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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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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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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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개개인의 숨겨진 재능을 찾아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평점9점 | YES마니아 : 골드 c******4 | 2019.11.10 리뷰제목
요즘 우리 사회는 조국사태에서 촉발된 공정이라는 화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입학특혜 시비로 교육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이해 입시제도를 바꾸어야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이해당사자간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이슈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우리 모두가 이해당사자인 동시에 인간을 교육한다는 문제의 본질이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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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는 조국사태에서 촉발된 공정이라는 화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입학특혜 시비로 교육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이해 입시제도를 바꾸어야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이해당사자간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교육이슈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우리 모두가 이해당사자인 동시에 인간을 교육한다는 문제의 본질이 그리 단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교육의 본질을 들여다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교육방향을 제시한다. 우리 아이들은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 암기력이 뛰어난 아이도 있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아이도 있고, 운동 신경이 우수한 아이도 있다. 그런데 공교육이 이런 다원적인 '개개인성(individuality)'을 무시하고 오로지 시험 잘 보는 능력만을 평가한다. 개개인의 지능을 평균과 비교해 높은지 낮은지를 보면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평균주의적 접근방식에 반대한다. 특히 사람을 평가할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는 것을 수많은 실증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평균적인 체격, 평균적인 지능, 평균적 발달 등은 모두 잘못된 과학적 허상이라는 것이다. 평균이란 단일한 성격을 가진 집단의 성격을 비교는데에는 유용할 지 모르지만 다양성이 전제된 인간의 비교에는 수많은 헛점과 문제점을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본주의 발달과 테일러 시스템에 의한 효율의 추구 과정에서 만들어진 평균개념 또는 표준개념이 교육분야 이념까지 지배해 왔지만, 이는 결코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개개인학'이라고 명명한 방식으로 교육이 설계되고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개인학의 3대 원칙으로는 '들쭉날쭉의 원칙', '맥락의 원칙', '경로의 원칙'이 있다고 설명한다. 종전에 평균학적 시각은 평균에 가까우면 바람직하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비슷한 두뇌를 가진 것이 아니라 개개인별로 독특하게 작동하는 뇌를 가진 개성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타고난 단일의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하는 존재이며, 하나의 정상적인 발달경로를 따라 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다.


따라서 평균적 교육방식 대신에 개성을 찾아주는 방식이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모든 아이가 연령별대로 같은 교육을 받고, 주어진 시스템에 나를 맞추려는 방식의 교육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변화가 일상화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시험점수와 학교 적응력만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기보다는 개개인의 개성을 찾아 발전시켜 주어야 한다. 이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등 다양한 방법들이 활용가능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의 교육방향 논의에도 참고가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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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콰이어트 - 수전 케인, 평균의 종말 - 토드 로즈 평점8점 | g******1 | 2018.05.31 리뷰제목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책의 서두에 있는 내용이다. 자신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현대 연구자들이 대체로 받아들이는 내향성의 특징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나는 외향적이라는 말을 종종 듣고, 나 스스로도 그렇다고 인정해왔는데, 물론 위의 질문지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향성의 점수가 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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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책의 서두에 있는 내용이다. 자신이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현대 연구자들이 대체로 받아들이는 내향성의 특징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나는 외향적이라는 말을 종종 듣고, 나 스스로도 그렇다고 인정해왔는데, 물론 위의 질문지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향성의 점수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는 사실은 놀랍다. 20개 문항중에서 14, 19, 20을 빼놓고는 거의 다 해당된다. 내가 이렇게도 내향적인 성격이라는 건 대단한 발견으로, 고등학교 때 맨날 떠든다고 칠판에 이름 적히고, 자습 시간에 악랄한 담임이 하필이면 내가 떠들 때 창문으로 몰래 감시하여 적발해서 혼내키던 걸 기억하는 내 친구들에게 얘들아 나 내향적이야 라고 말하면 어우 그러셔? 하며 콧방귀도 안뀔 것이므로 결국 나의 내향성은 나의 내향성 속으로 깊이 감출 수밖에 없고 외향성의 외피를 쓰고 계속 살아야 될 운명이 될 것 같다. 뭐 살다보니 온갖 (마음) 고생 덕에 성격이 변했을 수도 있겠지만, 내 방을 처음 가졌을 때, 대가족으로 북적대던 ‘안방’에서 빠져나와 나 홀로 가질 수 있는 깊은 밤의 시간들을 내가 얼마나 사랑했던가를 회상하면 역시 나의 내향적 내향성은 나만 알고 있는 깊은 내면 속에 숨겨져 있던 것 같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향성의 이면은 어떻게 된 것일까. 성격이든, 능력이든, 신체 사이즈이든, 뇌의 활동 부분이든 어떤 표준 속에 여러가지의 멀티속성을 한꺼번에 다 구겨넣고 그것을 표현하면 개인이 가진 고유성 그러니까 여러가지 속성들의 들쑥날쑥함은 사라지고 해당 단어 혹은 범주보다 낮거나 높거나 하는 단순한 비교만 남는다. 몇일 전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가 잊고 있었는데, 마침 서두(와 1장)의 내용을 축약해 놓은 게 있어서 불러온다.


