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이 책은 책 소개가 정확히 맞다. 너무 맞아서 기분이 살짝 나쁠(?) 정도인데 그 책 소개는 다음 표와 같다.
이렇게나 웃기고 지적인 <부부의 세계>라니! "이런 '미친놈'은 얼른 차버려!" 부추기려다 킬킬 웃고 만다. 역시 이주영! 유머감각이 압권이다. _ 이영미< <마녀체력> 저자 프랑스 책벌레이자 지구최강 오지랖 남편을 둔 한국 욕쟁이 부인이 미치지 않기 위해 쓴 남편 보고서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다, 내가 '미친놈'과 결혼했을 뿐! 이주영 작가의 유머러스한 문체로 다시 태어난 한불 문명, 아니 부부 충돌기! 몸으로 살아오며 온몸으로 글 쓰는 이주영 작가는 이 미친 책벌레, 프랑스 중고등학교 라틴어 선생인 남편을 작정하고 파헤쳐보기로 했다. 왜 그렇게 책에 미쳤는지, 도대체 무슨 책을 읽는지. 독서 습관, 삶의 방식과 태도, 세계관 등등. 그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욕을 참을 수 없으니까. |
앞에서 적었듯이 애증이 적나라하게 교차하는 내용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는 책입니다. 그리고 좌파 사상이 가득한 프랑스 50대 지적이되 관심사항 외에는 아는 것이 없는 남자와 내일모레 50대가 되는 온몸으로 글을 쓰는 작가의 만남부터 결혼과 6년차(?) 생활은 아슬아슬 하기 비할 데 없는 상황. 현재진행형인 이들의 생활과 사연을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남편보고서이자 자랑이자 실패담이자 삶의 기록이자 의지의 기록.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이 책,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에서 머리속에 꽂힌 부분을 몇 파트 같이 읽겠습니다.
프랑스 중년 남자는 함부로 결혼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주영 (글/그림) 작가이자 화가는 에두아르에게 뭔가 마법을 부린 것이 분명하지 싶습니다.
[프랑스 책벌레가 쓴 '나의 인생책'] 파트를 잠시 읽겠습니다.
햇살 좋은 날이나 바람이 세찬 날, 테라스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주영이 급하게 거실로 뛰어 들어와 외칩니다. "문장이 떨어진다!" 햇살과 바름은 자주 그녀에게 문장을 선물하는 듯합니다. 그런 나링 아닌 오늘도, 주영은 지난여름부터 아팠던 허리를 불편한 의자에 고정한 채, 인내심 있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건 끝이 없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한 문장을 쓰기 위해 한 시간을 보내고, 하나의 이미지와 한 개의 단어를 오 분 넘게 떠올리는 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배가 고파지지 않는 이상 아무도 제지할 수 없고 멈추게 할 수 없는, 일상과 상관없는 것들을 생각하는 일, 이처럼 매력적인 일이 또 있을까요? 그녀의 남편은 사물의 느린 침략 앞에서 맥을 못 추는 덜렁쇠입니다. 덕분에 보름에 한 번, 그녀는 무시무시한 토네이도급 폭풍으로 변신합니다. 그 폭풍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며 물건을 뒤엎고, 잘 보이지도 않는 먼지들을 쫓아다닙니다. 폭풍은 집안 모든 가구들을 번쩍이게 만들고, 작은 장식품들을 미비하게 이동시키거나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이동시키며 저에게 소리칩니다. "다음 문장을 한국어로 완성하시오! 나는! 나는 0000!" 저는 그 문장의 주어를 바꾸어 완성합니다. "너는 마자아 해! 마니 마니!" 가끔 맞아도 별로 아프지 않은 가벼운 물건들이 제 머리 위로 날아오기도 합니다. 역시 동쪽에서 날아온 폭풍은 '제피로스'와는 다릅니다. 인생책이라... 제 어린 시절을 함께한 <악의 꽃>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두 작품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꼽을 수 있겠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사물의 부조리를 글로 극복할 수 있다는 열망과 아름다움에 대한 처절한 저항, 행복이 손에 잡힐 듯해 희망에 부푸는 신비한 순간들, 우아한 패배와 반항을 어쩌면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을까요? 감탄했습니다. <악의 꽃> : 우리의 마음이 한 번의 수확을 마치면, 삶은 고통이다 이것은 잘 알려진 비밀이다 그것은 진정한 우울이다 낮은 하늘이 뚜껑처럼 무겁게 드리워 기나긴 권태 속에 신음하는 영혼을 짓누를 때 ...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 에른스트 윙거의 <강철 폭풍 속에서> -1차 세계대전의 실상을 다루고 있는 작품 -, 헨리 제임스의 <비둘기의 날개>, ... 아, 침실에서 "더러!"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는 이 한국어 문장을 무척 자주 들어서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습니다. 침대 밑에 숨겨 놓은 제 양말을 회오리바람이 발견한 모양입니다. 저는 맹세컨데, 그 양말을 어제 반나절밖에 신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폭풍으로 변하기 전에 이 사실을 얼른 설명하러 가겠습니다. 307 - 324쪽 |
"다음 문장을 한국어로 완성하시오! 나는! 나는 0000!"
