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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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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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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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하루키스트라면 - [아무튼, 하루키]를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o | 2021.10.30 리뷰제목
하루키스트라면  <아무튼, 하루키>를 읽고       아무튼 시리즈 세계관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흥미롭게도 실존 인물을 다룬 책은 현재까지 두 권이 나왔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장국영 순으로 출간되었다. '하루키스럽다', '하루키스트', '하루키 월드' 등과 같은 신조어는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때마다 열성 팬들이 모여 결과를 기다린다는 소식에서도 알 수 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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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스트라면

 <아무튼, 하루키>를 읽고

 

 

  아무튼 시리즈 세계관에는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흥미롭게도 실존 인물을 다룬 책은 현재까지 두 권이 나왔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장국영 순으로 출간되었다. '하루키스럽다', '하루키스트', '하루키 월드' 등과 같은 신조어는 물론,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때마다 열성 팬들이 모여 결과를 기다린다는 소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루키는 현대 문학계에 살아 있는 레전드로 불리고 있다. <아무튼, 하루키>는 그의 원서를 읽기 위해 일본어를 전공하고 그의 책을 의뢰받는 날까지 번역을 계속하겠다고 말할 만큼 그를 좋아하는 저자가 쓴 '하루키스트의, 하루키스트에 의한, 하루키스트를 위한' 책이다.

  책장을 넘기기 전, 책표지에 그려진 '곰''맥주' 그리고 '이지수'라는 왠지 낯설지 않은 이름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최근 읽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쓴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와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의 옮긴이로서 역자의 말에서 만났던 터라 구면이었던 것이다.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했던 곰이 하루키가 즐겨 마신다는 맥주병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이의 이름이 '김참새'라니 여러모로 예사롭지 않은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타나베: 봄날의 들판을 네가 혼자 거닐고 있으면 말이지, 저쪽에서 벨벳처럼 털이 부드럽고 눈이 또랑또랑한 귀여운 아기 곰이 다가오는 거야. 그리고 네게 이러는 거야. '안녕하세요, 아가씨. 나와 함께 뒹굴기 놀이 안 할래요?'하고. 그래서 너와 아기 곰은 서로 부둥켜안고 클로버가 무성한 언덕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온종일 노는 거야. 어때, 멋지지?

미도리: 아주 멋져.

와타나베: 그만큼 네가 좋아.

(331쪽, 『상실의 시대』 中)

 

  "맥주의 좋은 점은 말이야, 전부 오줌으로 변해서 나와버린다는 거지. 원 아웃 1루 더블 플레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야."

(24쪽,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中)

 

  저자는 책의 원고를 쓸 때면 하루키의 책이 등장하는 자기 인생의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뒤져봤다고 말한다. 홀로 타향의 침대 위에서 읽었던 『노르웨이의 숲』을 떠올리며 청춘의 일과 사랑을 추억하고, 하루키의 미국 생활이 담긴 에세이 『이윽고 슬픈 외국어』 속 한 문장인 "외국어를 말하는 작업에는 많든 적든 '안됐다면 안됐고 우스꽝스럽다면 우스운' 부분이 있다"처럼 '낭패(狼狽)투성이'였던 일본 유학생활을 들려준다.

  또한 육아로 인한 손목 통증을 견디며 귀중한 시간을 바쳐 읽었던 『기사단장 죽이기』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넘어선 배신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찐팬으로서 다음 작품은 하루키스럽길 바라며 계속 응원하기로 한다. 『1973년의 핀볼』의 문장은 반려묘 '디'와 처음 만나서부터 헤어지기까지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하는데, 하루키가 고양이에 관해 쓴 에세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건 오래전에 죽어버린 시간의 단편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얼마 안 되는 그 따스한 추억은 낡은 빛처럼 내 마음속을 지금도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그리고 죽음이 나를 사로잡아서 다시금 무의 도가니에 던져 넣을 때까지의 짧은 한떄를 나는 그 빛과 함께 걸어갈 것이다.

