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라고 해서 마냥 쉽게 쓸 수 있는 글은 아니지만, 또 에세이라서 다른 장르의 글보다는 조금 더 쉬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요즘처럼 에세이스트라고 자칭타칭 이르는 시절이 일찍이 없었던 것도 같고(내가 앞선 모든 시대를 다 살아본 것도 앞서 나온 에세이들을 모조리 읽어 본 것도 아니라 함부로 말해서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워낙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에세이라는 게 아무나 쓸 수 있을 것 같아도 아무나 좋은 글을 쓰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읽을 때마다 이 생각을 곱씹고 있는 나도 참 한결같이 둔하다.
에세이는 자신을 소재로 쓰는 글. 그래서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쓴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 어떤 성격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떻게 해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것인지 등등. 또 작가가 쓴 내용을 바탕으로 읽고 있는 자신의 사정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과정도 생긴다. 비슷한 점, 다른 점, 배우고 싶은 점, 나무라고 싶은 점 등. 그리고 곧 알게 된다. 이 작가, 스스로를 퍽 사랑하는구나, 이만큼 사랑하고 있으면서 더 아끼고 사랑하려고 글을 쓰고 있구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글쓰기를 통해 배우고 실천하고 있구나... 하는 것들을.
작가는 자신이 말하는 최소 취향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더불어 그렇게 익힌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하고 있다. 근사해 보인다. 근사해 보인다는 건 부러운 면이 있다는 것이고 내 쪽에서 어느 정도 따라 하고 싶은 것도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그래서 그런가, 작가가 풀어 놓은 글에서의 모습이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자랑으로 읽힐 때도 있고 자부심이나 사명감을 늘어 놓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렇게 잘 하고 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이제는 사는 일에 자신감이 생긴다, 글을 읽는 당신에게 내 진심이 가서 닿는다면 이렇게 해 보시라 당부도 하고 싶다...'와 같은 말들도 들려 오고.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말이리라.
TMI. 너무 몰라도 너무 많이 알아도 피곤해진다. 나는 이쯤해서 이 피곤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가 있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일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행복이자 흔들리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뒷표지의 이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든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며 우유부단하게, 타인의 취향대로 이끌여 살아왔는데 요즘들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점차 확고해짐을 느끼고 아직도 내 취향을 찾고 있는 중이다. 삶의 주체성을 갖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살아가는 행복을 느껴 본 경험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나도 취향이 명확한 사람이 되기를 꿈꾸며 타인은 어떤 취향을 갖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었다.
저자가 미니멀리스트라니.. 나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같다.
미루지않는 정리정돈, 최소한의 물건 구비하기. 품질좋고 손이 많이 가는 옷 사서 오래입기 등등..
저자는 깨끗한 장소의 정돈된 느낌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일으킨다고 하는데 나도 그 기분을 알기에 점차 미니멀해지고 청소를 자주 하려고 한다.
아직은 정리정돈에 능숙하지않고 미루기도 하며, 물욕이 올라와 가끔 충동구매를 하지만 저자가 변하듯이 나도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꼭 습관화하고 싶은 저자의 생활방식들은 아래와 같은데 내 삶에 적용해보고싶다.
- 좋은식재료를 골라 장을 본 후 간단하게 요리하는 것이 운동보다 더 지키고 싶다는 일상 건강법이라 한다.
보통 한그릇 요리로 간단하게 식사를 먹는데 특히 각종 채소를 찜기에 쪄서 먹는 채소 찜은 영양뿐만 아니라 생야채보다 부드러운 식감에 맛도 좋아보여 자주 해먹어봐야겠다.
- 집안의 운을 좌우한다는 신발하나 나와있지 않는 현관정리와 금전운이 좋아지는 수도꼭지 관리. 한번도 중요하단 생각을 못해 청소를 잘하지않았는데 이번주 이사갈 집에서는 꼭 습관화하여 운이 깃드는 집을 만들어보고싶다. 또한 신발장을 신발놓는 곳으로만 사용하지않고 총 3가지 아이템(황사마스크, 작은 핸드타월, 심플한 향수 한병) 놔두고 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만들고 싶다면 그런 환경에 자신을 떨어트려야 한다. 예전에는 게으르고 무기력해보이는 내가 의지의 문제라 생각하고 자괴감을 느꼈는데 어느시점엔가 환경을 설정하면 행동하기가 훨씬 수월해짐을 깨닳게 되었다. 저자덕분에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하는 의욕이 생겨 온라인 상으로 새벽기상과 독서필사 인증하는 모임도 참여하게 되었다.
자기계발서적만 즐겨보는 나에게 왜 에세이를 읽는지.. 타인의 가치관과 삶을 들여다보는게 어찌나 값진 것인지 알게 되었다. 책을 다 읽은 후 저자의 다른 책도 읽고싶어진다. 심플한 삶을 동경하는 나에게, 취향이 확고하고 미니멀한 그녀를 닮아가고싶다.
저자의 전작들도 재미나게 읽었기에 이번 신작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나에게 자극이 된다. 이번에는 좀 더 자세하게 그녀의 균형 잡힌 일상을 훔쳐볼수 있어서 나에게 묘한 떨림과 자극을 주는 것 같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부러움과 함께 나라고 저렇게 살지 못한 법은 없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나 또한 이제는 물건이 주는 일시적인 욕망보다는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경험과 추억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 저자처럼 미니멀라이프를 꿈꾼다. 나도 어수선한 집에서 피어나는 부정적인 기운이 썩 별로다. 물건을 꽉 채운 집에서 사는 것도 싫다. 그래서 버리기 병이라도 난것 처럼 필요없는 물건들을 비우고, 더 이상 물건을 사들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진정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아직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에 더 관심이 가고, 남이 가진 물건이 더 좋아보일 뿐이다. 그렇게 보면 아직 나의 취향은 완성된 게 아닌 것 같다. 얼른 나의 취향이 확고해지고 나의 일상 또한 균형잡혀 단단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남의 시선과 유행 따위에는 신경을 덜 쓰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취하고, 함께 사는 것은 인생에서 큰 즐거움과 홀가분함을 선사할 것이다. 이처럼 저자의 라이프 스타일 최소 생활과 최소 취향이다. 적게 가졌음에도 그것만으로 활용하고, 깔끔하게 관리하고 정돈하는 생활말이다. 스타일과 기분 전환에 있어서도 자신의 취향이 명확하다. 목욕과 전신마사지는 힘든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그녀만의 방법이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자신만의 위로법이 필요한 이유다. 돈으로 일시적인 기분전환이 아닌 직접적으로 내 몸에 생기를 불어 넣는 그녀의 방법은 무척이나 현명한 것 같다. 그리고 클라우드에 자신의 추억들을 쌓아두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이 해준 칭찬들을 모아둔 칭찬폴더가 있다고 한다. 이것 또한 다시금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그녀만의 방법일 것이다.
우리는 힘들고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아무런 생각 없이 많은 것들을 소비한다. 하지만 그녀는 딱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집중하여 소비하고, 그것들을 정성스럽게 관리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올바른 라이프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리뷰입니다. 소박하게 사는 삶, 구태여 연기하지 않고 물흘러가듯 흘러가는 삶, 포장보다 본질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그렇게 살아가는 삶, 지적 유희를 즐기고자 하는 삶, 자기만의 뚜렷한 라이프 스타일이 있고 그것을 가꿔나가고자 하는 삶을 사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지만, 자기 고집있는 옆집 양반과 도란도란 차 한잔 하며 수다하는 기분이라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