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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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사이언스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 과학과 대중문화의 매혹적 만남

리뷰 총점 9.4 (11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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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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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크로스 사이언스(Cross Science) - 홍성욱 평점9점 | g*******7 | 2019.02.13 리뷰제목
과학과 인문학의 간극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에 읽었던 [열두 발자국]도 그러한 시도로 볼 수 있는데,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 역시 그러한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특히 저자는 두 학문의 간극을 단순히 차이점과 진입장벽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서로 이야기할 공감대가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어서 눈길
리뷰제목

 과학과 인문학의 간극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에 읽었던 [열두 발자국]도 그러한 시도로 볼 수 있는데,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 역시 그러한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특히 저자는 두 학문의 간극을 단순히 차이점과 진입장벽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서로 이야기할 공감대가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과학은 자연의 사실을,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분야를 별개의 존재로 보는 경우가 많다. 저자 역시 '~은 ~이다.'라는 사실 명제(과학)를 아무리 결합해도 '~은 ~이어야 한다.'라는 가치 명제(인문학)로 유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학과 대중문화의 '크로스(교차)'로 볼 수 있는 사례들이 많이 있기에 이를 통하여 두 분야의 간극을 좁히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러한 내용들을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부제 중 일부인 '프랑켄슈타인에서 AI까지'라는 표현은 저자가 지향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메리 셸리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면서 나타난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더욱이 그 시기에는 전기적인 성질을 이용하여 생명체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공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능성을 내포한 작품이었기에 저자는 이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단순히 과학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과학과 그로 인하여 만들어진 피조물의 고뇌가 인문학에서 연구하는 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대중문화와 과학의 '크로스'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크로스 사이언스]가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가 과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제목만 보더라도 과학이라는 관점을 통하여 인문학에 다가가려는 접근처럼 보이는 이 책은 거꾸로 대중문화, 세상, 인간, 인문학을 통하여 과학으로 다가가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저자의 입장에서 주객이 전도된 이러한 서술 형태는 단순히 순서의 뒤바뀜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이 인문학에서 지양해야 할 것을 사실로 주장하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과학의 문제점을 스스로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진행중인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남녀 성차별의 논란에 대하여 안면각과 골상학, 신체 구조적인 차이에 기인하여 여성이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과학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지적은 그의 입장에서도 꽤나 어려운 결단 끝에 나온 것임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나 드 라 샹베르와 같은 철학자 역시 여성의 열등함을 주장하였지만, 이들의 주장은 형이상학적이었던 것이었는데 반하여 과학자들의 주장은 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함이 더욱 컸던 것이다.

 

 여기서 '천성', '자연', '피', '유전자', '본성'은 대부분 과학의 외피를 쓴 사이비과학이다. 사이비과학의 정반대는 신중한 과학일 텐데, 신중한 과학은 인종의 자연적 차이, 인간성과 지능의 유전적 차이, 고정된 성차에 대해서회의적이다. (중략) 과학이 만들어내는 차별이 사라진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새로운 차별에 대해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차별은 항상 더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고, 더 은밀하게 우리이 허영심을 비집고 들어오기에 그렇다.

 - p. 117 中에서 -

 이 대목도 앞서 여성의 열등함을 주장하던 과학의 어두운 부분과 마찬가지로 사이비과학을 경계하면서 신중한 과학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이비과학'과 '신중한 과학'이라는 표현이 인문학에서 다루는 가치와 결합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과학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통하여 사실과 가치의 교차, 즉 과학과 인문학의 교차를 보여주는 것임을 우리는 알게 된다.

 

 현재는 물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그의 설명 역시 고전이라 할 수 있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 시작하여 [1984][멋진 신세계]를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유토피아]와 더불어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라는 작품에 대한 내용을 함께 소개하고 있는 부분은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두 작품 모두 이상향을 지향하고 있지만,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과학적인 기술과 진보를 철저히 배제하였음에 반하여 프랜시스 베이컨은 [새로운 아틀란티스]의 이상향이 과학적인 진보에 의하여 가능한 것으로 설명함으로써 이들 인문학 작품과 과학의 관계를 적절하게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로운 아틀란티스]에 등장하는 '솔로몬의 집'의 목적이 "사물의 숨겨진 원인과 작용을 탐구하고, 그럼으로써 인간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인간의 목적에 맞게 사물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임을 밝힘으로써 과학과 인문학이 상호 보완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은 과학과 인문학의 크로스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실로 지금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기를 드러내는 시대이다.

