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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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푸가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리뷰 총점 9.3 (6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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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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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별의 푸가』당신이 떠나면 부재가 남는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19.07.04 리뷰제목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별과 마주한다. 때로는 사랑하는 연인과 때로는 사랑했던 친구와 혹은 가족과 이별한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이별은 고통스럽다. 그 순간에는 고통스럽다 여기지 못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고통이 심해지는 경험을 몇 번쯤은 해봤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어봐도 이별한 사람이 돌아오기란 드물다. 삶에서 마주한 이별들의 푸가, 이 책이 그렇다.  가장 고
리뷰제목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별과 마주한다. 때로는 사랑하는 연인과 때로는 사랑했던 친구와 혹은 가족과 이별한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의 이별은 고통스럽다. 그 순간에는 고통스럽다 여기지 못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고통이 심해지는 경험을 몇 번쯤은 해봤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어봐도 이별한 사람이 돌아오기란 드물다. 삶에서 마주한 이별들의 푸가, 이 책이 그렇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이별은 아무래도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었다. 이별을 통보받았을때의 고통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그때의 아픔이 가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아련한 기억 뿐이지만 다시 마주하기 불편한 사람. 마주치면 모른 척을 해야할까, 반갑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애매한 순간이다.

 

어딘가로 여행갔다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행 뒤끝의 아쉬움과 꽤 닮아 있었다. 물론 여행지는 다시 갈 수도 있지만 함께 했던 사람들과 다시 그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 않나. 밤바다를 걸었던 일, 아침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셨던 일, 꽃들 속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던 일. 어쩌면 이별은 다시 오지 못할 모든 순간일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안다. 너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걸. 너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걸. '..... 없다는 것', 그 부재를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다. 느껴지지도, 붙잡히지도, 만져지지도 않는다. 엄연하고 엄중한 사실이건만, 나는 그걸 너무 분명하게 알건만. (68페이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별의 순간을 담은 글이다. 김진영이라는 이름은 익숙했지만 정작 글은 한번도 읽지 않아서 안타까웠던. 그래서 나에게 책을 읽을 기회가 다가왔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년에 유명을 달리한 작가는 모든 이별과 부재의 순간을 짤막한 글로 나타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학 작품의 혹은 노랫말을 말하며. 그러고보면 모든 문학 작품과 노랫말처럼 우리의 삶을 닮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이별 그리고 부재. 만지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부재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당신이 떠나면 부재가 남는다. 나는 떠난 주인을 잊지 못하는 노예처럼 당신의 부재 앞에서 꼼짝도 않는다. 그러다가 바위가 쪼개지듯 둘로 분열한다.  (119페이지)

 

산다는 건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시간 속을 지나간다는 건, 매 순간 우리가 우리를 떠난다는 것, 우리 자신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매 순간 존재하는 단 한 번의 우리와 매 순간 이별하면서 매 순간 다음 순간의 우리로 달라진다는 것, 그것이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 그것은 매 순간 우리 자신과 이별한다는 것이다. (139~140페이지)

 

아마 죽음 앞에 서 있던 작가가 삶의 모든 순간을 이별로 보지 않았을까. 자신이 떠나가는 것도,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가야 했던 것도. 결국 자신의 마음을 떠나보내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게 이별 앞에 서 있는 우리의 감정일 것이다. 살아있다는 건 누군가를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 함께 했던 추억의 시간을 꺼내어 들여다보며 그 시간과 이별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부재 앞에서 당신을 생각한다는 것, 그건 당신에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멀리 있다는 것이다. 그건 어떤 상태일까. 나는 당신에게 매달려 있지만, 당신은 나에게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가장 뜨거우면서 가장 차가운 사람이다. 나의 머리는 온통 당신으로 가득해서 터질 것 같지만 ..... (170페이지)  

 

