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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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호르몬

리뷰 총점 9.5 (1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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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과학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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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거의 모든 호르몬의 역사?! (제목짓기 어렵다) 평점10점 | l****y | 2019.05.01 리뷰제목
책을 고를 때 고려하는 여러 가지 중에 순위를 꼽자면, 일단 흥미로운 주제 (그때 그때 다르겠지)와 작가 (선호하는 이가 종종 있을 테고, 역서라면 번역가도 한몫한다.), 거기에 덧붙이면 출판사 (사람처럼 출판사도 은근 드러나는 성향?!이 있기에)와책 디자인 (무려 폰트와 사이즈도 무시 못한다) 도 포함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된 책들 사이에서 끝까지 재.밌.게 읽히는 책들은
리뷰제목

책을 고를 때 고려하는 여러 가지 중에 순위를 꼽자면,

일단 흥미로운 주제 (그때 그때 다르겠지)와

작가 (선호하는 이가 종종 있을 테고, 역서라면 번역가도 한몫한다.),

거기에 덧붙이면 출판사 (사람처럼 출판사도 은근 드러나는 성향?!이 있기에)와

책 디자인 (무려 폰트와 사이즈도 무시 못한다) 도 포함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된 책들 사이에서 끝까지 재.밌.게 읽히는 책들은 솔직히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선택지 중, 일단 주제와 특이하게도 역자 선택지다.

 

<크레이지 호르몬> -랜디 허터 엡스타인 (양병찬 역)-

 

책날개에 적힌 '성장 호르몬을 맞으면 정말 키가 커질까?', '폭식도 호르몬 때문이라고?'

이런 호객성 질문에, 여느 시시콜콜한 책들처럼 가벼운 답변을 기대했다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보다는 '호르몬 연구 역사에 관한 최고의 책' 내지는 '광기와 창조성으로 뒤틀린 내분비학의 흥미로운 역사' 정도가 이 책에 대한 정직하고 적확한 표현이라 보인다. 어디까지나 사실을 바탕으로 저술한 '과학사(史)'가 이 책의 기본이므로, 자칫 정신줄을 놓다가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모드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주로 전철 안에서 읽는 걸 좋아하는데, 고백컨대 읽다가 몇번 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들기도 했다...)

 

후루룩 국수넘기듯 쉽게 넘어가는 책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과 글맛이 공존하는 놀라운 과학책!' 이란 평가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글맛'에는 저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맛깔나게 잘 살려낸 역자의 기여도 역시 몹시 크단 것도.

분명한 것은, 읽고 난 후 채워진 '지식의 충족감'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

뿌듯함을 줄거라 본다. 어떤 의미에서든.

 

 호르몬의 어원은 '흥분시키다', 자극하다'란 뜻의 그리스어'호르마오'에서 왔다 한다.

그런 뜻에서라면 원서의 제목은 꽤나 정직하다.

(사진 출처:http://randihutterepstein.com/aroused/)

 

일단 호르몬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상식!들이 얼마나 많은 지에 대한 놀라움은 새삼 차치하고라도,

새롭게 알게 된 지식들이 풍성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이 호르몬의 역사를 써온 수많은 과학자들의 면면을 세세하면서도 가감없이 드러내는데, 그야말로 광기와 창조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긴, 그들의 그런 열정과 집착 아래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누적, 통합되면서 오늘날의 과학이 빛을 발하는 것일테니. 

 

잡다한 호르몬 관련 생화학적 지식들이 하나의 전문분야, 내분비'학'으로 등장하기까지의 역사는 의도치 않게 스탈링-베일리스의 동물 실험 논란과 맞물린다. 그 역사 중, 호르몬과는 무관하지만, 반갑게도!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로 유명한 그 파블로프도 살짝 언급된다. ('잘못받은 노벨상' 주인공이자, 뒤집힌 자신의 이론에 침묵한 과학자로서 말이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20세기 뇌신경계를 주름잡은 뇌외과의 하비 쿠싱의 이야기는 한층 더했다.

뇌종양표본 수집광에 수술과 글쓰기, 그림에도 능했다던 그는 특히나 뇌하수체 분야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시각을 갖고 과감한 실험들을 시도했는데, 그의 뛰어난 학문적 능력과 열정에 더해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당시 내분비 질병으로 인해 변형된 외모를 천박한 웃음거리로 삼았던 언론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바로잡고자 했던 모습이었다. 

 

호르몬의 비밀이 한겹 한겹 벗겨지면서 인간의 행동, 정신, 그 모든 영역에서 호르몬이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로 인해 불거진 웃지 못할 잔혹사 역시, 과학이 걸어 온 역사의 한 그림이겠다. 

