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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대중문화 >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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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 평점8점 | s*****s | 2018.07.19 리뷰제목
존 버거(John Berger)는 케네스 클라크(Sir. Kenneth Clark)와 마찬가지로 BBC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사 담론을 대중화시켰다. 하지만 클라크가 예술과 문명의 관계에 관한 아카데미즘을 대중의 눈 높이로 매끈하게 고쳐 놓았던 것과 달리, 존 버거는 아예 미술을 이해하는 틀 자체를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 비장한 선언서가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 of Seeing, 1972)」이다.“
리뷰제목



존 버거(John Berger)는 케네스 클라크(Sir. Kenneth Clark)와 마찬가지로 BBC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사 담론을 대중화시켰다. 하지만 클라크가 예술과 문명의 관계에 관한 아카데미즘을 대중의 눈 높이로 매끈하게 고쳐 놓았던 것과 달리, 존 버거는 아예 미술을 이해하는 틀 자체를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 비장한 선언서가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 of Seeing, 1972)」이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또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이 위대한 선언문은 시대를 초월하는 진리이며, 얼핏 곰브리치(E. H. Gombrich)의 시지각 심리학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정치, 경제, 권력의 담론이 부가될 때, 우리가 잊고 있던, 혹은 애써 묵살하고 있던 불편한 입장들이 표면화된다. 존 버거는 그러한 담론의 중심에서 독자들이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적극적 해석자’로 개입하기를 소망한다. 아니, 위대한 선배 비평가 발터 벤야민이 원했던대로, 우리 모두가 시각 문화를 전복하는 혁명적 주체가 되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책은 소제목 없는 7개의 장으로 구성되었고, 그 중 3개의 장은 글 없이 도판만 나열되었다. 이 도판들은 주장을 담은 4개의 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나, 저자는 애써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며 사고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책의 구성 자체가 친숙한 틀에 의존하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훈련시키고 있는 것이다.


주요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첫 장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에게서 아이디어를 빌어온 이미지의 복제와 해석에 관한 이야기이다. 모든 이미지는 지식과 의도의 결과물이다. 가치중립적인 것을 가장하는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아카데미 전통에 입각한 이미지 해석은 부당한 신비화를 낳고, 그러한 신비화가 응집된 결과물이 오늘날의 미술사학이다. 이러한 주류 미술계의 권력은 위계질서를 정당화한다. 이제, 기술복제가 가능해진 시대에는 복제된 이미지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된다.


두번째 장은 젠더의 문제를 다룬다. 전통적으로 남자는 자신이 타자에 행하는 영향력으로 평가 받았다. 반면, 여자는 타자에게 어떻게 보여지는가로 평가되었다. 서구 미술 전통은 그러한 부당한 젠더 관계의 반영이며, 그 관계를 적극적으로 재생산해왔다. ‘보는 남자’와 ‘보여지는 여자’는 변치않은 성적 욕망과 소유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관계는 이미지로 재생산되며 다시 개별 주체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매체가 변했어도 이 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세번째로는 유화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유화가 도입되기 시작한 15세기부터 인상주의에 의해 그 본질이 파괴된 19세기까지, 유화는 주문자(소유자)의 재산을 나열해 과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정물화, 풍경화, 자화상 등 주제가 달라져도 그 역할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손에 잡힐 것 같은 실제의 감각은 거기 그려진 대상과 그 그림 자체를 하나의 고귀한 사유재산으로 포장해낸다. 이 사유재산의 현존감이 유화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애써 감추기 위해 신화를 덧입고 고귀한 성역으로 포장시켜온 것이다. 가끔 그 본질을 거부한 대가들이 있지만, 미술사가는 그 대가의 표현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사상적 도전은 애써 묵살한다. 그래서 표현의 계승자는 있지만 사상적 대는 끊긴다. 램브란트의 노년기 자화상은 유화의 부당한 기능을 떨쳐버리고, 자신만의 정신을 회복한 대가의 당찬 선언이자 증거이다.


