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세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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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리뷰 총점 9.7 (86건)
분야
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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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우리 몸이 세계라면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c***o | 2019.01.10 리뷰제목
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2017년에 출간된 이후 그 해부터 그 다음 해까지 온갖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정말 많은 분이 추천하신 책입니다. 저도 그 책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는데요, 이렇게 의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곧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을 것처럼 말하는 시대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픈지, 그리고 그 아픔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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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2017년에 출간된 이후 그 해부터 그 다음 해까지 온갖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정말 많은 분이 추천하신 책입니다. 저도 그 책을 정말 인상깊게 읽었는데요, 이렇게 의술이 고도로 발달해서 곧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을 것처럼 말하는 시대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픈지, 그리고 그 아픔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영향은 지금도 진행중이죠. 그리고 의대를 졸업하고 갈 수 있는 다양한 경로 중에 '사회역학자'라는 길이 있다는 것도 김승섭 교수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이처럼 인간의 정직한 몸이 드러내는 많은 불평등과 차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에 김승섭 교수님의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책은 우리 몸에 대한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많은 차별과 문제들을 다루었고 결국 우리가 정말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안내합니다.


 이번 책에도 저번 책과 마찬가지로 아픈 내용들이 참 많았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 중 하나는 3장에 나왔던 인종 차별에 관한 부분입니다. 많은 분들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인종 차별이 심한 나라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사실 별로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예멘 난민사태는 우리 사회 다수가 난민과 외국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주 잘 드러내 주었지요. 책에 인용된 논문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2년까지, 한국인의 범죄율이 외국인의 범죄율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 비율을 보면, 한국인의 범죄 중에서는 3.0%를, 외국인의 범죄 중에서는 26.0%를 언론에서 보도했습니다. 전체 범죄 중 외국인의 범죄 비율은 0.9%였는데 범죄 기사 중 7.7%가 피의자가 외국인임을 명시했다고 하네요. 우리의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은 이와 무관하지 않겠지요.


 또 정말 충격적인 사건 하나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터스키기 매독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매독에 걸렸지만 치료받지 못한 흑인 환자 399명과 매독에 걸리지 않은 흑인 201명의 질병 발생을 비교한 연구입니다. 이 실험이 왜 충격적이었냐고요? 실험에 동원된 매독에 걸린 환자들이 연구에 계속 참여했던 이유는 연구진이 주기적인 검진과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매독 치료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치료하지 않은 상태로 어떤 합병증이 발생하는지,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관찰한 것이지요. 심지어 군에서 매독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자 공중보건국은 연구 대상자들을 치료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합니다. 효과적인 매독 치료제 페니실린이 발견된 이후에도 이들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갔으며, 연구진은 장례식 보조금 50달러를 지급하는 대가로 그들의 시신을 전부 부검합니다. 더 가슴 아픈 일은 이 사건이 미국의 흑인들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정부와 보건당국을 불신하게 되었고 훗날 에이즈의 발견과 치료 과정에서도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실험을 했던 정부가 제공한 약과 치료를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저는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통해, 몸에 대한 지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많은 차별과 아픔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들이 빈번했을 것이고 지금도 많은 부분에서 여전하겠지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 책에는 굉장히 많은 연구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연구 과정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뽑아내어 이용하는지, 가설을 어떻게 세우고 검증하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이런 내용이 꽤 많아서 지루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책을 통해 의미 있는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상식이나 내 경험에 의한 직관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사례들을 통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오늘날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이론이나 직접 경험했다는 이유로 확신하는 사실들 역시 우리 시대의 천동설일 가능성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내 생각이 틀린 것일 수 있다는 비판적 사고는 인류가 과거의 상식과 맞서 싸우며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할 수 있었던 거대한 원동력이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지구는 돌고 있으니까요. (p.316-317)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아픈 사람들을 돕고, 사회가 더 발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과 나 자신에 대해 의심하는 것을 멈추면 안 될 것입니다. 혹시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는 지구가 돌고 있는데도 천동설을 믿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지는 것일 테니까요.