 페이스북이 요청하지 않았는데 자신의 온갖 사생활을 일일이 보고하고 기록하고 저장한다.

 - p. 173 中에서 -

 

 현재 우리의 사회의 단면이라 할 수 있는 SNS를 통한 사생활 공유는 과거 [1984]나 [멋진 신세계]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한 디스토피아와 언뜻 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나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 준다. 심지어 강제성 있는 통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우리의 상황은 더 큰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소설 속에서는 상상에 기반한 것이었지만, 현재에는 그러한 상상이 과학의 진보에 따라 이미 기술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린 이미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에 진입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저자는 보통의 과학자였다면 여기에 대하여 더이상 세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을텐데, 우리가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생겨나는 세상이 디스토피아임을 정의하고, 이들 작품에서 빅 브라더가 통제하려던 것을 거꾸로 행함으로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예를 든다면 역사를 정확히 아는 것함께 어울리는 것, 언어 감각을 유지하는 것을 말이다. 이는 과학의 폐해 또는 인문학 가치의 상실에 따른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유전자 공학과 사이보그 및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접근하는 것에 있어서 곧바로 과학이 아닌 대중 문화인 영화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꽤 심각한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 불리우는 '크리스퍼'의 위력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유전자에 의하여 좌우되지 않을까 우려를 하게 된다. 분명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하여 현재와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이 유전자를 미리 분석하여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안감을 잠재우는 저자의 조언은 역시나 인간의 가치에 대한 믿음과 신뢰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의 과학과 인문학의 크로스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유전자가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게 아니듯, 우리 사회의 미래 역시 유전자 결정론이 지배하는 미래로 결정되어 있지 않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실천을 하고,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 p. 218 中에서 -

 

 이러한 흐름은 인공지능 또는 사이보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올 수 있는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예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통하여 사이보그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와 같이 우리 역시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사이보그 기술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역시나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통하여 이끌어내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에서 레플리컨트(복제인간)였던 로이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살리고 오히려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는 부분을 통하여 우리가 우려했던 존재가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울 수 있음을 일깨우는 부분이 그렇다.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좁은 이기심을 넘어선 세상에 대한 애정과 자비심이라는 사실을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 p. 249 中에서 -

 

 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오히려 인문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는 [크로스 사이언스]는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두 학문이 별개의 것이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쉽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에 충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분야를 오히려 낮추고 상대 학문에 대하여 더 가치를 부여하는 듯한 저자의 겸손한 접근 방식 역시 그러한 역할에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우리로서도 과학이라는 학문의 전문성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좌절하지 않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문화라든지 인문학의 가치를 통하여 과학에 보다 더 다가갈 수 있으며, 또한 두 학문의 교차를 주위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음은 오로지 이 책의 저자인 홍성욱 교수의 공로가 아닐까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2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6 댓글 43
종이책 크로스 사이언스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19.02.05 리뷰제목
크로스 사이언스홍성욱21세기북스/2019.1.23.sanbaram   과학자들은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학자는 일반인과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으로는 어떤 한 가지에 미쳤거나 괴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잘못된 생각이라고 <크로스 사이언스>에서 말하는 저자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과학사 및 과학철
리뷰제목

크로스 사이언스

홍성욱

21세기북스/2019.1.23.

sanbaram

 

과학자들은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인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학자는 일반인과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으로는 어떤 한 가지에 미쳤거나 괴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 잘못된 생각이라고 크로스 사이언스에서 말하는 저자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등이 있다.