(107쪽,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다」-『1973년의 핀볼』中)

 

  무엇보다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회사와 출판사를 거쳐 마침내 번역하는 사람이 된 마법같은 순간과 번역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하루키의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루키가 어느 날 야구장에서 타자가 친 2루타를 보고 자신도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 것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찾은 송정역 맥도날드 2층에서 저자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원문을 한 줄 쓰고 번역하기를 반복하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번역은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작업이기 때문에 대체로 일상적으로 할 수 있다"와 『장수 고양이의 비밀』에서 "처음부터 독특한 맛을 내려고 노린다면 번역자로서는 이류이며, 번역의 참된 묘미는 세세한 단어 하나하나까지 얼마나 원문에 충실하게 옮기는가에 있다"는 하루키의 말들에 적극 공감하며 저자는 시대를 견디는 번역을 해나갈 것을 다짐한다. 

 

구달: 난 일문과 학생들이 하루키 팬이라는 걸 숨기는지 밝히는지가 궁금해.

(<아무튼, 양말>을 쓴 그 '구달' 작가다.)

지수: 우리 세대는 다들 좋아했으니까 그냥 좋아한다고 말했어. 나도 일문과 왜 왔냐고 물어보면 하루키 좋아해서 왔다고 하고. 근데 다자이 오사마는 좀 다른 것 같아. 다들 다자이는 속으로만 좋아하지 겉으로는 떳떳하게 말을 못 하더라고.(웃음) 너무 자기도취에 빠진 것 같고, 풋내 나는 청춘 느낌이 있어서겠지. 하루키는 그런 면에서 자기 연민이나 자기도취 없이 담백하잖아.

(145쪽, 「작가에게 바라는 것」-『양을 쫓는 모험』中)

 

  군복무 시절 선임의 관물대(내무반에서 옷이나 물품, 장비 따위를 정리하여 놓는 장) 한 편에 꽂혀 있던 <상실의 시대>를 보고 난 뒤 호기심이 일어서 휴가 때 찾아 읽었던 것이 나와 하루키의 첫 만남이었다. 이제는 흐릿해진 스무살 청춘의 멜랑콜리를 알려준 책이었고, 뒤이어 <해변의 카프카>와 <1Q84>를 끝으로 그의 소설은 더이상 읽지 않고, 이따금 에세이를 집어들어 하루키의 일상을 엿보고 있다. 어쩌면 책속에 저자와 출판계 친구들의 대화처럼 그 말랑말랑함이 예전엔 좋았으나 하루키도 변했고 나도 변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하루키는 하루키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떠난 게 아니라 작가와 번역가 그리고 루티너로서의 다양한 삶을 계속해서 작품들 속에 변주해내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여러 세대의 하루키 팬들 안에 잠재된 그에 관한 기억이 저마다의 이야기로 <어쨌든, 하루키>, <여하튼, 하루키>, <좌우간, 하루키>와 같은 책들로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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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무튼 책_023 (아무튼 하루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w*****y | 2023.11.05 리뷰제목
지난번 블로그에도 올렸다시피 분명 출장길에 챙겨간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수고양이의 비밀>이었는데, 정작 그곳에서 틈틈이 읽은 책은 <아무튼 하루키>이다. 노트북과 서류들로 묵직해진 가방에서 가장 먼저 내쫓긴 것이 다름 아닌 책이었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도 하고 이것이 종이책의 한계(?)인가 한탄(!)하면서 말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주인공은 당
리뷰제목

지난번 블로그에도 올렸다시피 분명 출장길에 챙겨간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수고양이의 비밀이었는데, 정작 그곳에서 틈틈이 읽은 책은 아무튼 하루키이다. 노트북과 서류들로 묵직해진 가방에서 가장 먼저 내쫓긴 것이 다름 아닌 책이었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기도 하고 이것이 종이책의 한계(?)인가 한탄(!)하면서 말이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주인공은 당시의 나에게 쿨한 대학생그 자체로 보였다. 눈을 감으면 언제 어디서나 고베의 미지근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소설이었다. 청춘의 한복판에 서보기도 전에 청춘을 한바탕 겪은 듯한 느낌을 맛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그 습하고 나른한, 떠올리면 조금은 슬퍼지는 세계를 나는 사랑했다. 겪어본 적도 없으면서 자신의 과거처럼 그리워했다. 그렇게 나는 이 책과 함께 십대의 한 시기를 통과했다

from ebook

 

저자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함께 십대의 한 시기를 통과했다면 나는 상실의 시대의 서걱거리는 감정과 함께 이십대의 혼란스러움을 지나칠 수 있었다..라고 쓰면 멋지겠지만 아쉽게도 내게는 작가가 느낀 만큼의 애착은 없는 듯 하다.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 몇 권을 읽었고, 그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다는 나름의 기준도 있으니 아예 문외한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아무튼시리즈를 읽을때면 과연 이 다양한 소재(때로는 엉뚱하다싶은 소재들도 있다)로 어떻게 책 한 권을 가득 채울까 궁금해지는데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13편과 작가의 이야기를 엮어두어 어찌보면 도서 리뷰같기도 하고 또 달리보면 일상의 한순간 떠오른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적어둔 에세이로 읽히기도 한다.

