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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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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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주영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5 | 2020.07.19 리뷰제목
결혼은 미친 짓은 아니다만, 내가 결혼한 남자는 미친 책벌레 였다!    와 진심 책벌레 갑! 이다. ㅎㅎ저자의 남편에 대한 일화를 서너 개만 접해도 그 후덜덜함에 누구나 혀를 내두르게 될 거다.'당신은 책벌레 일까요?' 라는 설문조사 같은 게 있다면 이분은 단연 초 상위 권.   에두아르가 책장 앞에서 이 책 저 책을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뭔가 열심히 검
리뷰제목

 

결혼은 미친 짓은 아니다만, 

내가 결혼한 남자는 미친 책벌레 였다!

 

 

 

와 진심 책벌레 갑! 이다. ㅎㅎ

저자의 남편에 대한 일화를 서너 개만 접해도 그 후덜덜함에 누구나 혀를 내두르게 될 거다.

'당신은 책벌레 일까요?' 라는 설문조사 같은 게 있다면 이분은 단연 초 상위 권. 

 

 에두아르가 책장 앞에서 이 책 저 책을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뭔가 열심히 검색한다. 잠시 후, 다시 책장 앞에서 이 책 저 책을 뺐다 꽂았다를 반복하다가 부엌으로 가서 꿀을 한 숟가락 퍼 먹고 온다. 벌써 두 시간째 저러고 있다. 정신 사납다.

당분 섭취 후 잠시 안정을 찾는가 하더니, 다시 책장을 향해 달려가다(달려갈 거리도 아니다) 자빠진다. 얼씨구.  "한 가지만 하자, 좀! 왜 그러는뎃? 아까부터 왜 이렇게 산만핫뎃?"    (32쪽)


이주영 작가의 남편과의 일을 담은 책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어딘가 고전 프랑스 영화를 떠올리게도 하는 이 제목의 책은, 제목에 아주 충실하다.

아니 실은 제목은 많이 순화한 거다.

 

저자는 책을 집필한 의도가 '내가 우선 미치지 않으려고' 였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했더니 왠 미친 책벌레 였다고!

정말 이런 과격한(?) 표현들이 절대 허언이 아니었다. ㅋㅋ

작가님 웃어서 죄송합니다.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문학과 라틴어를 가르치는 교사인 에두아르.

그는 못 말리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독서광이다.

책은 에두아르에 대한 집중 분석(!)을 거쳐서 

때로는 소소하고, 웃프고, 이런 가운데 생각할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냈다.


 

 

 

책은 우선 물리적인 부피감이 있고, 공간을 차지하는 물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자가 이런 점을 불만스러워 하는 건 아니었다. 저자도 책을 좋아하기에.

요는 남편이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책을 못말리게 애정하는 모습에 대해서 였다.

도대체 '어쩌다' 저런 지경까지 되었을까?

 

그냥 책을 마구 사는 것만으로는 에두아르급 책 사랑에 미치지도 못한다.

이미 있는 책의 다른 판본 구입이 기본이고, 까마득한 어렸을 때의 책들을 모아놓는다.

온통 책에 관심 집중 상태이다 보니, 지갑과 핸드폰부터 자잘한 물건들을 간수하지 못하는 건 기본.

이주영이 '분통 터져 하는' 건, 그러한 상황을 에두아르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읽다보면 점점 에두아르게 적응되는 독자인 나를 발견하는 건 왜 때문일까.

더 정확히는 '그런 남편'을 종종 '비판'하면서도 또 지극히 사랑하는 저자 이주영을 발견하게 된다.

 

웃프고, 진지하고, 소소한,

책과 얽힌, 남편에 대한 온갖 일화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독서법이나 자신의 책 편력 편력을 담은 책은 꽤 많다.

나는 작년에 이동진의 그런 책을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이 책은 또 전혀 다른 느낌으로, 그러한 쟝르를 개척하고 있기도 하다.

 

단언하자면 정말이지 어나더 레벨 이다. (웃음)

아니 책에 관계된 일화가 이렇게 요절복통 할 일인가. ㅎㅎ

 

저자의 날카로운 관찰, 애정이 녹아있는 표현들 덕분에 더욱 감상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자신의 독서에 대해서 한번쯤 돌아보고 싶은 때에

한번쯤 읽기 좋은, 아니 완전 추천하는 책 이다.

 

 추신.

본 리뷰어가 영화 애호가 여서 인지, 우리나라 영화를 프랑스인들이 어떻게 느끼나를 다룬 부분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공동경비구역JSA'에 대한 일화는 저자와 더불어 나도 울컥 

 

 

    책 중에서

 

 책을 산다는 이유로 바가지를 긁으면 무식하다고들 하겠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

이달만 해도 책을 몇 권이나 샀는가? 이 상태로 가다가는 가정경제가 파탄이 나게 생겼다. 들어오기만 해봐라!  (37쪽)

 

지난 7년간의 감성적 거리의 서러움은 아마도 나를 에두아르 옆에 아주 '심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에두아르도 그를 내 옆으로 아주 심는 칠 년의 서러움을 견뎌냈을 것이다.

서로 다른 감성의 서러움을 겪은 관계는 처음부터 같았던 것보다 몇 배는 더 단단한 감성으로 서로를 연결해 줄지도 모른다.   (174쪽)

 

빙그레 미소 짓고 말았다. 묘한 아늑함에 휩싸였다. 에두아르의 누더기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나는 잠시 추억에 잠긴다.

