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을 많이 읽었다. 아마 에이머스 데커가 주인공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시리즈로 번역된 작품은 다 읽은 것 같다(『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리는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 『폴른: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진실에 갇힌 남자』, 그리고 이번의 『사선을 걷는 남자』. 이 말고도 최근에는 다른 이가 주인공인 『6시 20분의 남자』도 있다).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설은 분위기는 무거운 편인데도 경쾌한 느낌을 준다. 문장의 구성이 복잡하지 않을 뿐 아니라 챕터를 짧게 구성해서 호흡이 편하다. 장면 장면의 구성이 요즘 대세인 숏폼 같은 느낌도 준다. 그래서 발다치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러나 스토리의 구성은 그에 비해 복잡한 편이다. 『사선을 걷는 남자』도 그렇다. 미국에서도 외진 곳인 노스다코타 주의 소도시 런던이 배경이다. 이곳에서 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부검을 한 것 같이 훼손된 시신. 여기에 FBI 요원이 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와 그의 파트너인 전직 기자 재미슨이 파견된다. 단순 살인 사건이 아니란 얘기다. 죽은 여자의 지문이 FBI에 경고등을 울린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이 파견된 데커와 재미슨은 헤매기만 하고, 다른 살인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그들을 노리는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하고, 그들을 몰래 보호하는 연방기관의 요원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본 사건과의 연관성이 있는지 없는지도 아리송한 상황(사실은 더 큰 음모가 도사린)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전 작품에 비해 좀 어수선한 느낌을 준다. 몇 가지의 독립된 사건이 서로 얽혀 있는 듯하게 전개되는데, 그게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는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에는 크게 상관없는 사건이 되고 만다. 그래서 잘 버무린 비빔밥이 아니라 버무리다 관둬버린 느낌이 든다.
소설에서 데커는 조금씩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게 이 시리즈의 방향성인 듯한데, 그러면서 재미슨의 미모는 감춰져버리는 것 같아 솔직히 아쉽기도 하다.
몇 년 전 데커 시리즈를 읽고서 완결이 된 줄 알았는 데 최근에 다시 한번 데커 시리즈가 출간이 되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로 시작한 이야기는 사고로 모든 것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즉, 과잉기억증후군에 걸린 한 남자의 이야기다. 현재는 FBI요원으로 활약 중인 데커는 한 지역에서 해부한 흔적이 있는 사체가 발견이 되어 그곳으로 재미슨과 같이 파견이 되었다. 그곳은 한 때는 낙후된 곳이었지만 석유 시추 사업으로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곳이었고, 또한 그곳에서 매형인 스탠을 만나게 되었다. 혼자서 왜 이곳을 왔나 싶었는 데 누나와 현재 이혼중인 것을 알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이 가족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하튼, 파트너와 사건을 수사하는 데 우선 해부한 흔적이 있는 시체에 대한 어떤 정보가 없다. 그저, 여성이라는 것 밖에 없다. 또한, 그곳은 브라더스 라는 종교 단체가 거주 하고 있는 지역이며 동시에 공군 기지가 근처에 있다. 데커가 보더라도 왠지 이상한 조합이나 우선, 죽은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나서고 낯에는 브라더스에서 교사로 저녁엔 밤의 여자(?)라는 것을 밝혀진다.