 

작가가 언급한 책 중 내가 읽은 책이 노르웨이의 숲 한 권 밖에 없다는 것에 살짝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덕분에 작가가 달달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특히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이미 달달 외울 정도로 읽고 또 읽은 터였다. 지금 생각하면 창피함에 손발이 광속으로 오그라들지만, 술자리에서 (책에 등장하는 무거운 금시계를 목에 건 염소 이야기를 하며) “근데 내 생각엔 니가 그 염소 같아따위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사로 이성의 환심을 사려 했던 때도 있었고(그딴 대사로 환심이 사졌다는 것이 또 미스터리다), 리포트가 잘 안 써지면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이라는 문장을 곱씹으며 스스로를 달랬다. 아무리 술을 많이 먹고 들어와도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없었기에) 반드시 컴퓨터를 켜고 싸이월드에 접속해서 일기를 끼적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던 시절에는 결국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요양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기 요양을 위한 사소한 시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을 곧잘 떠올렸다. 물론 맥주를 마시고 화장실에 갈 때는 맥주의 좋은 점은 말이야, 전부 오줌으로 변해서 나와버린다는 거지. 원 아웃 1루 더블 플레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야”***라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렸다.

from ebook

 

책을 읽는 방법 중에 전작주의 독서법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소위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는 방법이라는데 꼭 그런 독서법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고 그의 모든 책을 다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새롭게 만날 때마다 한 권, 한 권의 책이 너무 좋아진다면 독서가로서 그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으리라(내게도 그런 작가가 있고 또 있기도 했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한 번 써보고 싶다).

 

   팬이라서 어쩔 수 없이 사는 책이 아니라 너무 좋아서 안 살 수가 없는 책. 그런 책을 나의 최애 작가가 또다시 쓸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팬이 작가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큰 성원이 아닐까.

from ebook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내가 읽지 못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그리고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읽고 그 이야기에 흠뻑 빠지고 싶어졌다.

그렇게 책과 만나며 나의 시간을 돌아보고 방향을 잡을 수 있다면, 아니 그저 많은 책들과 함께 지금 이 시간을 통과할 수 있다면 멋있지 않을까, 어느날 아무튼 책이라는 글을 혼자 끄적이게 되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생각의 나래를 펼쳐본다.

 

   여하튼 이 작품을 계기로 나도 인생의 반환점을 언제쯤으로 잡으면 좋을지 종종 상상해보게 되었다.

from ebook

 


from Millie

 

*나에게 적용하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읽기 (적용기한 : 2023년이 가기전에)

 

*기억에 남는 문장

어떤 책을 하도 많이 읽은 나머지 삶의 곳곳에서 그 책의 문장들이 머릿속에 자동 재생 될 때가 있으신지

 

쪼그려 앉아 한 모금 들이마신 88라이트인지 디스인지의 연기는 더럽게 맛이 없고 매워서 도무지 폐 안으로 집어넣을 수가 없었다. 수학여행 때 친구들과 함께 장난삼아 마셔본 맥주 역시, 이걸 마시는 게 어른의 낙이라면 평생 어른은 안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상한 맛이었다.  

 

하나도 재미없었다. 과거가 대체 무슨 소용인가. 즐거웠던 추억담만 대충 늘어놓고 헤어질 뿐인 만남은 없는 편이 낫다. 동창회에 온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나는 대체 이 애랑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인가.

 

나의 이삼십대는 하루키의 문장에서 출발하여 예상치 못한 경로를 거쳐 예기치 못한 변화를 겪은 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느낌이다.

 

이렇게 열거하다 보니 나조차 어떻게 이런 종이 다른 생명체와 연애가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이유로 우리는 세 달 동안 서로에게 조바심 내지 않고 물같이 만나다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던 것 같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행성이었다면 누구 하나는 (혹은 둘 다) 산산이 부서져서 우주의 먼지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너무 멀지 않은 거리에서 각자의 궤도로 적당히 우주를 돌아다녔고 그러다 마침내 결혼에 이르렀다. 정말이지 인도의 숲은커녕 길가의 풀조차 태우지 못할 평화로운 연애결혼이었다.