그의 말대로 낡은 것에는 새것이 갖고 있지 않은 많은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이 먼지투성이 거지같은 서재에는 에두아르의 추억이 가득하다. 추억은 이야기를 한다. 집에 추억의 이야기가 있는 방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 싶다.   (296쪽)

 에두아르는 그저 앉아서 주구장창 읽으며 뭔가를 알아가는 것이 즐겁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며 감탄하고 동감하며 울고 웃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풍요롭게 한다.           (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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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 #지적 #부부 #마자아 해 #마니마니 #이해 평점8점 | h*****j | 2020.07.26 리뷰제목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이 책은 책 소개가 정확히 맞다. 너무 맞아서 기분이 살짝 나쁠(?) 정도인데 그 책 소개는 다음 표와 같다.    이렇게나 웃기고 지적인 <부부의 세계>라니!   "이런 '미친놈'은 얼른 차버려!" 부추기려다 킬킬 웃고 만다.   역시 이주영! 유머감각이 압권이다.   _ 이영미< <마녀체력> 저자    프랑스 책벌레이자 지구최강 오지랖 남편을 둔
리뷰제목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이 책은 책 소개가 정확히 맞다. 너무 맞아서 기분이 살짝 나쁠(?) 정도인데 그 책 소개는 다음 표와 같다.

 

   이렇게나 웃기고 지적인 <부부의 세계>라니!

   "이런 '미친놈'은 얼른 차버려!" 부추기려다 킬킬 웃고 만다.

   역시 이주영! 유머감각이 압권이다.

   _ 이영미< <마녀체력> 저자

 

   프랑스 책벌레이자 지구최강 오지랖 남편을 둔

   한국 욕쟁이 부인이 미치지 않기 위해 쓴 남편 보고서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다,

   내가 '미친놈'과 결혼했을 뿐!

 

   이주영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체로 다시 태어난 한불 문명, 아니 부부 충돌기!

 

   몸으로 살아오며 온몸으로 글 쓰는 이주영 작가는 이 미친 책벌레, 프랑스 중고등학교 라틴어 선생인 남편을 작정하고 파헤쳐보기로 했다. 왜 그렇게 책에 미쳤는지, 도대체 무슨 책을 읽는지. 독서 습관, 삶의 방식과 태도, 세계관 등등. 그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욕을 참을 수 없으니까.

 

    앞에서 적었듯이 애증이 적나라하게 교차하는 내용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좌파 사상이 가득한 프랑스 50대 지적이되 관심사항 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 남자와 내일모레 50대가 되는 온몸으로 글을 쓰는 작가의 만남부터 결혼과 6년차(?) 생활은 아슬아슬 하기 비할 데 없는 상황. 현재진행형인 이들의 생활과 사연을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남편보고서이자 자랑이자 실패담이자 삶의 기록이자 의지의 기록.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이 책,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에서 머리속에 꽂힌 부분을 몇 파트 같이 읽겠습니다.    

 

    프랑스 중년 남자는 함부로 결혼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주영 (글/그림) 작가이자 화가는 에두아르에게 뭔가 마법을 부린 것이 분명하지 싶습니다.

     [프랑스 책벌레가 쓴 '나의 인생책'] 파트를 잠시 읽겠습니다.

  

 

    햇살 좋은 날이나 바람이 세찬 날, 테라스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주영이 급하게 거실로 뛰어 들어와 외칩니다.

    "문장이 떨어진다!"

    햇살과 바름은 자주 그녀에게 문장을 선물하는 듯합니다. 그런 나링 아닌 오늘도, 주영은 지난여름부터 아팠던 허리를 불편한 의자에 고정한 채, 인내심 있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끝이 없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한 시간을 보내고, 하나의 이미지와 한 개의 단어를 오 분 넘게 떠올리는 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배가 고파지지 않는 이상 아무도 제지할 수 없고 멈추게 할 수 없는, 일상과 상관없는 것들을 생각하는 일, 이처럼 매력적인 일이 또 있을까요?

    그녀의 남편은 사물의 느린 침략 앞에서 맥을 못 추는 덜렁쇠입니다. 덕분에 보름에 한 번, 그녀는 무시무시한 토네이도급 폭풍으로 변신합니다. 그 폭풍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물건을 뒤엎고, 잘 보이지도 않는 먼지들을 쫓아다닙니다. 폭풍은 집안 모든 가구들을 번쩍이게 만들고, 작은 장식품들을 미비하게 이동시키거나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동시키며 저에게 소리칩니다.

    "다음 문장을 한국어로 완성하시오! 나는! 나는 0000!"

    저는 그 문장의 주어를 바꾸어 완성합니다.

    "너는 마자아 해! 마니 마니!"

    가끔 맞아도 별로 아프지 않은 가벼운 물건들이 제 머리 위로 날아오기도 합니다. 역시 동쪽에서 날아온 폭풍은 '제피로스'와는 다릅니다.

 

    인생책이라...

    제 어린 시절을 함께한 <악의 꽃>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두 작품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꼽을 수 있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사물의 부조리를 글로 극복할 수 있다는 열망과 아름다움에 대한 처절한 저항, 행복이 손에 잡힐 듯해 희망에 부푸는 신비한 순간들, 우아한 패배와 반항을 어쩌면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을까요? 감탄했습니다.

    <악의 꽃> :

    우리의 마음이 한 번의 수확을 마치면,

    삶은 고통이다

    이것은 잘 알려진 비밀이다

    그것은 진정한 우울이다

    낮은 하늘이 뚜껑처럼 무겁게 드리워

    기나긴 권태 속에 신음하는 영혼을 짓누를 때 ...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 에른스트 윙거의 <강철 폭풍 속에서> -1차 세계대전의 실상을 다루고 있는 작품 -, 헨리 제임스의 <비둘기의 날개>, ...

 

    아, 침실에서 "더러!"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는 이 한국어 문장을 무척 자주 들어서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침대 밑에 숨겨 놓은 제 양말을 회오리바람이 발견한 모양입니다. 저는 맹세컨데, 그 양말을 어제 반나절밖에 신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폭풍으로 변하기 전에 이 사실을 얼른 설명하러 가겠습니다. 307 - 324쪽

  

 "다음 문장을 한국어로 완성하시오! 나는! 나는 0000!"

    저는 그 문장의 주어를 바꾸어 완성합니다.

    "너는 마자아 해! 마니 마니!"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너는 맞아야 해! 많이 많이!"   [역시 동쪽(한국, 이주영)에서 날아온 폭풍은 '제피로스'와는 다릅니다.] 이런 문장 속에서 이 부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뭐 언젠가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서로 0욕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런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살고 있는 모양이네요.   