공군 전투기의 잦은 사고로 조종석의 규격이 최근 전투병들의 신체 사이즈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가정을 했고, 조종석 설계상 가장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10개 항목의 신체 치수에 대해 평균값을 냈다. 이 평균값을 바탕으로 평균적 조종사를 각 평균값과의 편차가 30퍼센트 이내인 사람으로 넓게 잡았다.조종사 4천여명 가운데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10개 사이즈 중 3개 항목만을 골라서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를 골라도 3.5퍼센트 미만이었다. 그들은 이미 전투조종사의 신체조건이라는 기준을 통과한 자들이었는데도 말이다. 평균적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 이것이 대니얼스라는 한 젊은 장교가 밝혀낸 사실이었다. 놀랍게도 뷰로크라틱의 전형일 것같은 군에 그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받아들여져 평균치가 아닌 개개인에 맞춘 시스템으로 바뀐다.엔지니어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불가능하다고 꺼려했지만 군이 밀어붙이자 곧 해결책을 제시했다. 현재 모든 자동차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조절가능한 시트가 그렇게 탄생되었다.


노르마는 1만5천명의 젊은 성인 여성들에서 수집한 신체 치수 자료로 평균값을 내어 젊은 여성의 표준 체격을 만든 조각상이다(조각가 아브람 벨스키, 의사 로버트 L 디킨스). 이 완벽한 표준에 가장 부합하는 대회가 열렸는데, 치열한 경쟁 끝에 막판 경쟁에서는 밀리미터 단위로 우승자가 결정될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참가자 3천8백여명 가운데 9개 항목 치수중 5개 항목에서 평균치에 든 참가자들이 40명도 채 되지 않았다.당시 대다수의 의사와 과학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미국 여성들이 건강하지 못하고 몸상태가 나쁘다고 결론내렸다. 미공군 대니얼스의 직관과 어긋난다.


평균이 쓸모가 있을 때도 있다. 두 집단간을 비교할 때다. 개개인에게 평균은 허상이며, 평균에 기반해서 비교당할 때 개인의 자신의 고유 가치를 잃게 된다는 게 저자가 서두에서 강조하는 말이다. GPA 평균(-D)에 의해 자신이 젊은 날의 한 때를 얼마나 낙오자로, 우울하게 지내게 되었는지를 고백하면서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고등학교 중퇴 후 15년만에 하버드 대학 교수가 된 저자는 어떤 추상적 철학을 발견하거나, 공부에 눈을 떠서가 아니며, 처음에는 직관에 의해 그 다음에는 의식적으로, 모든 인간은 다르며, 그 개개인의 원칙을 따라 삶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앞장에 소개된 뇌 활동 영역에 대한 내용인데, 우리가 무얼 하면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고 저걸 생각하면 또 어떤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식으로, 그러니까 뇌의 어떤 정해진 영역이 특정 기능을 한다는 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런 영역 역시 앞에서 본 것처럼 많은 데이터의 평균을 낸 것으로서, 같은 활동에 대해 뇌가 활성화되는 영역은 천지차이로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콰이어트

수전 케인 저/김우열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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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는 평균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이다. 평점8점 | s*******r | 2018.06.24 리뷰제목
평균의 종말은 미래 사회에 대한 예언이나 트렌드의 예측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 토드 로즈의 소망이자 사명이다. 저자는 이 세계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지배적 방법인 평균의 폐해를 밝히고 그 대안을 제시해 우리가 평균의 허상으로부터 깨어나기를 촉구한다.<평균의 종말>에서 주장하는 평균의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여기 국, 영, 수, 사, 과에서 각각 100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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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은 미래 사회에 대한 예언이나 트렌드의 예측이 아니라 이 책의 저자 토드 로즈의 소망이자 사명이다. 저자는 이 세계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지배적 방법인 평균의 폐해를 밝히고 그 대안을 제시해 우리가 평균의 허상으로부터 깨어나기를 촉구한다.


<평균의 종말>에서 주장하는 평균의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 국, 영, 수, 사, 과에서 각각 100점, 0점, 0점, 0점, 0점을 맞은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의 평균은 20점. 학교는 이 친구를 하위 5%의 구제불능 멍청이로 분류한 뒤 정상적인 학업 성취가 불가하다고 판단, 교사가 거의 관리하지 않는 열반(포기반)으로 보낸다. 이렇게 미래의 노벨상 후보 하나가 우리 삶에서 사라진다.