끝으로, 네번째 이야기는 현대사회의 광고에 대한 것이다. 광고는 오지 않을 미래를 보여주며, 소비를 통해 존중받는 자가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이야기한다. 유화가 사유재산을 전시한 것처럼, 광고는 미래에 얻을 수 있는 신기루를 전시한다. 광고는 선망의 판타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며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다른 방식으로 보기」로 번역된 것은 존 버거의 입장에 역자(출판사)가 과도하게 개입한 결과로 보인다. 역자는 저자가 우리에게 다른 방식으로 볼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합리화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고 제목 자체에서 다른 방식으로 보라고 명시(명령)해버리면, 이미 이 책은 이데올로기적 선언이 되어버린다. 버거는 미술비평사를 통털어서도 매우 직설적인 인물임에 틀림없지만, 그가 그저 ‘보는 방식들’이라는 제목으로 한 걸음 물러난 것은 우리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본다. 실제로 그가 우리에게 어떤 행동으로 나아가라고 종용한 것은 첫장뿐이며, 그마저도 분명하지는 않다. 나머지 장들은 그저 자신의 관점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고 있다. 우리는 그의 관점을 읽으며 대체로 동조하지만, 때로는 나 혼자 힘으로 이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좌절하기도 한다. 심지어 가끔은 그가 이 체제를 너무나 억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연민을 품기도 한다.


사유재산을 전시하는 유화의 본질, 그리고 신기루만을 끝없이 생산하는 광고의 역할 속에서 우리가 품는 무력감을 어떤 실질적인 행동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그저 비판적으로 볼 수 있을 따름이다. 숨겨진 권력의 의도를 애써 식별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세상을 버리고 독자적으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하거나 유능하지 않기에, 존 버거처럼 산 속으로 들어가 농사 지으며 살 수 없다. 우리에게는 생과 업이 있다.


저항할 것인가, 순응할 것인가, 회피할 것인가. 이 세 가지 선택지만이 우리 앞에 놓여져 있다고 믿는 사람은 지나치게 순진하거나 멍청할 가능성이 높다. 부당하게도 우리는 애초에 원한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부과된 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어쨋든 태어난 이상, 우리 모두에게는 행복해질 권리와 의무가 있다.


세상을 계도하고 변화시켜 더 높은 사회적/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말릴 생각은 없다. 그들의 헌신이 인류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은 지키고 싶기에, 결국 그들에게 이렇게 조언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이미지에는 하나 이상의 즐길 이유와, 동시에 하나 이상의 비판할 이유가 있다.



과거에 대한 문화적 신비화는 이중의 손실을 가져온다.


너무나 명백한 것을 쓸데없는 엉뚱한 설명으로 핵심을 흐려 놓는 데서 신비화는 비롯된다.


유화란 무엇보다도 사유재산에 대한 찬양이었다. 그것은 당신이 소유한 것들이 곧 당신이라는 원리에서 나온 미술형식이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0
종이책 존 버거의 다른 방식으로 보기 평점9점 | a*******5 | 2017.07.09 리뷰제목
성서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하지만, 저자는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언지 안다.'고 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서구의 유화 전통을 새로운 눈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저자의 문제제기는 오랫동안 강단 미술사학의 주류였던 양식사 중심의 형식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오늘날 '신미술사'로 영역을 넓히도록 자극
리뷰제목

성서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하지만, 저자는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전에 앞서 사물을 보고 그것이 무언지 안다.'고 한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서구의 유화 전통을 새로운 눈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저자의 문제제기는 오랫동안 강단 미술사학의 주류였던 양식사 중심의 형식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오늘날 '신미술사'로 영역을 넓히도록 자극을 주고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우리가 보는 방식은 우리가 알거나 믿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바라보며, 보는 행위는 선택 행위라고 한다. 사람이 만든 이미지는 재창조되었거나 재생산된 시각의 하나로 보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우리의 관념을 형성하는 문화적 관념들은 세계의 실상을 정확하게 밝혀주기보다 오히려 신비화하는데, 특히 과거의 미술은 특권을 지닌 소수가 지배계급의 역할을 정당화할 수 있는 역사를 새로 꾸며내려고 하기 때문에 신비화된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 과거의 예술은 권위가 사라지고 대신 이미지의 언어가 들어섰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 이미지의 언어를 사용하는가다.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여자와 남자의 존재는 다르다.' 남자의 존재감은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행사하는 데서 드러나지만, 여자의 존재감은 몸짓, 목소리, 표정, 차림새, 의견 등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느냐가 더욱 본질적이라고 한다. 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남자의 보호와 관리 아래 태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자들은 남자의 관리를 받으며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감시하고 감독하느라 두 갈래로 찢기는 자아를 경험한다. 여자 자신 속에는 시선을 통해 감시하는 남성이 있다.

 

 '유럽의 누드 예술 형식에서 화가와 관객(소유자)은 보통 남자이며, 대상으로 취급받는 인물은 보통 여자다. 이런 불평등한 관계는 우리 문화에 아주 깊이 각인되어 있어 지금까지도 많은 여자들의 의식을 형성한다.' 오늘날 누드가 포함하고 있는 태도나 가치들은 광고, 저널리즘, 텔레비전과 같은 좀 더 다양한 미디어 속에서 표현되고 있다.

