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한마디
[3년 만에 찾아온 김호연 문학의 결정판]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소설가의 신작. 2003년 대전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에서 중학생 시절을 보냈던 아이들. 15년이 흐른 뒤, 어른이 되어 각자의 사정으로 비디오 가게를 찾는다.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해 모험을 행했던 돈키호테 아저씨를 찾으면서, 우정과 꿈을 되찾게 되는 힐링 소설.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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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가 된 『불편한 편의점』 시리즈를 읽으며 우리와 맞닿은 주변 인물들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보는 장면이 다가 아니라는 것. 피상적인 모습만 보고 상대방을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떤 사람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전혀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생각지 못했던 발상일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 후속작 『나의 돈키호테』는 최근 이슈가 되는 유튜브와 지나간 기억과 추억을 반추하는 소설이다. 진솔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외로웠던 중학교 2학년 시절, 가족처럼 안아주었던 돈키호테 비디오의 주인 돈 아저씨를 찾는 과정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와 닮았다. 『돈키호테』를 오마주한 것처럼. 솔은 라만차 원정대의 찐산초가 되어 모험을 시작한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대전으로 온 솔은 엄마에게 기대어 있는 상태였다. 무엇을 할 것인가. 방송 피디 경력으로 프로덕션 일을 다시 할 것인가. 자신이 좋아했던 일을 하는 게 최선이었다. 솔은 경력을 살려 인생 2막을 유튜브에서 열기로 했다.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가 있었던 건물의 카페에서 콘텐츠 기획안을 만들다가 익숙한 목소리를 발견했다.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이었다. 돈 아저씨가 있었던 지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를 통해 사라진 돈 아저씨를 찾는 공개방송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돈키호테 비디오의 주인인 돈키호테는 어디 가고 찐산초만 남았을까요? 이 가게를 운영하며 저를 비롯한 선화동의 소년소녀들에게 ‘돈 아저씨’라 불렸던 그분은 과연 어디로 가신 걸까요? 저 역시 궁금합니다. 그래서 찐산초의 방송은 돈 아저씨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그를 찾아 떠나는 모험입니다. (53페이지)
구독과 좋아요, 필수. 채널 돈키호테 비디오의 주인장 찐산초는 『돈키호테』 필사노트를 시작으로 그때 보았던 책과 영화들을 리뷰한다. <굿 윌 헌팅>과 <고양이를 부탁해> 등이다. 그 시절 라만차 클럽이었던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솔과 한빈을 비롯해 대준과 성민은 찾았으나 새롬만 연락이 없었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돈 아저씨의 발자취를 찾아 나섰다. 대학 동기에서 학원 원장과 영화 관계자를 만나며 아저씨에게 점점 다가갔다.
아저씨를 찾는 여정은 추억을 찾아가는 시간이다. 외롭고 힘든 시기에 위로를 주었던 사람과 그 사람을 찾는 과정이 소설 『돈키호테』와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한 편의 동화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비디오 세대에게는 그 시절의 추억을, 유튜브 세대에게는 컨텐츠의 주제에 관하여 생각해볼 수 있겠다. 어떤 컨텐츠로 자신을 표현할 것인가. 공감할 수 있을 것. 지루하지 않을 것. 재미있을 것.
작가의 경험과 삶이 소설 속에 녹아 있어 자유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버거워도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것. 꿈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갈 것. 작가의 출간 작품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인물들이 나와 각자가 가진 특징을 강조한다. 한편의 버라이어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돈 아저씨가 이상향을 꿈꾸었던 장소, 그 장소를 찾아간 한빈의 행동들은 이상향과 꿈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상상해보라. 돈 아저씨와 라만차 클럽이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출생을 기념하여 거리 행진을 하는 장면을. 돈키호테 다운 행동들이다. 제도에 순응하지 않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돈키호테. 정의로운 세계를 위해 앞장서 달리는 우리의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산초가 되어 농사를 지어도 상관없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다. 돈키호테가 산초가 될 수도 있으며, 산초가 돈키호테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사람을 이끌 줄 알아야 하며 앞장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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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쓰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써도 잘 쓰는 것일까. 사실 작가의 유명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오래도록 읽지 않았었다. 너무 잘 나가는 책에 대한 시샘이었을까. 내가 책을 쓰는 사람도 아니면서 괜히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을 보면 나라도 한참 후에 읽어봐야겠다라는 딴지 아닌 딴지를 걸게 된다. 그렇게 해서 아주아주 나중에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은 뭐 말할 필요도 없이 좋더라. 이렇게 글을 써야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겠구나를 알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그런 이야기가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돈키호테라니. 산초라닛. 거기다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이야기라니. 조금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조금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쫓는 이야기 같기도 해서 이 역시도 살짝은 궁금하지 않았던 이야기라고 해두자. 나는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 없으니까 하는 그런 부러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생각ㄱ보다 두툼한 책을 병원에 가져갔다가 읽지도 못하고 가져왔다. 아주아주 나중에야 펴본 이 책은 그야말로 순삭. 두꺼운 페이지가 금세 넘어갔다. 어린 시절 추억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어린 시절 좋아했던 우상인 돈키호테 아저씨를 찾는 미스터리가 가미되어 있었으니 가독성이 보장되지 않을리가 없지 않은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엄마 곁으로 내려온 솔. 그야말로 백수의 전형을 보여주다 그래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을 바라보다 생각난 것이 바로 유튜브 방송이다. 원래의 목적은 부동산을 정리하기 위해서 당사자인 돈키호테 아저씨가 나서야 한다는 것인데 아들도 모르는 아저씨의 행방을 어찌 알리요. 어린 시절 보았던 책과 비디오들을 소개하며 아저씨의 행방을 찾는다는 것이 바로 이 방송의 목표다.
