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택한 '사형 제도'에 관한 '사회파 추리 소설'입니다.
초반부 반성하지 않는 살인범의 인면수심에 경악하고 격분합니다.
살인 피해자와 피해 유족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운명만 염려하는 살인범.
그렇기에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모면하려고 '살인'이란 극악한 짓을 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행동을 하기 전 '긴 생각, 신중' 이런 것은 없고 오로지 '감정, 충동'에 의해서 살아가는 게 범죄자의 특징 중 하나일 겁니다.
선과 악은 현실에서 그리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인간은 그만큼 불완전한 존재이고, 사법 제도조차 불완전합니다.
'사법 제도'는 차선을 선택합니다.
'법은 범죄자를 잡기 위함이 아니라 법에 의해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함이 없게 하기 위함'임을 천명합니다.
조목조목 성문법으로 만들어진 법은 현실에서 그저 작은 규칙에 불과합니다.
어쩌면 판결만을 위한 작은 장치일 뿐입니다.
범죄자가 죄를 지어 교도소에 가도 반성과 갱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재범률은 그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줍니다.
물론 전과자를 바라보는 사회 시선도 '재범률'을 높이는 하나의 이유겠지요.
'갱생, 반성, 속죄'는 어떻게 해야 이루어질까요?
책을 끝까지 다 보고도 그 해답을 얻을 길이 없습니다.
단 하나 가슴속에서 각자 여러 물음이 떠오를 겁니다.
'사형으로 같은 범죄다의 또 다른 살인을 막을 수 있다?!'
'교도소에서 범죄자는 반성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운명만을 염려할 뿐?!'
'사형은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에게 무력하다?!'
'유족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과 위안, 치유가 되지 않는다?!'
'교도소에서 범죄자가 등에 진 십자가는 '공허한 십자가'일뿐이다?!'
'죄'란 어쩌면 인간 사회에만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매'가 먹이를 잡아 자기 새끼에게 찢어 먹일 때
'매'의 행동은 선일 까요? 악일까요?
잡아 먹히는 '먹이'는 무슨 죄가 있을까요?
새끼에게 전해지는 '먹이'로 인해 새끼는 죄의 굴레에 빠질까요?
'어미 매'는 과연 선일까요? 악일까요?
몸속에 세포 중 '잡아먹는 세포'와 '잡아 먹히는 세포'는 서로 선과 악, 죄 그 어떤 것일까요?
'몸'이라는 전체 집합에서 그 어떤 의미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이 그 전체 집합, 전체 의식일 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선과 악, 죄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너무나 많은 물음을 발생시키는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제공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