오늘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 모든 것과 이별하는 시간일지도 모르는 시간속에 머물고 있다. 함께하고자 했으나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모든 이별의 순간을 마주하고 썼던 글들이다. 자신의 감정을 시간 속에 침잠시키는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사진 속에 저장된 추억의 순간들. 그 부재가 주는 아픔과 고통을 겪으며, 모든 이별의 순간들을 떠올리는 글들이었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았다. 우리가 겪어왔던 지금도 겪고 있을 수많은 이별의 순간을 부재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감정들을 담았다. 공감하며 기억하고 싶었다. 여운이 깊은 문장들을 다시 읽으며 김진영이라는 이름을 되새겼다. 지금은 부재하고 없는. 영원히 살아숨쉬는 그의 글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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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별의 푸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g********r | 2019.07.07 리뷰제목
돌아보면, 당신은 내 곁에 있으면서도 또 늘 결핍으로 부재했다. 당신은 한번도 나에게 온전히 실재하지 않았다. (p.114) 누군가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한 들, 그 사람이 온전히 내 곁에 존재하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아보면, 정말 단 한 순간도 완전히 존재하는 사랑은 없다. 나 역시도 그 누군가에게 완전히 머물러있던 적은 없었으리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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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당신은 내 곁에 있으면서도 또 늘 결핍으로 부재했다. 당신은 한번도 나에게 온전히 실재하지 않았다. (p.114)








누군가를 아무리 사랑한다고 한 들, 그 사람이 온전히 내 곁에 존재하는 순간은 얼마나 될까?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아보면, 정말 단 한 순간도 완전히 존재하는 사랑은 없다. 나 역시도 그 누군가에게 완전히 머물러있던 적은 없었으리라. 사랑이라는 것이 원래 타인과 타인이 만나 하는 개념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안다.








그의 책 아침의 피아노를 읽었었다. 솔직히 나는 책을 읽으며 저자 프로필을 그리 찾아보지 않는 편이라, 문장의 섬세함에 여자의 글이라고 생각했다가, 철학자 김진영 님의 글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의 사색이 이리도 깊은가, 그의 감정이 이리도 섬세한가 하고. 이번 책은 김진영 님의 글임을 알면서 읽었는데도 놀라웠다. 한 줄 한 줄,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책을 넘기는 손가락에 그의 눈물이 묻어나는 듯한 기분까지 느꼈다. 며칠 동안 그의 책을 붙잡고 있으며 지인들에게 이 책이 너무 좋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한 것 같다.

사실 나는 책 추천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에게 재미있는 책이 타인에게도 재미있으리란 법도 없고, 내게 소중한 책이 누군가에게 욕을 먹는 게 싫어서. 그런데 이 책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었다. 부담 없이 읽는데 마음에 맺힐 거라고. , 단 한 그룹은 빼고. 아직 이별의 아픔을 털지 못한 그대여. 부디 읽지 마오. 책을 넘기지도 못할 만큼 울게 될 테니.



 


-      빠져나가는 온기는, 감기 같은 추위는, 이미지가 되어 작은 구멍으로 떠오른다. 나는 몸 어딘가에 작은 구멍이 생긴 것만 같다. 그 구멍으로 몸의 온기들이 서서히 새어나가는 것만 같다. (p.45)


-      그리하여 나는 깨닫는다. 사라진 그 사람을 여전히 간직하는 건 나의 육체뿐이라는 걸. (p.56)



책을 읽다 보니 문득, 그저 사랑하던 누군가와의 이별이 아닌 더 깊은 상실을 느낀 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절절할 수 있을까. 혹 정말 연인과의 이별 후 이런 감정을 쓸 수 있다면, 그 떠난 이는 얼마나 깊은 사랑을 받았던가. 그는 그것을 알고 떠나는 것일까.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이가 수신자일까. 나는 몹시 가슴이 시려 책을 잠시 멈추어 읽었다. 그 때,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던 날이, 또 반대로 내가 상처 입던 날이 떠올라 마음이 텁텁해진다. 이제는 생경하게까지 느껴지는 오래 전 그 날의 이야기들.