 김승섭 교수님의 연구가 앞으로도 많은 상처받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길, 그로 인해 치유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때까지 저도 제 자리에서 저 자신에게 질문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책을 사서 읽고, 여기저기에 선물하고 추천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응원을 쭉 이어가겠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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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당연한 앎에 대하여 질문하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c******1 | 2023.09.26 리뷰제목
2023.09.26. 김승섭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동아시아)'을 읽고   1. 감정적이지 않고 논리적인데 따뜻하다. 처음에 이 책을 만났을 때 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네트워크를 인간의 몸으로 빗대어 설명하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깜냥도 안되는 내가 너무나 가볍게 판단했다. 이 책이 단순한 1차원적인 몸의 비유가 아니라는 것은 5페이지만 읽어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질병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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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김승섭의 '우리 몸이 세계라면(동아시아)'을 읽고

 

1. 감정적이지 않고 논리적인데 따뜻하다.

처음에 이 책을 만났을 때 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네트워크를 인간의 몸으로 빗대어 설명하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깜냥도 안되는 내가 너무나 가볍게 판단했다. 이 책이 단순한 1차원적인 몸의 비유가 아니라는 것은 5페이지만 읽어도 깨닫게 된다. 인간의 질병을 보여주는 여러 통계 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녀야 할 책임감과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에 대한 우리들의 비정한 외면을 잘 보여주었다. 객관적인 통계 자료가 방대하게 자리 잡고 있고, 이를 분석하는 저자 김승섭 교수의 시각은 감정적이지 않고 논리적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하다. 전체적으로 책이 차분하고 따뜻하다.

사회에 관한 책을 읽을 때 간혹 감정을 다스릴 수 없는 임계점을 넘는 순간이 한 번씩 오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활활 타오르는 감정이 올라올 때 지식인이란 무릇 이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저자 김승섭 교수에 대해 찾아보았다. 대부분 저자에 관한 자투리 정보뿐이었는데, 교수님과 직접 인터뷰한 글이 있어서 따뜻하게 읽었다. 그리고 김승섭 교수의 다른 책을 주문했다.

 

2. 지식이 권력을 만나면.

분명히는 '의학 지식'이 권력을 만났을 때라고 해야 옳겠다. 이 책의 첫 장을 읽고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좋아라하는 권력 지향과 또 우리가 좋아라하는 의학과 만나기 때문이다. 의학적 지식과 권력이 만나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아질까. 일제강점기, 일본의 의학적 지식으로 우리 조선인들은 건강하게 잘 살았던가. 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온다.

뉴스 기사를 통해, 혹은 인터넷 배너 광고를 통해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전염병으로 혹은, 기아로 죽어 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후자는 논외로 두고, 전자에 대해 나는 가끔 이러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우리의 의학적 지식이 이렇게 최첨단을 달려가도 아프리카의 전염병은 구제할 수가 없는가 보다, 아니면 비위생적(국가적 재난에 따른 비위생적 환경 구조를 말함) 국가에서는 전염병이 끊임없이 창궐하는가 보다라고 말이다.

2002년 패트리스 트루일러 박사 연구팀은 학술지 랜싯에 논문 소외 질환을 위한 신약 개발 : 결핍된 시장과 보건 정책의 실패(58)에서 전 세계적으로 DALY(장애보정손실연수)가 가장 큰 항목은 결핵, 말라리아를 포함한 감염병, 신경계 질환, 심혈관 질환, 암 순으로 나타났다고 하였다. 그러나 개발된 신약의 질병별 분포를 보면 신경계, 심혈관계 질환이 높게 나타난다. 오늘날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는 질병들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개발이 적게 이루어진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저소득 국가의 질병에 대하여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약 개발을 하지 않는 민간 제약회사의 입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나라에 필요한 신약만 개발이 되고, 그 나라에 거주하는 사람들만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게 되는 상황이 곧 지식과 지식인 생산의 불평등인 것이다.

 

3. 그렇다면, 권력과 자본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는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는가.