 

크로스 사이언스는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한 과학기술과 대중문화수업에 근거한 것이다. 이공계열 학생들과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함께 듣는 수업이었는데, 이 수업을 통해 과학기술을 문화와 사회적 맥락 속에 생각할 수 있었고 과학이 우리의 삶과 더 가까운 것이 되어 좋았다는 학생들의 평가가 있었다고 한다. 내용은 1부 대중문화와 과학의 크로스, 2부 세상과 과학의 크로스, 3부 인간과 과학의 크로스, 4부 인문학과 과학의 크로스 등, 4부로 되어 있다. 주로 과학현상이나 과학이 야기할 수 있는 주제를 갖고 고전이 된 소설이나 영화, 또는 연극의 내용을 다룬다. 작품의 내용을 과학적 원리로 설명하면서 그 작품이 탄생한 사회의 의식을 추론하고 사람들의 집단적 관심사를 짚어보는 내용이다. 나아가 앞으로 우리는 과학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까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과학과 대중문화의 혼종적인 결합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과학이 사실만을 다루지 않고, 인문학이 가치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자를 시민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문학작품 속의 과학자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갖고 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속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처럼 자기의 행동 때문에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된다. 또한 박사의 주변 사람들도 해를 입는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영역을 넘어 금기에 도전함으로써 괴로움을 당했는데, 이는 프로메테우스 이미지와 매우 흡사했다고 볼 수 있다.(p.25)” 그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한 대가로 고통을 당하는 프로메테우스와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는 이후 과학자의 전형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프랑켄스타인소설 속에서 과학자가 괴물을 만든 동기는 생명의 비밀을 파헤쳐서 직접 창조해보고 싶다는 데 있었지만, 희곡 <R.U.R>에서 로봇 제작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존재, 즉 노예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 비롯된 것이다. <R.U.R>은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작품이기도 하다. 당시 로봇은 체코어로 고된 노동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예상 밖의 일로 그것을 만든 과학자들은 고통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까지도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이들 작품의 내용이다.

 

우리는 마리 퀴리에 대한 최근의 역사적 연구들을 통해 에브 퀴리가 묘사한 퀴리부인에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그녀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조금 더 일반화하자면, 위인의 전기를 읽는 데는 여러 가지 독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p.81)” 마리 퀴리가 마치 슈퍼우먼처럼 기술된 퀴리부인이라는 자서전은 그녀의 딸이 지었기 때문에 미화된 부분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춰진 사실을 연구 결과를 가지고 언급한다. 또한 과학자는 남성이건 여성이건, 머리(영혼, 이성)만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몸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강조한다. 과학자 또한 주변의 여러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데, 이 중에는 자신의 연구를 돕고 촉진하는 사람도, 연구를 방해하는 사람도 있다. 과학자는 이를 이용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를 헤쳐 나가면서 연구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 일반인들과 같다고 강조한다.

 

“<멋진 신세계가 묘사하는 멋진 신세계는 풍요롭고 근심 없는 사회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회와는 거리가 먼 비인간적인 사회일 뿐이다. 과학기술의 진보만으로는 인간을 구원해주는 유토피아가 만들어지지 않을뿐더러 특히 과학기술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에는 비인간화, 인간성 상실, 진정한 자아로부터의 일탈 같은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p.182)” <1984>멋진 신세계의 디스토피아는 우리가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생겨난 세상이다. 따라서 이런 작품들을 통해 지금 우리가 더 고무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며, 간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가치들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그것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공유해보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교생 중에 10억을 벌 수 있다면 감옥행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답을 한 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이렇게 쾌락과 같이 감각적인 것을 우선시 하는 사회가 수백 년 동안 계속 발전한다면, 그 논리적 귀결은 결국 헉슬리가 묘사한 역설적으로 멋진 신세계가 되지 않을까 저자는 우려한다.