오늘날 평균은 한 사람의 능력과 가치, 심지어 성격과 성향마저 대변하는 무소불위의 지표가 됐다. 많은 학교와 기업에서 진행하는 인적성검사를 보자. 당신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데 종종 어려움을 겪습니까? 매우 그렇다(내향적). 당신은 도전적이고 새로운 일을 맡는 걸 좋아합니까? 그렇다(외향적). 인적성검사는 다양한 맥락에서 내놓는 완전히 모순적인 답들을 합산해 평균을 낸다. 이로써 나는 모든 상황에서 대체로 내향적인 인간이 된다(매우 내향적을 -50으로 외향적을 40으로 보면 내 평균은 -5로 대체로 내향적인 인간이 된다).


평균으로 설명하기에 인간은 너무나 다면적이다. 쉽게말해 인간의 능력과 성향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매우 들쭉 날쭉한 것이다. 평균은 이 개성을 꾹꾹 눌러 펴 나와는 어느 한 부분도 닮지 않은 기이한 초상화를 그려준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들이 우리 세계에 이토록 깊숙히 뿌리내린 이유가 뭘까? 그건 천문학계에서 이름을 날릴 기회를 놓친 한 과학자의 극적인 피봇(pivot)을 통해 시작됐다. 아돌프 케틀레. 바로 그 주인공의 이름이다.


케틀레는 전세계가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시대에 천문학자가 되고자 했던 불운한 남자였다. 케틀레의 소망은 하루빨리 사회가 안정되어 예전처럼 왕의 후원으로 천문학을 연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는데, 그러다 문득 이 혼란한 사회를 설명하는 과학적 방법은 없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케틀레의 꿈은 사회학 분야의 아이작 뉴턴이 되는 것으로 대격변을 이룬다.


이 시기는 인류 최초로 빅데이터가 쏟아지기 시작한 시대이기도 했다. 케틀레는 이런 통계를 해석하는 방식으로 평균을 도입한다. 어떤 연구 결과나 고뇌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천문학계의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천체의 속도를 재는 과정에서 관측자마다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에 당혹감을 느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각각의 결과에 평균을 냈던 것이다! 그들은 이 평균이 실제 천체의 속도와 가장 가까운 수치라고 믿었기에 인간 또한 가장 이상적인 인간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생각은 복잡다단한 인간을 정형화시켜 그 본질을 한 눈에 파악하려는 인간의 기본적 충동과 맞물려 사회 과학계의 주류로 떠오른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러한 사고는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하는게 유일한 목표인 산업시대에 이르러 폭발적인 확산이 이뤄졌다. 훌륭한 CEO라면 누구나 자신의 공정을 표준화했고 이 표준화된 방식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표준화된 인재를 채용하려 했다. 그리고 이 회사들에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근대의 교육제도였다. 이제 학교가 왜 그렇게 지루하고 짜증이 나는지 알겠는가?(이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이다. 강추, 또 강추! https://www.youtube.com/watch?v=-qbYv9BX0UI)


회의주의의 창시자인 버틀란드 러셀은 "인간만사에는 오랫동안 당연시해왔던 문제들에도 때때로 물음표를 달아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지금까지 평균이 심대한 도전을 받지 않은 이유는 그것과 연계된 세상이 너무나 광범위했고 그 방법이 너무나 간단명료했기 때문이다. 만약 토드 로즈가  ADHD의 고교 중퇴생이 아니었다면, 그가 수 많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결국 하버드 교수가 되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회에 균열을 내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일으키는 건 결국 아웃사이더의 몫이었다. 인간의 진화 또한 매번 똑같은 형질을 물려주는 DNA가 아니라 심각한 돌연변이를 통해 시작되지 않는가? 그러니 우리가 이 세상이 정한 훌륭한 사회인의 '평균적 이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슬퍼하지 말자(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업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의 특이성을 발견하고 그 특이성을 갈고 닦아 누구와도 닮지 않은 나를 만드는 것. <평균의 종말>은 오늘도 이런 삶을 위해 힘쓰는 우리 모두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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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평균이 낳은 '획일화'와 '불평등'에 대한 경각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d***e | 2018.09.07 리뷰제목
너무도 당연해서 의구심을 품지 않았던 것들이 잘못된 교육의 폐혜라던지, 아니면 좀 더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부려먹기'위해 어딘가에서 일부러 만든 '시스템적 음모' 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되면 허무와 분노를 함께 느낀다. 살짝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면 '이제부터 라도 깨닫게 된 것이 어디야! 제대로 각성하고 살아야돼' 라는 다짐이 그 뒤로 이어진다. 꽤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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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당연해서 의구심을 품지 않았던 것들이 잘못된 교육의 폐혜라던지, 아니면 좀 더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부려먹기'위해 어딘가에서 일부러 만든 '시스템적 음모' 일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되면 허무와 분노를 함께 느낀다. 살짝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면 '이제부터 라도 깨닫게 된 것이 어디야! 제대로 각성하고 살아야돼' 라는 다짐이 그 뒤로 이어진다. 꽤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이끌어냈던 조금 센 책 <평균의 종말>도 그런 '각성'과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저자는 하버드 교육대학교 교수이자 교육신경과학 분야의 선도적인 사상가로, 기본 스펙만 보면 어렸을 때 부터 금수저의 길을 걸어온 것 같아 보이지만, 고등학교를 성적미달로 중퇴하고 이른 결혼에 따른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었다. '평균에 한참 못미친다'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에 맞는 '학습법'을 발견하고 흥미로운 부분을  쫓아 결국 교수가 되었다. 저자는 자신을 판단해왔던 잣대인 '평균'에 대해 의구심을 재기하고 스스로의 경험과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평균'의 허상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준다. 