 

이주영의 사랑 표현 읽기

    [여기 주목받을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에두아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좋지 않은 머리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려 드는 고집쟁이이자, 상상을 초월하는 덜렁이 모지리이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것이라고는 '끊임없이 읽을 수 있는 능력'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돈이나 명예로 얻은 성공은 언제 깨질지 모를 아슬아슬함이 있다. 우리는 그래서 불안한지도 모른다. 에두아르는 그저 앉아서 주구장창 읽으며 뭔가를 알아가는 것이 즐겁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며 감탄하고 동감하며 울고 웃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풍요롭게 만든다.

    스스로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삶.

    이보다 더 성공적인 삶이 있을까? 절대 깨지지 않는 내면의 단단한 풍요로움으로 무장한 에두아르는 진정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분명하게 말로 이해시키는 것을 통해 신뢰관계가 생겨납니다. 전달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정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매우 풍요로운 행위입니다." 오히라 미쓰요와 가마타 미노루의 대담 형식으로 쓰인 <비교하지 않는 삶>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인문학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은 어쩌면 꼼꼼하게 시간 들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여러분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조금의 길잡이가 되길 가라면서 길었던 글쓰기를 마친다. ] 325-330쪽

 

    책만 읽는 바보 에두아르(남편)을 바라 보면서 주구장창 읽으며 울고 웃고 풍요롭게 산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분명하게 말로 이해시키는 것을 통해 신뢰관계가 생겨난다'는 문장을 끌여들여 이야기하지만 몰래 중고 서적을 사오는 남편과 그것을 말리고 싶어하는 와이프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저에게는 그냥 애증과 사랑 나눔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아마 오늘도 한국이 아닌 다른 하늘 아래에서 이 두 사람은 투닥투닥 푸닥거리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명하지 않다 260쪽

 

    '나는 너희와 다른, 책 읽는 멋쟁이'라 과시하려는 허영심 때문에 미치광이 책벌레가 된 거 아냐? 정말 실망했어."

    에두아르는 내 귓속말에 귓속말로 대답한다.

    "아무리 지루한 책도 끝까지 읽는 사람과 뭐가 달라?"

    추리, 응용 영역 두뇌가 절대 부족해 보이는 꺼벙이 에두아르에게 이런 예리함이 있다니. 257쪽

 

     눈 앞에 한국인만 보이면 무조건 <사무치게 낯선 곳에서 너를 만났다>를 꺼내 읽는 시늉을 한다. 프랑스인이 한국 책을 지하철에서 읽고 있으면 한국인들이 관심을 보일 테고,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가끔 마음이 급한 나머지 책을 거꾸로 들고 있기도 한다.

    베스트셀러가 단순하고 경박하다면서 자기 아내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라는 건 무슨 심보인가? 246쪽

 

    읽지 않은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229쪽

 

    기사 내용은 한국 관련 뉴스, 내가 관심을 보였던 인물이나 장소에 관한 것들이었다. 프랑스에 살려면 알아야 하지만 내 관심 밖의 것들과 관련된 기사를 오려주신 적은 한번도 없었다. 생떼를 부리기에는 너무 나이 든 손녀뻘 막내며느리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살피면서 프랑스어공부를 즐겁게 하기를 바라셨던 거다. 어머님의 호기심 자극법이었던 거다. 204쪽

 

   에두아르가 '머리가 좋다'는 말에 민감한 것은 천재들 사이에서 느꼈던 열등감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어떻게 하다가 지금의 미친 책벌레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천재들 사이에서 부딪혓을 자신의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지금의 책벌레가 되었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일 테니까. 197쪽

 

    알베르토 안젤라의 <폼페이의 3일>!

    책을 펼치자 '선생님의 어릴 적 꿈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문구가 쓰여 있고, 그 아래에 열세 명 모두가 서명했다. 에두아르의 하얀 얼굴이 홍조를 띠고 파란 눈동자가 촉촉해진다. 187쪽

 

 

 지구 반대편에서 태어난 외국인 조카며느리에게 산지의 유명한 음식을 더 먹이고 싶은 고모의 마음이 에두아르에게는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에두아르가 한국에 가면 싫어하게 될 사람이 많을 것만 같다. 그와 공감할 수 없는 감성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164쪽

  

 

    친구가 되려면 그 친구의 아픔을 알아야 합니다. 일본이 한국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아픔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일본 개봉을 앞두고 박찬욱 감독이 한 말. 170쪽

 

     [국제부부의 감성 맞추기]에서 에두아르가 프랑스 친구들에게 이주영이 영화감상을 하다가 서글퍼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 에두아르는 이주영의 알 수 없는 서러움을 알아차리고 얘기했지 싶습니다. 164쪽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에두아르가 중요한 순간에 170쪽의 이주영의 감정을 기억하고 다른 프랑스인에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만드는 힘. 그것이 사랑이겠지요.  

 

    "넌 진정 나의 노스탤지어를 훔쳐 먹을 생각이냐?" 소리쳤지만 배추전 도둑놈이 밉지는 않다. "내 속이 썩어서 더 먹어야 할 것 같아!" 되지도 않는 그가 심지어 귀엽다. 깊게 공감한 김서령의 말이 에두아르에게도 닿은 듯해 그저 기분이 좋다. 147쪽

 

    지적 받으면 기분이 나쁜 건 인지상정이지만, 특히 프랑스인들은 누군가에게 지적받는 것에 엄청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 프랑스인들은 모두가 평등해야 하며 모두가 즐거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 깊이 박혀 있다. 그런 그들에게 남에게 지적당하는 일은 참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쉽게 말싸움이 벌어진다. 137쪽

 

내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당신이 만약 촛불을 켜지 않는다면,

우리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어두움을 어떻게 밝힐 수 있는가? _ 나짐 히크메트의 <내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109쪽

 

용서받고 싶다면, 읽어라! 98쪽

    사연을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이 두 부부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입니다. 참 재미있는 부부이지 않습니까? 무척 밉지만 읽는다는데 뭐라 할 수 없는 상태.