 

유전자가 우리 미래를 결정하는 게 아니듯, 우리 사회의 미래 역시 유전자 결정론이 지배하는 미래로 결정되어 있지 않다. 결국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다.(p.218)”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실천을 하고,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사상가 잠바티스타 비코는 인간사회에서 사람들은 각자가 서로 다른 삶의 목적을 가지고,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고 보았다. 서로 다른 삶의 목적이 세상에서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가치를 조정하는 데 지혜가 필요하고, 따라서 이를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 그런데 지금 학교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사이보그의 입을 빌려 인간 자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좁은 이기심을 넘어선 세상에 대한 애정과 자비심이라는 사실을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대중문화에 나타난 과학이 얼마나 옳은가, 그것만을 지적하는 것은 문화를 마치 과학에 존속된 것인 양 생각하는 잘못된 태도이다. 괴물이라는 새 생명을 만들어내는 일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같은 작품은 과학적으로 틀렸고 따라서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은 실로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p.349)” 그보다는 과학의 일부가 녹아든 대중문화가 대체 세상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작가는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했는지, 이것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통찰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때, 과학은 우리의 문화에 더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학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과학기술의 역사적, 철학적, 사회적으로 분석하는 학문 전반을 의미한다.(p.350)”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다룬 과학과 문화의 교차점들에 대한 이야기가 인간답고 민주적인 과학기술의 모습을 상상하고 이를 구현하는 우리 모두의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꿈꿔본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적 내용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 연극 등을 통해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인간의 삶과 연계하여 생각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다. 과학의 발달에 따른 인류의 미래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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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크로스 사이언스 평점10점 | h*****7 | 2020.05.05 리뷰제목
이 책은 서울대 학생들이 듣는 인기 강의 ‘서가 명강’ 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다양한 매체로 소통하는 과학기술학자다.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이라는 용어가 좀 생소하게 느껴졌다. STS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
리뷰제목

 이 책은 서울대 학생들이 듣는 인기 강의 서가 명강시리즈 중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등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다양한 매체로 소통하는 과학기술학자다.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이라는 용어가 좀 생소하게 느껴졌다. STS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사회가 과학기술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 내용과 방향을 어떻게 바꾸는지 반대로 과학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한다는 것이다.

 

1부 대중문화와 과학의 크로스

2부 세상과 과학의 크로스

3부 인간과 과학의 크로스

4부 인문학과 과학의 크로스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학작품이나 영화 등을 통해 나타난 과학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각 장의 주제를 보더라도 과학은 우리와 동떨어지지 않으며 일상의 문화 속 어디에나 스며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전이 된 프랑켄슈타인을 언급하면서 그동안의 과학자의 이미지가 미쳤거나 괴짜로 굳어지게 된 사례를 이야기한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자신의 피조물을 만들어내고 결국에는 그 피조물로 인해 곤란을 당하게 되는 이야기다. 새로운 지식을 발견한 대가로 고통을 당하는 현대판 프로메테우스라는 평을 받기도 했으며 차후 과학자의 이미지로 굳는데 일조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수많은 작품이나 영화에 정형화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 즉 지식을 얻은 후에 어떻게 사용 하였는가 등 인간의 책임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2부에서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변화되는 사회의 모습을 여러 작품으로 이야기한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보면 그다지 환영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세상을 양극화 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나오는 세상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자질로 덕()을 내세운다. 반면 100년 후에 나온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는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서 흥미를 끌었다


 이렇게 유토피아를 향한 작품은 꾸준히 나오는데 1888년 미국에서 출간된 에드워드 벨라미의 뒤를 돌아보면서에 이르면 이런 시스템이야말로 유토피아가 아닐까 싶었다. 빈부가 없기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 갈등이 없고 범죄가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런 미래상을 이야기하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사람들의 핀잔 속에서 잠에서 깨어나며 소설은 끝난다는 이야기다. 이런 유토피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하는데 이것이야 말로 디스토피아적 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고 역사에서 볼 수 있는 전체주의와 닮은 모습이라고 했다. 1984, 멋진 신세계에서 이야기하는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생각을 해야 하고, 지금껏 어떤 길을 밟아서 여기에 왔는지, 즉 우리의 과거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로써 자신이 누구인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속한 세상이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에 대한 통찰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의 풍성한 언어를 지키고 언어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3부에서는 과학의 혁명의 시대에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역할과 그에 따른 인간관계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크리스퍼(CRISPR)유전자 가위로 이해하면 되는데 유전자에서 원하는 부분을 잘라낼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병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를 잘라서 비활성화 하면 그 병의 진행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이 발전하게 된 계기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연구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박테리아는 처음 공격한 바이러스의 DNA조각을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똑같은 것이 공격하면 그 바이러스의 DNA조각을 잘라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 기술적 방안을 고안해 냈다고 한다.