 

 전통적인 유화의 시대는 지났지만 아직도 유화의 전통은 우리 문화의 기본 전제로서 영향을 미친다. 유화는 재산과 교환 방식에 의해 세상을 바라보는 데 영향을 미치는 시각예술이다. 유화의 전통에 속하는 평범한 종교화들이 종종 위선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유화가 소유자의 쾌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윌리엄 블레이크 등 몇몇 화가는 유화의 한계인 '실체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광고는 소비사회의 문화다.' 광고는 다른 회사의 상표와 경쟁하며 우리에게 무언가를 사들임으로써 우리 자신이나 생활이 변하게 될 거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광고 언어는 카메라가 발명되기 전까지 서구적인 시각 방식을 지배해온 유화와 연속선에 있다. 광고에서 미술작품을 '인용'하는 데는 물질적인 부와 정신적인 풍요를 의미함과 동시에 무언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하지만 '광고는 계속 연기되는 미래에 근거를 두기 때문에 현재를 배제하고, 그럼으로써 모든 생성과 발전의 여지를 아예 없애버린다.' 광고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며 매우 중요한 정치적 현상이다. 

 

 이 책은 몇 달 전 이웃님의 블로그에서 리뷰를 읽고 관심이 생겨 구입한 책이다. 마침 지난번 읽은 <문화로 보면 역사가 달라진다>를 통해 신문화사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어서 우연 같은 필연으로 느껴졌다. 앞으로 주류 남성 사회의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과 인종, 환경과 계급 등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분야의 (신)문화사를 만나고 싶다. 존 버거의 다른 책과 함께 발터 벤야민의 사상도 궁금하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8
종이책 누군가가 쥐어주는 대로 보기, 읽기에서 탈피하기 평점9점 | a******9 | 2017.04.07 리뷰제목
존 버거는 올해 초에 사망했다. 그의 생존 시에는 아주 가끔 이름만 스쳐 지나가듯 들어봤던 정도였다. 그가 죽고 난 후 몇 군데에서 그의 이름과 남긴 책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서 미술, 사진 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거쳐갈 수밖에 없는 경로라고 생각했고 이 책으로 그와의 인연을 시작한다.   본문이 180쪽도 안 되는 분량이라 마음만 먹으면 금방 읽어낼 수 있는 정도
리뷰제목

존 버거는 올해 초에 사망했다. 그의 생존 시에는 아주 가끔 이름만 스쳐 지나가듯 들어봤던 정도였다. 그가 죽고 난 후 몇 군데에서 그의 이름과 남긴 책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서 미술, 사진 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거쳐갈 수밖에 없는 경로라고 생각했고 이 책으로 그와의 인연을 시작한다.

 

본문이 180쪽도 안 되는 분량이라 마음만 먹으면 금방 읽어낼 수 있는 정도이다.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고 그 중 짝수 장인 2, 4, 6장은 하나의 설명도 없이 이미지만을 보여준다. 홀수 장들은 별도의 제목을 달고 있지 않은데 크게는 연대기 관점에서 예술의 변화 과정을 다루며 그런 예술품들에서 무엇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지 논한다. 책 전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관점과 이해가 전해지고 있어서 때로는 어렵고 때로는 상당한 자극을 받는 느낌이었다.

 

첫째 장에서는 보는 행위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룬다. 언어와 시각 사이의 불균형을 설명하고 미술품이 신비화되는 사유를 이야기한다. 또한 이미지가 어떻게 힘이 되는지 다룬다.

과거의 예술 전체가 이제 정치적 문제가 된 이유(p. 40)를 제기하는 것이다.

 

세 번째 장에서는 여성들의 누드화를 놓고 생각을 전개한다. 버거는 유럽의 누드 예술 형식에 화가와 관객이 보통 남자이며 대상으로 취급 받는 인물은 보통 여자로서 이런 불평등한 관계가 우리 문화에 아주 깊이 각인되어있다(p. 75)고 알린다. 분명히 이런 누드화에는 성적인 요소가 개입되어있었다는 점을 포함해서 알리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누드의 상징성이 여러 다양한 미디어 속에서 표현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보는 방식, 즉 여자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여자들은 남자들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여성성이 남성성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이상적인 관객이 항상 남자로 가정되고 여자의 미미지는 그 남자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p. 76)라고 직설적이고 명확하게 자신의 이해를 보인다. 버거는 이미 오래 전부터 페미니즘 시각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이 처음 나온 시점이 1972년이니까 버거가 상당히 진보적으로 세상을 보던 사람이었다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섯 번째 장에서는 유화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술 형식으로서의 유화는 어떻게 발전한 것인가, 유화는 아직 유효한가 등.