 

왜 야한 책을 찾아서 읽어? 굳이 찾지 않아도 문학에는 야한 문장이 널려 있는데 말이야. 메롱메롱, 우힛힛힛히!

이 책벌레가 책에 미치게 된 것은 문학 속에 널려 있다는 야한 문장들 때문인가? 90쪽

    그냥 있는 그대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우힛힛힛히!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 Reunion. 76쪽

    다음에 읽고 싶은 책입니다.

 

내가 속을 줄 알고? 베로니크 핑계로 네가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거지? 베로니크에게 줄 책은 내가 고를 거야! 그러니까 그 책 내려놔. 65쪽

 

에두아르는 손님이 오는 날이면 유독 더 산만하게 책장 사이를 오가며 거실을 책으로 어지럽힌다.

    바팡쿨로! (제기랄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이탈이아 욕이다)

집에 친구가 놀러 오는 게 그렇게 싫어? 왜 매번 화를 내는 거야? ... 그냥 외톨이로 살다 죽자!

    이 무슨 거지 같은 소리인가? 바팡쿨로! 51쪽

 

선천적 비정상은 아니었어! 24쪽

 

비닐봉다리를 들고 다니는 남자 15쪽

 

    결혼은 없었던 일로 하기엔 매우 번거로운 제도다. 작가 이만교는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했던가? 나는 결혼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미친놈'과 결혼했을 뿐이다. 9쪽

 

    끊임없이 이래서 에두아르가 싫다고 했다가 '저래서 미워할 수 없다.'를 반복하는 이주영을 보면서 결혼 6년차에도 아직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친놈과 결혼을 했어도 살면서 순간순간 감동이 있다면 '그 결혼은 성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감히 해보네요.

    물론 사랑하는 세가아와님과 말다툼을 통해 말을 텄다고 좋아하는 놈도 있지만 말이지요. 우엣든 결혼과 사랑하는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엄청 화를 냈지만 한달 하고 21일만에 말을 텄습니다. 이제 됐습니다. 고생 끝 행복 시작!  

   

예스24 리뷰어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4
종이책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l*****6 | 2020.07.19 리뷰제목
작가 이주영은 일본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하고 귀국 후 잡지사 기자, 방송국 구성작가와 PD와 번역가와 통역가로 일하다 로마에서 공부를 하다 거기서 만난 프랑스 남자 에두아르와 인연으로 결혼하고 파리에서 살고 있다. 에두아르는 문학과 라틴어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작가님이 친필 사인으로 반가운 인사를 하며 맞아준 책과 함께 유쾌하고 풍요로운 책과의 여행을 시작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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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주영은 일본에서 일어일문학을 공부하고 귀국 후 잡지사 기자, 방송국 구성작가와 PD와 번역가와 통역가로 일하다 로마에서 공부를 하다 거기서 만난 프랑스 남자 에두아르와 인연으로 결혼하고 파리에서 살고 있다. 에두아르는 문학과 라틴어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작가님이 친필 사인으로 반가운 인사를 하며 맞아준 책과 함께 유쾌하고 풍요로운 책과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일이외엔 대부분을 잊어버린다. 아니, 아예 신경을 꺼놓는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남편 에두아르의 그 일은 역시나 책 제목에서 알려준 것처럼 독서를 말하는 것이다. 책을 사느라 대부분의 생활비가 지출되고, 책이 너무 많아 집을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고, 책에 정신이 팔려 노상 잃어버리기 일쑤이고, 취짐시간까지 잊어버리고, 정리정돈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고, 사회부조리라 생각되는 주변일상에 어김없이 충고를 해대고 싸우는 그런 프랑스인 남자. 그런 남자의 곁에서 그를 이해할 수 없고, 재수 없어하고, 참다참다 화를 내고 결국 한국말로 욕을 쏟아내는 한국인 부인. 이런 부부의 이야기가 어쩌면 답답할 수도 있는 부부이야기를 어쩜 이리 맛깔나게 재미있게 풀어져 있는지 프롤로그부터 책에 대한 기대감과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면 나는 평생 저 지저분한 책장을 보고 살아야 하는 거야? 쾌적한 집안 환경도 중요하잖아!”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책은 장식품이 아니얏!” (p.43)

  책이 넘쳐나는 집에 신혼이라고 나름 책 정리를 하고 싶었기에 지저분해 보이는 책장을 책 판형에 맞춰서 위치를 바꿨다가 에두아르와 목청을 높여 언쟁을 하지만 이 능글맞은 남편은 부인이 읽고 있던 책이야기로 상황을 모면한다. 이 남편 정말 나사빠진 사람이 맞나? 너무 임기응변을 잘하는데? 어쩜 이렇게 지적이게 싸움을 피해가는지. 이건 아무리 봐도 에두아르의 승리이다. 자신만의 정리 방식으로 책을 찾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는 그를 어찌 이길 수 있을까. 우리집 책꽂이를 보면 사실 나도 한 숨이 나온다. 나름 정리를 하지만 어떻게 정리하는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사실 미관상 사이즈에 맞게 정리해 놓은 칸들이 많긴 한데 이런 걸 보면 나도 책을 장식품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장식품일지라도 꽂혀 있는 책들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다. 안 읽은 책들도 언젠가는 읽을테니 걱정말라며 속으로 다짐하며 나는 책벌레는 되진 못해도 애서가라고 하고 싶다.

 

p.98

  벽에 못을 안 박는지 건지 못 박는지 알 수 없는 에두아르에게 잔소리를 하지만 결국엔 벽에 못이 박히는 대신 오히려 자기에게 잔소리하지 말란 소리를 책의 한 구절에 빗대어 전달하는 그. 여기에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 짓는 사람속의 책이 늘어나 집이 좁아졌다는 이유로 아내와 딸을 죽인 남자의 이야기와 엠마뉘엘 카레르의 속의 평생 해온 거짓말이 틀통 나 처자식을 죽인 실존인물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책벌레 살인자에 관한 시선은 이해할 수 없다이지만 거짓말로 인한 살인자에 대한 시선은 용서할 수 없다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살인자에 관해서도 독서광이기에 관대해질 수 있다. 작가가 주변 사람들에게 남편의 흉을 보지만 돌아오는 말이라고는 단지 책벌레일 뿐 나쁜 일을 하지는 않으니 그녀의 불평을 사소한 것으로 간주한다. 내가 부인이라면 속이 터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지켜보는 입장에선 다들 또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렇다 독서가에게 우리가 가진 나름의 기대치라고 하는 것이 있기에 관대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 독서를 하자!! 이해는 못 받을지 몰라도 용서는 받을 수 있으니.