 

 사이보그 인간과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로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은 좀 두렵기도 했다. 인간과 초지능의 중요한 차이를 말하는 부분에서 섬뜩함이 느껴졌다. 인간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랑, 명예, 우정, 행복 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인간처럼 진화를 거친 것이 아니라 기계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말이다. 하지만 사이보그의 고전이 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예를 보면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을 살려주고 인간다운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으로 나온다. 4년으로 설정된 수명을 연장하고 싶어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목적 달성을 한 후에는 그냥 아무런 죄책감 없이 버려도 되는 것인가, 인간의 이기심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여러 영화 속의 과학과 만나면서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

 

 마지막 4부는 인문학 속에 들어있는 과학의 이야기다. 전기, 전차, 활동사진 등이 들어오면서 작품에 많은 소재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무정, 경성 유람기, 술 권하는 사회등 여러 작품이 언급되고 있다. 처음엔 어두운 밤을 밝히는 신기한 것으로 묘사되다가 나중에는 개인과 사회에 비싼 대가를 요구한다는 생각이 나타나며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식민지 일상의 불편함이 문학적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묘사된다. 보통 과학은 사실에 근거를 두면서 다소 차가운 느낌이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과학에도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루트번스타인의 생각의 탄생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를 연구한 이야기의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 중에는 사진, 음악, 미술, 공예, 작가 등 거의 대부분이 한 가지 예술에 준 전문가적으로 깊게 몰입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창의적인 과학자일수록 예술을 병행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 주며 이는 과학이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활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했다.

 

푸른 구슬이라는 지구의 모습을 담은 사진 블루 마블을 보면서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했다고 한다. 멀리 떨어져 보면 우주 속에 작은 점 같다는 지구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웅다웅 살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의 결합은 나를 둘러싼 조건들을 이해하고, 그런 조건들 속에서, 또 그런 조건들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적극적인 삶을 위해서 필수적인 일이다.’(P345)

 

 문학 작품과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속에 들어 있는 과학이야기를 읽으면서 과학은 결코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장마다 궁금한 내용에 대한 QA가 있는데 마지막에 나온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대중문화로 과학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주의할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영화나 문학에 나오는 내용을 사실이냐 아니냐에 가치를 두는 것보다는 여기서 무엇을 전하려는 것인가, 그 메시지를 파악하며 고민하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시대의 변화가 두렵기도 하지만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과학의 연결점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자주 나오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자세는 우리에게 필요한 몫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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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과학기술과 대중문화와의 만남.... 크로스 사이언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6 | 2019.02.18 리뷰제목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는  대중과학서로 오랜기간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정재승 교수의 『과학 콘서트』처럼 어렵게 생각되는 과학기술에 대하여 소설, 영화, 그림 등의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쉽게 다가오는 책이다. 한마디로 이 책의 장점은 가독성이라 하겠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인 홍성욱 교수가 강의한 '과학기술과 대중문화'라는 교양강의를 한 권의 책
리뷰제목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  대중과학서로 오랜기간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정재승 교수의 『과학 콘서트』처럼 어렵게 생각되는 과학기술에 대하여 소설, 영화, 그림 등의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쉽게 다가오는 책이다.

 한마디로 이 책의 장점은 가독성이라 하겠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인 홍성욱 교수가 강의한 '과학기술과 대중문화'라는 교양강의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으로 소설 〈프랑켄슈타인〉, 〈걸리버 여행기〉, 〈킹콩〉, 〈1984〉,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혈의누〉에서부터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옥자〉,〈카타카〉, 〈로보캅〉, 애니매이션 〈공각기동대〉, 잡지 기사와 사진 등 다양한 사례를 교차하며 과학과 대중문화와의 만남을 통해 과학기술과 인문학(사실과 가치)이 전혀 다른 분야가 아닌 아주 긴밀하게 결합된 분야로써 그 간극을 좁히려고 노력한 책이다.