2004년에서 2015년 사이 평균수명의 변화를 살펴보면, 2004년 소득수준 하위 20%74.64, 상위 20%80.69세로 그 격차가 6.05년이었다. 이는 12년 동안 6.59년으로 더 벌어져 있었다. 기대수명은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 누릴 기회의 시간인데 소득수준에 따라 누군가는 그 삶의 전제 조건이 달라지는 것이다.(135) 태어날 때부터 이 격차를 들여다보면 섬뜩해진다. 우선 가구 소득수준에 따른 영유아의 대뇌 회백질 크기와 변연계, 해마 세포 변형에 영향을 끼쳤다.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뇌는 가난으로 인해 자신의 잠재적인 역량 자체를 발휘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대학에 가는 AI VS 교과서를 못 읽는 아이들'을 쓴 아라이 노리코 교수가 진행한 문해력 원인에 대한 연구에서 그 어떤 것도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었는데, 부모의 경제 수준은 상관관계가 있었다는 결과와 맥이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아 시절의 건강 불평등과 응급실에 대해 알아보고자 살펴본 아버지 교육 수준에 따른 1-4세 영유아 사망률에 대한 통계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피할 수 있는 아이들의 죽음은 부모의 낮은 학력 탓이라는 말인가. 사회적 환경은 살펴보지 않고 개인의 책임만을 묻는 이 사회의 능력주의 '정의'는 과연 공정한지 묻고 싶다.

소득 불평등에 따라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수치가 다르고,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여건도 달라진다.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사람들이 '지위 불안'을 겪는다. 즉 소득 불평등이 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일수록 상대방이 나를 무시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문화 인류학자인 김찬호 교수는 이와 같은 상황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여 '모멸감'이라고 표현하였다. 심각한 소득 불평등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신뢰 수준이 떨어지고 상대방이 나를 무시할까봐 불안해하는 사회적 환경의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위험이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국가별 소득 불평등 정도에 따른 청소년 학교 폭력 발생비율(150)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묻지마 폭행, 살인의 원인을 우리 사회 소득 불평등과 연결 시켜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의 도덕적 일탈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렇게 될 때까지 우리 사회는 무엇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소득 불평등은 나아가 죽음 역시 빈부로 나누었다. 처참하게도.

 

4.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228)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필립 아리에스는 산업화 이후 공중위생의 개념이 생겨나면서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233)고 한다. 병원은 이러한 추한 죽음을 사회적으로 은폐하기 위한 공간이었으며 이상적인 죽음은 생명 연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의료적 처치의 중단으로 인한 기술적 현상'이 되었다. 질병이 발생한 몸은 환자 자신의 몸이지만 의사에게는 외부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의학은 병든 몸의 통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우리 몸은 의학의 식민지가 된다는 표현을 나는 오랫동안 생각했다. 우리의 죽음이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5. 조선인의 몸에 제국주의를 묻다(88)

일제강점기에 우리 조선인들의 삶은 나아졌는가, 우리 조선인들은 건강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보는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 교육을 심어놓았다. 결국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조선은 결국 식민 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했던 아베 노부유키의 말은 볼 때마다 분노를 일으키지만 볼 때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이렇게 잘 들여다보고 있으니 그에게 혜안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저자는 구한말 시대의 한계 속에서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고자 했던 지석영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가 종두법을 배우기 위해 기울인 열정은 감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부산까지 걸어서 가서, 말도 통하지 않는 일본인을 붙들고 종두법을 배웠다. 이렇게 배운 종두법을 알리는 책을 써내고, 종두 의무 접종을 국가 정책으로 입안시켰다. 당시 이 뜻을 함께 했던 동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고군분투했다. 이를 일본은 활용했다. 지석영을 통해 제국주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석영의 노력과 조선이 국가 정책의 차원에서 종두법을 도입하고자 했던 노력은 사라져 버린다. 결국 지석영은 일본의 우수한 의학 기술을 배우고자 했던 합리적인 식민지 조선인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석영은 단순히 제국주의에 이용당한 희생자가 될 수도 없다. 그는 1909년 이토 히로부미가 사망했을 때 추도사를 읊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인은 오사카 박람회에서 전시를 당하기도 했다. 일본보다 덜 진화된 민족으로 조선이 두 명이 전시된 것이다. 이러한 인간 전시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유행과 같은 것이었다. 조선인을 이렇게 생각한 일본이 인도주의적으로 조선인의 근대화를 애썼다고 할 수 있겠는가. 조선인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고 여러 통계가 말해준다.

지배받고 이용당하고, 비참하게 꾸역꾸역 보낸 시간도 슬프지만 우리의 역사이다.