새로운 개념을 배울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옛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평균의 허상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우선 '평균'이 생겨난 시대적 상황과 '평균'이라는 기준이 어떻게 산업과 인간에게 적용되었는지 살펴본다. 평균의 시대를 만들어낸 가장 큰 두 축의 이론은 '케틀레'와 '골턴'의 이론이다. 전자인 '케틀레'는 평균이 이상적인 것이며 평균과 다른 개개인은 '오류'라는 기준을 만들어냈다. 이같은 기준은 '대량생산'을 할 수 있는 산업화의 '메뉴얼'을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후자인 '골턴'은 한가지 일에 탁월한 사람은 대다수의 일에서 탁월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라는 개념을 만들어 엘리트 주의와 교육분야에서 우등-열등반으로 '효율적으로 인간을 교육시키는' 방법 등에서의 기준을 만들어냈다.

두 이론의 공통점은 모두의 합의 가운데를 평균으로 삼고 이를 개개인에게 획일화시켜 적용한다는 점이다. 평균은 그룹과 그룹을 비교하는데에는 유의미하나, 이를 개인으로 적용하는 것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얼굴이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듯  개개인의 능력은 단순한 '평균'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예로 '전투기 조종석'과 '노르마 찾기'를 이야기한다. 공군 전투기의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전투기 조종석의 사이즈가 현재 '공군의 신체 사이즈'에 맞지 않은 것이 문제일까 하는 의문으로 시작된 '공군의 신체 사이즈 평균내기'-  조종석 사이즈와 가장 연관이 높은 10개 신체의 항목을 측정해서 평균값을 냈는데, 결과적으로 그 평균에 맞는 신체를 가진 공군은 전체의 3.5%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로 공군은 조종석 평균 사이즈를 찾겠다는 의지를 과감히 버리고 개개인에 맞는 조종석을 만들어낸다. 물론 그 이후로 사고율이 감소했다는 것은 자명할 만한 사실이다. 


또 하나는 1만 5천명의 여성의 평균으로 만들어진 '노르마'라는 조각상과 꼭 같은 인물 찾기! 1만 5천명의 '평균'이라는 점에서 '노르마'는 여성의 '기준'으로 통하고 있는 터였다. 참가자 3천 8백명 중 노르마와 비슷한 사람은 40명도 채 안되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위의 조종석에 대한 조사 결과로 '개개인에 대한 맞춤 조종석'이 탄생했지만 노르마 찾기의 경우 '개개인의 다양성'에 대해 인정하는 방향이 아닌 '현재 여성들이 평균 이하의 몸 상태를 가지고 있다' 라는 단정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와 저자 이전의 학자들이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것이 '틀렸다'라는 주장을 했을때 많은 학자들이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평균'이 사라진다면 그를 대체할 만한 다른 '기준'을 찾을 수 없기에 혼란을 야기시킨다는 것이 주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우리는 개개인성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한다. 인위적 기준에 순응할 필요 없이 자신의 고유한 본성에 따라 자기 방식대로 배우고 발전하고 기회를 추구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바란다. 

...

개개인이 오로지 평균을 참고해야만 평가될 수 있다는 신념에 입각해있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해야 개개인성을 이해하고 활용할 만한 조건을 구축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저자가 평균을 버리고 교육혁명을 위해 주장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아래의 3가지 원칙이다. 

1. 들쭉날쭉의 원칙: 개개인별로 뛰어난 지능을 가진 분야가 아주 세밀하게 다르다. 어떤 분야에는 집중을 발휘하지만 어떤 분야는 지루해한다. 

2. 맥락의 원칙: 인간은 내향적이나 외향적이며, 이성적이면서도 감정적이다. 상황에 따라 도덕성과 인내심 등이 달라지므로 그 행동에 대한 맥락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3. 경로의 원칙: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평균적으로 밟아야 하는 정상적인 경로가있지만이것이 실제 모든이에게 적용되지 않으며, 개개인에 적합한 발달경로가 따로 있다.


우수성을 이루기 위해 나에게 유용한 길이 어딘가에 있지만 그 길이 어떤 형태인지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그런 길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가 어떤사람 인지 알아야 했다. 

...

