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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살찌는가》는 부제 비만에 대한 모든 과학이란 말 그대로의 책이다. 모순적이게도 지금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이다. 나의 큰 손을 저지하기 위한 방지책이었다. 정말 나를 방지해줄 책. 끊임없이 쏟아지는 말은 마음에 콕콕 박힌다. 가장 강렬했던 건 역시, "우리는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살이 찌기 때문에 더 많이 먹는 것이다."가 아닐까. '아…. 말을 잃었다. 그렇구나, 나는 살이 쪘기 때문에 대식가였던 거구나. 부정할 수 없었다.

다이어트를 위한 강력한 마인드셋을 위해 선택한 이 책은 비만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통념을 정정하고, 비만을 개선할 점진적인 방안을 제안한다. 많이 먹고 움직임이 적어서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살이 쪘기 때문에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는다. 특정 신체 부위에 살이 찌는 이유 등 생각지 못했던 살의 비밀을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추적한 비만 추적기다. 이론적으로 이렇게나 핵심만 간추린 비만 과학 서적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고 굉장히 매끄러운 번역으로 술술 읽을 수 있다.

《왜 우리는 살찌는가》는 살이 찌는 핵심으로 인슐린을 꼽는다. 우리 몸에 얼마나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는지, 세포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와, 얼마나 빨리 민감성을 잃어버리는지가 비만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슬픈 사실은 살이 찐 사람은 이미 인슐린 분비, 인슐린에 반응하는 효소, 인슐린 저항성이 비만에 가까워져 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살을 빼기 힘든 이유도 나이가 들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비만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뿐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 방법이 인슐린 분비와 인슐린에 반응하는 인자,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주는 탄수화물을 제한적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괜히 다이어트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탄수화물을 제안해야만 비만에서 벗어날 수 있다니.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답이었다. 게다 신체는 "어떤 음식에 대한 혈당과 인슐린의 반응이 클수록 더 맛있다고 느껴져 그 음식을 좋아하게 된다."는 아주 정직한 입맛을 가졌다.

"탄수화물은 우리를 살찌게 하기 때문에 살이 찌지 않으려면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며,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이미 살이 많이 찐 사람이라면 다시 날씬해질 수 있는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다. 논리는 명확하다."

책을 읽으면 내가 먹는 탄수화물을 줄여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은 덜 먹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베이킹을 한 달에 몇 번 해도 될지 고민 중이다. 몇 번 만큼이나 얼마나 만들어도 될까도 함께. 베이킹을 하는 것이 나에게 치팅이라면, 나는 치팅데이를 맞이하기 전에는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단을 실천해야 한다는 슬픈 결론에 도달했다. 자, 이제 내 몸과 잘 협상해야겠다. 다이어트가 내일부터라는 명언이 자꾸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