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어버린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2>를 읽고
“정말 고마워. 나한테 정말 필요한 꿈이었어.”
“이게 네가 찾던 꿈이길 바라.”
매일 밤마다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고, 수면잠옷을 입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향한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에 가면 사람들은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직접 선택해서 꿈을 꿀 수 있다. 우리가 꾸는 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더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만들어낸 작가는 이제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즌2를 시작하고 있다. 1년 만에 우리 곁으로 찾아온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열광했던 우리들에게 더 깊어진 감동과 공감을 주며 다시 한번 우리를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초대하고 있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어떤 재미와 감동을 줄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어느덧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한 지도 1년 넘은 페니, 이제는 더이상 신입사원이 아니다. 이제는 꿈값 창고에서 각가지 감정으로 가득 찬 병들을 옮겨 은행에 저금하고, 프런트의 수많은 눈꺼풀 저울을 관리를 한다. 이제 페니는 꿈 백화점에서 하는 일을 능숙하게 척척 잘 해낸다. 그리고 1년이 되었다는 것은 페니도 '꿈 산업 종사자'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다.
"그건 그렇고 기쁜 소식이 있어요. 이제 일한 지 1년이 지나서 국가에서 인정하는 '꿈 산업 종사자'가 됐어요."
-p.8
꿈 산업 종사자로 인정받은 페니에게 '컴퍼니 구역'에 드나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녀를 포함한 그녀의 주변 사람들도 그 좋은 소식에 함께 기뻐한다.
"내 평생 출근 열차를 타고 컴퍼니 구역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는데, 우리 딸이 가게 되었다니..."
-p.8
그렇게 부풀고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 간 그곳에서 페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꿈에 대한 불만을 가득 털어놓는 사람들의 민원을 접수하고 관리하는 '민원관리국' 이었다. 민원은 불만 정도에 따라총 3단계로 나뉘어 있다, 1단계는 꿈자리가 뒤숭숭하신 분들의 민원이고 2단계는 일상생활에 피해가 갈 만큼 불편한 정도, 3단계는 꿈을 꾸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정도의 불만 사례를 다룬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관련된 민원 중 아주 심각한 민원 하나를 달러구트는 통째로 페니에게 맡긴다. 그 민원은 다음과 같다.
민원등급: 3단계-꿈꾸는 자체가 고통스러운 수준
수신: 달러구트 꿈 백화점
민원인: 792번 단골손님
"왜 저에게서 꿈까지 뺏어가려고 하시나요?"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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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792번 손님은 꿈을 뺏겼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알쏭달쏭한 민원을 남기고 발길을 끊어버린 792번 손님을 페니는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이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어엿한 직원이 된 페니에게 단독으로 주어진 미션이다. 그래서 페니는 이 미션을 멋지게 해결하고 단골손님인 792번 손님을 다시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되돌아오게 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래서 1권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꿈들과 그 꿈들의 구매 고객들의 이야기, 꿈 제작자들의 꿈 제작 이야기들이 중심 소재였다.
그러나 이번 2권에서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단골손님이었지만, 이제는 발길을 끊어버린 사람들의 사연과 그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1권에 비해 2권에서는 재미가 다소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2편에서는 1편의 내용을 바탕으로 꿈 백화점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왜 그들은 왜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다시는 오게 되지 않은 것일까.
민원을 낸 사람들은 왜 꿈을 꾸지 않으려고 할까?
사라진 단골손님들은 어디로 간 걸까?
792번 손님은 6년 전 급속도로 진행된 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보이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게 된 그는 절망감과 우울함에 빠져서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래서 꿈 속에서라도 그는 보이는 세상 속에서 사는 것처럼 느끼기를 원하지만 꿈에서도 보이지 않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다. 꿈도 기억을 바탕으로 하는데 보이지 않는 날의 기억이 많을수록 꿈에서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현실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꿈속에서도 볼 수 없게 되자, 자신은 이제 꿈까지 뺏겼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꿈제작자인 킥 슬럼버는 이렇게 말한다.
