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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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노래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이슬아 | 위고 | 2022년 5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2 (47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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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노래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8 | 2022.06.13 리뷰제목
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는 삶의 요소요소마다 자리를 잡으며 추억이라는 흔적을 진하게 남기는 ‘노래’를 향한 예찬을 담고있다. <아무튼, 노래> 속 이슬아 작가의 노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삶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들을 향한 기억들이 자연스레 샘솟게 된다. 특별히 나는 기억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
리뷰제목
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는 삶의 요소요소마다 자리를 잡으며 추억이라는 흔적을 진하게 남기는 ‘노래’를 향한 예찬을 담고있다. <아무튼, 노래> 속 이슬아 작가의 노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삶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들을 향한 기억들이 자연스레 샘솟게 된다. 특별히 나는 기억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던 마음에 관한 기억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친척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는 4살 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즐기듯 노래를 부르며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백 미터 전’과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와 같은 발라드곡부터 태진아의 ‘거울도 안 보는 여자’와 같은 트로트곡까지 섭렵했다고 전해진다. 아버지의 작은어머니, 즉 나에게 작은 할머니라 불리던 할머니의 환갑잔치 때 나는 마이크를 쥐고 노래(남행열차)를 부른 유일한 꼬맹이이기도 했다. 이처럼 나는 태생부터 (이슬아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지극히 ‘노래방적인 사람’이었다.

중학교 1학년 시절, 나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MP3 플레이어를 소유했었다. 총 서른 두 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이었기에 한 곡 한 곡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곡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당시 마음 깊이 좋아한 친구가 선호할 곡들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나의 MP3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용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쉬는 시간을 틈타 내 옆자리에서 나의 MP3 플레이어를 통해 노래를 듣던 그녀가 MP3에 담긴 조성모의 ‘To Heaven’을 듣고선 나에게 “너 나한테 ‘To Heaven’ 불러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불러줄 수 있다고 답한 나는, 그녀 앞에서 노래를 잘 불러야겠다는 부담감에 얼마 남지 않은 쉬는 시간이 주는 압박감이 더해져 “괜찮은 거니”로 시작되는 첫 소절부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버벅대고 말았다. 이에 그녀는 “괜히 부담을 줬다보다”라고 말하며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둔 채 수업 준비에 몰두했다. 그 이후 언젠가 그녀가 나에게 “너 나한테 ‘To Heaven’ 다시 불러줄 수 있어?”라고 물을 날을 고대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지만 그녀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조성모의 ‘To Heaven’을 우연한 계기로 듣게 될 때마다 미련 비슷한 감정이 샘솟곤 한다.

한편 한경일의 ‘내 삶의 반’을 하루에 서른 번 넘게 들을 정도로 좋아했던 학원 친구의 관심을 얻고 싶은 마음에 오락실 노래방에서 5천원 넘는 금액을 ‘내 삶의 반’을 연습하는데 사용한 적도 있다.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연습에 들이는 노력과, 그렇게 연습한 곡을 누군가에게 불러주는 용기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외에 봉사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잠시 몸 담았던 노숙인을 위한 무료병원의 직원들과 함께 했던 회식자리에서, 청춘을 오롯이 이 병원을 위해 쏟아 부은 실장님에게 헌사하듯 불러드렸던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와 세월의 무상함 앞에 주눅들어 보이는 선배들에게 불러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도 애틋한 기억으로 남는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픈 마음이 샘솟는 요즘이다. 평소 코인노래방에 홀로 방문하거나 유튜브 노래방 채널을 통해서 노래 연습을 즐기며 ‘노래방적인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음이 다행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가라오케를 발명한 이노우에 다이스케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아시아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것에 더해서 코인노래방에과 유튜브 노래방 채널에도 가라오케와 맞먹는 영예를 안겨주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심혈을 기울여 한 곡 한 곡을 노래를 연습해나가는 내 모습이, MP3 플레이어에 심혈을 기울여 노래를 채우던 오래 전 나의 모습과 맞물려서 아련하게 다가온다.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는 이슬아 작가의 말에 기대고 싶어진다.