 

가령 개개인의 호르몬 수치를 측정하여 정신의학적-사회적 데이터와 함께 분석하면, 범죄자를 판별해 낼수 있다 주장했던 것이랄지 (일종의 '예방의학' 근거라니!), 동성애 치료!(당시만 해도 질병목록에포함되었다)를 위해 시도된 호르몬 주입, 회춘을 위해 남성들 사이에 공공연히 시행되었던 정관수술 역시 사회분위기 덕을 톡톡히 본 호르몬 요법이었다 (힘이 세지고, 현명해지고 섹시해 질거란 입소문이 파다했다한다...) 

 

정관수술을 마친 예이츠는 감격하며 "창의력과 성욕이 되살아나 죽는 날까지 지속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유명한 시인, 예이츠?)

 

모든 과학의 면면에서 볼수 있듯, 데이터 자체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이슈에 더 휘둘리기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 저자의 아래 글에 매우 공감이 갔다.

 

데이터 자체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지 모르지만, 해석은 보는 각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학자들이 증거에 기반해 이론을 수립하는 과정이 늘 명쾌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건강과 질병에 대한 자신만의 관념'과 '당대의 통념'에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지식이 진보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지식이 갈 길을 잃고 헤매는 과정일 수 도 있다. (p.115)

 

성결정을 이루는 과정에서 호르몬의 역할을 너무 쉽게 간과한 나머지, 간성인 (남녀한몸)에 대해 당연하게 시행된  생식기 수술 역시 잘못된 통념과 과학적 통찰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왜소증 판정을 받은 아들의 치료를 위해, 죽은 이의 뇌에서 추출하는 성장호르몬을 얻고자 뇌하수체 수집가가 된 발라반 부부의 사례에는 (뇌하수체가 가득 차 있는 유리병 사진을 볼 수 있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마음마저 들었다. 이후 오염된 호르몬 주입으로 인해 광우병의 일종인 크로이펠츠-야콥병이 발병한 예는 또하나의 성장호르몬 비극을 보여주었다. 

 

광기어린 분위기에 휩쓸리는 호르몬 역사의 어두운 민낯도 있는 반면, 평생을 끊임없이 헌신적으로 연구에 매달려 온 이름 모를 수많은 영웅들 역시 그 역사 안에 든든히 존재한다. 최초로 인간의 호르몬 분리에 성공한 조지아나 시거의 예가 그러하고, 호르몬 10억분의 1그램까지도 측정 가능한 방법을 개발해 낸 후, 특허출원 없이 모든 이에게 그것을 공유한 로절린 얠로가 그렇다.  

 

우리 몸의 호르몬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노화에 따른 호르몬 수치 저하를 막기 위해 에스트로겐을,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고 먹고 처방받는다. 소위 사랑과 신뢰에 영향을 준다는 옥시토신을 연인간 성적 매력을 어필 하기 위해 흡입한다? 

호르몬의 효과가 여전히 논란의 연속선상에 있더라도, 대형 제약사와 그것을 소비함으로서 젊음을 회복해보고자 하는 소비자들 사이에 큰 시장이 형성되는 한, 엇갈린 데이터 속에서도 꾸준히 그 행보는 이어져 갈 것 같다.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존 비만의 해결책을 칼로리 태우기에 집중했던 시선을 새롭게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겠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지루하거나 딱딱할 수 밖에 없는 과학+역사 책을 이렇게 다방면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능력과 재주지만, 그것을 매끄럽게 고스란히 전달해 내는 것은 역자의 능력이라 본다. 덕분에 머릿 속 한 가득, 알짜배기 지식들로 한껏 채워넣은 느낌이다.

 

역시나 결국 이 책에서도 실망하지 않았다!  

 

 

약방의 감초마냥 이것도, 저것도, 다 호르몬 때문이야, 라고 쉽게 떠넘기던 

잘못된 인식에서 좀 벗어나야지. 

 

  

꼬리. 잠이 안와서 새벽까지 글을 쓰고 있다.

저녁도 든든히 채웠는데, 배가 아주아주아주 몹시 고프다.