-      부재의 공간은 당신이 만들었던 그날의 공간이다. ? (p.174)



내내 먹먹함으로 참아내던 마음이, 이 문장에서 터져버렸다. 나는 아주 오래 전 그때 울었어야 했던 것을 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울었다. 막연히 미안함이라고, 그냥 그 당시의 나는 누굴 사랑할 준비도 심지어는 내 자신을 사랑할 준비도 되지 않았던 것뿐이라고 그렇게 막연히 가지고 있던 내 감정이 오늘에서야 정답을 내린다. 빚처럼 가지고 있던 마음이 이제야 처음부터 빌린 게 없었음을 깨닫고 가벼워진다.






어떤 문장은 너무 현실적이라 아프고, 어떤 문장은 너무 감성적이라 아프다. 한겨례의 산문이 다 그렇듯, 이번에도 너무나 솔직하게 감정 어딘가를 건들이고, 나도 잊고 살던 어느 부위에서 눈물을 터트린다. 그리고 그 후, 너무나 시원해진다. 어른이란 게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할 때 되는 것임을 너무나 늦게 깨달아버린 나는, 오늘 마치 어른인 척 하고 살던 아이처럼 엉엉- 그렇게 목놓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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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별의 푸가 - 김진영 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7 | 2019.07.26 리뷰제목
김진영 선생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바르트? 이 책은 특히 '사랑의 단상'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한국의 바르트는 그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 그를 어떻게 칭해야 할까? 그를 호칭할만틈 나는 그를 잘 알지 못한다. 그는 매번 스스로 사랑이라는 길로 걸어갔고 이별을 잔인하게 통과했다. 인간은 양면적일 수 밖에 없다. 다정한면서도 냉정한 김진영 선생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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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선생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바르트? 이 책은 특히 '사랑의 단상'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한국의 바르트는 그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다. 그를 어떻게 칭해야 할까? 그를 호칭할만틈 나는 그를 잘 알지 못한다. 그는 매번 스스로 사랑이라는 길로 걸어갔고 이별을 잔인하게 통과했다. 인간은 양면적일 수 밖에 없다. 다정한면서도 냉정한 김진영 선생이라고 해두자. 하지만 다정에 방점을 찍는!!! 

 

김진영선생의 책을 만날 떄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으로 깊다. 내 마음이 다다르지 못하는 의식이 포착하지도 못하는 깊은 곳에 울림을 주는 파장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무엇때문일까? 

깊은 사유의 문장, 단단하면서도 다정한 마음의 문장에 책과의 이별을 계속 연기하고 유예한다. 되도록 천천히 한땀 한땀, 한문장 한문장, 한단락, 한단락 읽는다.

 

나는 책과 영화에서의 사랑과 이별에는 몰입하고 눈물짓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진짜 사랑은 항상 어려웠기에 선택하지 못했다. 지금의 사랑은 막다른 길에 몰리자 살기 위해 한 선택이다.(하하하 - 이건 우리 옆 사람이 보지 않기를-그렇다고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시 사랑을 찾아나서기에는 지쳤고 이제는 그런 기회조차 오지 않을 것이며 기회가 온다고 한 들 여전히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틀에 맞춰진 전형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나같은 사람에게 선생의 책은 내가 꽁꽁 싸매어둔 마음 깊은 곳을 들썩거리게 만든다. 마음이 시끄러워진다. 하지만 이런 들썩임이 시끄러워짐이 싫지 않다.

 

당신은 어떻게 내게로 왔을까?

