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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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리뷰 총점 9.7 (577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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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81.69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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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진실된 글을 향한 다짐,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평점10점 | k****e | 2021.01.20 리뷰제목
아무리 솔직한 사람이라도 감추고 싶은 건 있지 않을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글은 더더욱 골라내고 가려내어 쓸 것이다. 헌데 이토록 진솔한 글로 모두의 마음에 훅- 다가오는 이는 흔치 않을 듯하다. 저 밑바닥에 자리한 마음까지 툭- 꺼내어놓으며 속깊은 곳에 감춰진 마음까지 이끌어내는, 강단이 느껴지면서도 늘 따스함이 깃든 그 분의 글을 만날 때면 소름이 돋으면서 엄청난 전
리뷰제목

아무리 솔직한 사람이라도 감추고 싶은 건 있지 않을까?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글은 더더욱 골라내고 가려내어 쓸 것이다. 헌데 이토록 진솔한 글로 모두의 마음에 훅- 다가오는 이는 흔치 않을 듯하다. 저 밑바닥에 자리한 마음까지 툭- 꺼내어놓으며 속깊은 곳에 감춰진 마음까지 이끌어내는, 강단이 느껴지면서도 늘 따스함이 깃든 그 분의 글을 만날 때면 소름이 돋으면서 엄청난 전율을 느낀다. 

 

2011년 01월 22일. 
이제 곧 10주기, 그 분의 글을 다시 만났다...!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p221


한국문학의 가장 크고 따뜻한 이름, 박완서
그가 남긴 산문 660여 편 중 가장 글맛 나는 대표작 35, 베스트 에세이 결정판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님의 글은 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많이 접한 편인데 만날 때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그러면서도 항상 새로운 기분이 든다. 배우고 또 배워도 항상 배울만한 것들이 넘쳐나는 느낌이랄까? 이 책 역시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이야기 하나 하나, 한 문장 한 문장 결코 허투루 지나칠 수 없었는데 읽고 또 읽어도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와 문장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실은 제목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는데 제목이 나오는 대목을 읽고 거기에 담긴 뜻을 음미하며 박완서 님의 진실된 글을 향한 올곧은 다짐을 마음에 새기고 싶어졌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작가가 될까 말까 하던 4년 전의 고민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채다. p216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아니었다할지라도 이렇게 엄청난 매력을 지닌 방대한 이야기를 짓고 솔직담백한 글을 쓰셨던 박완서 님 역시 글에 대한 고민은 꽤 많았던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짐이 있었기에 마침내 모두의 마음에 가닿는 진솔한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일 테다. 이밖에도 너무나 좋았던, 다시 봐도 마음깊이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몇몇 문장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나보다는 착해 보이는 날이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그런 날은 살맛이 난다. p20

 

우리가 아직은 악보다는 선을 믿고, 우리를 싣고 가는 역사의 흐름이 결국은 옳은 방향으로 흐를 것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세상 악을 한꺼번에 처치할 것 같은 소리 높은 목청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리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선, 무의식적인 믿음의 교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p26

 

올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p27

 

다시 꿈을 꾸고 싶다.
절박한 현실 감각에서 놓여나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p69

 

아무리 많아도,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줄 생각은 커녕 더 빼앗아다가 보탤 생각만 굴뚝같다면 가난뱅이와 무엇이 다를까. p92

 

인생이란 과정의 연속일 뿐, 이만하면 됐다 싶은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닙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곧 성공한 인생입니다. p139~140

 

아이들은 예쁘다. 특히 내 애들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p151

 

다 옮겨두고 늘 들여다보고 싶은 넘 좋은 문장들이 많았지만 다 옮기기엔 이것 역시 박완서 님의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욕심인 듯해 천천히 오래 만나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마음에 새겨두면 좋을, 진솔한 문장들을 가득 담고 있는 이 책으로 언젠가 '필사'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추리고 또 추려 기록을 해둔다해도 어쩐지 기억하고 싶은 게 넘 많은 문장과 글이요, 책인 탓이다.

