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서 히가시노 게이고 형님의 작품들이 봇물 터지듯이 출간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바로 히가시노 형님의 공식적인 첫 작품인 '방과 후' 이다. 이 작품이 출간되자마자 구매를 했지만 정작 내 손에 들어온건 2주 후였다. 책 내용 이전에 이 작품은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히가시노를 엔지니어가 아닌 작가의 길로 못 박아준 고마운 작품이다. 표지도 이쁘고 내용도 훌륭하다. 히가시노 형님의 팬이라면 무조건 읽어보기를 권한다.
1985년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과 후"가 선정되었다. 이때만 해도 추리소설을 잘 쓰는 작가의 데뷔작인 줄 만 알았지 이후의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의 대가로 성장하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 명성에 비해 "에도가와 란포상"과는 인연이 더 이상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에게는 '방과 후"의 성공적 데뷔로 전업작가로의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준 기념비적인 책이 되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점점 그의 작가적 입지를 넓혔지만 한국에 소개된 것은 이후로 한참 후의 일이다. 물론 1998년 일본문화개방 이후에나 일본 영화, 음악, 소설 등을 손쉽게 접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이 있기는 하다.
여하튼, 일본 추리소설 작가 하면 이제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떠오를 만큼 대한민국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작가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통해서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추리소설 작가로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어느 정도 마음에 들어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의 데뷔작을 읽는다는 것은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데뷔작도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이런 소설을 낼 수 있었다니! 내가 고작 3살 때...
앞서 말했 듯,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처음 본건 [방과 후]가 아닌 [플래티나 데이터]였다. 관련 리뷰를 남기겠지만 처음 책을 읽었을 때의 충격은 상당했다! 마치 내가 처음으로 책에 빠지게 된 [퇴마록]이나 [개미]를 읽었을 때의 충격적 재미와 동급이었다. 아니 어쩌면 더 충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책을 상당히 많이 읽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재미가 나에게 있을까?라고 생각했을 때였으니까...
1985년 데뷔 후 매년 1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며 입지를 다녀온 작가가 고마웠다. 늦게나마 히가시노 게이고를 알게 되었지만 그만큼 그의 책을 읽어볼 기회가 많다는 뜻으니까! 히가시노 게이고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상당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용의자 X헌신]으로 이미 제목은 한번쯤 들어본 영화의 원작자였다니!!!!! 그의 책 중 상당수가 일본에서는 이미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그걸 리메이크한다는 사실! 내가 진짜 좋아했던 영화 [비밀]도 알고보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작가 정말 대단한 작가네!!!
여하튼, 나에게는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세계를 열어주는 작가였다. 지금도 그의 책이라면 일단 읽기 시작한다. 믿고 보는 작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 그의 데뷔작을 보지 않았다니.. 하긴 그런 것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냥 일단 그의 책이라면 우선 읽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읽게 된 거는 사실 데뷔작이어서 먼저 읽어볼 생각이 아니라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여 읽어보니 데뷔작이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소설 [방과 후]는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 여고생들에 대한 심리적 표현이나 생활에 대한 묘사가 얼마나 세심하고 탁월하던지 작가는 여성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물론 이런 여고생들에 대한 표현력만 우수했던 건 아니다 이야기에 대한 구성력 또한 감탄할만했다.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복선과 밀실추리 등 추리소설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해야 할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와 정말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 정말 데뷔작이 맞아?라고 싶을 정도로 꼼꼼하고 반전의 반전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은 누구라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에 빠질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방과 후]는 여고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수치심'을 소재로 한 살인사건의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별것 아닌 것에도 목숨을 걸 수 있는 것이 여고생이기에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현실성 있어 보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데뷔작을 꼭 먼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9월 10일 방과 후, 머리 위에서 덜그럭하는 소리가 나며 떨어지는
제라늄 화분. 사흘 전, S역 플랫폼에서 누군가 급행열차가 달려오는
선로로 자신을 밀쳐낸 이후로 수영부 샤워장에서 감전사를 노린 것에
이어 세번째 살해 위협이었습니다.
5년 전, 국립대 공학부 정보학과를 졸업하고 가전 회사의 연구소에서
일하다 부서가 도호쿠의 시골 어딘가로 연구소가 이전된다는 계획에
어머니의 추천으로 사립 세이카 여고의 수학 선생으로 이직하게 된
마에시마 선생. 이유를 알 수 없는 살해 위협을 학교 품위 문제라는
교장의 압박에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지만 결국 무라하시 선생이
살해당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경찰이 수사하게 되고...
오타니 형사 항상 전교 일등을 해온 똑똑한 소녀 마사미, 주인공
마에시마 선생과 문제아 요코, 그리고 겉과 속이 다른 여선생
아소 쿄코 까지 독특한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재밌는 미궁 속으로
이끌어가네요. 명성만큼이나 가독성 높은 글이었습니다.
제목 : 방과 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소미미디어
추리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뷔작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대부분 최근 작품만 봤었고 과거 작품은 '가가 형사 시리즈' 초기 작품을 포함해 몇 작품만 봤었다. '가가 형사 시리즈'만 하더라도 초기와 후기가 느낌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변화하는 양상이 궁금했고 이 참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주요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싶어 몇 후기가 좋은 몇 작품을 골랐는데 거기에 대뷔작도 읽어보았다.