 

슬픈데 웃겼고 웃기다는 게 슬펐다. 디가 없는데 나는 친구와 밥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다. 디가 없는데 열차도 가고 비행기도 뜬다. 디가 없는데 아침과 저녁이 번갈아 찾아온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양,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는 게 당연하다는 양, 디가 없는 세상이 전과 다름없이 태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인간이었다. 남이 나한테 끈적하게 굴어주는 건 대체로 좋았지만 내가 그러기는 싫었다. 자존심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 어린 시절 끈적하게 굴었다가 거부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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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누군가의 덕후가 된다는 건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s*****l | 2020.12.24 리뷰제목
어떤 분야에서 커다란 업적이나 성과를 보인 한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바뀌는 건 어쩌면 흔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적어도 자신이 추종하고픈 누군가의 삶을 알게 모르게 선망하면서 자신의 삶을 천천히 꾸려나갈 테니까. 인생의 롤모델까지는 아니어도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유지해오던 관심의 물꼬를 순식간에 돌려놓을 만한 사람은 언제든 나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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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서 커다란 업적이나 성과를 보인 한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바뀌는 건 어쩌면 흔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생이란 적어도 자신이 추종하고픈 누군가의 삶을 알게 모르게 선망하면서 자신의 삶을 천천히 꾸려나갈 테니까. 인생의 롤모델까지는 아니어도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유지해오던 관심의 물꼬를 순식간에 돌려놓을 만한 사람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고, 그렇게 바뀐 관심으로 인해 삶은 조금씩 변화하는 게 아닐까. 그게 좋은 방향이든 아니든 그 당시로서의 나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을 테니까 말이다.

 

나만 하더라도 그렇다. 그림에는 문외한일 뿐만 아니라 관심조차 없던 내가 후기 인상파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서간문을 엮은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은 후 반 고흐의 그림과 미술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된 걸 보면 나의 인생 역시 빈센트 반 고흐로 인해 조금 달라졌던 게 아닐까. 나와 같은 경우는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흔하디 흔한 사례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분야는 비단 미술 분야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음악이나 문학, 정치, 경제, 역사 등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전 분야를 관통한다.

 

<아무튼, 하루키>를 쓴 이지수 번역가 역시 그러한 케이스인 듯싶다. 열다섯 살 중학생 시절부터 하루키 소설에 빠져들었고, 하루키를 누구의 중개도 없이 읽고 싶어서 '히라가나'도 모르면서 일문과에 진학하였고,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후 돈을 모아 교환학생으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고 하니 용기도 가상하고, 이만하면 하루키 덕후로서의 자격은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하루키스트를 자처하는 편혜영 작가, 김연수 작가, 임경선 작가 등 하루키 문학의 덕후를 자처하는 작가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지수 작가에 못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임경선 작가는 하루키의 흔적을 따라 일본 여행을 했을 정도로 하루키에 대한 각별한 팬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키는 나에게 작가가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경험을 안겨줬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그 작가의 저작과 함께 보내게 해준 것. 그리하여 나의 내면과 삶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일으킨 것. 그것만으로도 노벨문학상을 받든 말든 하루키는 나에게 언제까지나 가장 특별한 작가일 터다." (p.166 '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의 구성은 하루키의 초기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비롯하여 <노르웨이의 숲>, <양을 쫓는 모험>, <스푸트니크의 연인>,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기사단장 죽이기> 등 하루키가 쓴 장편소설을 위주로 다루고는 있지만 <이윽고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라디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등의 에세이와 <1973년의 핀볼>과 같은 단편소설도 등장한다. 지면만 허락되었더라면 작가는 어쩌면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벽돌책 한 권도 뚝딱 써내려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하루키와 미즈마루의 일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기차 식당 칸에서 비프커틀릿을 먹는 로멜 장군'의 삽화에 관한 이야기다. 하루키는 어떤 삽화든 척척 그려내는 미즈마루가 한 번이라도 고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기차 식당 칸에서 비프커틀릿을 먹는 로멜 장군'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으나 미즈마루는 손쉽게 그려버렸다. 이에 하루키는 설령 '수염을 깎는 카를 마르크스를 따스한 눈길로 지켜보는 엥겔스' 같은 난도 높은 주제를 던져도 미즈마루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일 거라며, 그렇다면 아예 단순한 주제로 골탕을 먹여보자 하고 두부에 관한 글을 세 편 연속 썼지만 미즈마루는 이 역시 아무렇지 않게 쓱쓱 그려버렸다." (p.128~p129)