 


 

***

 


'세계사'의 '꿈엔들 잊힐리야(미망)'라는 소설로 처음 접했던 박완서 님의 글을 이번 10주기를 맞아 세계사에서 나온 베스트 에세이 결정판으로 만나볼 수 있어 넘 기쁘고 많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책을 통해 아직 읽지 못한 에세이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에세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읽어주지 못한 소설 역시 올해에는 꼬옥 차근차근 만나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립고 넘 그리운 마음을 가득 담아... 부드러운 느낌의 고운 색감을 지닌 일러스트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 지나간 시간들을 깊이 반성하고 또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에 대해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전해주는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이야기, 꼬옥 한번 만나보길...!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4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46 댓글 378
종이책 [50]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s******8 | 2021.01.14 리뷰제목
"디아아몬드에는 중고라는 것이 없지. 천년을 가도 만년을 가도 영원히 청춘인 돌." 박완서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눈 오는 겨울날.. 친척이 방문을 하였고, 엄마는 그 친척분을 배웅하기 위해 동네 골목까지 나가셨다가.. 넘어지셨다.. 병원에 갔더니 팔이 부러졌다고 수술을 해야한다고.. 그래서 난 내심 그 친척분을 원망하였고, 대문까지만 배웅하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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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아몬드에는 중고라는 것이 없지. 천년을 가도 만년을 가도 영원히 청춘인 돌."

박완서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눈 오는 겨울날..

친척이 방문을 하였고, 엄마는 그 친척분을 배웅하기 위해

동네 골목까지 나가셨다가.. 넘어지셨다..

병원에 갔더니 팔이 부러졌다고 수술을 해야한다고..

그래서 난 내심 그 친척분을 원망하였고,

대문까지만 배웅하지, 왜 골목길까지 나갔냐구

엄마를 원망하는 볼멘소리를 했다..

엄마의 팔수술에 난 보호자가 되어서

수술대위에 누운 엄마의 손을 꼭 잡아야 했었다.

그렇게 엄마는 한동안 깁스한 팔로 인해 불편한 생활을 해야했고,

엄마의 손의 되어줘야 했었다..

그래서 눈이오면.. 엄마의 외출이 걱정되었었다.. 


혼자 걷는 게 좋은 것은 걷는 기쁨을 내 다리하고, 오뭇하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걷는 게 좋다.. 바람이 부는 날은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게 좋다.. 바람이 좋다..

둘레길을 거닐땐..  서울인데도 공기가 좋아서.. 숨이 쉬어져서 좋다..

나무의 푸르름이 좋아서 좋고,  생각을 정리하며 걸을 수 있어서 좋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하루 30분정도라도 걸으려 한다.


다시 쳐다본 그남자는 듬직하고도 근사해 보였고 매우 만족스러운 듯 했다. 자기 한몸이 자리를 내줌으로써 세 식구를 앉힐 수가 있었으니 흐뭇할 수밖에.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나보다는 착해 보이는 날이 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고, 그런 날은 살맛이 난다.


어느날은 내 자신도 착해지는 날도 있다..

앞자리의 젊은이들이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서..

뒤에 있던 내가.. 멀리 손을 뻗어서..

- 여기 앉으세요 하며 자리를 양보했을 때..

내가 자리를 양보하면.. 다른곳에 있는 내 부모도 편히 앉아 가시겠지 하는 생각..

조금은 나도 착해지는 날이다.. 그 어르신이 먼저 내려서.. 그 자리를 다시 내게 양보해주시며..

- 여기 앉아서 편히 가라고.. 말해주실때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처음 걷는 길인데도.. 자꾸 사람들이 내게 길을 물어봐 하니..

녀석이 말한다..

- 어디가서 인상 나쁘다는 말은 안듣지..

- 순하게 생겼다는 말.. 많이 들어 하고 답한다..

오늘은 좀.. 착해지고 싶은 날인가 보다..

 
올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 했다.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땜분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올겨울은 작년 겨울의 따스함에 대한 예의인가.. 많이 춥다.. 너무 춥다..

방앗간에 들어갈때 체온체크를 하는 데, 평소 따뜻한 손을 가졌다 생각했는데..

난 35.9도 였다.. 많이 추운 날들이였다..


뜻밖에도 그건 낡은 결혼사진이었다.

이상하면서도 어느만큼은 감동같은 걸 하고 있었다.

이 구걸도 그 무겁고 무서운 지아비 노릇이다라는 생각이 뭉클하니, 심장 언저리를 뜨겁게 했다.

어릴땐 동네에 거지가 있었다..

무서워했었는데, 어른들은 거지에게 자꾸만 밥을 줬다..

착한거지라고 했다.. 밥을 주면.. 밥값이라도 하듯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다가 주었다고 했다.

추운 겨울에도.. 천변에 지나다보면.. 거지는 세수를 하고 있었다..

몰래 그 모습을 숨죽이며 보았다.. 난.. 거지가 무서웠다.