 

내가 복수를 미룬 탓도 있지만, 그의 버릇은 하나도 고쳐지지 않았다. 애당초 사람이란 고칠 수 없게 고장 난 존재인지도 모른다. 난장판이 된 집안을 치우기 시작한다. 또 억울하다. 억울함은 불편한 감정이다. 하지만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다소 불편함은 우리 삶에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불편하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게 되니까, 생활과 삶의 차이는 무엇인가? 생활은 생각하지 않아도 유지되지만, 삶은 생각하지 않으면 망가질 수 있다. 나는 생각하지 않고 사는 하루하루의 생활이 나의 삶을 망칠까 겁이 났던 것이다. 생각하는 생활을 하면 내 삶은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소중한 삶을 위해 생활과 삶의 경계를 허물기로 했다. (p.130)

  요즘은 과학기술 발전으로 많은 일들이 쉽게 쉽게 생각을 깊이 하지 않고도 해결된다. 핸드폰도 그중에 하나이다. 예전엔 친구네 집 전화번호를 줄줄 외웠는데 중요한 날들을 머릿속에 담았다면 어느 순간 전화번호, 중요한 행상의 날짜도 신경 써서 외울 필요가 없어지니 이제 아예 외우려는 시도보다 바로 핸드폰에 저장하고 그 핸드폰을 잃어버리거나 고장 나면 내 삶이 멈추는 느낌과 순간 바보가 된 느낌마저 드는 것이다. 어쩌면 생각은 필요 없고 핸드폰만 남는 것이다. 좀 답답한 사람을 보면 생각 좀 하고 살아라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생각이란 우리 삶을 유지하는 중요한 핵심인 것이다. 그래 소중한 내 삶은 나의 생각과 판단으로 만들어 나가자 누군가에 이끌려서 혹은 곁가지처럼 묻어가지 말자.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말처럼 존재감 있는 삶을 살아보자.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대구 외갓집 하늘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 가득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친정집 근처에 살고 있던 둘째 이모는 일찌감치 도착해 마루에서 배추전을 부쳤다. 이모는 기름 묻은 손으로 배추전을 결대로 찢어 둘둘 말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내 입에도 억지로 쑤셔 넣고는 함박웃음을 짓곤 했다. 기껏해야 대여섯 살이었던 내게 배추전은 그때까지 먹어본 음식 중 제일 맛없는 최악의 맛이었다. 그 후로 나는 배추전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다. 프랑스의 비 오는 아침에 그 맛없던 배추전이 절실히 먹고 싶은 게 신기하다. (p.141)

  작가는 어릴 제일 맛없었다는 최악의 배추전을 비오는 날 그것도 프랑스에서 갑자기 먹고 싶어진다. 책 읽기에 여념 없는 남편을 시켜 배추를 사오게 하고 결국 점심 메뉴로 배추전을 먹으며 자기의 어릴 적 배추전에 대한 기억에 관해 이야기한다.  에두아르의 말이 그건 노스텔지어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배추전을 떠올리며 무의식적으로 외갓집의 기억들이 머릿속에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개인적으로 나의 친정이 경상북도인지라 먹는 건 특별히 가리지 않는 나에게도 배추전을 최악은 아니었지만 이 맛도 없는 걸 왜 먹는지 이해할 수 없는 명절 음식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결혼하고 명절을 지내며 시댁에선 먹어볼 수 없는 그 배추전이 그렇게 생각나고 먹고 싶을 수가 없었다. 어느 해부터 나는 비가 오지 않아도 해 먹는 전 중에 하나로 배추전이 떡하니 자리 잡았고 그게 그렇게 고소하니 맛있을 수가 없다. 신기한 건 우리집 녀석들은 배추전을 좋아한다. 이 책의 배추전에 관한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은 작가나 당신이나 다 늙어서 그런거야.”라고 말했다. ~이 사람은 진짜 책벌레도 아니고 이해해 줄 수 없고 용서해 줄 수도 없다. 말 좀 이쁘게 하지. 그 멋진 노스텔지어도 아니고 늙어서 그렇다니 아무리 배가 많이 나와 한 참 나온 간이 다행히 가려졌다지만. 얄밉고 때려주고 싶고 욕 한번 해주고 싶었지만 나의 넓은 아량으로 참았다. 그래 난 지성인이니까.

 

p.170

  영화감상 모임에 한국영화를 추전해 달라는 요청으로 같이 감상한 영화가 공동경비구역 JSA였고 영화를 다 본 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이 영화를 한국의 정치영화로만 받아들이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국인의 아픔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그런 상황에 서러워 울고 마는 작가. 한 공간에 있고 똑같은 이야기를 접해도 서로 공감하지 못하면 마음의 문이 닫히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일본개봉을 앞두고 박찬욱 감독은 일본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인터뷰에 남긴다. 친구가 되려면 그 친구의 아픔을 알아야 합니다. 일본이 한국과 친구가 되고 싶으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아픔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일본에 대한 이해가 안되는 부분보다는 이제는 사실 용서가 안되는 부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언젠간 진정한 용서를 구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점점 더 과거사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얼토당토 않은 말로 일관한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같은 한국인이 그리고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일본의 편에서 그들을 대변하다. 그리고 거기에 일반 사람들이 동조한다는 것이다. 같은 한국이라는 공간에 한국 사람이 한국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만다.