여담으로 살아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못하는 친구를 향해 ‘그래도 최대한 늦게 죽어줘’라는 말을 건냈다는, 이야기 속 이슬아 작가의 마음이 노래가 우리네 삶에 선사하는 위로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노래는, 우리가 최대한 늦게 죽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이끌어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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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그 많던 시간은 누가 다 불렀을까 - [아무튼, 노래]를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k*****o | 2022.05.22 리뷰제목
그 많던 (노래방 기기에 입력된) 시간은 누가 다 불렀을까 <아무튼, 노래>를 읽고       아직도 거기에 있을지 모르겠다. 고교시절, 한 달에 한 번꼴로 토요일 오전 수업을 파하면 친구들과 찾았던 대학가에 자리한 노래방이.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알코올의 에너지를 빌어) 입장시간대가 낮에서 밤으로 바뀌고 조금 더 자주 갔다는 차이를 빼면, 그때 노래방은 내 청춘의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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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노래방 기기에 입력된) 시간은 누가 다 불렀을까

<아무튼, 노래>를 읽고

 

 

  아직도 거기에 있을지 모르겠다. 고교시절, 한 달에 한 번꼴로 토요일 오전 수업을 파하면 친구들과 찾았던 대학가에 자리한 노래방이. 대학생이 되고부터는 (알코올의 에너지를 빌어) 입장시간대가 낮에서 밤으로 바뀌고 조금 더 자주 갔다는 차이를 빼면, 그때 노래방은 내 청춘의 안식처 가운데 하나였다. 아무튼 시리즈의 최신작 <아무튼, 노래>태어나보니 노래방이 있었다92년생 이슬아 작가의 노래와 노래방 그리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보다 10년 먼저 태어난 82년생 김ㅇㅇ(이라 쓰고 흙바람이라 읽는다) 독자는 살다보니 노래방이 생겼기에 얼핏 보기에는 작가와 독자로서 둘의 접점은 없어 보이지만, 우리 사이에는 90년대 대중음악이라는 거대하고 힘찬 강이 흐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강에서 건져 올린 노래(는 곧 이야기)를 같이 부르고 듣다보면 저마다의 인생곡은 무엇인지 되묻고 노래는 우리의 인생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노래방은 만화경처럼 영롱하고 오묘하게 우리를 가두고 드러낸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사람조차 노래방에서는 뭔가를 들키고 만다. 말로도 글로도 못할 얘기들을 입 밖에 꺼내도록 노래가 인도하니까. 대중가요의 특수한 악력에 이끌리면 누구든 평소보다 더 열렬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마니까.(9쪽)

 

  노래방은 묘한 시공간을 품고 있다. 입장하는 순간부터 낮과 밤의 경계가 흐려진다. 노래방 기기 화면에 "60분이 입력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동시에 노래방의 시간은 흐른다. 주어진 한 시간은 선곡에 따라 느리게 또는 빠르게 흐른다. 또한 노래방 사장님의 인심에 따라 그 시간이 무한대에 수렴할 수도 있다. 더불어 곡의 분위기에 따라 몇 평 남짓한 무대는 공연장이나 경연장 또는 무도회장으로 자유자재로 전환되기도 한다. (독자 마음대로 노래방의 3요소를 시간, 공간, '이것'으로 정해보자면) 여기에 사람, 즉 (마이크를 쥔 자와 템버린을 든 자로 나누고 싶으나 저자의 견해에 따라) 노래방을 장악하는 노래방적 인간(을 저자는 '가왕'이라 부른다)과 그렇지 못한 비(非)노래방적 인간도 빼놓을 수 없다.

 

잘 못불렀더라도 좋아죽겠는 노래를 맞닥뜨릴 때마다 음악이라는 것을 그리고 삶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다.(중략) 딱히 기대받지 않으며 순서를 기다리는 나 같은 친구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다. 비노래방적 인간은 심취하지 않으므로 모조리 느낀다. 그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9쪽)

 

  자신을 비노래방적 인간이자 정박적 인간이자 산문적 인간으로 규정한 저자, 그의 기억 속 노래(방)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다. 이를테면, 어린 저자를 데려간 구민회관의 노래 교실을 주름잡았던 '엇박적 인간' 할머니, 거의 모든 노래 제목을 틀리게 말하지만 틀리지 않고 1절을 부르는 저자의 목소리를 들은 뒤 2절을 부르는 엄마, 서로의 마음을 다 알지만 때로는 미지의 타인으로 느껴지는 밴드음악을 하는 '운문적 인간' 동생, 쟁반 노래방만큼이나 유쾌했던 비문학적 노래방을 빛낸 선후배 문인들, 저자의 우정과 사랑에 관한 가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연인과 친구들, '그때 그 사람'들은 이제 저자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내사람들이 되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태초에 노래를 가르쳐준 어른들이 있었다. 노래와 그들을 번갈아 보며 세상을 배웠다. 그들은 내게 노래를 들려주었고 나 역시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이제는 내 노래를 가장 먼저 듣는 사람이 나라는 걸 안다.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래한다.(142쪽)

 