 

...호르몬 탓인가? 훗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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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크레이지 호르몬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t*****d | 2019.04.26 리뷰제목
(출처:위대한쇼맨 영화 이미지컷)1883년 10월 27일 230킬로그램의 거구인 여성 '블렌치 그레이'의 시체 도굴하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 그녀는 열일곱 살 때 프릭쇼 전문 서커스단에 들어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맨해튼으로 갔다. 그녀는 '뚱녀'역할을 맡아 다른 기인들(이를 테면 난쟁이, 거인, 수염 난 여자)와 나란히 무대에 설 생각이었다. 중략... 만약 그레이가 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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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위대한쇼맨 영화 이미지컷)


1883년 10월 27일 230킬로그램의 거구인 여성 '블렌치 그레이'의 시체 도굴하는 내용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 그녀는 열일곱 살 때 프릭쇼 전문 서커스단에 들어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맨해튼으로 갔다. 그녀는 '뚱녀'역할을 맡아 다른 기인들(이를 테면 난쟁이, 거인, 수염 난 여자)와 나란히 무대에 설 생각이었다. 중략... 만약 그레이가 100년 후에태어나 19세기가 아닌 20세기 후반에  살았다면, 의사들은 호르몬 검사를 통해 비만과 관련된 다양한 호르몬의 결함을 찾아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서기 2000년쯤에 태어났다면, 내분비 전문의들을 만나 랩틴과 그럴린호르몬 검사를 받았을 것이다. 중략...  그러나 그레이는 과학적 발견과 완전히 동떨어진 세상에 살았다.」p.22


이 여성은 결혼식은 물론 사망하여 공동묘지로 실려나가는 순간까지 많은 사람들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이용당한 삶을 살았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위대한 쇼맨'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위대한쇼맨에  등장하는 거대한 몸집의 인물들, 수염달린 여인, 키가  작은 난장이,  키가 큰 거인, 샴 쌍둥이,  성정체성을 알수 없는 사람, 피부가 하얀사람  등등 여러인물들이 과거 그시절이 아닌 지금 현대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그들이 서커스단에서 대중들의 놀림꺼리, 웃음꺼리로 전락한 인생을 살 필요는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말해 위 블렌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19세기 말 의학의 현실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과학자들의 연구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의 화학적 기초를 해명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아마도 내분비학 즉 호르몬 연구만큼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는 의학  분야는 없을것이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책은 이런 호르몬의 발견과 발달 배경을 하나, 하나  시대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나열하고 있었다. 최초로 실시된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호르몬 연구인 수탉으로 실험한 독일의 의사 아놀트 베르톨트의 실험은 엉뚱했지만 의미깊은 결론을 도출해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몬이라는 단어를 사용조차 하지 않은 시기였기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과학이란 실험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 결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단서를 잡고, 의미를 이해하고, 추론을 거듭해야한다고 말한다.  


내분비학이라는 연구분야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을 불러온 개의 생체실험으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선  스탈링과 베일리스는 다양한 분야의 의사를 통합하고 부신 전문 의사와 갑상샘 전문 과학자와 뇌하수체 전문연구자들을 통합한 과정을 비롯하여, 20세기초에 수십년동안 신경외과학의 선구주자인 쿠싱의 수백개가 넘는 두뇌표본이 들어있는 유리병들과 그가 수집한 진료 기록들에 대한 부분과 그로 인해 발견된 뇌하수체호르몬의 내용이 담겨있다. 또햐 회춘요법으로 진액이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신속히 축적된다는 지론으로 성욕, 지적 능력. 에너지를 비롯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들해지는 그 밖의 모든것들을 증강한다고 주장하며  그시대 가장 인기 있고 논란을 일으킨 정관수술을 제안했고 큰 인기를 누렸던 그시절의 시대적 배경과 모습에 대한 부분또한 흥미롭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생식내분비학의 역사의 한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존스 부부의 연구 과정들과 성은 무엇으로 어떻게 결정되는건인지에 대해 논하는데 사례로 보로랑의 삶의 모습은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그녀는 탄생시점에서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는 신체로 태어나 남자의 삶을 살다가 다시 여자의 삶을 살게된 기구한 운명 뒤엔 강압적이고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있는 의사들의 권력과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시대적인 상황이 뒷받침되어주고 있다고 생각되어 더욱더 안타까웠다. 이외에도 성장호르몬, 폐경,테스토스테론, 사랑과 신뢰를 상징하는 옥시토신, 포만감  즉 비만과 관련된 호르몬에대한 많은 내용이 알차게 담겨져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호르몬의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엉뚱해보이면서 이상하고 기괴한 수많은 실험들과 그로 인해 희생된 동물들 또 많은  연구의 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 파헤쳐진 시체들, 그리고 의사의 강압적이고 독단적인 수술들과 치료법뿐만 아니라 실험방법들이 놀랍기도 했고 안타까운 상황들도 많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런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수 있고 과거에 불치병이거나 기구한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장애와 질환들을 치료할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을수 있었다. 또한 호르몬에 관한  지식들을 받아들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셀수없이 많은 약물과 상품, 그리고 무분별한 정보와 과장광고에  대해 분별있고  차별적인 수용을 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안목있는 소비자가 될것이라 다짐해보았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4
종이책 그게 다 호르몬 때문?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19.04.20 리뷰제목
1883년 팻브라이드(fat bride)라 불린 신부(新婦)가 죽고 땅에 묻힌 후 시체 도둑들이 시신을 파헤쳤다. 어릴 적부터 뚱뚱했던 그녀(블랜치 그레이)는 스스로 서커스단에서 구경거리가 되어 돈을 벌었다. 아마도 돈을 노린 한 남자의 신부가 된지 며칠 만에 사망한 그녀의 시신을 노린 것은 과학자들이었다. 과학자들은 그녀의 뚱뚱함이 어떤 과학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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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팻브라이드(fat bride)라 불린 신부(新婦)가 죽고 땅에 묻힌 후 시체 도둑들이 시신을 파헤쳤다. 어릴 적부터 뚱뚱했던 그녀(블랜치 그레이)는 스스로 서커스단에서 구경거리가 되어 돈을 벌었다. 아마도 돈을 노린 한 남자의 신부가 된지 며칠 만에 사망한 그녀의 시신을 노린 것은 과학자들이었다. 과학자들은 그녀의 뚱뚱함이 어떤 과학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을 알아보고자 했다. 물론 그녀는 살아 생전에 어떤 이유로 그렇게 뚱뚱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고, 당연히 한번도 검사를 받아보지 못했다. 그냥 가십거리로 취급되었을 뿐이다.


