 읽어보니
오히려 심리학, 사회학 쪽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부자학이나 성공학에 관심 많은 한국 독자를 겨냥해서 번역하면서 매력적인 부제를 썼다고 보이네요
책 내용이 어렵지 않게 쓰여있고 두껍지 않아 원서를 주문할까 생각 중입니다.
원제가 Life leverage인데 번역하면서 life가 조용히 빠져서 의아한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을 어떤 사람이 읽느냐?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이해하는 정도나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를 수 있기에
센스 있는 번역이란 생각도 드네요.
2년 전 읽을 때와 지금의 나는 상황도 생각도 많이 다르기에 느낌도 완전히 다릅니다.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역시 있었네요.
나에게 레버리지란?
당신은 레버리지가 있습니까?
첫 서문에 저자가 물어봅니다.
"물론 있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은행 대출을 이용해서 집을 샀고, 재테크를 하고 있으니 당연히 레버리지가 있다고 대답한 것.
저자가 30대 젊은 백만장자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5만 파운드 빚더미에 있던 저자가 3년 만에
어떻게 그것도 30대에 그리되었을까?
금수저로 태어난 것은 아닐 텐데..
백만장자로 만든 것은 바로 자본주의였네요.
EBS 다큐 프로그램 '자본주의'가 생각나네요.
새로운 눈을 뜨게 했던 프로그램이었죠.
저자는 "돈은 그리 버는 게 아닙니다"라고 큰소리 빵빵 칩니다.
30년간 근로소득에 메여 지낸 저는 여기서부터 기가 죽네요.
이 책은 레버리지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이전에 알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버리는 책이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면 할수록 결과는 비례한다는 게 교육을 통해 내가 배운 성공학 1법칙이었죠.
하지만 이것은 부자들의 법칙이 아니란 것을 설파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레버리지는?
노동과 희생의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자본을 증식하는 새로운 부의 공식.
매 순간 최고의 가치를 누리는 라이프스타일.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자본주의에서 생존하는 것.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지 않는 것.
제한된 시간에서 최대한의 output을 내는 것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톱니바퀴를 이용하는 것.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남에게 맡기는 것.
부족한 타인을 인정하는 것.
능력 있는 나 혼자 다 하면서 살 수 있다고 자신하지 않는 것.
내가 직장에서 너무 유능한 게 함정이었어요.
내가 유능하니 남을 믿지 못하고 모든 일을 내가 다 해야 직성이 풀렸어요.
직장에서 대충 시간 때우며 어영부영하고 일을 부탁하는 사람을 속으로 능력 없다고 경멸했어요
결국 내 에너지를 직장에 90프로 이상 쓰고 집에 와서 탈진한 상태로 지낸 것이 현명한 행동이었는지.
나 자신이 나에게 노예였다는 것.
레버리지 당한 삶이란 걸 깨닫는 순간
심장이 멎는 충격이네요.
처음 읽었을 때는 어떤 생각으로 표시했는지
다시 읽어보니 완전 저 같은 사람에게 하는 뼈 때리는 충고인 것을 알게 되네요.
물론 기업 경영자가 아니기에 다를 수 있지만
집안일이나, 내 시간을 활용하는 것에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어요.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레버리지의 의미를 깨달은 지금부터
나는 레버리지를 할 것이라고 결심합니다.
가족은 레버리지 하지 말라고 농담 삼아 작가가 말하는데 저는 남편을 레버리지 할 것입니다.
청소가 서툴러도, 세탁기에 빨래를 구분 없이 막 돌려도, 설거지가 밥풀이 그냥 남아 있어도
두 눈 꾹 감고 참아가며 레버리지 할 겁니다.
워킹맘으로 아이들 키울 때
남을 못 믿는 성격이라 집안일도 레버리지 못하고
혼자 슈퍼맘 자처한 것 반성합니다.
손흥민이 청소 잘한다고 청소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축구 연습해야죠.
"낭비된 시간, 소비된 시간, 투자된 시간" 부분을 읽으며 반성합니다.
일어날 확률이 희박한 일을 지레 걱정하며 낭비한 시간. 직장에서 맘에 안 드는 사람을 혼자 미워하느라 낭비한 나의 감정과 에너지와 시간들.
남의 험담을 하며, 남의 실수를 까발리며 희희낙락하며 보냈던 시간.
내가 완벽하다는 착각에 빠져 남을 내 잣대로 재면서 우월감에 사로잡혔던 많은 나날들을 반성합니다.
때로는 너무 완벽을 기하느라 시간을 많이 쓰고
때론 너무 대충 해치워서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던 많은 일들은 나에게 소비된 시간이었네요.
가성비, 가심비가 떨어지는 시간 사용을 앞으로 철저히 배제해야 하겠네요.
멀티로 한다는 착각으로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소비된 시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집중과 몰입을 통해 효율적인 결과를 내야 하는 것도 깨달았고요.
혼자 살고 계신 친정엄마를 자주 찾아뵙는 것은 결코 낭비되거나 소비된 시간이 아니기에
엄마와의 시간을 소중히 가져야겠습니다.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친구와 전화통화하는 것도 소비하는 시간이 아님을 인식하고 친구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채팅방에서도 성의껏 답을 써야겠어요.
칸트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동네를 걸어지나 가서 그가 지나가는 것에 맞춰 시간을 알았다는 일화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루틴은 고루하고 지겨운 것이 아니라 소비된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인식하고 주중과 주말의 루틴을 잘 짜야겠습니다.
미라클 모닝의 루틴을 정해서 기계적으로 하도록 일정을 적어볼 계획입니다.
투자시간을 확보하고 점점 늘려나가려고 합니다.
하루 일과를 시스템화해서 낭비된 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려고 합니다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독서를 통해 성공한 이들의 지혜와 충고를 들어야 합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내 몸을 내가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돈을 투자해서 이자를 받고, 주식 투자로 배당을 받고 부동산 투자로 시세차익을 얻는 것입니다
시간 투자를 통해 시간을 벌어야 하겠습니다.
메시지가 너무 명확하고 분명하기에
오히려 처음 읽었을 때 그냥 포스트잇 몇 장 붙이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이해한 것에 그치지 말고
당장 실천하는 것이 레버리지 당하지 않고
나의 하루의 가격을 높이는 길이 되겠죠.
수많은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에 녹아있는 핵심은
자신의 인생을 레버리지 한 것이라는 단순 명백한 진리였던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유능하다는 자만 때문에
그간 레버리지 당한 나의 시간을 어떻게 회복할지 생각하며 살아야겠네요.
레버리지
- 저자
- 롭 무어
- 출판
- 다산북스
- 발매
- 2019.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