 

6.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

대학을 평가할 때 교수와 연구진들이 한국어로 논문을 쓰거나 학술지에 제출한 것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교수들과 연구진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영어로 내기 급급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몸은 한국에 있지만 지식 기반과 정보를 유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영어로 번역하여 해외 학술지에 게재하면 다른 나라 사회학 교수들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학교 평가의 실적을 쌓을 수도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식은 공론화되지 못하고 나아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게 된다.

대학이 지금과 같은 지식 생태계 시스템으로는 한국 사회의 고유한 문제를 한국어로 쓰는 연구자들이 대학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는 한국에서 권력과 자본에 소외된 이들의 삶을 연구를 한 결과가 더 발전적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영어와 한국어로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김승섭 교수의 뜻이 거룩해 보인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일의 필요성에 따르겠다는 그 의지를 지지한다. 저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찾아 읽으며 그가 하는 일이 묻히지 않도록, 소외된 이들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기를 관심 갖고 살펴보고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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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평등한 사회가 이루어질 때 우리 몸에 관한 평등한 지식이 만들어진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i***9 | 2019.01.21 리뷰제목
《우리 몸이 세계라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님은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혐오발언, 구직자 차별, 참사 등의 사회적 아픔들이 어떻게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였다면 신작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는 우리 몸을 둘러싼 연구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에 관한 사회사를 여러 방면에 관해 연구한 책이다. 저자 김승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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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세계라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님은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혐오발언, 구직자 차별, 참사 등의 사회적 아픔들이 어떻게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였다면 신작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는 우리 몸을 둘러싼 연구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에 관한 사회사를 여러 방면에 관해 연구한 책이다.


저자 김승섭 교수님은 6가지 소주제에 대하여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에 관하여 소개해 나간다.


1.권력 어떤 지식이 생산되는가

권력 part에서는 두 가지 부분에 대하여 설명한다.

기존에 행하여지던 의학 연구들이 기득권층인 남성 위주였기에 여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음을 지적하고 막강한 부를 가진 담배회사들이 그들의 자본력으로 과학자를 지원하고 금연에 대한 논조를 흐리게 함으로 담배회사의 원조 하에 이루어진 연구 결과가 어떻게 담배 회사의 마케팅에 이용되는지를 자세히 기술한다.

그 결과 담배회사의 지원을 받은 과학자와 받지 않은 과학자의 논문이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과학자와 담배회사의 공조를 폭로하며 비판하였던 데릭 야크 교수가 필립 모리스의 원조 하에 덜 해로운 담배를 피우면 된다는 논조의 「연기 없는 세상을 위한 재단」의 논문을 발표하게 되는 이 아이러니는 참 웃픈 현실이다.


담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감소시키기 위해 공익 캠페인을 벌이고 장학금을 지원하는 그들의 마케팅이 한국에서는 KT&G가 상상마당을 만들어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그들의 구미에 맞는 연구를 해 달라는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원을 제안했지만 대학원이 거절했다는 이야기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만 있지 않는 이야기임을 경고한다.


2. 시선- 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Part 2 시선 부분에서는 일제 강점기의 지식과 조선시대 세종 치하의 우리 몸에 관한 지식에 대해 설명한다.

일본에게 우리 몸에 대한 지식은 건강이 아닌 자신의 동아시아 식민 지배를 위한 구실 그 하나 뿐이였다. 그들은 우월한 자신들이 미개한 조선인들을 지배하는 것이 합리하다는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과학을 이용한다.


일본인이 주장한 문명의 근대화로 인해 조선이 혜택을 보았다는 주장과 다르게 조선인의 전염병 사망자 수는 규모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연구에 배제되고 많은 병원등을 이용할 수 있었던 대다수의 환자들 또한 조선에 거주한 일본인이 다수였음을 말한다. 일본인들의 우리 몸을 둘러싼 시선에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 이외에는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반면 조선 세종 치하에서는 중국 약재를 주로 이용하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조선에서 구하기 쉬운 약재를 연구하여 불편함을 해소해 주고 질병을 연구하여 더 많은 종류로 세분화함으로 자신들의 지식의 한계 속에서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지식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였음을 설명한다.

3. 기록 - 우리 몸이 세계라면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몸에는 불평등이 남긴 상처가 기록처럼 남아 있습니다. (P.131)

Part 3. 기록 부분에서는 저자의 전작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물었던 것과 같이 사회적 불평등이 어떻게 질병을 초래하는지를 설명한다.