1990년대 말 카렌 스니젝의 아들 네이트는 나면서부터 먹성이 대단했다. 하루 종일 먹을 것을 달라고 보챘고, 당연히 비만아가 되었다. 두 살쯤 되었을 때 부모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를 했고, 그 결과 네이트는 희귀한 내분비장애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한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른바 POMC 결핍증이었다.


이 둘 사이에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놓여져 있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 대한 완전히 다른 대처가 있다. 100년이라는 시간은 과학에서 짧은 시간이 아니다. 100년 사이에 과학자들이,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알게 된 것이 바로 호르몬(hormone)’의 정체다. 신경의 존재가 밝혀지고, 인체 내의 의사 소통이 신경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다 신경이 아닌 화학 물질에 의해서도 많은 일이 일어난다고는 것을 처음 보고했을 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당연한 일이지만) 결국에는 많은 증거가 그 존재를 증명해냈고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1800년대 말 인체 내의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 화학 물질의 존재가 밝혀진 후, 호르몬이라는 용어가 처음 제시된 것은 1905년 스탈링에 의해서였다. ‘흥분시키다또는 자극하다라는 고대 그리스어 호르미오에서 따온 말이었다. 그 후로 호르몬의 영역은 엄청나게 넓어졌고 강력해졌다. 성장, (), 비만, 성격, 폐경, 사랑과 신뢰 등등이 모두 호르몬의 작용에 의한 것이란 게 밝혀졌다. 말하자면 인체의 신비가 모두 그것때문이었던 것이다. 호르몬에 대한 이해는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이기도 한 셈이다.


랜디 허터 엡스타인은 바로 그 호르몬의 발견과 내분비학의 성장과 오해의 역사를 쓰고 있다. 온갖 뇌 조직을 모아놓은 쿠싱의 이야기, 조지아나 시거 존스의 성호르몬 연구, 호르몬을 미세한 농도까지 검출해낼 수 있는 기술을 발견한 로절린 앨로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롭다. 아들의 키를 위해 수백 개의 뇌하수체를 모은 발라반 부부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게 되면서도 그 성장 호르몬의 열풍 뒤에 숨어 있던 부메랑 같은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하게 된다.