그런데 도대체 왜 성매매 여성이 그렇게 잔인하게 죽임을 당해야 했을까? 데커와 재미슨은 그들이 왜 이 사건에 투입이 되었는지 그 이유조차 모른채 수사하기에 궁금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지역 경찰에서 맡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점을 시작으로 천천히 수사를 하면서 죽은 여성의 이름은 아이슬린이며 그녀를 교사로 채용한 곳에서도 최근까지의 행적을 확인되지만 그 이전의 것을 알 수 없었다. 또한, 이 여성 다음으로 다른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물론, 매춘여성으로 보여진채로 말이다. 여기에 또, 아이슬린을 처음 발견했던 사냥꾼인 할 파커라는 남자가 실종이 되었다. 데커는 계속해서 수사를 할 수록 난항에 빠지는 데 여기에 아이슬린의 사체를 부검 부분에서 의문점을 발견하고 이로 인해 부검을 한 남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도대체 사건을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데커와 재미슨이 수사를 하면 할수록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 일어나지만 로비라는 남자가 등장한 이들을 구해주기도 한다. 단순히, 한 여성의 죽음이라 생각을 했지만 사건은 생각지 못하게 점점 더 커지고 아이슬린을 시작으로 그 지역의 사업을 진행하는 두 갑부가 죽는 사건 그리고 벤이라는 군인이 증발한 사건 등 각자의 사건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이 되는 과정은 복잡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또한, 데커의 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데 그에게 과연 긍정적인지...아닌지...그동안 살인자에게 아내와 처남을 잔인하게 잃어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 데 [사선을 걷는 남자]에서는 조금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누나인 르네와의 관계는 앞으로 달라질 데커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다. 이 외에도 두 사람에게 협조한 경찰인 조 켈리, 데커의 목숨을 구해주고 지켜준 정부에서 일을 하는 로비 그리고 [괴물이라는 불린 남자]에서 나온 인물까지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반갑기도 했다.
앞으로 계속 데커 시리즈를 볼 수 있을까? 저자인 데이비드 발다치를 데커 시리즈로 알게 되었는데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다음 시리즈가 궁금할 정도로 깊이 빠진 도서였다는 것. 그렇기에 [사선을 걷는 남자] 이후 다음 시리즈를 만나기를 기대 해 본다.
당신이 우리를 그 답으로 이끌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데커씨.
-본문 중-
늦은 밤 책의 첫장을 펴 본다. 일부러 이 시간을 골랐다. 아무에게도 무엇에게도 읽는 것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느끼는 발다치의 데커를 오롯이 느끼고 싶어서 고른 시간이다. 이리를 쏘고 그것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한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목마른 자가 물을 들이켜듯 순식간에 이 이야기를 온몸으로 맞이하게 된다. 그나저나 이 여자는 누굴까.
책을 읽기 전 책장으로 가서 찾아본다. 데커 시리즈가 다섯 권 모두 다 있다. 모두 다 읽은 책이다. 마음 놓고 이 신작을 읽어본다. 느낌이 조금 다른가. 내가 알던 데커는 그야말로 만능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에서는 몇번이나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고 로비의 도움으로 사선을 빠져나온다. 그야말로 죽기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그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데커의 시리즈는 여기서 끝이라고 해보 무방할 정도였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살짝 든다. 그 느낌은 또 다르겠지.
에이머스 데커에 관해 로비가 들은 설명은 단어 세 개가 전부였다.
명석하고, 특이하고, 끈질기다.
208P
연방수사관인 데커는 재미슨과 함께 이 사건에 투입되었다. 그냥 지방 도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라고 해도 좋을것 같은 이 사건에 왜 데커가 투입되었는지 현지 경찰도 의문스러워한다. 하지만 그는 위에서 시킨 일이니 무어라 토를 달 수 없는 입장이다. 그녀의 정체를 조사하던 데커는 그녀가 쓰던 이름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과 그녀가 정반대의 느낌을 가진 두 개의 직업을 가진 사실도 알아낸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그녀의 정체가 의심스러워지지만 사건은 또 다른 사건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석유와 가스를 채취하는 현장이다. 존 그리샴의 소설에서 이런 비슷한 배경을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 작품과는 시대적 배경이 다르다. 이곳에서 데커는 매형-이제는 전매형이라 불러야겠지만-을 만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초반부에는 어느 정도 따라 잡을 수 있지만 중반부 들어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이름과 성이 혼용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데 약간은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부 들어서 대규모의 총격사건을 비롯해서 살인이 연속적으로 행해지고 자살사건도 늘어난다. 점점 쌓여가는 시체들과 점점 더 커지는 스케일은 사건의 심각성을 드러내주며 마지막 몇 장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범인의 정체는 다른 모든 사건이 다 해결되었음에도 왜 이 사건은 해결이 되지 않는지 범인은 누군지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게 된다. 거의 모든 사건이 돈 때문에 실행이 된다면 최초 사건은 사랑 때문이었다. 돈과 사랑 그 둘을 빼면 인간 세계는 사건 사고가 없이 평화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