저는 그 문장의 주어를 바꾸어 완성합니다.
"너는 마자아 해! 마니 마니!"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것이 보이지 않나요? "너는 맞아야 해! 많이 많이!" [역시 동쪽(한국, 이주영)에서 날아온 폭풍은 '제피로스'와는 다릅니다.] 이런 문장 속에서 이 부부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뭐 언젠가 이혼을 할 수도 있고 서로 0욕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런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살고 있는 모양이네요.
이주영의 사랑 표현 읽기
[여기 주목받을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에두아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좋지 않은 머리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사용하려 드는 고집쟁이이자, 상상을 초월하는 덜렁이 모지리이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뛰어난 것이라고는 '끊임없이 읽을 수 있는 능력'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돈이나 명예로 얻은 성공은 언제 깨질지 모를 아슬아슬함이 있다. 우리는 그래서 불안한지도 모른다. 에두아르는 그저 앉아서 주구장창 읽으며 뭔가를 알아가는 것이 즐겁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며 감탄하고 동감하며 울고 웃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풍요롭게 만든다.
스스로의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삶.
이보다 더 성공적인 삶이 있을까? 절대 깨지지 않는 내면의 단단한 풍요로움으로 무장한 에두아르는 진정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분명하게 말로 이해시키는 것을 통해 신뢰관계가 생겨납니다. 전달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정이나 사랑을 표현하는 매우 풍요로운 행위입니다." 오히라 미쓰요와 가마타 미노루의 대담 형식으로 쓰인 <비교하지 않는 삶>이라는 책에서 나오는 문장이다.
인문학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은 어쩌면 꼼꼼하게 시간 들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이 여러분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조금의 길잡이가 되길 가라면서 길었던 글쓰기를 마친다. ] 325-330쪽
책만 읽는 바보 에두아르(남편)을 바라 보면서 주구장창 읽으며 울고 웃고 풍요롭게 산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시간을 들여 설명하고 분명하게 말로 이해시키는 것을 통해 신뢰관계가 생겨난다'는 문장을 끌여들여 이야기하지만 몰래 중고 서적을 사오는 남편과 그것을 말리고 싶어하는 와이프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저에게는 그냥 애증과 사랑 나눔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아마 오늘도 한국이 아닌 다른 하늘 아래에서 이 두 사람은 투닥투닥 푸닥거리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명하지 않다 260쪽
'나는 너희와 다른, 책 읽는 멋쟁이'라 과시하려는 허영심 때문에 미치광이 책벌레가 된 거 아냐? 정말 실망했어."
에두아르는 내 귓속말에 귓속말로 대답한다.
"아무리 지루한 책도 끝까지 읽는 사람과 뭐가 달라?"
추리, 응용 영역 두뇌가 절대 부족해 보이는 꺼벙이 에두아르에게 이런 예리함이 있다니. 257쪽
눈 앞에 한국인만 보이면 무조건 <사무치게 낯선 곳에서 너를 만났다>를 꺼내 읽는 시늉을 한다. 프랑스인이 한국 책을 지하철에서 읽고 있으면 한국인들이 관심을 보일 테고,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가끔 마음이 급한 나머지 책을 거꾸로 들고 있기도 한다.
베스트셀러가 단순하고 경박하다면서 자기 아내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라는 건 무슨 심보인가? 246쪽
읽지 않은 책을 읽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다. 229쪽
기사 내용은 한국 관련 뉴스, 내가 관심을 보였던 인물이나 장소에 관한 것들이었다. 프랑스에 살려면 알아야 하지만 내 관심 밖의 것들과 관련된 기사를 오려주신 적은 한번도 없었다. 생떼를 부리기에는 너무 나이 든 손녀뻘 막내며느리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살피면서 프랑스어공부를 즐겁게 하기를 바라셨던 거다. 어머님의 호기심 자극법이었던 거다. 204쪽
에두아르가 '머리가 좋다'는 말에 민감한 것은 천재들 사이에서 느꼈던 열등감 때문인 것 같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가 어떻게 하다가 지금의 미친 책벌레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천재들 사이에서 부딪혓을 자신의 한계에 좌절하지 않고 지금의 책벌레가 되었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일 테니까. 197쪽
알베르토 안젤라의 <폼페이의 3일>!