 유화의 발전에도 시대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였다고 한다. 그런 그림들을 사고 소유하며 타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부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 시대 말이다. 그림을 보다 보면 그 그림 속에 왜 그렇게도 많은 물건들이 등장하는지에 대해 자주 의문스러웠는데 -그런 것들이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서 화가가 그림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등장시켰다는 설명은 종종 봤다- 부와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의 역할을 했다는 설명은 그런 의문을 해소시키기에 적절했다.

 이 장에서 한 버거의 한 마디는 명징하다. 어떤 시기든 예술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이해 관계에 봉사하는 경향이 있다 (p. 101). 특히 그런 경향이 유화의 시대에 두드러졌다는 것이고.

 

책의 마지막 장인 7장은 광고를 다루고 있다. 내 입장에서는 새롭다기 보다는, 정제된 언어의 형태로 머리 속에 자리잡지 못하고 다소 불분명하면서도 불만스럽게 인상 지우던 광고에 대해 분명한 시각을 갖도록 정리해준다. 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광고의 목적은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딘가 자신의 현재 생활방식이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데 있다. (p. 165)

순간적인 쓰임새 때문에 만들어진 광고의 이미지는 미래 시제만을 사용할 뿐이다. (p. 168)

광고는 본질적으로 현실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백일몽에 적용된다. (p.169)

노동하는 자아는 소비하는 자아를 선망하는 것이다. (p. 172)

광고는 소비를 민주주의의 대체물로 만들어냈다. (p. 173)

 

존 버거는 자본주의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광고에 대한 자신의 해석과 연계하여 다음과 같이 드러낸다.

자본주의는 다수의 관심을 가능한 좁은 범위 안에 가두어 놓음으로써 그 생명을 이어 나간다. 이것은 한때, 일단은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수탈로 달성되었다. 오늘날에 와서는 발전된 국가들에서 무엇이 바람직한 것이고 무엇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인가에 잘못된 기준을 부여함으로써 이를 달성하고 있다. (p. 178)

 

보는 방법 Ways of Seeing은 그야말로 다양하니 누군가가 보여주고자 원하는 방식대로 보지 말고 비판적 시각을 동원해서 예술의 숨은 의미까지도 잘 파악해보라고 권유 받은. 매우 의미 있는 읽기였다. 끝으로 버거가 한국 독자들에게 보낸 인사에 사용한 하이쿠를 인용하여 버거의 관점을 전해본다.

 부자들을 위해

 새 눈에 대해 너절한 글을 쓰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6
종이책 다른 방식으로 보기 평점9점 | t*******2 | 2022.11.29 리뷰제목
본인 특: 띵작들 원서 그대로 읽고 싶어서 맨날 사놓고 숙성만 시킴 독서모임 이번 달 책이라길래 부리나케 끼워달라고 했다. 드디어 읽었다.   이 책은 목차가 따로 없고, 텍스트와 이미지가 한 챕터씩 번갈아 나오는 형식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텍스트.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본다는 것의 특징(다양성, 관심에 따라, 상호적) 2. 이미지. 3. 텍스트. 전통적 회화
리뷰제목

본인 특: 띵작들 원서 그대로 읽고 싶어서 맨날 사놓고 숙성만 시킴

독서모임 이번 달 책이라길래 부리나케 끼워달라고 했다. 드디어 읽었다.

 

이 책은 목차가 따로 없고, 텍스트와 이미지가 한 챕터씩 번갈아 나오는 형식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텍스트. 말 이전에 보는 행위가 있다. 본다는 것의 특징(다양성, 관심에 따라, 상호적)

2. 이미지.

3. 텍스트. 전통적 회화에서의 누드. 남자/여자가 여자를 보는 방식

4. 이미지.

5. 텍스트. 유화의 목적: 사유재산의 과시, 예외적인 작품들

6. 이미지.

7. 유화와 광고 - 수단과 목적의 측면에서

 

의미있게 읽은 구절들을 묶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p. 14 "과거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려고 했을 때 필요한 결론들을 이끌어내는 일종의 샘물과 같은 것이다."

p. 21 "우리가 현재를 아주 분명하게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과거에 대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p. 40 "스스로의 과거와 단절된 개인이나 계급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개인이나 계급에 비해, 선택이나 행동을 함에 있어 훨씬 덜 자유롭다."