 

쿤데라는 말한다. 모든 사랑의 만남도 떠내려옴과 건짐의 오래된 신화라고, 누군가가 대바구니에 실려 떠내려오고 누군가가 마침 그때 강가에 있다가 대바구니를 건진다. '마침 그때 거기에'라는 우연의 신화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만남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당신이 떠내려오고 내가 당신의 대바구니를 건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처럼 어떻게 막아볼 수 없도록 이미 시작되는 것이 있다. 벌써 시작되고 이미 출발해서 아무리 재빠른 이후의 노력들도 아무 소용이 없고 아무리 간절한 멈춤에의 소망도 너무 늦어버리는 필연적인 것,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것이 또 있다

 

당신은 본래 사랑의 주체가 아니라 이별의 주체였다. 당신은 그 누구와 함께 있었지만 사실은 아무와도 함께 있지 않았다. 누군가와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와 이미 이별하고 있었다. 당신이 만나서 사랑하고 싶은 존재는 언제나 단 하나의 존재, 천진스러워 고독한 당신 자신뿐이었다. 그래서 당신은 그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길을 강물삼아 늘 떠나가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아무도 없는, 당신만이 알고 있는, 오로지 당신만이 존재하는 그 어느 곳으로..

 

우리가 지난 사랑을 그토록 그리워하면서도 그 사랑을 다시 시작하려 하지 않는 건 이미 그를 전처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처럼 그 사람을 사랑하지도, 사랑할 수도 없다. 이미 지나간 사랑은 또 한번 전처럼 사랑할 수 없다. 걸음마를 흉내낼 수는 있어도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이것이 사랑과 마음사이의 비극이다. 그러면 다른 사랑을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떠난 사랑이 가르쳐준 사랑의 비의를 새로운 육체와 나누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육체는 무엇인가? 그건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육체가 옛사랑의 비의를 실현해주는 건 아니다. 옛사랑의 비의는 옛육체만이 실현한다. 새로운 사랑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사랑의 비의는 그 새로운 육체만이 가르쳐서 전수한다. 하지만 그걸 알았을 때 그 육체는 이미 없다. 이것이 사랑과 생 사이의 본질적 비극이다. 이 비극을 우리는 끈질기게 살아간다. 사랑이 이미 끝났다는 걸 알면서 사랑을 멈추지도 보내지도 못한다. 그렇게 사랑은 두번의 비극이다.

 

폴 발레리 "인간을 만들고 나서 신은 인간이 충분히 고독하지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인간에게 고독을 무한이 감당하는 능력을 다시 넣어주었다"

 

베냐민은 독서는 쓰여지지 않은 걸 읽는 일이다고 말한다. 아도르노는 말한다. 연주는 그려져 있지 않은 음표들을 연주하는 일이라고...

 

난 아직도 쓰여지지  않은 것은 읽지 못하지만

 

나는 책과 함께 계속 사랑할 것이고 이별할 것이다.

 

그래서 불행하냐고? 맞다 난 더 불행할 것이다. 하지만 난 더 깊게 행복할 것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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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별의 푸가 / 김진영 평점9점 | t******e | 2019.07.19 리뷰제목
이별과 부재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엮은 책이다. 저자에겐 어떤 못 잊을 이별이 있어 이토록 헤어짐에 대해 천착했을까. 읽다가보니 이별과 부재가 저자만의 특별한 추억이 아니라 보편적인 우리 삶의 과정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밝은 쪽보다 그늘진 쪽에 마음이 더 가는 사람들이 분명 있는 것이고,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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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과 부재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엮은 책이다. 저자에겐 어떤 못 잊을 이별이 있어 이토록 헤어짐에 대해 천착했을까. 읽다가보니 이별과 부재가 저자만의 특별한 추억이 아니라 보편적인 우리 삶의 과정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밝은 쪽보다 그늘진 쪽에 마음이 더 가는 사람들이 분명 있는 것이고, 저자도 그쪽에 속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만남의 설렘보다는 이별 후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그 마음을 나누려는 사람. 아픈 사람을 위로 할 수 있는 것은 가벼운 즐거움일 수도 있지만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와 서로 나누는 다독임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이별과 부재 때문에  아픈 사람들에게 분명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다. 지금 즐거운 사람들에겐 이별과 부재의 기억을 한번 떠올려보고 화해하는 것이 애써 지우려는 노력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86편의 단상들을 읽으며 저자의 머리와 가슴에 깃들어 살았던 것은 이별과 부재가 아니라 책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만큼 독서와 일상이, 일상과 독서의 오고감이 자연스러웠다.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할 때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대상을 늘 갖고 있었다. 아래의 문장들처럼.