소득수준에 따라 영유아의 대뇌를 조사했을 때 언어적, 의식적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라는 기관이 가난한 아이들이 가난과 불평등 속에서 해마 크기가 축소됨을 설명하며 그들이 태어날 때에 가졌던 무한한 역량등이 가난으로 인해 박탈당하는 것을 설명해준다.



역사상 슬픈 재난으로 기억된 타이타닉 호의 사망자들을 조사했을 때 1등석에 승선한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평범한 서민들이 3등실에 승선한 사람들의 사망율이 남성 1.24배 여성과 어린이의 경우 20.4배 높았다는 통계를 들며 가난하다는 이유로 목숨까지 3등급으로 취급받아서는 안 되며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살아가는 시간이 더 짧아지고 아프고 병드는 일이 더 자주 반복된다면, 그것은 부당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건강은 사랑하고 일하고 도전하기 위한 삶의 기본 조건입니다.

건강이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4. 끝 - 죽음의 한가운데 있는 삶


Part 4. 끝 - 죽음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설명한다.

주로 유전, 즉 가족력 또는 흡연, 음주 등으로 인해 발병하기 쉽다고 알려진 이 암의 발병 원인이 조사 결과 가족력보다 사회적 환경이 더 큰 요인을 차지함을 설명한다.

특히 의사들이 답답해하는 당사자가 흡연이나 음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을 바꾸면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임에도 실천을 하지 않는 게 문제라는 한 대학병원 의사의 의견에 힘든 노동과 현실 속에서 감정과 스트레스를 배출할 곳이 없는 사람들의 사회적 환경에 대한 책임이 없이 환자 핑계를 대는 건 잘못된다고 반박한다.

금연 정책도 좋고 여러 공익 캠페인보다 더 중요한 건 사회 환경이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저자는 또한 자기 죽음의 주도권을 누가 선택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어느 의학 드라마에 한 할아버지가 부인에게 심장 마사지를 시도하는 의사에게 그만해 줄 것을 요청한 장면이 있었다. 부부 생전에 이런 생명연장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고 약속하였다는 대사는 우리가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 않나를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

무조건 생명 연장을 최우선시되며 고통을 적대시하며 자신들의 시선으로 병을 바라볼 것을 요구하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환자 본인의 판단이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5. 시작 - 질문되어야 하는 것들


과학에서는 무엇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P.239)


Part 5. 시작 부분에서는 과학자들이 어떤 질문을 함으로 우리 몸의 연구가 바뀌어 갔는지를 설명한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 탈레스와 엠페도클레스까지와 질병을 신성시하며 신의 징벌로 여겼던 그리스 시대를 떠나 질병을 생각한 히포크라테스 학파에 대하여 기술한다.

어떤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 몸에 관한 유용한 치료법을 찾아갈 수 있는지 말한다.

반면 모든 미국 사회를 충격의 늪에 빠뜨린 미국 터스키기 사건을 예로 들며 질문하지 않음으로 비윤리적 지식 생산된 과정을 설명한다. 매독의 연구와 치료를 위해 치료할 수 있음에도 관찰대상인 흑인 남성들에게 치료한다는 거짓말로 구슬려 관찰을 하고 일체 치료를 금지하고 몇 십년에 걸쳐 관찰함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만들고 방치하였던 미국 보건당국과 의료진들의 행태는 감히 생각도 못할 경악할 일이였다.

일제시대에 행해지던 마루타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왜 흑인만을 대상으로 연구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전혀 없었던 이 연구에 대해 올바른 질문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해 준다.



6. 상식 - 지식인들의 전쟁터

Part 6. 상식 에서는 그동안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우리 몸에 관한 지식에 대해 상식과 싸워 온 과학자들의 분투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만의 경험으로 영유아 돌변사의 주요 원인이였던 아이 엎드려 재우기의 예를 들며 경험이 아닌 철저한 데이터 근거 중심으로 검증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그 당시에 한정된 지식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에 반기를 드는 것이 이 학계에서 배척당할 수 있음에도 오류를 지적하고 분투해 나간 베살리우스와 제멜바이스 등의 예시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질문하여 연구함으로 지식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처럼 『우리 몸이 세계라면 』 역시 저자는 건강의 평등권을 묻는다.