어떤 말을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건 '넉넉하다'는 말이다.

나는 '넉넉하다'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넉넉하다' 마음의 부자가 늘어나고,

존경받고 사랑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비록 부자이진 않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따뜻한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예전에 이름에 대해 글을 남긴 적이 있지만, 어릴적엔 내이름이.. 흔하지 않는 내이름이 싫었던 적이 있었다. 양파, 당근이라 놀리는 놀림도 싫었고, 수학시간이면 몇근, 몇근하며, 근의 공식을 배울때면 수학쌤이 자꾸만 나에게 문제를 풀게하는 것도 귀찮아지기도 했다..

그러다 세째딸이여서 삼순이란 이름을 가진 친구는 밖에선 예명을 지어서 말했고, 형제가 11명인 선배언니는 8번째 딸이라는 이유로 팔순이란 이름을 가진 걸 보면서.. 난 내 이름에게 마음을 좀 열기 시작했다..

아빠는 다른 자매들에겐 집안 돌림자를 사용해서 이름을 지었으면서 왜.. 나에게는 완전히 다른이름을 지었을까.. 큰집에 가면 다.. 돌림자인데.. 나만 돌림자가 아니여서 어릴 적엔 꼭 나만 주워온 아이같았다.. 그래도 자라면서.. 난 내 이름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빠가 지어준 이.. 이름이.. 이제는 정이가고 좋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게

성공한 인생입니다.

서로 사랑하라고..

너희들 모두모두 행복하라는 말씀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초6 수학여행,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몇 일을 보내야 하는 그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는 시간이 새벽 6시쯤이였다..

당연히 아빠는 역에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 몇백명의 아이들 중에서 나를 한눈에 찾아서.. 집으로 데려왔었다.. 

"할머니, 왜 달이 나만 따라다녀?"

어릴적엔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싶다..

어릴때부터 아빤 큰집에 제사가 있을때마다 나를 꼭 데리고 다녔는데..

그 시절엔 꼭 12시가 되어야 제사를 지냈다..

겨우겨우 제사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난 아빠등에 엎혀서 잠들기 일쑤였는데..

깨어있을땐.. 자꾸만 달이 날 따라와서.. 나도 저리 말을 하곤 했었다..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 라는  것만으로 재능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에게 글은 일기 쓰는게 전부이다.

그래도 일기를 꾸준히 쓰려 노력한다..

나와의 대화..

내가 제일 진실해지는 시간..

맛난 것을 아껴 가며 핥듯이 그렇게 조금씩 글쓰기를 즐겨 왔다.

오래 행복하고 싶다.

오래 너무 수다스럽지 않은,

너무 과묵하지 않은 이야기꾼이고 싶다.

 

박완서 10주기

베스트 에세이 결정판..

 

어느새.. 10주기가 되었다.

박완서님의 책을 읽으며 성장했다

부모님은 새벽까지 깨어있으며

책을 읽는 날..  꾸중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행복했다..

 

박완서님이 하늘로 가신 날은.. 내가 막.. 서울에 올라온 해였다..

먹먹하게 그날을 보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이미 읽은 글이였지만, 그래도.. 다시 박완서님의 글을 읽는게..

행복시간이였다..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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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7 댓글 37
종이책 구매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21.01.21 리뷰제목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의 책들을 꾸준히 찾아 읽어서인지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정갈하고 따뜻한 그의 글들은 읽는데 아무런 부담이 들지 않아서 좋다. 특히 산문이나 짧은 소설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그의 산문 중 대표작만을 모았다는 이 책도 망설임 없이 선택한 것 같다. 이 책은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작가가 생전에 쓴 660여
리뷰제목

  박완서 작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의 책들을 꾸준히 찾아 읽어서인지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정갈하고 따뜻한 그의 글들은 읽는데 아무런 부담이 들지 않아서 좋다. 특히 산문이나 짧은 소설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그의 산문 중 대표작만을 모았다는 이 책도 망설임 없이 선택한 것 같다. 이 책은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작가가 생전에 쓴 660여 편의 에세이 중에서 35편을 추려 엮었다고 한다. 당연히 읽은 글도 포함되었으리라 생각했지만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좋은 글은 몇 번을 읽어도 그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다.