 

나는 기다리는 걸까. 재가 된 질마재의 신부처럼. 돌이 된 율포 바닷가의 박제상 부인처럼. 앉고 선 그 자리를 꼼짝도 않고 지킨다면.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걸까:

 

나는 미워하는 걸까. 프로이트의 멜랑콜리커처럼. 왜 나를 떠났느냐고. 왜 나를 아프게 하느냐고, 무정한 그 사람을 고발하는 걸까.

 

나는 두려워하는 걸까. 프루스트의 어머니처럼. 저승으로 가지 않으려고 몸속에서 자기를 붙들고 있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지키려고 석고상이 되어버린 마담 프루스트처럼: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 보니 저자가 마음에서 내려놓지 않았던 이별과 부재의 상황이 자꾸만 내게로 전이되는 것 같아서 읽던 페이지를 접어놓고 잠시 나의 이별과 부재를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이별이 두려운 사람이다. 이별을 늦추고 싶어서 그보다 더 구질구질해질 수 없을 때까지 매달리다가 결국 이별을 맞이하는 쪽이다. 그리고 잠시 이별이 내게 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척 하다가 금세 다른 길로 달려가는 사람이 나였다. 수많은 이별이 있었지만 어느 이별도 이만큼 애틋하거나 깊이 몰두하지는 않았다. 지나가는 바람을 온전히 느끼기도 전에 불어오는 새 바람에  마음을 뺏기는 그런 시간을 살았던 것 같다. 이렇게 진실하게 답을 찾는 과정이 생략되어서인지 늘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처럼 내게 찾아왔던 질문에 대해 오래 곱씹을 줄 알았다면 나는 벌써 달라졌을 것이다. 아래처럼.

 

오랜 시간 뒤 초췌한 얼굴로 돌아와서 p는 말한다:" 난 이제 그 사람의 차가움을 이해하게 됐어.그 사람은 나를 미워했던 게 아니야. 헤어진 뒤에 내가 너무 아파할까 봐 그 사람은 자기를 차가운 사람으로 잔인한 냉동 인간으로 만들었던 거야. 난 이제 그 사람을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어. 그런데 너무 마음이 아파.그 사람은 냉동 인간이 되어서 얼마나 추웠을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별과 부재가 상처와 고통이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에 조금 마음이 기운다. 매 순간마다 기쁘고 행복하다면 언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그늘진 당신의 아픔을 위로하는 척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중요한 것은 나의 행복이 아니라 당신의 상처를 덜어주는 것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는 이 책을 자주 들여다봐야겠다. 그리고 어느 날 이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 나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처음 폈을 때 나온 두 문장의 의미를.

 

부재의 힘이 모든 것의 기원이다.