 

p.187

  에두아르의 학생들과 나폴리로 수학여행에서 보조교사로 참여한 작가는 아이들의 눈에도 우스꽝스럽고 책벌레로 비춰짐을 느낄 수 있었다. 문 닫힌 서점 앞에서 가지고 싶은 책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그에게 아이들은 책이 그렇게 좋으냐고 질문을 하고 이에 그는 이 세상 모든 책을 갖는 게 어릴 적 내 꿈이었어.”라고 대답한다. 이렇게 책 앞에선 정말 순수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에두아르. 그런 그에게 여행 마지막 프랑스로 돌아오는 날 그렇게 사고 싶었던 책을 선물해주며 아이들은 그의 어릴 적 꿈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한다. 어쩜 이렇게 예쁜 마음들을 가진 아들이 있을까. 에두아르의 눈가가 촉촉해졌듯이 내 눈가도 감동으로 촉촉해졌다. 에두아루의 큰 꿈과 그 꿈을 기꺼이 응원해주는 기특한 아이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가지진 못해도 나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다 소장하고 싶다. 하지만 맘에 드는 책을 다 소유할 수는 없으니 사는 책들의 선택에 집중하고 내가 산 책들은 그래도 나의 기준에선 엄격한 심사를 거친 책들이다. 그래 이 만큼 가진 것도 어디냐 가진 것에 만족해야지. 가진 책으로 더 열심히 독서를 하자!

 

굳이 책을 사게 된 경위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지 않아 건성으로 들었지만, 그의 말을 요약 정리하자면 ‘A책을 읽다 보니 B를 모르겠어서 B에 관한 책을 사서 읽었는데, B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이번엔 CD를 모르겠어서 CD에 관한 책을 사서 읽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는 게 늘어난다. (p.221)


에두아르가 남들은 다 읽은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무식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그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읽지 않은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 때문이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책과 작가들이 존재하며, 평생을 다해도 그들의 존재를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그가 아는 무언가를 모르는 사람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p.229)

  여러 권의 책을 돌려 읽는 그는 하루가 멀다하고 모르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그가 유식해지는 날이 오기는 할지를 궁금해하는 그녀. 작가는 자기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에두아르가 말을 꺼내면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 생겨나는데 남편은 남들이 읽었어도 자신은 읽지 않았다고 전혀 주눅들지 않는다. 독서광만의 여유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묘미 중에 하나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인 것 같다. 읽을수록 궁금증이 더해지는 독서가 어찌 멋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는 독서는 거기서 멈춰버리는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좋은 책은 독자에게 그 책에서 다른책으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안내문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도 책을 보면 거기 인용된 책과 작가들을 알고 있으면 지인을 만난 것 같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고, 내가 읽어 보지 않은 책들이 나오면 메모했다가 찾아서 읽어보고,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넘어가는 재미를 알기에 에두아르의 독서에 매우 찬성이다. 나의 독서는 아직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이 부족하기에 남들이 본 책을 안 본 게 사실 부끄럽긴 하다. 그래서 책을 많이 본 사람들의 입이나 글을 통해 전해지는 독서의 깊이가 한 없이 부럽다. 사실 앞으로도 많은 책을 읽는다고 내가 유식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않는 것보다는 책을 보고 궁금증을 갖고 또 다른 책에 흥미를 가지는 것 자체가 살짝은 유식해 지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 다독인다. 그런데 너무 많은 책을 사는 이들 부부의 살림이 조금 걱정되기도 하니 나의 아줌마 오지랖 발동이다.

 

p.265

  에두아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안 유명한 사람이라 애길해서 안그래도 남편이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아 화가 난 작가는 계속 아리스토텔레스가 안 유명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빈정거리며 말한다. 결국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사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다. 나도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선 유명한 철학자이며 그에 관련된 단편적인 이야기들만 알 뿐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이 아니니 사실 그 사람에 대해 뭘 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도 없다. 이름만 유명한 사람이 내게 정말 가슴을 울릴 만큼의 떨림을 주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책을 읽었다 한들 그 책을 읽고 행동하지 않으면 책을 머리로만 읽은 것이라는 이주영 작가의 말에도 공감한다. 실천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독서는 그냥 글씨를 읽는 것 뿐이리라.아는 것이 많다고 반드시 덕망이 높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을 충분히 실생활에 활용하려고 노력하며 더 많은 지식을 얻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말도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란다. 역시 그의 책을 안 읽어 볼 수가 없겠다는 작가처럼 나도 그의 책을 찜해본다.

 

  “시끄럽고가 가장 완벽하고, 다음으로 너는 마자아 해! 마니 마니!”라는 말이 에두아르가 잘 할 수 있는 한국말이란다. 물론 아내한테 가장 많이 듣는 말이기에 그렇다. 무슨 코믹물을 읽는 것도 아닌데 너무 웃겨서 계속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렇게 깔끔하게 웃길 수 있는지. 시트콤을 여러 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작가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소개하지 않은 에피소들도 모두 재미있는 이야기였고 어느 하나도 부족함이 없이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남편과의 일상을 통해 전달된다.


  에두아르처럼 책 읽는 것에 온 정신이 팔려 다른 모든 것을 뒷전으로 미뤄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사하나 빠진 사람처럼 보일 수 있고 특히나 부인에게 미친놈 소리를 들을 만큼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같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답답할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지만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사는 작가의 모습이 상상된다.

 

  그런데 책을 읽고나니 책벌레 남편과 사는 이주영작가가 이렇게 부러울 수가 있나. 아니 이건 남편 흉보고 뒷담화 하고 욕을 같이 하자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책을 너무 사랑하는 책벌레 남편이 많이 부족해 보이지만 정말 멋진 사람이니 다들 이해해 달라는 애정어린 호소이자 아무리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더라도 그를 너무 사랑한다는 고백이였다. 작가님, 남편을 답답해하는 게 생각하는 것보다 자랑스러울 때가 더 많은 거죠? 책벌레 남편에 대한 관찰 보고서이자 지성과 탐닉독서를 제대로 보여주는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머릿속에 저장만 되고 멈추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고 지식이 내 안에서만 밖으로 나와 내 삶이 변하고 주변에 좋은 영향을 줘야 지성이라고 할 수 있다. 머릿속에 있던 지식이 에두아르처럼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문학의 서사로 전달되고 사회 불의에 눈 감지 않는 오지랖으로 표출되는 것이 진정한 지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인이라는 말보다 지성인이라는 말이 독서인에게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책에 미쳐서 사회생활을 잘 못해 걱정스럽지만 그에게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에게서 존경과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니 에두아르를 이해해주고 사랑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다. 점점 더 쌓여가는 책 속에 부인도 못찾을까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의 방대한 독서의 세계와 관련된 책을 그가 꼭 집필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반드시 그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제 손안에 들어오길.