아무런 의심하지 않고 맹신하였던 우리 몸의 지식이 자본 또는 권력과 결탁하였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야기하며 이 사회의 불평등이 건강의 기본권을 어떻게 침해하는지 통해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때만이 우리 몸에 관한 지식또한 평등해 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돈이 되지 않는 중,저소득 국가에서 필요한 약이 개발되지 않고 있으며 한국에서 소수자인 트렌스젠더의 건강 연구가 사회의 배척 속에 진전이 없는 현실과 여러 어려움에도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고자 애쓰며 계속해 나가겠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착찹함과 함께 약자와 함께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수의 의료진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안도감을 느꼈다. 비록 전문의료진은 아니지만 우리가 이 길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은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로 바뀌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하고 평등한 사회 속에 평등한 몸의 지식이 생산될 수 있다.





이 책은 YES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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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사회적 폭력에게 던지는 진짜 지식 평점10점 | p******0 | 2019.01.17 리뷰제목
사람마다 왜 피부색이 다를까요? 과학적으로 피부의 어두운 물질인 멜라닌 세포(melanocyte) 때문입니다. 피부는 햇빛 속에 포함된 자외선에 약합니다. 그래서 피부의 멜라닌 세포가 자외선을 차단하는 일종의 보호막을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자외선의 양이 많을수록 피부색은 검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자외선의 양이 적을수록 피부색은 하얗게 됩니다. 문제는 피부색에 따라 백
리뷰제목

사람마다 왜 피부색이 다를까요? 과학적으로 피부의 어두운 물질인 멜라닌 세포(melanocyte) 때문입니다. 피부는 햇빛 속에 포함된 자외선에 약합니다. 그래서 피부의 멜라닌 세포가 자외선을 차단하는 일종의 보호막을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자외선의 양이 많을수록 피부색은 검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자외선의 양이 적을수록 피부색은 하얗게 됩니다. 문제는 피부색에 따라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으로 사람을 구별하는 것에서 발생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인종(人種)은 주변 환경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인종이 다르기 때문에 피부색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피부색으로 하나만으로 인종을 구별하는 것은 생물학적인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시대 사회역학의 관심을 대중적으로 불러일으킨 김승섭은『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앎’에 질문하며 새로운 현재적인 가치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피부색으로 인종을 전체적으로 설명하다 보면 환원주의(還元主義)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됩니다. 환원주의는 어떤 현상에 대한 여러 원인 중에 어느 하나만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가령, 피부색이 검다고 해서 모두 흑인종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피부색이더라도 지역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인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 몸에 새겨진 인종에 대한 지식을 사회역학으로 전복하고 있습니다.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은 어떤 문제에 대한 사회적 원인을 해독하는 것입니다. 인종을 피부색으로 구별하는 것도 모자라 ‘한 방울의 법칙(One drop rule)’은 인종이 사회학으로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사실을 당혹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방울은 ‘피(blood)’를 말합니다. 이 책에는 오랫동안 자신이 백인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여행을 갈 목적으로 여권을 만들다가 출생증명서에 흑인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는 여성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유인즉, 그녀의 몇 세대 부모에게 흑인 피가 32분의 1이상 섞여 있기 때문에 그녀에게도 흑인 피가 32분의 1이상 흐른다는 근거에 있었습니다. 정작 그녀의 몸에 32분의 29에 해당하는 백인 피는 무시하고 말입니다.


이러한 인종에 대한 계산은 비과학적이며 사회적으로 ‘인종차별’이라는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인종에 대한 편견 때문에 사회적으로 차별을 당하게 되면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차별을 당한 사람 스스로 미래가 없는 열등한 사람, 가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믿어버리는 것입니다. 더구나 계속적으로 차별을 당하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올라가면서 우리 몸 또한 비정상이 됩니다. 인종에 대한 콤플렉스, 트라우마와 같은 모든 부정적인 사실들은 사회적 폭력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몸에 둘러싼 문제를 ‘몸’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의 바깥이 아닌 안쪽에만 찾으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몸의 상처를 몸 내부에서 찾아 치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아픈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픈 몸을 치료하면 건강한 몸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몸속의 암을 수술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는 ‘암’이라는 결과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암의 발생 원인을 제대도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나쁜 습관으로 인해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자는 몸에 각인된 불편한 진실을 다양하게 이야기하면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과학의 언어’로 질문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과학의 언어는 경험에서 얻어졌다고 하더라도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상식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경험을 판단의 언어라고 한다면 과학의 언어는 데이터에 있습니다. 판단의 언어는 경험에 따라 직관적이며 틀릴 수 가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의 언어는 데이터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판단의 언어는 천동설(天動說)이며 과학의 언어는 지동설(地動說)이라는 견해를 알게 됩니다. 즉,