"태경 씨. 우리를 나타내는 어떤 수식어도 우리 자신보다 앞에 나올 순 없어요, 그리고 우리 같은 제작자가 있고 꿈을 사러 오고 있는 당신이 있는 한, 아무도 당신에게서 잠자는 시간과 꿈꾸는 시간을 뺏어갈 순 없어요. 당신에게 어떤 꿈을 드릴 수 있을지는 우리 제작자들이 고민할 몫이에요. 당신은 자기 전에 아무 걱정 없이 눈을 감고 편안히 있으면 돼요."
-p.104
비록 지금은 시력을 잃어버렸지만, 꿈 속에서는 더이상 볼 수 없는 그런 약하고 무력한 존재가 아니다. 얼마든지 원하면 태평양 바다를 가로지르는 범고래가 될 수도 있고, 예전 즐거웠던 추억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페니와 꿈제작자들의 도움으로 그는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고 이제는 즐겁게 꿈 백화점으로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사러 가게 되었다.
"전 그냥 앞을 못 보는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박태경이에요."
-p.109
792번 손님의 불만 해결, 루시드 드리머였던 1번 손님과 비고 마이어스와의 비하인드 스토리, 시간의 신의 두 번째 제자였던 아틀라스, 녹틸루카 세탁소의 비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파자마 파티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나와서 1권과 마찬가지로 감동과 재미를 준다. 1권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우리에게 신비롭고 판타지적인 환상, 재미, 신기함 등을 주었다면, 2권에서는 꿈 제작에 사용되는 요소와 과정, 꿈 제작자의 꿈 제작,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잃어버린 단골 손님 이야기들이 있어서 보다 더 깊어진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물론 1권의 인기와 재미가 워낙 컸던 탓에 2권은 '와 신기하고 대단하다' 라는 그런 놀라움과 감탄은 좀 줄어들지만 말이다.
살다보면, 꿈조차 꾸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정말 어쩔 때는 '꿈은 꿈일 뿐이다.' 라고 생각해서 꿈을 꾸는 것을 거부할 때도 있다. 꿈이란 것은 무엇일까. 왜 우리는 꿈을 꾸는 것일까.
"손님들도 우리도 전부 마찬가지야. 현재에 충실하게 살아갈 때가 있고, 과거에 연연하게 될 때가 있고, 앞만 보며 달려나갈 때도 있지. 다들 그런 때가 있는 법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기다려야 한단다. 사람들이 지금 당장 꿈을 꾸러 오지 않더라도, 살다 보면 꿈이 필요할 때가 생기기 마련이거든."
-p.286
달러구트의 말처럼 우리는 살다가 꿈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792번 손님이 현실에서 희망을 잃었지만, 꿈을 통해 다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듯이 우리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꿈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다가 무기력증이 찾아와 물에 젖은 수면가운처럼 축 처져 있을 때도 있겠지만, 그냥 잠깐 젖어 있을 뿐이다. 잘 말리면 우리의 기분도 다시 뽀송뽀송해질 것이다.
“추억에 잠겨 있는 중이에요. 그림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지.”
“글쎄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무기력증은 누구나 겪는 일이야. 나도 그럴 때가 있거든. 이럴 때야말로 우리가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하지 않겠니? 우리의 단골손님이시잖니.”
“지금 손님의 상황도 세탁기 안에 가득 들어 있는 물에 젖은 수면가운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 잠깐 젖어 있는 것뿐이지요. 물에 젖은 건 그냥 말리면 그만 아닐까요?”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작별할 때가 왔다. 1년을 기다려서 다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페니와 웨더를 비롯한 꿈 백화점 각 층 매니저들, 킥 슬럼버를 비롯한 꿈제작자들을 다시 만나서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이제 그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일까. 왠지 나중에 또 만나게 될 것 같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3권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오늘 밤 잠자리에 들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달려갈 것 같다. 어쩌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을 파자마 파티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 오늘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어떤 꿈을 살까. 어떤 꿈제작자의 꿈을 사면 좋을까. 이렇게 행복한 상상을 하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만나러 가야겠다.
"이제 여기서 만든 꿈들은 이 드림캐처를 통과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꿈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갈 거예요."
-p.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