  글을 소리내어 부르면 노래가 되고, 어디든 노랫말을 써내려가면 글이 된다. 글감과 노래의 영감은 삶의 어느 시공간에서 구하면 된다. 누군가에게 글과 노래는 내 삶에 관한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도구이자 목적이 될 수 있다. 물론 저자는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노래에 관해 쓰는 게 더 쉽다고 말하지만, 그에게 글과 노래를 지어 부르는 것은 각각이 아닌 하나의 일일지도 모른다. 대낮과 한밤의 노래(방)에 관한 지난 경험을 레퍼토리로 삼아 동전(코인) 노래방과 같은 자기만의 작업실에서 오늘도 계속 '혼자 쓰고 불러서' 자신에게 보여주고 또 들려주고 있을 작가를 상상해본다. 그의 노래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이 있는 한 노래는 멀리멀리 날아갈 것이다. 그 노래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작고도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이웃과 벗들의 웃음속에는
조그만 가락이 울려 나오면
나는 부르리 나의 노래를
나는 부르리 가난한 마음을
그러나 그대 모두 귀기울일때
노래는 멀리멀리 날아가리

 

김광석, 「나의 노래」 중에서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2
종이책 구매 아무튼, 노래 평점9점 | y******5 | 2022.07.06 리뷰제목
아무튼, 노래 리뷰 이슬아 작가님이 아무튼 시리즈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를 서둘렀던 책이다. 전체적인 글의 내용에 웃음을 짓게 되었다 다만 이전에 출간 되었던 몇몇 글들과 이 책에 삽입된 글들에 중복이 많아 새로운 글을 접할 수 없어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내가 워낙에 이슬아 작가님 글에 관심을 가져 왔기 때문일수도 또는 너무 중복적인 글을 여러 출판사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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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노래 리뷰

이슬아 작가님이 아무튼 시리즈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매를 서둘렀던 책이다.

전체적인 글의 내용에 웃음을 짓게 되었다

다만 이전에 출간 되었던 몇몇 글들과 이 책에 삽입된 글들에 중복이 많아 새로운 글을 접할 수

없어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내가 워낙에 이슬아 작가님 글에 관심을 가져 왔기 때문일수도

또는 너무 중복적인 글을 여러 출판사를 거쳐 출판한 작가님의 욕심 때문일수도

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6 댓글 0
종이책 구매 아무튼, 노래(방)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d****m | 2022.04.29 리뷰제목
유진목도 알아본 것이다. 현희진이 방금 행복했다는 걸. 밤색 수영복을 입고 있는 동안 그런 시간이 지나갔다는 걸. 처음으로 자신의 수영복이 생긴 현희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아 있길 잘한 것 같아.이슬아 작가의 열번째 책을 흥얼거리며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미러볼 아래 마이크를 쥔 당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용기를 내봐야 할 시간이 오고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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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도 알아본 것이다. 현희진이 방금 행복했다는 걸. 밤색 수영복을 입고 있는 동안 그런 시간이 지나갔다는 걸. 처음으로 자신의 수영복이 생긴 현희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아 있길 잘한 것 같아.

이슬아 작가의 열번째 책을 흥얼거리며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미러볼 아래 마이크를 쥔 당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기억이 나지 않으니 용기를 내봐야 할 시간이 오고있는 것 같아.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아무튼, 노래, 이슬아 평점9점 | i*******4 | 2022.06.03 리뷰제목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노래방에 관련된 추억 없는 사람 없겠지.   예약 버튼인 줄 알고 취소를 눌러서 노래 부르던 친구에게 욕먹은 기억.  애절한 발라드를 디스코 버전으로 바꿔 다 같이 흥겹게 춤추던 기억.  '그대 안의 블루'에 화음 넣어 부르던 기억. 10분 더, 10분 더 계속되는 서비스 시간에 결국 져버리고 시간 남기고 뛰쳐 나온 기억.  트렌드에 맞지 않게 2절까지 부르던
리뷰제목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노래방에 관련된 추억 없는 사람 없겠지.

 

예약 버튼인 줄 알고 취소를 눌러서 노래 부르던 친구에게 욕먹은 기억. 

애절한 발라드를 디스코 버전으로 바꿔 다 같이 흥겹게 춤추던 기억. 

'그대 안의 블루'에 화음 넣어 부르던 기억.

10분 더, 10분 더 계속되는 서비스 시간에 결국 져버리고 시간 남기고 뛰쳐 나온 기억. 

트렌드에 맞지 않게 2절까지 부르던 친구를 어이없어하던 기억.  

곧잘 노래를 부르셨으나 이제는 박치가 되어버린 아빠의 노래를 듣고 슬펐던 기억. 

도저히 올라가지 않아 두 키 낮춰 부르던 기억.

내가 탬버린인지, 탬버린이 나인지 헷갈리게 물아일체되던 기억.