 

그래서 더욱, 오늘날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이론이나 직접 경험했다는 이유로 확신하는 사실들 역시 우리 시대의 천동성일 가능성을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어야 한다. 지금 내 생각이 틀린 것일 수 있다는 비판적 사고는 인류가 과거의 상식과 맞서 싸우며 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더 나은 설명을 제공할 수 있었던 거대한 원동력이었습니다(p 317).


<언스플래쉬>


그렇습니다. 지동설은 과거 천동설과 맞서 싸우며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이해하려는 원동력에서 나왔습니다. 저자는 인간(몸)과 사회의 역학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지식이나 상식에 의문을 제시하면서, 실제로는 이것이 마치 천동설과 다르지 않아 인간의 감각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弱者)들에게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차별적인 지식에 대해 수많은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결과적으로 그의 지식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아픈 몸을 예전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사회적 약자의 고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더더욱 어제 없던 것이 오늘 새로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몰랐을 뿐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직시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가졌더라면 우리는 오랫동안 그들을 차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우리는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불편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과연 정상적인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정상적인 사회는 우리 모두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정의롭고 평등해야 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법과 제도만큼이나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정의롭고 평등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사회역학을 공부하는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절박한 문제를 연구하는 지식인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이야기하다보니 자신마저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고뇌를 저자는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지식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진정한 열정과 용기가 아닐까요?


일찍이 에드워드 사이드는『지식인의 표상』에서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양심을 말했습니다. 지식인의 표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문가적 태도이며, 다른 하나는 아마추어적 양심입니다. 전문가적 태도는 지식인이 권력이나 권위에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마추어 양심은 권력이나 권위에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도덕적인 문제를 제기합니다. 또한 전문가적 태도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이라면 아마추어 양심은 해야 할 일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누구에게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저자는 부조리한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회적 약자들과 아픔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합니다.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그들의 고통을 결코 쉽지 않는 과학의 언어로 꺼내고 있습니다. 이유인즉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구가 계속해서 도는 것처럼 그의 아마추어적 양심이 한순간에도 멈추질 않길 바랍니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꼭 필요한 관심과 열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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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용기를 키우는 힘을 만드는 일 평점9점 | r*********s | 2019.01.22 리뷰제목
우리는 어떤 결과에 대해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그 결과를 만들어 낸 집단, 그러니까 그들의 지식을 믿기 때문이다. 그건 그들이 가진 권력의 크기를 안다고 것과도 같다. 전문가, 지식인, 보통의 시민이 다다를 수 없는 공부를 한 이들이니까. 과거에 언론과 방송을 무조건 신뢰한 이유다. 그러니 정부에 대한 무한 신뢰는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한 번쯤 보편적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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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어떤 결과에 대해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그 결과를 만들어 낸 집단, 그러니까 그들의 지식을 믿기 때문이다. 그건 그들이 가진 권력의 크기를 안다고 것과도 같다. 전문가, 지식인, 보통의 시민이 다다를 수 없는 공부를 한 이들이니까. 과거에 언론과 방송을 무조건 신뢰한 이유다. 그러니 정부에 대한 무한 신뢰는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한 번쯤 보편적 의심을 실행한다. 이 기사는 진짜일까, 저 논문에는 표절이 없을까. 이런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쓸쓸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반론과 검증을 실천하는 일이 반갑고 다행이다. 정보를 공개하는 일에 대해 당당한 세상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승섭의『우리 몸이 세계라면』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제한된 정보에 대한 책이라 할 수도 있겠다. 특정 지식인만이 알 수 있는 지식(정보)를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는 일, 쉬운 것 같지만 얼마나 어려운가. 실험을 통해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낼 때 우리는 결과만 통보받는 식이다. 실험에 대한 모든 정보는 가려진 채 말이다. 일상에서 습관처럼 정답이라고 믿고 있던 특정 사실이 기득권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얼마나 불평등한가. 사실, 나는 이 책의 처음에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의 신체에 대한 이야기에 정말 놀랐다. 권장하는 실내 온도(21도)가 남자의 신체를 기준으로 했다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정규직으로 전환한 여성 직장인의 우울증이 증가했다는 결과도 충격적이었다. 정규직이라는 말만 들으면 우울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다. 퇴근 후 가사노동에 대한 직시였다. 그건 우리 사회의 가사노동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증거였다. 내 몸을 가장 잘 아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통계도 마찬가지였다. 비교 대상이 없거나, 변수의 일부만 적용한 경우가 허다했다.