 

과거를 신비화하는 행위에는 의도가 있고 이를 통해 계급화와 불평등이 발생한다. 예술작품이 종교 신비화의 증거로 쓰였던 것처럼, 과거 신비화의 결과들은 계속 답습될 가능성이 높다. 미술에 국한되지 않고 역사적 측면에서도 '다른 방식으로 보기'가 필요하다.

 

p. 54 "그러나 그 대가를 치르기 위해, 그녀의 자아는 찢겨 두 갈래로 갈라진다. 즉, 여자는 거의 계속해서 스스로를 늘 감시하고 감독해야 한다는 말이다."

p. 55 "직접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어떻든 간에 그 여자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그녀가 어떤 식으로 대접받기를 원하는 지를 말해주는 일종의 표지로 읽을 수 있다."

p. 75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여자들 스스로도 자신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남자들이 여자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자신들의 여성성을 살펴본다."

p.76 "여자들은 남자들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여성성이 남성성과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이상적인' 관객이 항상 남자로 가정되어 있고 여자의 이미지는 그 남자를 기분좋게 해주기위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전이 불편했던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다. 안 읽는 방법 말고 건강하게 읽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이 책에서 어떤 점들이 불편하게 만드는지 객관적으로 서술되어있는 점이 좋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작품들을 소화하면 좋을 것 같다. 빡치긴 하겠지만 ... 

 

p. 130 "... 전통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이에 적합한 작업 방식을 공부했던 도제나 학생이 예외적인 화가가 되려면, 자기 나름의 독자적인 시각이 중요함을 깨닫고 전통적인 관습이 요구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독특한 시각을 키워나가야만 한다. 혼자 힘으로 자기가 이제까지 배워온 예술의 규범에 맞서야만 하는 것이다."

 

어깨너머 알고 있는 훌륭한 작가들이 이런 관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처절한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 새삼 감동적이다. 어떤 의미에서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극이 된다.

 

p. 154 "광고가 약속하는 것은 쾌락이 아니라 행복이다. 즉 다른 사람들에 의해 외부적으로 판단되는 행복이다. 선망받는 행복이 곧 매력(glamour)이다.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자신감의 고독한 형태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 당신을 부러워하는 사람들과 당신의 경험을 나눠 갖지 않음으로써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p. 155 "광고 이미지는 있는 그대로의 그녀 자신에 대한 애정을 슬쩍 훔쳐내어선 광고 상품의 구입 대가로 그 애정을 주인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p. 161 "유화란 무엇보다도 사유재산에 대한 찬양이었다. 그것은 당신이 소유한 것들이 곧 당신이라는 원리에서 나온 미술형식이다."

p.172 "백일몽 속에서 피동적인 남녀 노동자는 능동적인 소비자로 바뀐다. 노동하는 자아는 소비하는 자아를 선망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무심코 본 자극적인 광고들이 갑자기 보기 힘들정도로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사진의 구도나 자세가 담고 있는 명확한 의도, 이 의도가 수백 년간 반복되어 온 특정 그룹의 시선이라는게 느껴져서. 광고에 의한 소비가 얼마나 덧없는 지도 다시 한 번 느낀다. 삼성페이 지문 입력 전에 이 메시지 좀 띄우게 해주세요(....) 

 

함께 할 때 목표 달성에도 도움되고 나누는 이야기의 폭과 깊이도 더 넓어짐을 늘 느낀다. 좋은 책들을 앞으로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다음 책은 마찬가지로 예술을 다루고 있는 <달과 6펜스>를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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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좋은 책이에요 평점10점 | w*******3 | 2024.01.06 리뷰제목
번역도 매끄러운 편이고 미술에 관심 있으면 꼭 봐야 할 책으로 추천합니다! 빌려 읽다가 결국은 사게 되더라고요. 얇지만 내용이 풍부해요! 꼭꼭꼭 추천드립니다~~ 예술. 미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책 제목처럼 다른 방식으로 보도록 만듭니다^^ 원서로 읽는 것도 추천합니다. 원서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더라고요 오래된 책이라서 그럴 거예요. 검색해보시면 금방 찾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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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도 매끄러운 편이고 미술에 관심 있으면 꼭 봐야 할 책으로 추천합니다! 빌려 읽다가 결국은 사게 되더라고요. 얇지만 내용이 풍부해요! 꼭꼭꼭 추천드립니다~~ 예술. 미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거예요 책 제목처럼 다른 방식으로 보도록 만듭니다^^ 원서로 읽는 것도 추천합니다. 원서는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더라고요 오래된 책이라서 그럴 거예요. 검색해보시면 금방 찾으시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으로 같이 스터디하는 것도 추천드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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