 

처음 산문집의 제목을 보고서 수록된 산문 중에 동명의 글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목차를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산문집들을 꺼내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왜 책 제목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라고 했을까 고민하며 책을 읽어나가다 그 구절을 발견했다. <중년 여인의 허기증>이란 글에 나오는 구절이었다. 이 글은 작가가 여성동아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하게 된 과정을 쓴 글이다. 습작기를 거쳐 당선작을 낸 것이 아니라 당선작을 낸 후 습작을 열심히 했다는 작가는, 그 후에 쓴 글에서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216쪽)라고 했다. 물론 겸손의 말이 포함된 글이지만 글을 쓰는 자세에 대한 자신의 결심과 의지를 밝힌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기에 우리가 작가의 글을 읽을 때 편한 마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실려 있는 작가의 글 중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글은 <잃어버린 여행가방>이었다. 여행 중 잃어버린 가방을 소재로 쓴 글이지만 내가 지닌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나에게만 중요했던 것은, 나의 소멸과 동시에 남은 가족들에게 처치 곤란한 짐만 될 것이다. 될 수 있으면 단순 소박하게 사느라 애썼지만 내가 남길 내 인생의 남루한 여행가방을 생각하면 내 자식들의 입장이 되어 골머리가 아파진다.’(247쪽)면서도, 육신이라는 여행가방 안에 들어있는 영혼을 더 걱정한다. 나 역시도 영혼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보다는 내가 남기게 될 사물들에 더욱 마음이 쓰인다. 그래서 이것저것 정리도 해보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지고 있는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하찮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추억과 함께 소중한 시간들이 담겨있기에 그렇겠지만, 조만간 정리를 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시간만을 흘려보내기 일쑤다. 글을 읽으면서 또 다시 마음먹어보지만 제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사람에 대한 믿음이나 이웃에 대한 연민 등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가족을 먼저 보낸데 대한 고통이나 가족사를 얘기하는 글에서는 지난한 세월을 살아온 우리나라 여성들의 삶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한 고통을 마음속에 간직하고서도 일상의 아름다움과 타인에 대한 따듯함을 잊지 않는 글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작가는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는 것이다.’(252쪽)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삶의 이야기, 인생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가슴이 아파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글을 읽으며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작가의 삶이 그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지키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 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올 겨울의 희망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라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도 봄을 기다린다.

2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8 댓글 12
종이책 주간우수작 인간 박완서를 엿보는 일 |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g********1 | 2022.01.24 리뷰제목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저자 | 박완서 출판사 | 세계사 전자책 발행일 | 2021.01.22.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 작가가 썼던 660여 편의 산문 중 35편을 모아 비슷한 결의 글끼리 모아둔 에세이 집이다. 작가의 인터뷰 집인 '박완서의 말 :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를 즐겁게 읽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박완서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라 예사 독서모임(독식)에서
리뷰제목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저자 | 박완서

출판사 | 세계사

전자책 발행일 | 2021.01.22.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 작가가 썼던 660여 편의 산문 중 35편을 모아 비슷한 결의 글끼리 모아둔 에세이 집이다. 작가의 인터뷰 집인 '박완서의 말 : 소박한 개인주의자의 인터뷰'를 즐겁게 읽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박완서 작가를 좋아하는 편이라 예사 독서모임(독식)에서 의심 없이 추천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같이 책을 읽는 친구들 역시 박완서 작가를 좋아해서 별 다른 이견 없이 선정된 책! YES24 북클럽에 있는 책이라 이북으로 읽었고, 주로 태블릿과 노트북을 활용하여 읽었다.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 그 생각을 정리하는 데는 노트북이 편했다. 여러 가지 기기를 지원한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이지...~

 

제목에서도 살짝 언급해두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작가 박완서'가 아니라 '인간 박완서'와 대화하는 기분이 들었다. '박완서'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자신의 이야기가 곧 여성의 이야기가 되는 사람, 인간을 따뜻함으로 대하는 사람,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중함을 느끼는 온화한 사람, 화를 내지 않을 것 같은 사람. 내 안의 박완서 작가는 이런 이미지였다. 그러나 책을 읽는 내내, '박완서 작가도 사람이구나, 참 성숙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에세이에서 자신의 잘못을 묘사하고, 그로 인한 부끄러움을 쓴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작가는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자기가 행한 선행과 따뜻한 생각만을 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타인에게 가졌던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뒤늦게 알게 된 그 추악함에 부끄러워 한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가져야 할 마땅한 태도, 작은 것을 눈 여겨 보고,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 것. 박완서 작가는 에세이 중 아직도 자신이 작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내게 가장 작가다운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박완서 작가라 말하지 않을까 싶다.