 

 저자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병원에서의 일상 혹은 기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했다. 보건 학자라는 것, 학자이나 연구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저자가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학자로 기여하고 싶은 사람이란 걸 알지 못했다. 책은 어떤 면에서는 정보의 공개였고 어떤 면에서는 사회 비판이었으며 어떤 면에서는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인식의 전환에 대한 이야기였다. 담배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담배 회사는 그것을 회피하고 문화와 과학을 후원한다는 명목으로 곳곳에서 광고 효과를 보고 있었다. KT&G 상상마당의 이미지에 감춰진 전략. 흡연자가 아니기에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매한 적이 없지만 담배 위치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경악했다. 호기심 많은 시기, 사회적으로 불안한 시기의 청소년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흡연을 유도하려는 의도. 모두 담배 회사의 이익을 앞세운 것이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암에 대한 부분을 봐도 그렇다. 최근 암 발생률 와 함께 완치율도 상승했다. 조기 검진의 이유로 초기에 발견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가검진 제도의 역할도 크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씁쓸하다. 병원과 접근이 가능한 곳에 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들이 그와 반대의 경우의 이들보다 암 사망률이 적다. 국민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모두에게 균등하게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암의 종류를 불문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암으로 더 많이 죽는다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암 사망의 불평등이 명확한 한국 사회에서 그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은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암으로 사람이 죽었을 때, 개인의 불운으로 그 원인을 돌리는 이야기를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에게는 ‘왜 가난한 사람이 더 운이 나쁜지’ 되물어야 합니다. (202~203쪽)

 

 우리는 결과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흑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을 보고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두 개의 화분에 꽃씨를 심었는데 하나의 화분에서는 예쁜 빨강 꽃이 피고 다른 화분에서는 시든 분홍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무조건 빨간 꽃을 원했고 빨간 꽃을 심는다는 이야기다. 두 개의 화분에 조건이 같았는지 묻지 않았고 분홍 꽃은 원래 그렇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을 차별하는 세태를 비유했다. 제도적 차별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내재적 차별이 된다. 분홍 꽃은 빨강 꽃 근처에 갈 수 없고 나는 원래 이런 꽃이라며 자책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린다는 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서 이런 사례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흑인 노동자, 혼혈인, 다문화가정, 난민에 대한 시선 말이다.

 

 제도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흑인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적 차별은 사회적 약자가 서 있는 무대가 얼마나 차별적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 무대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제도적 차별을 인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제도적 차별은 삶 전반에 상시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던 차별이 수면 위로 떠올라 부각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165쪽)

 

 과거 흑사병이나 홍역에 대한 부분과 신약 개발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하기 전이라 어쩔 수 없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그 무지가 트랜스젠더, 후천 면역 결핍증 환자를 향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부끄러웠다. 메르스가 유행했던 2015년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루가 다르게 의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곳곳의 저소득 국가에서 소비가 필요한 신약은 왜 개발이 되지 않는 것일까?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부분이다. 세계 각국의 의사나 과학자가 자국을 떠나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의학이나 과학이 세계 모든 인류의 안전을 위하는 건 진실일까?

 

 『우리 몸이 세계라면』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앞으로 들려줄 지식,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궁금하다. 알찬 내용으로 감사한 책이다. 어떤 지식에 대해 안다는 건 용기를 키우는 힘을 만드는 것 같다. 성장한다고 하면 맞을까. 내가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것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질문해야 한다는 걸 배웠으니까.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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