랜디 허터 엡스타인은 호르몬에 관한 연구에 일생을 바친 과학자들에 대해 경외를 보냄과 동시에 장삿속으로 선전되는 온갖 호르몬 요법들, 성장 호르몬이라든가, 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르게스테론)에 대해 우려한다. 그래서 그녀는 건강한 회의주의를 강조한다. 과학은 과학자들의 것만이 아니다. 과학을 수용하고 이용하는 이들도 과학을 해야 한다. 그 바탕은 아는 것이다. 과학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게 없다면, 우리는 이러 저런 매체에서 과장되게 선전되는 호르몬 주사나 알약을 삼키면서 한두 달만에 훌쩍 키가 자라고, 엄청난 정력을 자랑하는 남성이 되고, 분무기로 옥시토신을 뿌리고 나가면 여자들(혹은 남자들)이 달려들 것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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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재미있는 호르몬 이야기 평점10점 | l*****8 | 2019.05.07 리뷰제목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특히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변한 것들을 되짚어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은 것들이 많다. 일례로 8장의 성장호르몬 열풍만 봐도 그렇다. 사람성장호르몬(hGH)을 얻기 위해 의뢰자 즉 보호자가 직접 영안실을 돌며 시체에서 뇌하수체를 구해야했고 그것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는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지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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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항상 그랬던 것은 아니다. 특히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변한 것들을 되짚어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은 것들이 많다. 일례로 8장의 성장호르몬 열풍만 봐도 그렇다. 사람성장호르몬(hGH)을 얻기 위해 의뢰자 즉 보호자가 직접 영안실을 돌며 시체에서 뇌하수체를 구해야했고 그것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는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하는 이야기다. 사체를 해부하는 것도 생전의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지금과 달리 당시는 그러한 절차가 없었기에 가능했단다. 일반인이 뇌하수체를 소지하는 것도 경악할 만한데 우편으로 보내기까지 했다니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난 것이 1960년대라니 지금으로부터 그다지 오래 전도 아니다.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서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이 책은 이 외에도 지금의 상식이 상식으로 인정받기 전에 얼마나 이상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물론 그런 것들을 토대로 발전할 수 있었으니 헛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로 인해 뒤틀린 개인의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은 가히 호르몬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치료법이 있으며 환상 또한 있다. 문제는 아직 이조차 완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호르몬제의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람에 대한 기사를 본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언제 어떻게 부작용이 나올지 모른다는 얘기다. 먼 훗날 지금보다 과학이 더 발전한 시기에 현재의 상황을 보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호르몬 치료법을 보고 경악할 수도 있지 않을까. 부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책을 읽으며 <신들을 위한 여름>에서 나왔던 클래런스 대로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다. 또한 이 책을 계기로 <영원한 현재 HM>을 읽었는데 거기에서는 스스로 내분비학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하비 쿠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또한 반가웠다. 대신 덕분에 두 책이 혼동되어 어디서 읽었는지 다시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사이언스뉴스와 포브스 선정 2018 최고의 과학책'이라는 띠지가 말해주듯 재미있고 유익하다. 일종의 내분비학 역사라고나 할까. 전문가적인 기초 지식을 갖고 있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무리 없다. 그럼에도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배운 호르몬의 역사를 안내자로 삼아, 약물과 정보에 대한 안목 있는 소비자가 될 것이다. 즉, 건강한 회의주의라는 예방주사를 접종받아, 희망과 과장 광고가 범람하는 바다를 항해하며 항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성 과학을 터득했다. 장담컨대, 여러분은 앞으로 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을 갈망하거나 우울하거나 배고프게 만드는 화학적 예인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화학적 예인선이란 호르몬을 의미하여, 다른 말로 '인간됨의 화학'이라고도 한다.

(393~394쪽)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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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크레이지 호르몬 평점10점 | s*****g | 2023.08.02 리뷰제목
랜디 허터 엡스타인의 [크레이지 호르몬]은 인간의 호르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작가는 호르몬이 우리의 신체, 정신, 감정,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성호르몬은 우리의 성적 취향과 정체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우리의 기억력과 학습능력에 영향을 준다. 또한, 호르몬은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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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허터 엡스타인의 [크레이지 호르몬]은 인간의 호르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작가는 호르몬이 우리의 신체, 정신, 감정,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성호르몬은 우리의 성적 취향과 정체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은 우리의 기억력과 학습능력에 영향을 준다. 또한, 호르몬은 우리의 사회적 관계와 윤리적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랑과 배고픔에서 성장과 기분에 이르기까지 호르몬은 신체 기능의 핵심이지만, 여전히 신비롭고 오해를 받는 주제이다. 작가는 과학, 역사, 개인적인 일화가 어우러진 흥미롭고 접근하기 쉬운 이야기로 이 복잡한 주제를 설명한다.

이 책은 세부 사항이 풍부하고 지나치게 기술적이지는 않아 과학적 배경 지식이 없는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강점 중 하나는 복잡한 과학 개념을 지나치게 단순화하지 않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능력이다.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생화학적 과정을 능숙하게 설명하며 균형을 유지한다.

작가는 이러한 호르몬의 작용 원리와 영향력을 잘 설명하면서도, 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잃지 않도록 유머와 비유를 적절히 사용한다. 책의 장점은 호르몬에 대한 최신의 과학적 지식과 통찰력을 준다는 것이다. 책의 단점은 일부 사례나 연구가 과장되거나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르몬이 우리의 행동과 성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하는데, 이는 환경과 유전 등 다른 요인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것일 수 있다.

우리 삶을 형성하는 숨겨진 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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