 

 1부 대중문화와 과학의 크로스에서 우리들이 은연 중에 인식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과학자의 이미지는 순하고 선하기보다는 미쳤거나 괴짜라는 이미지일 것이다. 이런 이미지가 구축된 사례를 소설과 영화를 통해 알아보는데, 우리에게 괴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고전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괴물이다. 여기서 우리가 오랫동안 오해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프랑켄슈타인을 괴물의 이름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사실은 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라는 것이다.(소설 속 괴물은 이름이 없다.) 그 이유는 그동안 이야기는 많이 접해 왔지만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프랑켄슈타인은 엄청난 열의를 갖고 인간과 닮은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로서의 신념을 가지고 연구에 매진하여 인간의 멋진 부분만을 조합해서 창조물을 만들어내지만 결과론적으로 괴기한 괴물을 만들게 되고 결국 괴물을 떠나 도망을 갔다가 우여곡절(괴물의 실수로 박사의 어린동생 죽음, 짝을 만들어 달라는 괴물 요청을 승낙했다가 거절하여 박사의 친구와 신부가 죽게 되는 등) 끝에 결국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에서 둘은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통해서 인간이 다른 존재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새로운 과학이 가진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고, 금기에 도전하며 창조물을 만들어 낸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이 오랜 노력 끝에 얻은 지식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지 못하고 통제가 안 되었다는 점에서 과학자의 이미지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면모를 보여 준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그 밖에 1장에서는 슈퍼우먼 과학자로 여겼던 퀴리 부인에 대한 오해, 〈걸리버 여행기〉와 〈킹콩〉 등을 통해 남녀 차별, 인종 차별, 소수자 차별에 대한 오래된 사이비 과학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새로운 차별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3부 인간과 과학의 크로스에서는 영화 〈옥자〉, 〈카타카〉, 〈로보캅〉, 〈블레이드 러너〉, 〈메트로폴리스〉 등을 통해 로봇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중 나도 재미있게 본 사이보그 고전이 된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미래 LA를 배경으로 복제인간을 폐기하는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내용으로 지구가 파괴되고 인구가 증가하자 인간들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타이렐사는 인간과 구별이 안 되는 복제인간 레플리컨트를 만들어 이들을 다른 행성에 보내 그곳을 식민지화하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레플리컨트 중 일부가 행성에서 탈출해 지구에서 잠입한다. 복제인간이 지구를 찾은 이유는 4년으로 설정된  자신들의 짧은 수명을 늘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 때 반역한 레플리컨트를 찾아 죽이는 임무가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에게 부여되고 복제인간을 하나씩 찾아 처형하다가(데커드는 복제인간을 죽일 때 자신의 행위를 처형이라고 하지 않고 은퇴시키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마지막에 복제인간의 수장 로이 배티와 최종 대결을 벌인다. 여기에서 진정한 인간이란 게 무엇인지, 혹은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영화의 답이 나온다. 4년의 수명 속에서 항상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살았던 로이 배티는 마지막에 자신을 죽이려는 적을 살려줌으로써 자비심을 보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사이보그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 보이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에서 인간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사냥해서 '은퇴시킨다.'. 이것은 예전에 유럽 사람들이 아프리카나 호주의 원주민들을 아무 가책 없이 죽였던 것을 상기시키고 있고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이 인간을 억압하는 일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외에 3부에서는 사이보그의 정체성 고민을 담은 영화 〈로보캅〉에서부터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사람을 공격(?)했던 로봇청소기 이야기, 영화 〈오토마타〉, 1932년 제작된 로봇 알파 이야기 등을 통해 우리가 가진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두려움은 얼만큼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총 4부를 구성된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는 소설, 영화 등 대중문화 속 과학이야기를 통해 과학과 인문학의 교차(연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며, 특히 4부에서 우리나라 근현대 현실과 소설을 통해 그 시대 근대적 삶과 식민지 민중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고, 교양과학도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통해 우주와 지구를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책 속에 나오는 소설, 영화, 그림, 사진 등 다양한 사례와 저자의 대중적 글쓰기로 인해 홍성욱 교수가 책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는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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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크로스 사이언스 | 홍성욱 평점10점 | h*********o | 2019.02.12 리뷰제목
얼마 전에 읽은 호킹의 책에서 우리가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득당한 뒤로 올해는 과학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사실 1년 전만 하더라도 과학은 매우 어려운 학문이고 전공자가 아닌 이상 접근하기 힘든 분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읽었던 <천문학 콘서트>를 시작으로 우주와 관련된 SF 소설들은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고, 마블 영화 <어벤져스
리뷰제목


