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한마디
[카를로 로벨리의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북해의 섬 헬골란트에서 양자 이론을 꽃피운 하이젠베르크부터 '상호작용'으로만 이루어진 세계까지, 물리학으로 보는 광활한 세상에 대한 카를로 로벨리의 신간.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하는 양자 이론은 이제껏 보지 못지 못한 세계의 실체를 보여준다. - 안현재 자연과학 PD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비교적 최근에 확립된 물리학 이론?
주변에서 점점 ‘양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인공지능 못지 않게 관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양자'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싶었습니다.
이 책은 양자 물리학에 대한 책입니다.
양자역학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발전 과정과 변화를 보여줍니다.
복잡한 수식은 없습니다만, 편하게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양자역학를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책인데, 오히려 양자역학에 대한 어려움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우려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책은 양자역학의 시작에서 출발합니다.
23살의 하이젠베르그가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부합하는 수식을 찾아냈습니다.
젊은 나이에 이 복잡한 것을 찾아내고 증명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네요.
이후로 점점 발전하여 지금의 양자역학이 만들어졌습니다.
양자역학은 지금도 발전중이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설들도 종종 등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입니다.
이 책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양자역학에 대해 상당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활용하는 곳은 정말 많습니다.
이 책을 보고 마냥 어렵게만 느껴졌던 양자역학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었습니다.
물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은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로벨리의 아름다운 문장을 가독성 있게 잘 번역해서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번역자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라는 제목이 아무래도 걸려서 평을 씁니다. 원제가 Helgoland이기에 좋은 한국어판 제목이 필요한데, 그렇게 번역하는 것은 로벨리의 양자론에 관한 관계론 해석을 오해하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란 제목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와 같은 뜻으로 오해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로벨리의 핵심 주장은 우리가 관찰하고 있는 이 세계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고, 개체란 상호작용의 촘촘한 그물망 속의 매듭이란 거지요. ‘나’라는 것은 색즉시공 공즉시색으로 결국 용수 보살이 말하는 공성(空性)인데, 그 ‘나’를 세상을 있게 한 주체로 이해하게 만드는 제목입니다. 로벨리의 다른 번역판 책 제목도 그런 오역이 있습니다. 번역이 반역이 되어 옥에 티가 되지 않도록 그에 대한 지적도 실례를 무릅쓰고 할 테니, 양해 바랍니다.
과학 에세이는 역시 국내 저자의 글이 눈에 잘 들어온다. 번역서는 아무래도 치즈를 쌓아 올린 김치버거를 먹는 느낌이랄까 잘 차린 밥상인데도 금방 물려서 밥상머리에 오래 머물기 어렵다. 잘생긴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라 교수는 초급반 독자들에게 알기 쉬운 경어체 강의를 진행한다. 초반에는 100년전 스물셋의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양자론의 태동과 발전, 이와 관련된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을 자세히 그린다.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은 고양이를 죽이지 않고 잠재우는 실험으로 각색할 만큼 다정한 사람이다. 중반 이후 철학과 정신세계의 연관성을 양자론으로 갈무리할 무렵에는 기나긴 드리블에 힘이 빠진 공격수처럼 공이 이리저리 튄다. 독자도 이쯤 되니 건성으로 넘기는 책장이 슬슬 늘어 난다.
인연은 책에도 있다. 언젠가 접했던 양자역학과 불교의 연관성을 재미있게 풀어준 김성구 박사의 저서 <아이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는 개인적으로 로벨라 교수의 저작보다는 윗길이다. 그동안 서양의 물리학자들이 동양철학을 양자역학의 설명 도구로 사용하기를 원했지만 김성구 박사만큼 명쾌한 해설은 드물다.
이 책의 원제 'Helgoland'는 하이젠베르크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간 북해의 척박한 섬이다. 그는 홀로 밤하늘과 별을 배경으로 북해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수학을 도구로 양자론의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번역본 제목은 너무나 엉뚱하다. 무자아의 실체를 수행의 출발로 보는 불교철학의 입장에서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칙한 주장은 역시나 이원론 전통의 느끼한 서양의 맛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