 


 

 

계획한 시간을 예기치 않은 일에 빼앗길까 봐 인색하게 굴다 보니 거의 시계처럼 살려니 꿈이 용납되지 않는다. 낮에 꾸는 꿈이란 별건가. 예기치 않은 일에 대한 기대가 즉 꿈일 수 있겠는데 나는 그걸 기피하고 다만 시계처럼 하루를 보내기에 급급하다.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조급해진다. 곧 고학년에 속하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미래를 위해 준비된 게 없으니 자꾸만 나를 혹사시킨다. 그렇게 한참을 혹사시키다, 지치는 날이 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만 있는다. 피곤하고 힘들다는 이유를 대면서. 마음 편히 쉬는 것도 아닌지라, 내내 불편한 마음 뿐이다. 꿈을 위해 꿈을 버리는 상황. 읽는 내내 조금 더 지금에 가까이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잠을 못 잤다. 소년의 뇌리에 생전 잊히지 않는 악의 화신으로 각인돼 있을 내 모습도 내 모습이려니와 구구절절 자신만만하고 이치에 어긋남이 없는 나의 설교조의 고음까지 귀에 쟁쟁하여 진저리가 쳐졌다.

내가 나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를 쓴다면, 나는 내가 저질렀던 잘못, 그리고 생각을 이렇게나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아마 아닐 테다. 앞에도 서술했지만, 나의 잘못을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는 것, 그리고 그 잘못을 남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카드나 주민증 없는 나는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인가.

처음 와보는 곳에 카드도, 주민증도, 현금도 없을 때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휴대전화 마저 발달하지 않은 세상이라면, 나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주제와는 벗어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고등학생 때 '우리는 이름은 자신을 나타내는 고유한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이름 역시 자신이 지은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지어진 것이다. 스스로 짓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신의 고유성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 있다. 이름은 타인이 짓지만, 닉네임은 내가 짓는 것이기에 이름보다 닉네임이 자신을 더 드러내는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나 자신과 더 친해지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하는지 같은 것들. 내게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았을 때 나를 구성하는 것을 생각해야지,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작 내 작품을 읽고 내가 그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듣고 보내오는 편지는 거의 없었다. 나는 많은 편지 속에서 허망감을 짓씹었다.

최근 뮤지컬 동아리에서 극본팀으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극본이 완성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 극본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이해해준 경험이 있다. 참 많은 감정이 들었다. 내가 쓴 극본을 누군가가 유심히 읽는다는 게, 내재된 의미를 찾아준다는 게,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지를 깨달았다.

사실 창작을 할 때 '이런 의미를 담은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해본 적이 많이 없다. 소설이나 콩트나, 내 머릿속 이야기를 언어화하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로 무엇을 전달한다면 그건 즐거움 뿐이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난 학기에 시를 창작하는 수업을 들으며, 내가 알맹이 없이 쓴 글이 교수님께 혹평을 받는 것을 볼 때마다, 조금이나마 의미를 담은 글이 교수님께 호평을 받는 것을 볼 때마다 미약하게나마 뜻이 전해지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동아리와 시창작 수업을 통해 나의 가치관을 전달하는 것이 창작자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누군가가 그 뜻을 알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알게 됐다. 그 때문에 저 문구가 더 절절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의 제목이 여기서 나왔구나, 싶었다. 진실되게 쓰라는 말에 조금의 거짓도 없어보이는 사람. 어떻게 본인을 재능 부족이라는 말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저 평가 마저 본인의 진심임을 알기에 존경하게 된다.

 

누구를 위해 공헌하는 일도 아닌 일, 그러면서도 꼭 이 일에만은 내 전신을 던지고 싶은 일,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만의 일인 소설쓰기

최근 창작을 자주 해서 그런가, 글쓰기에 관한 말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도 글쓰기란 이기적인 일인 것 같다. 문장 그대로,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면서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일. 다만,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휴머니즘적인, 여성주의적인 공감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이기적'이란 말이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는단 생각도 들었다.