나는 나에게 잘 맞는 길을 선택하기 위해 그러니까 구체적 예를 들면 수강할 과목은 순서를 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들쑥날쑥성 (지루함을 잘 견디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흥미가 끌리게 된 내용에서는 초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측면 등)을 이해해야 했고 내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만한 맥락 (고등학교 때 알던 아이들이 듣는 수업을 피하고 논쟁과 아이디어 중심의 수업을 찾아보기)을 알아야 했다. 나는 내 들쭉날쭉한 측면과 상황 맥락별 기질을 이해한 덕분에 나에게 가장 맞는 독자적인 경로를 정할 수있었다.


또한 기존 시스템의 평균주의 구조에서 학생 개개인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3가지 개념을 제시한다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 획일화된 교육의 결과가 아닌 특정 기준을 넘어선 사람에 대한 자격증 수여

성적 대신 실력의 평가 : 같은 문제, 같은 시간동안 벌어진 시험이 아닌 각각의 성취도 평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결정권 허용하기: 학생 스스로가 진로를 선택하고 이를 토대로 직업인이 되는 '결정권'

모닝스타, 조호, 코스트코 등이 '평균'이 아닌 '개개인화'를 위해 노력해서 좋은 결실을 맺은 기업으로 소개되어 있다.

분류하고 등급을 매기는 '평균'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특징과 우수성을 인정하고 이를 특성화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저자는 이것을 교육의 대계라고 보고, 그것이 각 개인들에게 '경쟁'과 다른의미의 '성취'와 '성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더는 평균의 시대가 강요하는 속박에 제한당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시스템에 대한 순응이 아니라 개개인성을 중요시함으로써 평균주의의 독재에서 해방돼야 한다. 우리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으며 그 시작점은 평균의 종말이다.


시스템, 효율을 위해 인간을 '획일화' 시키고 중간값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수와 우수하지 않음'으로 나누는 평균이라는 잣대-  개개인의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균이라는 기준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개인의 특성과 방향성에 집중한다면 경쟁사회가 아닌 서로 상생하는 사회 속 '나만의 성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교육을 위한 서적이라고는 했지만, '뭘 하든 중간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을 해 온 나 자신의 방향성을 잡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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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의 평가 기준은 얼마나 나의 것일까 - 토드 로즈 『평균의 종말』 평점8점 | g******i | 2019.08.28 리뷰제목
우리에겐 사랑에 대한 갈구보다 더 지독한 버릇이 있다. 바로 평가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도 끝난 후에도 오래 반추한다. 나, 타인, 사회, 세계 등 우리의 생각이 미치는 모든 것에 대해 가치 판단한다. 생존 본능이니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정에 좌우되고 잘못된 잣대로 판단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는 매일 이런 문제를 목도하고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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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사랑에 대한 갈구보다 더 지독한 버릇이 있다. 바로 평가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도 끝난 후에도 오래 반추한다. 나, 타인, 사회, 세계 등 우리의 생각이 미치는 모든 것에 대해 가치 판단한다. 생존 본능이니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정에 좌우되고 잘못된 잣대로 판단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는 매일 이런 문제를 목도하고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조지 레이코프는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프레임에 갇혀 사고하는 것에서 비롯된 각종 사회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뿐인가. 사람은 올바른 길을 알면서도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시스템의 편의, 다수의 기준에 따라 좀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도 있다.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반발과 의심도 가진다. 인간은 단순한듯하면서도 복잡하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흥얼흥얼.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는 평가 기준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살면서 배우고 취하게 된 것이다. 토드 로즈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많은 측정 방식과 평가 기준을 통해 말해지는 ㅡ평균적 신체지수, 평균적 지능, 평균적 성격, 평균적 학생, 평균적 직원 같은 ㅡ 일상화된 개념들은 잘못된 과학적 상상이 빚어낸 허상이다. 평균적 사람은 없는데 우리는 시스템을 통해 그것을 도모하며 자신을 망치고 있다. 문제의 기원으로 토드가 중요하게 지적하는 것은 1840년대 케틀레의 사회물리학적 착안에서 비롯된 평균적 인간 개념, 골턴의 계층 개념, 테일러주의에서 비롯된 평균주의 기업 모델이다.