여고에서 수학 선생님을 하고 있고 양궁부 지도교사를 맡은 주인공 '마에시바'. 그는 최근 목숨을 노리는 공격을 여러 차례 받게 된다. 그러던 중 탈의실에서 운동부 지도교사를 맡지 않은 동료 교사가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그 탈이실의 미닫이 문은 걸쇠가 걸려있고 밖에선 열 수 없는 밀실 상태였다. 교사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일까? 첫번째 살인 사건의 범인이 잡히지 않고 학교는 아무런 일이 없는 것처럼 흘러간다. 그러던 중 학교 축제에서 피에로 역할을 하게 된 주인공. 축제 당일 아침에 체육 교사 다케이가 역할을 바꿔 맡자고 한다. 분장이 워낙 심한 삐에로이기에 교사나 학생들은 알아채지 못 한 상황. 삐에로가 허리춤에 있는 술병을 꺼내 한 모금 마시고 쓰러지는데... 그도 청산가리로 살해를 당했다. 이제 확실해졌다. 범인이 노리는 것은 자신이라는걸. 누가 나를 노리고 있으며 왜 노리고 있을까?
여고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사건이다. 대뷔 바로 다음 작품인 '가가 형사 시리즈'의 첫번째 '졸업 : 설월화 살인 게임'과 스타일이 비슷했다. 설명하긴 힘들지만 잔잔한 진행과 어투, 주인공이 상황에 대해 놀라거나 동요가 심하지 않고 침착하게 이끌어갔다는 점이 같았다. 차이점은 대학교와 고등학교라는 차이가 있었다. '졸업'에서 대학생들은 술도 한잔씩 하면서 대학 생활을 즐기고, 각자 진로(취업)을 고민하며 삶이 이어간다. '방과 후'에선 여고생들의 그 시기만 가지는 고민들과 일탈, 여자들만의 우정을 그리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간과 공간이 달라도 배경과 익숙한 학교 내 공간 등이 인상적이었고 그들만의 우정과 인간 관계를 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초기 작에서 볼 수 있는 섬세한 트릭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정말 결말부에 이르러 주인공이 힌트를 주기 전까지는 범인의 정체도 알기 힘들 정도였다. 주인공도 매력적이었는데 수학 선생님인 '마에시바'는 그 특유의 침착함이 더해져 '가가 형사'처럼 형사가 되었어도 좋았을 듯 한데 뒤에 또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오타와 형사를 비롯해 형사들은 진범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주인공 '마에시바'는 그 후 어떻게 살았을까?
다소 무리인 부분이 있긴 했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여고생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법한 선택들도 보였고, 결말도 나쁘진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회사원이 아니라 추리소설가의 길을 가게 한 첫 작품이라 의미가 큰 작품인 듯 하다. 만족스러웠다.
이제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 자체가 일본 미스터리의 대표적 브랜드가 되었다. 작가의 작품은 꾸준히 팔리고 지금도 신간들이 속속 쏟아져 나온다. 나 역시 작가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수십 권은 접했지만,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동안 많은 독자들의 공통된 평과 내 경험을 살리자면 바로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이 말을 풀어쓰면,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재미없지 않고, 한마디로 쉽고 흥미진진하게 잘 읽힌다는 뜻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작품들이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세대에서 고르게 사랑받는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이요 확고부동한 페이지터너다. 그것을 받쳐주는 것은 매끄러운 문장력과 탄탄한 스토리라인이다. 물론 미스터리적 재미는 기본이고. 개인적으로는 문과 출신도 아닌 전기 공학을 전공한 공학도가 이런 유려한 필치를 발휘한다는게 놀랍기만 하다.
이 책은 2007년에 출간한 <방과 후>의 개정판이다. <방과 후>는 작가의 데뷔작으로, 여고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그린 학원 미스터리이자 본격추리물이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신인에게 주어지는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교내에서 열흘 간격으로 두 건의 독살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한 건은 출입이 불가능한 밀실에서의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이고, 다른 한 건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백주대낮에 벌어진 대범한 살인이다.
선생과 학생이라는 유기적인 역학 관계를 중심으로 2중, 3중으로 둘러싸인 트릭,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범인의 교묘한 책략, 쉽사리 파악하기 힘든 내면적 동기 등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트릭의 구성이라든지 범인을 숨기는 테크닉이 노련하다. 그래서인지 암만 머릿속으로 추리를 하며 따라가도 여러 용의자가 스쳐 지나갈 뿐 마지막 장을 들추기 전까지 결코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긴 힘들다. 그만큼 작가는 이 한 권을 완성하는데 트릭의 완성도 포함 스토리라인에 많은 공을 들인 느낌.
등장인물마다 저마다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있고, 작가가 정말 여교 교사 경험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생동감, 현장감이 넘친다. 밝혀지는 결말을 보니 어른들의 욕심과 아이들의 순수한 세계가 부딪치는 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만큼 <방과 후>의 활동 역시 교육 현장의 연장선상이란 인식으로 사제지간의 역할 분담이나 행동 방식이 중요할 듯...
요즘 출간되는 작가의 신간들을 보면 오히려 작가의 초기작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출판사에서 작가의 초기작들에 대한 리커버 개정판을 속속들이 선보이고 있다. 그런 추세로 작가의 데뷔작이자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인 <방과 후>의 재출간은 시의적절한 선택이라고 본다. '학원 미스터리의 걸작'이라 불리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본격추리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즐거운 독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