 


 

나의 생각이 들어간 글 쓰기는 언제나 부끄러운 일이다. 보이고 싶지 않지만, 보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게 되는 일. 아무 것도 아니기 위해 결국은 내보이고 마는 일. 올해는 나의 뜻을, 나의 글을 조금 더 자신있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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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진실은 빛을 낸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l*****6 | 2021.05.24 리뷰제목
내가 처음 20대 때 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로 만났을 때 그 느낌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좋았다였지 '가슴이 벅차다'할 정도의 강렬한 느낌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난다. 그래서 아마도 그 당시 더이상 박완서님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내가 40대가 되어 오래된 책들은 과감히 버려야겠다고 생각에 책장을 정리하던 중 아직도 이 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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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20대 때 박완서 작가님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로 만났을 때 그 느낌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좋았다였지 '가슴이 벅차다'할 정도의 강렬한 느낌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난다. 그래서 아마도 그 당시 더이상 박완서님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내가 40대가 되어 오래된 책들은 과감히 버려야겠다고 생각에 책장을 정리하던 중 아직도 이 책이 여기 남아 있었구나 하며 정리해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왠지 한 번은 더 읽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펼쳐들고 순식간에 빨려들었다. 내가 20대에는 왜 이런 느낌을 얻지 못했을까 의아해질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속에 몽글몽글 피어나는 벅찬 느낌을 주체할 수 없었으니 이래서 책을 한 번 보고 그 책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는 게 얼마나 나의 짧은 생각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박완서님의 책을 연달아 읽으며 감동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박완서님이 작가로 등단한 '나목'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아마 도서관에서 너무 낡고 빛바랜 책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항상 박완서님의 출발점인 <나목>을 접해보지 못하고 언젠간 읽어봐야지 벼르기를 몇 년째이다. 그러던 중 3년 전에 <박완서의 말>라는 인터뷰 형식의 책을 읽었으나 내가 원했던 방향은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던 차 박완서님의 에세이<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를 드뎌 만나보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40대가 되어서 박완서님의 작품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건 결혼을 하고 아내이고 엄마로서의 나름 연륜이 생기다보니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그녀의 이야기가 허구인지 사실인지의 불분명확한 경계선에서 놀라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 어쩌면 이렇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여성의 입장에서 그리고 문학적 색깔을 띄울 수 있는지 부러움과 존경을 담아 박완서님의 작품을 만나보았다. 박완서님의 소설 속에서도 만나봤던 이야기들이 실제 그 분이 겪었던 일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내가 읽었던 소설들의 내용을 떠올리기도 하며 역시 자신에 대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야기가 진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또한 우리 주변에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70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삶의 이야기 속에는 나와 같은 생각도 하고 한참은 정신 수양을 더 해야할 것 같은 부족한 면 또한 보이지만 결론은 항상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였다. 자식을 미리 떠나보낸 슬픔을 엿보며 나또한 내 자식의 아팠던 당시 느꼈던 그 감정을 떠올리게 되었고 그런 슬픈 일들이 왜 내게만 일어나는지 신세한탄을 하고 다 불만이었던 나였기에 '왜 그런 일이 너에게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맞네 맞아 왜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그 때 그이런 생각을 했다면 좀 더 잘 견뎌냈을까? 많은 생각들이 오고가다 종국엔 참 위로가 되는 말임을 깨닫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속의 깨달음을 나는 이렇게 박완서님의 글에서 다시 만나게 됨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다시 박완서님의 읽지 못한 작품들을 읽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이 책의 구절들을 기록해 본다. 더 많은 문장들이 있지만 또한 옮기고 싶은 문장들이 너무 많기도 해서 많은 고민을 하다 몇 문장만 정리해보았다.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그 진실이 한 없이 빛나보이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 여기며....

 

사람들이 갈수록 더 똑똑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불쌍한 이웃을 보면 이런 똑똑하고, 지당한 이론 대신 반사작용처럼 우선 자비심 먼저 발동하고 보는 덜 똑똑한 소박한 인간성이 겨울철의 뜨뜻한 구들목이 그립듯이 그리워진다.( p.32)

 

그때 만난 어떤 수녀님이 이상하다는 듯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래, 내가 뭐관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을 나에게만은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여긴 것일까. 그거야말로 터무니 없는 교만이 아니었을까.( p.128)

 

옛 성현의 말씀 중에도 이런 게 있습니다. '이 세상 만물 중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 하물며 인간에 있어서 어찌 취할 게 없는 인간이 있겠는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p.136)

 

시간이 나를 치유해준 것이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깨달은 소중한 체험이 있다면 그건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p.252)

 

죽지 못해 사는 게 아니라, 먹을 거 다 먹고, 새 옷도 사 입고, 남은 자식들의작은 효도에 웃고, 조금만 섭섭하게 굴어도 삐치면서, 하고 싶은 소리 다 하고, 꽃 피면 즐겁고, 손자들 보면 대견하니 사람 할 짓은 다 하고 살고 있지 않은가? 때때로 이렇게 잘 살고 있는 나를 남처럼 바라보며 처연해지곤 한다.(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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