그것 때문에 오로지 그것때문에 우리는 살아 있는 것이리라.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7
종이책 이별의 단상을 통해 추억으로 남은 기억을 떠올리다! 평점6점 | YES마니아 : 로얄 i*****n | 2019.07.21 리뷰제목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 의미가 매우 궁금했다. ‘푸가(fuga)’가 음악 용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음악을 지칭하는 지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푸가란 음악의 작곡 방식 가운데 하나로,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응답과 대위를 이루며 곡 전체에 걸쳐 표현되는 양식을 지칭하는 것이라 는 풀이가 적혀있었다. 특히 서양 음악사에서 푸
리뷰제목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 의미가 매우 궁금했다. ‘푸가(fuga)’가 음악 용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음악을 지칭하는 지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을 찾아보니, 푸가란 음악의 작곡 방식 가운데 하나로,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응답과 대위를 이루며 곡 전체에 걸쳐 표현되는 양식을 지칭하는 것이라 는 풀이가 적혀있었다. 특히 서양 음악사에서 푸가 형식은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바흐의 작품에서 그 형식과 표현 효과가 최고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도 한다. 음악, 특히 클래식의 용어에 대해서 문외한과 다름이 없다 보니까. 사전의 풀이를 보더라도 그것이 정확히 어떤 형식인지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음악의 전체적인 흐름을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이 책에 <이별의 푸가라는 제목을 붙인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작년에 세상을 떠난 저자의 글들을 모아 엮은 유고(遺稿)라고 할 수 있다. 표지에는 이별은 왜 왔을까. 우리는 왜 헤어져야 했을까.’라는 내용의 글이 작은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이별이라는 주제로 대중가요와 소설, 혹은 다양한 책들에 나오는 구절들과 그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덧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저자가 생전에 이 글들을 정리하면서 적었을 짤막한 다섯 문장으로 된 아래의 글이 서문을 대신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어린 시절 나만의 작은 골방이 있었다.

나는 자주 그 골방에서 슬픈 동요를 불렀다.

그러면 그리워서 나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그 눈물이 행복했다.

이 단상들은 모두가 그 골방에서 태어났다.’(책의 앞머리에서)

 

 

저자는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짧은 생각을 정리한 글이라는 의미의 단상(斷想)’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실제로도 아주 짧은 내용들이 저자가 제시한 특정의 소주제 아래 나열되어 있고, 그 내용은 저자의 생각이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 문헌에 등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여 제시하기도 하였다. 어떤 것들은 누군가의 글에 저자의 생각이나 감상이 덧붙여져 있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나 역시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서, 책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으면 수첩에 적거나 그와 관련된 생각들을 덧붙여 기록하기도 한다. 언젠가 적어둔 메모를 읽으면서 그 의미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왜 이런 글을 적었는가를 까먹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글들은 내용이 이해되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이별이며, 그러한 주제를 통해 소환되는 기억을 저자는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 정리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까마득한 시절, 이별의 경험으로 크게 아파했던 나의 과거도 언뜻언뜻 떠오르기도 했다.

 

책과 함께 출판사에서 동봉한 짧은 소개글을 통해서, 이 책의 일부 원고들이 현대시학이란 잡지에 연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연재를 그만 둔 뒤에도, 저자는 책을 읽거나 생각하면서 이별이라는 주제를 늘 가슴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리한 내용들에 이별의 푸가라는 제목을 붙이고, 그의 사후에 이 책이 세상에 선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라 짐작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풍부한 감수성이 진하게 느껴졌으며, 독서 범위가 무척이나 넓고 책을 읽으면서 메모를 하는 습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부의 글들에는 책속에 제시된 짤막한 단상들의 출처가 제시되어 있어서어떤 내용들은 인용된 원전의 내용을 통해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생각들은 온전히 저자만의 인식일 터이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독자들마다 다를 수 있다고 하겠다.

 

어쩌면 사랑은 이별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순간에는 그 중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그리고 그것이 끝났을 때,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느끼며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랑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들은 대개는 이별 후의 상황을 그린 경우가 일반적이다. 저자는 호기심이란 제목의 글에서 두 가지의 이별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 두 가지의 이별을 저자는 사랑이 다 지나간 뒤의 이별사랑이 다 이뤄지기 전에 찾아드는 이별로 구분한다. 그러면서 이별은 모두가 후자의 이별일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이 다 지나간 뒤의 이별이란 어쩌면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이며, ‘다 이뤄지기 전에 찾아드는 이별만이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 더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별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흐릿해지면서, 각자에게 아득한 추억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별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고, 그것이 고통이나 아쉬움이 아니라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기를 빌어본다.(차니)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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