 

사실 이 책을 접하는 많은 사람들은 작가가 하루키 문학에 대한 한 사람의 팬으로서 사심 가득한 편파적 평가의 글로 지면을 가득 채우지 않았을까 하고 지레 의심할 수도 있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아마 그럴 거야.' 하고 색안경을 낀 의심의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지극히 사랑하는 한 명의 애독자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쓴 성장담이자 지금까지의 인생 후기쯤으로 읽힌다. 작가의 성장과 더불어 하루키의 작품이 늘 곁에 있었을 뿐이다. 나 역시 하루키 문학의 애독자로서 작가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았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한 사람의 롤모델을 발견한다는 건 자신의 삶을 긍정적인 쪽으로 변화시키고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자 행운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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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하루키여야만 했던 시절 일기 평점10점 | z****s | 2020.03.04 리뷰제목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아무튼 시리즈의 책 날개에 새겨져 있는 말이다. 나를 만든 세계를 소개하고, 그 세계를 양분으로 내가 만들어 낸 지금의 세계를 보여 주는 아무튼의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고 재밌게 읽고 있다.그 시리즈 중 『아무튼, 하루키』는 근래 나를 가장 조급하게 만든 책이었다.“어떤 책을 하도 많이 읽은 나머지 삶의 곳곳에서 그 책의 문장들이 머릿속에 자
리뷰제목

 나를 만든 세계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시리즈의 책 날개에 새겨져 있는 말이다나를 만든 세계를 소개하고, 그 세계를 양분으로 내가 만들어 낸 지금의 세계를 보여 주는 아무튼의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고 재밌게 읽고 있다.

그 시리즈 중 『아무튼, 하루키는 근래 나를 가장 조급하게 만든 책이었다.


어떤 책을 하도 많이 읽은 나머지 삶의 곳곳에서 그 책의 문장들이 머릿속에 자동 재생 될 때가 있으신지.”

이렇게 시작하는 첫문장의 강렬함은 비단 하루키 소설이 아니더라도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공감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나는 지잉(!)을 느꼈고 서둘러 읽고 싶어 마음이 급해졌다. 저자가 어떻게 처음 하루키를 알게 됐고, 사랑하게 됐고, 중요한 인생의 순간마다 그의 문장들이 저자와 포개졌는지를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어쩌면 직업의 향방을 결정해 버릴 수도 있는 대학 진학에서 그저 하루키의 문장을 누구의 중개도 없이 스스로 읽고 싶어일문학과를 선택했다는 순수한 저자가 부럽기도 했다. 그러나 인생이 그러한 낭만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교환학생 시절의 짠내 가득한 아르바이트, 투박한 연애, 간신히 들어간 직장에서의 시간 등으로 차례차례 풀어 내면서 그 역시 보통의 삶을 살아왔음을 말해 줘서 좋았다. 에피소드마다 적절하게 인용되어 있는 하루키의 문장 덕분에 저자의 감정에 더 깊이 교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날의 송정역 맥도날드 에피소드는 하루키가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던 야구장에서의 결심만큼이나 뭉클하고 아름다웠다. 그 문단을 읽으며 내 마음도 지잉- 지잉- 여러 번 울렸다만약 내가 10대였다면이 책을 읽고 번역가를 꿈꿔 보았을 것 같다어디로 가야 할지무엇이 돼야 할지 모르는 것 투성이인 시절에 어디로든 나를 데려가는 문장들에 몸을 의탁하다 보면 분명 어디에든 도착해 있으리라는 확신을 이 책을 읽으며 했을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으로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고, 지나간 시절을 돌아볼 수 있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임을 이 책에서 배운다. 무엇이 되고 싶다고 어린 시절부터 야무지게 결정한 것은 아니었던 저자가 하루키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여기에 도착했다는 이 결말이 나는 무척 무척 마음에 든다. 고독한 직업을 읽으며 앞으로 이 역자의 번역서는 믿고 읽겠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하루키를 통해 저자가 번역가로서 어떤 마음으로 번역을 하고 있는지, 해 나가려고 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공유해 줘서 더욱 신뢰가 생긴다.