나도 모르게 흐르던 눈물을 몰래 손바닥으로 훔치던 기억. 그래놓고 더 크게 하하 웃던 기억. 

 

중고등학교 시절, 은광여고 앞 즉석 떡볶이 혹은 압구정 뱃고동에서 낚지 불고기 백반을 먹고 늘 노래방에 가서 그렇게 노래를 불러젖혔다.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엔 어김이 없었다. 다들 '노래방 자아'는 별도로 구비하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가서 뻔했던 적은 없다. 늘 의외였고, 신선했고, 놀라웠다.

 

'노래방이 아니라면 그 정도의 격정과 진심은 결코 드러나지 않는데 어떻게 노래방을 싫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땐 뭐가 그리 모든 게 슬프고, 기뻤는지 돌이켜보니 귀엽기 그지없네.

 

애정 하는 이슬아 작가가 쓴 <아무튼, 노래>. 그녀의 글은 여전히 거침이 없어 반짝인다.

 


심보선이 말하길 시란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것이랬다. 그렇다면 나에게 글이란 한 네다섯 번째로 탁월한 내가 첫 번째로 탁월한 친구들을 생각하며 쓰는 것이다. 애매하게 탁월한 사람은 더 탁월한 사람을 구경하고 감탄하며 생의 대부분을 보낸다.

 

그 기계의 이름이 바로 ‘가라오케’다. ‘비어 있음.’, ‘가짜’라는 뜻의 가라와 오케스트라를 이어 붙인 합성어다. 즉 가라오케란 가짜 오케스트라 기계를 뜻한다. 직접 연주하기 귀찮았던 이노우에가 세계 최초로 만든 발명품이다.

 

1999년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노우에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마오쩌둥과 간디가 아시아의 낮을 변화시켰다면 이노우에는 아시아의 밤을 바꿔 놓았다. 이노우에는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아시아 인물” 중 한 명이 되었다.

 

나는 어둡고 습한 방에서 성인가요를 잠자코 흡수했다. 아이는 어쩜 그리도 어른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장 많이 자라는지.

 

노래방. 그곳은 내게 사랑의 예습장이었다. 그 예습이 훗날 어떻게 실전을 방해할지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우리는 미러볼 조명이 스쳐 가는 서로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초등학생들이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에 프레디 머큐리는 대답했다. “관객들이 듣고 있고 모든 관심이 내게 쏠리면 틀리려고 해도 틀려지질 않아. 늘 내가 꿈꾸던 사람이 되어 있거든. 아무것도 두려운 게 없어.” 그 대답은 나를 너무 놀라게 한다. 나라면 정확히 반대로 대답할 것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듣고 있고 모든 관심이 내게 쏠리면 안 틀리려고 해도 꼭 틀려버려. 나는 내가 꿈꾸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돼. 그게 너무 두려워.”

 

노래를 잘하는 게 제일 멋진 일인데 말이다. 내 노래는 정직하지만 재미없고 뻔했으며 어떠한 장악력도 없었다. … 그러므로 노래방은 내가 나라는 사실에 가장 자주 절망했던 장소다.

 

노래방이 아니라면 그 정도의 격정과 진심은 결코 드러나지 않는데 어떻게 노래방을 싫어할 수 있단 말인가. 룡이처럼 과묵하고 쑥스러운 자의 진심을 대신 전해주는 세상의 명곡들에게 어떻게 감사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노래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가장 잘하고 싶은 일이 아니어서다. 그런 일은 자유를 준다. 즐거울 수 있는 만큼만 매달릴 자유 말이다. 글을 쓸 때는 그런 자유가 따르지 않는다.

 

복희는 말하곤 했다. 너는 이미 다 자란 채로 태어난 것 같았다고. 모든 걸 알아서 해서 키울 때 품이 별로 들지 않았다고. 그래서인지 복희와 나는 오래전부터 친구였다. 초등학교 때 수업이 끝나면 두발자전거를 각자 몰고 바지락칼국수를 먹으러 갔었다.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힘에 있어서 음악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장기하는 말했다. 이 노래들 중 하나가 흐르기만 하면 길을 걷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언제고 몇 번이고 과거로 가서 머문다. 머물 수는 있지만 바꿀 수는 없다. 시간의 흐름이 허용하지 않는 일이다. 이제는 그 노래로부터 꽤나 멀리 왔단 걸 알아차릴 때도 있다.

 

나는 벌써 이 순간이 그리워. 우리는 그런 순간을 알아볼 수 있다. 겪으면서도 아쉽다. 흔치 않아서. 영영 계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서. 시간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는다. 좋은 곳에서만 계속 멈춰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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