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논 블랙우드의 미스터리 소설 불의 정령은 흥미진진하게 읽은 소설입니다. 현실 기반의 추리와는 거리가 있을 법한 다소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소재가 등장하는 듯하다가, 그것 자체가 진짜 노림수의 일환이자 실제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방법으로 밝혀지는 대목 등, 미스터리의 진상이 풀리고 단서를 찾으며 추리하는 이야기 등을 골고루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내 잠을 방해말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래그 대령이 불구덩이 속에서 나는 쫓아오고 그의 여동생은 갑자기 죽은 채 휠체어에서 일어나 내 길을 막는 악몽을 꾸었다.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에 한 번 깼다. 창문으로 하늘을 보니 새벽녂이었다. 그리고 돌려 누우며 볼이 반짝이는 것을 본 것도 같았다. 소리 없는 의자에 앉아서 래그 양이 활기찬 얼굴로 나를 맞이하는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불의 정령]은 탐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점쟁이같은 이미지에 더 가까워 보이는 탐정 사일런스가, 막상 사건이 일어나면 그 누구보다 더욱 논리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조사하고 추리하고 진상에 도달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미스터리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뜬금없이 엉뚱한 이야기를 툭툭 던지거나 의미 없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만 보이던 여러 부분들이, 실제로는 추리의 단서이자 진상의 퍼즐이라는 것이 밝혀질 때가 특히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