 

  정말 읽는 내내 내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고 혼자 큰 소리 내서 웃기까지 한 책이다. 여기서 소개된 책들을 또 하나하나 검색해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벌써 몇 권은 꼭 읽어볼려고 도서목록에 적어두었다.  게다가 작가님의 삽화 감상도 솔솔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은 누구나 유쾌하게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며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글은 우리 주변의 삶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 더 진솔한 것이 될 수 있다.



*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책벌레가 사는 법! 평점8점 | r*******n | 2020.07.28 리뷰제목
할말이 없다. 그는 매일 밤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느라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다른 것을 할 시간이라고는 전혀 없다. 이 남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정신없이 바쁘다. 덕분에 나는 매일 밤 산만하고, 매일 아침 정신이 나간다.     p.23 에두아르는 '그 일' 이외엔 대부분의 것들을 잊어버린다. 정신을 오직 '그 일'에만 쏟아 부으니, 일상의 모든 일들에 신경을 꺼놓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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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이 없다. 그는 매일 밤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읽느라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다른 것을 할 시간이라고는 전혀 없다. 이 남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정신없이 바쁘다. 덕분에 나는 매일 밤 산만하고, 매일 아침 정신이 나간다.     p.23

 

에두아르는 '그 일' 이외엔 대부분의 것들을 잊어버린다. 정신을 오직 '그 일'에만 쏟아 부으니, 일상의 모든 일들에 신경을 꺼놓고 있어 자주 뭔가를 잃어 버리고, 깜박하기 일쑤이다. 그가 만사를 제치고 늘 서둘러 해야 할 중요한 '그 일'은 바로 책을 읽는 일이다. 모두가 바람직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독서'라는 것. 하지만 책을 읽느라 다른 물건들은 챙길 겨를이 없어 뭐든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는 것이 다반사인, 심지어 취침시간까지 잊어버리고 책을 읽어대는 나사 빠진 남자와 결혼한 여자에겐, 이 모든 일이 결코 웃어 넘길 수 없는 피곤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저자가 남편을 처음 만난 곳은 로마의 한 언어학교였다. 저자는 20대 도쿄, 30대 로마, 40대 파리를 떠돌며 온몸으로 글을 써왔는데, 지구 최강 오지랖 책벌레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 고등학교 라틴어 선생인 남편은 월급의 대부분을 책을 사느라 오늘도 닳아빠진 셔츠를 입고 출근하며, 밤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늦잠을 자기 일쑤이다. '책을 읽느라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다른 것을 할 시간이라고는 전혀 없다'는 이 남자의 일상이 너무 공감이 되어서 읽는 내내 다른 사람의 눈에 어쩌면 나도 에두아르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나는 에두아르처럼 정신줄 놓고 일상의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아침저녁으로 정신 없이 바쁜 이유가 바로 책을 읽기 때문이라는 점이 너무도 똑같으니 말이다.

 

 

알랭이 준 책 옆에는 며칠 전 제자에게 선물 받은 책과 외삼촌이 주신 책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 쌓여 있다. 책상 위에 탑처럼 쌓여 있는 책들은 쳐다보고 싶지도 않다. 심란하다 못해 울화가 치민다.
"이게 뭐야? 서재가 쓰레기통이야? 이 책들 오늘 안에 다 정리해! 밤을 새워서라도 다! 버릴 책은 버리고, 두세 권씩 있는 같은 책은 선택해서 버리고! 알았어? 만약 안 그러면 내가 내일 다! 모조리 다! 갖다 버릴 거야! 명심해! 정말이니까!"
에두아르는 내가 거품을 물고 발작하자 오늘 중에 정리하겠다고 맹세한다.    p.292~294

 

이들 부부는 작은 아파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책을 놔둘 공간이 마땅치 않아 침실과 거실에 나누어 배치를 했다. 판형이 제각각인 책들이 마구 섞여 있어 무척 지저분해 보이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저자는, 책장 한 칸에 있는 책들끼리 판형을 고려해 위치를 바꾸어 놓는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책장을 보며 비명을 지른다. 책장에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책이 장식품이냐고. 장르별, 작가별, 알파벳순으로 다 정리해놓은 건데 어떻게 판형에 맞춰서 책을 꽂을 수 있냐고 말이다. 어떤 날에는 무려 두 시간에 걸쳐서 이런 저런 재료를 다듬고 만들어 점심 준비를 해놨더니, 감동하기는커녕 두 시간을 요리하는 데 쓰는 것보다는 더 흥미로운 일에 쓰는 게 낫지 않냐며. 그가 말하는 흥미로운 일이란 당연히 책을 읽는 일이다. 머릿속에 책 생각밖에 안 들어있는 이 남자와 한 집에서 사는 일이 결코 만만치가 않다. 깨가 쏟아지는 달콤한 신혼 생활은커녕 매번 이러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티격태격 조차 유쾌한 알콩달콩으로 느껴질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 바라보는 책벌레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고 말이다. 남편을 ‘걸어 다니는 책’ 이동서점이라 칭하는 아내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사실 나는 바로 그 책벌레 남편에 가까운 사람이라 나도 모르게 저자보다는 에두아르 쪽에서 그를 두둔해주고 싶었다. 책에 미쳐 있는, 그래서 책과 삶이 거의 동일한 것이 되어 버린 그가 읽는 책들, 독서습관, 책에 대한 태도 등등이 모두 너무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부인에게 자주 혼나고, 그녀에게 제일 먼저 배운 한국말이 “그만” “조~용” “시끄러워”라니 어쩐지 애처로우면서도, 귀엽기도 했고 말이다. 책의 말미에는 저자의 남편인 에두아르가 쓴 글이 부록처럼 수록되어 있다. 물론 남편이 쓴 글은 저자가 번역을 했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프랑스 책벌레와 함께 사는 이 귀여운 부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유머스러운 상황들 곳곳에 책벌레가 읊어대는 책의 구절들이 구석구석 포진하고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t********7 | 2020.08.02 리뷰제목
몇 년전부터 프랑스어를 공부하며 프랑스 문화와 더불어 프랑스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갔다. 나는 프랑스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프랑스인 친구도 없지만 책을 통해 프랑스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던 중이었다. 그래서 프랑스인 남편을 둔 저자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게다가 책벌레라니!! 그리고 책 표지에 적힌 "프랑스 책벌레이자 지구최강 오지랖 남편을 둔 한국 욕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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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부터 프랑스어를 공부하며 프랑스 문화와 더불어 프랑스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갔다. 나는 프랑스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프랑스인 친구도 없지만 책을 통해 프랑스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던 중이었다. 그래서 프랑스인 남편을 둔 저자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게다가 책벌레라니!! 그리고 책 표지에 적힌 "프랑스 책벌레이자 지구최강 오지랖 남편을 둔 한국 욕쟁이 부인이 미치지 않기 위해 쓴 남편 보고서" 란 문장에 호기심이 더해져만 갔다. +_+ (왠지 흥미진진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책을 펼치면 샛노란 종이에 쓰여진 저자의 친필 사인이 눈에 띈다. 스스로의 내면을 풍부하게 하는 삶, 나도 내면을 채우는 삶을 지향하고 있어 저자의 말이 와 닿았다. ^^