벨기에의 천문 과학자였던 아돌프 케틀레는 스물세 살에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수학 수재였다. 그는 뉴턴처럼 우주의 작동 법칙을 발견해내고 싶은 야심이 있었다. 그런 과업을 수행할 천문대 완공이 혁명으로 불투명해지자 그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사회적 행동 속에 숨겨진 패턴을 천문학에서 쓰던 평균적 측정값을 응용해 산출하고자 했다. ‘평균적 인간’을 제시하는 케틀레의 개념은 혼란스러운 사회에 질서를 부여하는 듯했고 타인들을 정형화하고 싶은 인간의 충동에 정당성을 입증해주니 호응은 뜨거웠다. 지금도 이런 호응은 여전하다. ‘1만 시간의 법칙’, ‘마시멜로 실험’, ‘밀그램의 복종 실험’ 등 그런 실험과 통계들이 조금만 신빙성이 있다 싶으면 우리는 쉽게 끌린다. 케틀레 개념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전 분야의 학자들과 사상가들이 사회를 지배하는 숨겨진 법칙을 밝혀냈다며 케틀레를 천재로 치켜세웠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케틀레의 개념을 간호에 적용시키며 평균적 인간이 “신의 섭리”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칼 마르크스는 케틀레의 개념을 취해 공산주의 경제 이론을 세우며 평균적 인간이 역사 결정론historical determinism을 성립시켜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James Maxwell은 케틀레의 수리에 착안해서 기체역학의 고전적 이론을 세웠다. 내과 의사 존 스노John Snow는 런던에서 콜레라와 싸우던 중 케틀레의 개념을 활용하면서 공중위생 분야의 서막을 열었다. 실험심리학의 아버지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는 케틀레의 글을 읽고 이렇게 단언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제외한 그 어떤 철학자들보다 통계적 평균이 심리학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p57~58)

 

19세기의 프랜시스 골턴은 은행업과 제조업으로 떼돈을 번 영국의 부유한 상인 계층이었다. 지금은 인류학자로 소개되는 이 인물은 수학과 의학까지 공부한 데다 찰스 다윈이 사촌이었으니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영국의 우월한 사회계층이 쇠퇴해가는 것을 재건하려는 야심을 가졌고 케틀레의 유형 개념을 응용해 인간이 “우월층”과 “저능층”으로 나뉜다고 평가했다. 독일 나치 때문에 유명해진 바로 그 우생학(eugenics)이다.

“1900년대 초반에 이르자 인간은 능력별로 하위에서부터 상위까지 분류된다는 관념이 사실상 사회과학계와 행동과학계 전체에 침투하게 됐다.

평균의 시대, 다시 말해 1840년대 케틀레의 사회물리학적 착안에서 비롯돼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그런 문화적 시대를 특징짓자면 사회의 거의 모든 일원들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2가지 가정을 꼽을 만하다. 바로 케틀레의 평균적 인간 개념과 골턴의 계층 개념이다. 케틀레가 그러했듯 우리 모두도 평균이 정상을 판단하는 믿을 만한 기준이라고 믿게 됐다. 특히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성격, 경제적 지위와 관련해서 유독 그런 믿음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성과라는 편협한 기준에 따른 개개인의 계층이 개개인의 재능을 판단하는 유용한 도구라는 믿음도 갖게 됐다. 이 2가지 개념이 현재 전 세계의 교육 시스템, 대다수의 채용 관행, 상당수 직원 업무 평가 시스템 이면에서 구성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케틀레가 개개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끼친 영향력은 아직도 우리의 시스템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우리의 사생활을 보다 확실하고도 밀접하게 틀어쥐고 있는 것은 바로 골턴의 유산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능한 한 평균을 훌쩍 뛰어넘으려는 압박감을 느낀다. 우리가 평균 이상이 되려고 그렇게 기를 쓰는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평균 이상이 되려고 기를 쓰는 이유가 아주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평균의 시대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평범하거나, 아니면 (정말 끔찍하게도!) 평균 이하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p63~64)

 

 

수학을 활용해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했던 유럽의 두 과학자의 추상적인 ‘평균주의’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기업과 학교의 주류 원칙으로 올라서게 된 것은 미국의 기업가 프레더릭 윈슬러 테일러에 의해서였다. 1880년대 농업에서 산업 경제로 전환돼가는 시기를 살았던 그는 하버드 법대를 자퇴하고 산업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공장 생산 시대의 문제점들을 눈여겨보았고, 업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평균주의의 중심 지침, 개개인성의 등한시 개념을 받아들였다. “시스템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라는 테일러의 신념에 따른 ‘표준화 시스템’을 구축한 주역이다. 이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생산의 조립 라인을 대량 생산방식으로 바꾼 ‘포드 시스템’도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경영 컨설턴트, 기획 부서, 능률성 향상 전문가 모두가 분석의 수행에서 평균이라는 수리에 의존했다. 관리자들은 케틀레와 골턴의 과학을 정당성의 근거로 삼아 근로자 각자를 스프레드시트의 셀처럼, 일람표의 숫자처럼, 교체 가능한 평균적 인간처럼 다뤄도 된다고 여겼다. 관리자들로선 개개인성의 경시를 별 어려움 없이 선뜻 받아들였다. 개개인성을 경시하면 자신들의 직무가 그만큼 더 수월해지고 안정적이 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인간 관련 결정에서 유형과 계층을 활용할 경우 항상 옳지는 못하더라도 평균적으로 옳은 편이 되며 표준화된 공정과 역할들로 수두룩한 거대한 조직으로선 그 정도로도 만족스러워할 만했다. 관리자들이 사원에 대해 오판을 내린다 해도 시스템에 잘 맞추지 못한 탓이라고 그 사원에게 허물을 씌우면 간단히 해결됐다.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러버 컴퍼니, 인터내셔널 하비스터 컴퍼니, 제너럴 모터스는 모두 과학적 관리법을 채택한 초창기 회사들이었다. 테일러주의는 이런 고무 제조업이나 수확기 제조업이나 자동차 제조업 외에도 벽돌쌓기 공사, 통조림 제조업, 식품 가공업, 염색업, 제본업, 출판업, 평판인쇄업, 철사 세공업에도 적용됐고, 이후엔 치과업, 은행업, 호텔용 가구 제조업에도 적용됐다. 프랑스에서는 르노가 테일러주의를 자동차 제조에 적용했는가 하면 미쉐린도 타이어 제조에 응용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국가 계획 시스템은 아예 드러내놓고 테일러주의를 모범으로 삼았다.