하루키를 자원으로 다룬 책은 무수히 많다. 하루키 스스로도 에세이를 통해 자신에 관해 많은 말을 했다. 그러므로 하루키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은 그러한 책들에서 해소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된다. 아무튼, 하루키에 그런 이야기는 (거의) 없다. 이 책은 하루키를 사랑한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하루키의 문장들과 함께 재구성한 그만의 세계이니까. 이 책은 번역가 이지수의 이야기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저자가 그간 하루키와 얼마나 애틋한 시간을 보내 왔는지, 그가 빠지면 성립되지 않았을 순간들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해 보게 된다. 그러므로 책은 '아무튼, 하루키'여야만 했다고, 저자에게 흠뻑 매료된 나는 감히 변호하고 싶다. 저자가 나눠 준 인생의 장면들이 너무도 하루키적 모먼트이고, 눈에 그려질 듯 유려한 문장으로 묘사돼 있어서 나는 읽는 내내 마음이 울렁거렸다. 그리고 하루키의 모든 작품 중에 여전히 최고라며 몇 번이고 언급한 저자의 최애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찾아 읽고 싶어졌다. 어쩌면 내 인생의 반환점이 여기서 시작되기라도 할 것처럼, 모르는 기대를 품고 :=)

 

[내가 주운 책 속의 문장들]

- 『노르웨이 숲』의 첫 문단이었다. 누구도 거치지 않고 내게로 곧장 도착한 하루키의 문장이었다. 가벼운 전율이 일었다. 울창하고 거대한 숲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다. 그 숲에는 탐구해야 할 전나무와 잣나무와 가문비나무가 빼곡한데 나는 아직 비늘잎 하나도 제대로 못 보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20쪽)

 

- 몇십 년 동안 잊지 못한 첫사랑과 재회라도 한 양 내 가슴에서는 그리움과 반가움과 즐거움과 애틋함이 폭죽처럼 펑펑 터졌다. 먹고살기 위해 마음에 쌓아둔 담이 손쓸 도리 없이 무너지며 거기서 흘러나온 것들이 내 발을 적셨다. , 너무 좋아. 내가 원한 건 바로 이거야. 나는 이 일을 해야 해. (70쪽)

 

- 하루키는 나에게 작가가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경험을 안겨줬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그 작가의 저작과 함께 보내게 해준 것. 그리하여 나의 내면과 삶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일으킨 것. 그것만으로도 노벨문학상을 받든 말든 하루키는 나에게 언제까지나 가장 특별한 작가일 터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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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하루키가 아니어도 되는 이야기 평점4점 | s*****7 | 2020.02.16 리뷰제목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으로 이지수작가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좋은 작품에 좋은 번역이 더해지면 얼마나 좋은 책이 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믿고 보는 아무튼 시리즈에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라고 하면 앞뒤 보지 않고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그러나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망도 있었습니다. 하루키야 말로 스스로 장르가 되었다고 해도
리뷰제목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으로 이지수작가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좋은 작품에 좋은 번역이 더해지면 얼마나 좋은 책이 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믿고 보는 아무튼 시리즈에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라고 하면 앞뒤 보지 않고 좋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망도 있었습니다. 하루키야 말로 스스로 장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가로 하루키와 그에 대한 작품에 연관된 이야기 그리고 하루키 덕후로 내가 이것까지 해봤다? 라는 내용을 기대했는데 하루키 때문에 일본어 번역을 시작했다 외에는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너무 없습니다. 이지수 작가님의 학창시절, 유학시절, 연애와 결혼 그런 얘기들이 80페이지(중간)까지 지면서, 도대체 하루키와 그에 대한 작품은 언제 나오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p131. 작가에게 바라는것
구달님 윤정님 여진님과 나눈 대회가 어쩌면 제가 바라고 있던 혹은 기대하고 있던 내용이 이었습니다. 하루키 작품과 하루키 덕후들의 이야기

사실,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하루키가 등장하지 않아도 이 책은 충분이 전개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삶의 이야기에 하루키라는 이름을 차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루키가 도대체 작가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친것인지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하루키의 이름이 이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에필로그에서 '다른 하루키스트에게는 이 책을 쓸 기회가 자동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상당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하루키 팬들에게 상당히 죄송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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