요즘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너무나도 익숙한 비디오다. 본문의 주인공은 삼십대로 나오지만 삼십대가 비디오방을 아려나 하는 의문점이 조금 생기기도 한다. 그때는 이미 디비디방으로 넘어갔던 때 같은데 말이다. 비디오 데크에 테이프가 찝혀본 적 있는가. 너무 많이 봐서 그 부분만 지직거리는 그런 테이프를 본 적 있는가. 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너무 많은 추억거리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산초와 돈키호테의 조우까지. 인생이라는 것이 뭐 별 거 있겠냐마는 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내 인생 자체가 너무나도 널을 뛰어서 오히려 이 이야기가 나를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줘서 더욱 좋았다는 이야기다. 내 추억에 돈키호테는 누구였던가.
나의 독서 역사를 따라가 보면 제일 먼저 등장한 것은 헌책방이다. 내가 살던 곳에서 5분 정도 내려가면 시장 끝에 자리한 헌책방. 내 기억으로 그때 사장님은 젊은 부부였는데, 책을 사지 못하고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봐도 뭐라고 하시지 않았다. 당시 200원이나 5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헌 책들. 그 헌책방이 없어지고 난 뒤 내 놀이터였던 곳이 바로 만화책 대여점. 이후에는 이곳에 책과 비디오를 같이 빌려주는 곳으로 진화했고, 사라지기 전까지 내가 좋아했던 공간이다. 지금은 영화는 넷플릭스로 보는 경우가 많고 책은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리니, 우리 동네 비디오 대여점 역시 모두 사라지고 없다. 아마도 비디오 대여점은 내가 성인이 되어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니 학창시절 그곳에서 책이나 비디오를 빌렸던 기억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그곳. 그곳에 소설의 배경이 되는 책. 불편한 편의점의 작가의 신작 ‘나의 돈키호테’.
2003년 대전 구도심에 자리한 ‘돈키호테 비디오’. 이곳은 몇몇 중학생들의 아지트다. 이곳의 가게 주인은 자신을 한국의 돈키호테라 부른다. ‘돈 아저씨’와 함께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토론도 하고 떡볶이도 함께 먹으며 심심한 중학생들의 놀이방이자 공부방으로 거듭난다. 그들이 이곳에서 배운 건 하나. ‘꿈을 가지고 나아가라는 것’.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8년, 외주 프로덕션 6년 차 피디 진솔은 자신이 기획한 프로에서 잘리고 대전 고향으로 내려온다. 백수로 지낼 수 없어 유튜브 방송을 시작해 보려는 솔. 하지만 노잼 도시 대전을 소재로 뭔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던 중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을 만나게 된다. 비디오 가게는 사라졌지만 돈 아저씨 거처 지하 공간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또한, 한빈으로부터 3년 전 종적을 감춘 아빠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며 솔에게 도움을 청한다. 솔 역시 아저씨가 궁금하고 이곳 지하 공간을 유튜브 스튜디오 삼아 채널을 개설하게 되는데.. 솔과 한빈은 과연 돈 아저씨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추억을 쌓던 다른 친구들과도 재회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하다 도서관에 예약 신청을 해 꽤 오랫동안 기다렸다. 기대한 만큼 내 스타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솔직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뭐랄까?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지 않고, 산만하고 중심이 없다고 할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돈 아저씨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금은 잊고 있었던, 아니 잊고 산 ‘꿈을 가지고 나아가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 아니면 누구나 인생에서 좌절이 있고 굴곡이 있지만, 결국엔 원하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 돈키호테처럼 밀고 나가면 언젠가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과연 이런 상황을 따라가는 채널이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억을 떠오르기 때문에 열광할 수 있다고? 그것도 잘 모르겠고. 다소 뜬금없는 스토리 전개에 공감할 수 없는 포인트들이 있다. 살면서 추억 속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만난다고 해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 관계가 지속되는 건 더 힘들다는 걸 알기에 나는 이 책에 ‘공감’할 수 없었다. 내입장에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던 셈이다. 청년들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청년들은 다 힘들었다.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긍정적인 것은 좋을 수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나랑은 맞지 않았던 책. 김호연 작가가 다시 책을 낸다면 그때는? 그건 그때 가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