테일러주의는 대체로 미국의 자본주의와 동일시됐으나 국경과 이데올로기마저 넘어서는 호응을 얻었다. 소련에서 레닌이 과학적 관리법을 러시아의 공장들을 활성화하고 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구상하기 위한 핵심으로 선언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무렵 프레더릭 테일러는 소련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만큼이나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도 레닌과 스탈린과 마찬가지로 열렬한 테일러주의 지지자 대열에 합류하며 전시 산업에 테일러주의를 도입했다.

한편 아시아의 여러 집단주의 문화에서 과학적 관리를 서구 문화권보다 훨씬 더 무자비하게 적용시키면서 미쓰비시와 도시바 같은 기업들은 표준화와 사원-관리자 분리 원칙에 따라 철저히 탈바꿈했다.”(p80~81)

 

 

기준의 정당성을 입증해줄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의 기준은 매우 수상하다. “개개인의 측정치 배분을 그룹의 측정치 배분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는 식의 별난 가정”을 우리도 인정해야 하는가. 과학이 반대 증거에 열린 자세인 ‘반증 가능성’(칼 포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전제해도, 등급화와 유형화 같은 평균주의 방식은 인간이 냉동 클론(복제 생물)이라는 가정을 취하고 있다. 토드는 이런 ‘에르고딕 이론’의 오류를 지적한 피터 몰레나의 ‘에르고딕 스위치’ 이론을 가져왔다. 에르고딕 이론은 물리학에서 기체 분자의 종합적 작동 방식을 활용해 개별 기체 분자의 평균적 작동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 예측에서는 2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 그룹의 모든 구성원이 동일할 것. 두 번째, 그룹이 모든 구성원이 미래에도 여전히 동일할 것. 특정의 독자적 그룹이 이 2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그 그룹은 ‘에르고딕’으로 인정되면서, 그룹의 평균적 행동을 활용해 개개인에 대한 예측을 이끌어내도 무방하다고 간주된다.”(p100~101)

“케틀레는 이 에르고딕 스위치로 인해 평균적 인간의 존재를 믿게 됐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이 에르고딕 스위치를 통해 평균이 이상에 해당하고 개개인은 오류에 해당한다는 자신의 가정을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응용과학의 150년은 케틀레의 원초적 착각에 의해 이미 예견돼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그 어떤 여성의 몸과도 일치하지 않는 ‘노르마’, 그 어떤 사람의 뇌와도 일치하지 않는 뇌 모델, 그 누구의 생리에도 꼭 들어맞지 않는 표준화 치료 요법, 신용할 수 있는 개개인들에게 불리한 점수를 부과하는 금융 신용 정책, 전도유망한 학생들을 걸러내버리는 대입 프로그램, 비범한 재능을 과소평가하는 고용 정책 등이다.”(p103)

 

'노르마' 선발 대회에서 기준에 딱 맞는 여성이 없어서 근사치의 여성을 선발했다.

 

 

토드는 우리 대다수가 평균주의 과학에 길들여져 은연중에 개개인보다 시스템을 우선시하는 일차원적 사고를 통해 재능을 평가해 들쭉날쭉한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사고에서 탈피하려는 기업들이야말로 지금 가장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본질주의 사고에서 탈피해 맥락과 관련된 상황 맥락별 기질을 의식하게 되면 개인적·직업적 삶에서 굉장한 이점이 생긴다. 개인적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 자신이 빛을 발할 만한 상황을 보다 쉽게 깨닫게 돼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서로 협력해 일하는 팀의 일원으로서는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개별적으로 따로따로 일하는 경우에는 애를 먹는 편이라면 직무 시간의 90퍼센트를 집에서 독자적으로 일해야 하는 조건의 파격적 승진을 제안 받을 경우 승진에 따른 혜택과는 별개로 그 직무가 당신의 상황 맥락별 기질에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맥락의 원칙은 불리하거나 자멸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될 만한 상황적 요소를 분간하게도 해준다.”(p177)