프롤로그에서 부터 벌써 책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저자는..  
나는 결혼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미친놈'과 결혼했을 뿐이다.
라고 본인의 결혼 생활을 임팩트있게 이야기 해주었다. 아.. 보통 남편이 아니구나.. 라는 직감이 뽝 들었다. ㅋㅋㅋ

저자의 남편인 에두아르 씨는 문학과 라틴어를 가르치는 교사인데 정말 책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다. 매일 책과 함께 하고 책장에 엄청난 양의 책들을 두고도 모자라 매번 책을 구입하는 진정한 책벌레. 사실 이렇게 보면 별 문제 없을 것 같지만.. 에두아르 씨는 정말... 특이하다. 


손님이 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더 책으로 거실을 어지럽히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 안 돼 짜증이 난다고 소리쳤다... 중략.. 본인은 거실을 결코 어지럽힌 적이 없으며 책을 '진열'해 놓은 것이지 '저지레'란 것이 아니라며 열을 올린다. 책을 진열하는 이유는 손님과 나눌 대화의 소재를 자연스럽게 마련해 놓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이고.. 이봐요, 에두아르 씨.. ㅠㅠ 진열이라니요..' ㅋㅋㅋ  에두아르 씨의 행동보다 그에 대한 설명에 웃음이 났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거실을 어지럽히지 않고 손님과 대화를 나눌 소재를 마련하는 방법들이 무궁무진 할텐데요.. 책 프롤로그에서 부터 느낀 거지만 에두아르 씨는 정말 독특한 사람인 것 같다. 에두아르 씨 같은 사람이 친구라면 재밌겠지만, 가족이라면 음.. 그래서 저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 속 중간중간에 에두아르 씨로 추정되는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선생'보다는 '고발 전문 탐사 기자'를 했어야 했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 당당히 나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에두아르 씨. 
다만 그 방식이 조금 독특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미움을 사기도 했다. 저자의 말대로 고발 전문 탐사 기자를 했어도 정말 잘 어울렸을 것 같다.   



미술관에서 전시품을 만지는 사람에게는 "만지지 마세요"라는 한마디면 된다. 에두아르는 그 한마디에 사설을 붙인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오늘날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천 년 동안 아무도 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말을 보탠다. 

큭큭큭큭 에두아르 씨의 뼈를 때리는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을 상상해보니 자꾸 웃음이 샜다. 
사실 만지지 말아야 할 전시품을 만진 사람이 잘못한건데, 에두아르 씨의 화법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을 것 같다. 이 에피소드에선 난 에두아르 씨의 편을 들고 싶었다. 잘못한 사람에게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일침을 가해준 거니까. 아마 그 사람도 다시는 전시품에 손대지 않지 않을까? 다만 상대가 정말 나쁜 사람(보복을 가하는 사람)일수도 있으니 2절 할 것을 1절만 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말로 한마디 해주시길 소망해본다. 



이 책에선 저자의 남편인 에두아르 씨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여러 외국에서 삶을 꾸려나간 적이 있고, 국제결혼을 해서 외국에 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도 사이사이 그려져 있다. 한 때 글로벌 노마드의 삶을 생각했던 적이 있어서 그런지 그런 저자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가이드를 동행해 유적지나 박물관을 방문할 때는 질문이 그야말로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에두아르한테 걸린 가이드는 그날 하루 '재수가 옴 붙었다'고 봐야 한다.


왠지 '안봐도 비디오'같은 상황이다. 호기심이 많은 에두아르 씨의 활약은 이곳저곳에서 발현되는 듯하다. 부디 에두아르 씨가 가이드를 덜 힘들게 하길 바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에두아르 씨의 행보에 소리내어 웃기를 반복했다.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재밌는 책이었다. 사실 주변에 아는 이들은 보통의 특이할 것 없는 사람들인데.. 에두아르 씨는 정말 뚜렷한 개성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에두아르 씨 같은 사람이 친구라면 좋을 것 같다. 남편은... 음... (좀 고민해봐야겠다.ㅎㅎ)


기회가 된다면 책 낭독회, 사인회 등의 행사를 통해 저자와 에두아르 씨를 만나보고 싶다. 물론 지금은 힘들겠지만.. ㅠ 요즘의 에두아르 씨는 어떻게 지내고 계시려나.. 그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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