책을 펼치자 '선생님의 어릴 적 꿈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문구가 쓰여 있고, 그 아래에 열세 명 모두가 서명했다. 에두아르의 하얀 얼굴이 홍조를 띠고 파란 눈동자가 촉촉해진다. 187쪽
지구 반대편에서 태어난 외국인 조카며느리에게 산지의 유명한 음식을 더 먹이고 싶은 고모의 마음이 에두아르에게는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에두아르가 한국에 가면 싫어하게 될 사람이 많을 것만 같다. 그와 공감할 수 없는 감성을 발견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164쪽 |
친구가 되려면 그 친구의 아픔을 알아야 합니다. 일본이 한국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한국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한국의 아픔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일본 개봉을 앞두고 박찬욱 감독이 한 말. 170쪽 |
[국제부부의 감성 맞추기]에서 에두아르가 프랑스 친구들에게 이주영이 영화감상을 하다가 서글퍼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 에두아르는 이주영의 알 수 없는 서러움을 알아차리고 얘기했지 싶습니다. 164쪽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에두아르가 중요한 순간에 170쪽의 이주영의 감정을 기억하고 다른 프랑스인에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만드는 힘. 그것이 사랑이겠지요.
"넌 진정 나의 노스탤지어를 훔쳐 먹을 생각이냐?" 소리쳤지만 배추전 도둑놈이 밉지는 않다. "내 속이 썩어서 더 먹어야 할 것 같아!" 되지도 않는 그가 심지어 귀엽다. 깊게 공감한 김서령의 말이 에두아르에게도 닿은 듯해 그저 기분이 좋다. 147쪽
지적 받으면 기분이 나쁜 건 인지상정이지만, 특히 프랑스인들은 누군가에게 지적받는 것에 엄청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 프랑스인들은 모두가 평등해야 하며 모두가 즐거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 깊이 박혀 있다. 그런 그들에게 남에게 지적당하는 일은 참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쉽게 말싸움이 벌어진다. 137쪽
내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당신이 만약 촛불을 켜지 않는다면,
우리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이 어두움을 어떻게 밝힐 수 있는가? _ 나짐 히크메트의 <내가 만약 촛불을 밝히지 않는다면> 109쪽
용서받고 싶다면, 읽어라! 98쪽
사연을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이 두 부부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입니다. 참 재미있는 부부이지 않습니까? 무척 밉지만 읽는다는데 뭐라 할 수 없는 상태.
왜 야한 책을 찾아서 읽어? 굳이 찾지 않아도 문학에는 야한 문장이 널려 있는데 말이야. 메롱메롱, 우힛힛힛히!
이 책벌레가 책에 미치게 된 것은 문학 속에 널려 있다는 야한 문장들 때문인가? 90쪽
그냥 있는 그대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우힛힛힛히!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 Reunion. 76쪽
다음에 읽고 싶은 책입니다.
내가 속을 줄 알고? 베로니크 핑계로 네가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거지? 베로니크에게 줄 책은 내가 고를 거야! 그러니까 그 책 내려놔. 65쪽
에두아르는 손님이 오는 날이면 유독 더 산만하게 책장 사이를 오가며 거실을 책으로 어지럽힌다.
바팡쿨로! (제기랄 정도의 비교적 가벼운 이탈이아 욕이다)
집에 친구가 놀러 오는 게 그렇게 싫어? 왜 매번 화를 내는 거야? ... 그냥 외톨이로 살다 죽자!
이 무슨 거지 같은 소리인가? 바팡쿨로! 51쪽
선천적 비정상은 아니었어! 24쪽
비닐봉다리를 들고 다니는 남자 15쪽
결혼은 없었던 일로 하기엔 매우 번거로운 제도다. 작가 이만교는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했던가? 나는 결혼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미친놈'과 결혼했을 뿐이다. 9쪽
끊임없이 이래서 에두아르가 싫다고 했다가 '저래서 미워할 수 없다.'를 반복하는 이주영을 보면서 결혼 6년차에도 아직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친놈과 결혼을 했어도 살면서 순간순간 감동이 있다면 '그 결혼은 성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감히 해보네요.
물론 사랑하는 세가아와님과 말다툼을 통해 말을 텄다고 좋아하는 놈도 있지만 말이지요. 우엣든 결혼과 사랑하는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은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엄청 화를 냈지만 한달 하고 21일만에 말을 텄습니다. 이제 됐습니다. 고생 끝 행복 시작!
예스24 리뷰어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