“테일러주의에서 비롯돼 100여 년에 걸쳐 뿌리내려온 평균주의 기업 모델이 그동안 우리를 설득시켜온 논리는, 시스템이 잘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을 스프레드시트의 셀과 같이 쓰고 버릴 수 있는 평균적 직원처럼 여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완전히 틀린 것이다. 앞에서 자세히 이야기했다시피 딜로이트, 구글, 애들러 그룹, IGN은 비록 암묵적이라 해도 개개인성의 원칙을 채택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 기업들은 일차원적 사고, 본질주의 사고, 규범적 사고라는 정신적 장벽을 버림으로써 직원들이 적극 동참하며 경쟁력 있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이런 기업들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가 남긴 유산을 버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막대한 자원을 가졌거나 (IT 업종처럼) 비정통적인 기업 경영 방식에 남달리 열려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개개인성의 원칙을 적용하는 일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모든 업종의 모든 기업이 이용 가능한 선택이다.”(p215)

 

 

70년 전 테일러주의에서 벗어나 개개인성의 원칙으로 나아갈 때 개개인의 자유, 창의력, 책임의식을 포용하면서 자유로운 모험심을 희생시키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토드는 본다. 우선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 현존 고등교육 시스템은 1세기 전에 설계된 것이다. 표준화된 커리큘럼 수행력으로 학생들을 등급 매기고 분류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별 학습과 진도를 평가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개개인성을 완전히 무시하도록 짜여 있어요. 온통 평균과 선별 타령을 하면서 10대들이 입학 사정관의 눈에 들기 위한 허울이나 쫓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승화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이게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이 할 짓입니까? 모든 학생을 평균에 비교하는 일방적 시스템이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일까요? 아이들은 합격을 의식해 논술을 꾸며 쓰려 하고 별 신념도 없이 기계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합니다. 해외에서 실시되는 SAT에서 부정행위까지 저지릅니다. 제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뭔지 아세요? 이 대학이나 저 대학에 입학하려면 사회봉사 활동을 몇 시간이나 해야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해주죠. 성공한 인생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학생 자신의 독자적인 개개인성을 이해하고 발현시키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너무도 많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학생의 개개인성을 발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데 급급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다른 모든 학생들이 스스로를 부각시키려 기를 쓰는 방면에서 자신을 부각시키려 기를 쓰면서 비롯되는 문제입니다.”(p243)

ㅡ 휴스턴 대학 입학 상담사, 쥬디 무어

“대학 입학은 대체로 평균의 게임입니다.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며 그 평균의 게임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아지기 위해 자신의 독자성을 버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가 되려고 기를 쓰는 목표상에서 조금 더 뛰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요. 하지만 평균을 놓고 겨루면 평균적으로 성공하기가 힘듭니다.”(p244)

ㅡ 하버드 대학교 입학 및 학자금 지원 책임자, 빌 피츠시몬스 

 

 

토드는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성적을 실력으로 대체하기,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다양한 결정권 허용’을 제시한다. 개개인의 수행 능력 안배 없이 애초에 재능 있는 학생들과 재능 없는 학생들로 구분해놓고 표준화된 시스템을 따르라는 것은 많은 실패를 발생하게 하는 구조를 만든다. 모두에게 ‘평등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토드가 제시하는 개개인의 능동적 교육 구조라면 평생 학습의 습관이 길러질 것이다.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사는 구세대 운운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요즘 유튜브나 각종 도전으로 주목받은 노인들을 생각해보라.

요즘은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된 ‘아메리칸 드림’이란 신조어는 1931년 제임스 트러슬러 애덤스가 대공황 시절 테일러주의 세계관의 확산에 우려하며 반대 의견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아메리카 드림'

“이것은 자동차와 높은 임금을 향한 꿈이 아니라 사회질서를 향한 꿈이다. 남녀 모두 누구나 다 타고난 재능을 한껏 펼칠 수 있고 타인들로부터 출생이나 지위라는 우연에 따른 배경과 무관한 본연의 모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질서를 동경하는 꿈이다.”(p271)

ㅡ 제임스 트러슬러 애덤스

 

 

 

 

평균을 말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남보다 좀 낫기를 바라며 그 카테고리의 우월성을 느끼고 싶어한다. 내 위와 내 아래를 가늠해보는 중간지대는 허상이다. 스스로를 흙수저라 말하는 기괴한 자괴감에 휩싸이는 사람들, 내로남불 핑퐁게임을 하는 한국. 개인별 맞춤 학습도 한국에서는 과외를 얼마나 할 수 있는가 경쟁력 여부가 되고 있다. 능력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시선, 성공을 부의 축적이나 타인을 이기는 능력으로 보는 사고방식 그런 것들이 참을 수없이 답답하다. 늘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

토드가 평균주의의 나쁜 예만 제시한 거 같아 평균주의로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점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찾아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토드의 이 이론들이 ㅡ불확실하기에 오히려 다양성과 가능성을 품고 있는ㅡ 이 세계에서 블랙스완 개념으로 제시된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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