얼마 전에 읽은 호킹의 책에서 우리가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득당한 뒤로 올해는 과학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사실 1년 전만 하더라도 과학은 매우 어려운 학문이고 전공자가 아닌 이상 접근하기 힘든 분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읽었던 <천문학 콘서트>를 시작으로 우주와 관련된 SF 소설들은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고, 마블 영화 <어벤져스>와 관련한 양자역학 영상을 보면서 물리학에도 흥미를 느꼈다. 책과 영화는 과학에 대한 재미를 알게한 결정적 계기였다. 그러니 문학과 영화를 주제로 과학을 써내려간 이 책은 내게 엄청 반가운 존재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과학자의 이미지는 어떤 모습일까? 왠지 냉소적이고 차갑고 계산적이고 딱딱하게 느껴진다. 고전문학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을 만든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자신의 창조물로부터 고통받는데, 이는 이후 첨단기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더불어 과학자의 전형적 이미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 위인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과학자 퀴리 부인의 이미지는 좋은 엄마이자 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훌륭한 연구자이다. 그러나 우리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전기를 쓴 딸이 그려낸 이미지며 사실은 딸에게 살갗지 못하고, 심지어 남편이 죽은 후 유부남과 불륜 관계를 갖기도 했다. 냉철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과학자도 많지만, 나는 그 중 혀를 내밀고  있는 아이슈타인의 엉뚱한 꾸러기 같은 모습이 가장 인상깊다. 


현실세계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유토피아 또는 디스토피아를 그려낸 문학에서도 과학기술의 역할이 드러나기도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는 국가의 후원을 받는 연구소에서 개발한 품목으로 유토피아 왕국을 유지한다. 베이컨은 사회가 빈곤에서 벗어나 모두가 부를 얻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과학기술이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 작품도 있다. 개인의 정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 브라더' 사회를 그려낸 조지 오웰의 <1984>는 개인의 자유를 박탈한 전체주의의 위험을 보여준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포드주의 기계대량 생산 방식과 과학 기술이 인간의 욕망에 이용된다면 얼마나 끔직한 미래가 될 수 있는지 시사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옥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슈퍼돼지의 이름으로 인간의 물질만능주의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최근 유전자 연구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GMO로 알려진 유전자 조작 식품을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유전자를 섞는 유전자 조작과는 달리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사람들의 희망과 동시에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장애 또는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우생학의 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영화 <가타카>에서 신분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려냈는데, 유전자 결정론이 형평성에 있어 얼마나 위험한 파장을 일으킬지 보여준다. <가타카>는 당시 워낙 화제가 된 터라 나도 감상한 기억이 있다. 물론 내용은 생각나지 않고 주드 로의 미모에 충격을 받은 기억만 남아있다.


책은 계속해서 사이보그 세계를 그린 디스토피아 작품, <코스모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칼 세이건의 우주 이야기, 기하학을 예술로 승화시킨 피카소, 우리나라에 처음 전기와 전차가 등장하던 근대의 작품을 보여준다. 소개된 인문학 작품은 내가 얼마나 주변 가까이에서 과학과 얽혀 있는지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작품에서 나타난 미래 사회의 어두운 모습이 나타나지 않으려면 우리는 과학 기술을 항상 가까이하고 긍정적인 기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보다 진보하고 앞서 나가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크로스 사이언스>와 같은 책들이 계속해서 나와준다면 사람들은 문화속에서 과학을 더 쉽고 재밌게 접근하게 될 것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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