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캉말캉, 몰랑몰랑, 탱글탱글 젤리를 좋아한다.
캔디샵에서 투명한 용기에 가득 들어있는 형형색색의 다양한 젤리들을 볼때면 마음이 몰캉해지면서 만화에서만 봄직한 무언가 따스함이 속에서부터 몽글몽글 솟아난다. 약간은 달짝지근하면서도 끈적한 내음의 냄새들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가장 적절한 수준의 젤리중독현장이 만들어진다.
젤리가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때는 좋다. 하지만 열기가 가해지고 그것이 녹아내리고 나면 그야말로 처치곤란이다. 고체였을때의 말캉함은 사라지고 형태가 흐물어지면서 설탕과 젤라틴의 끈적함만 남아서 그야말로 불쾌감을 유발한다. 옷에 묻어도 잘 떨어지지도 않고 행복했던 기운은 저멀리 도망가 버리고 없다. 이토록 양면성을 지닌 존재가 또 있을까. 그야말로 지킬과 하이드이다.
성수동에서 스튜디오 공간을 운영하며 지하1층, 지상3층으로 구성되어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실수도 있고 작가들에게 집필공간을 제공하기도 하며 도서관도 있어서 누구나 편하게 책을 접할 수 있고 개인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있는 안전가옥..
'모든 이야기들의 안식처'라는 타이틀 아래 스토리를 개발하는 스토리 프로덕션인 안전가옥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냉면]과 [대멸종], [장르의 장르]라는 여러 작가들의 협업소설들이 나와 있고 앞으로도 나올 예정의 장편소설들이 있다.
헤어질 위기의 커플, 엄마와 아이, 부모와 아이, 인형탈을 쓴 아르바이트생까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각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서울파크'라는 놀이동산을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떨어질래야 떨어질수도 없고 떨어지고 싶지도 않는 관계들. 하지만 일방적인 관계들. 그 관계를 끝까지 유지하려면 가장 쉽게 이 젤리장수의 젤리를 먹으면 된다. 당신은 절대 그 누구와도 떨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소설로 구성했을 때 우리는 판타지라는 말을 쓰고 있다. 젤리를 먹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젤리에 독약을 발라놓지 않는 한은 말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서 누군가 건네주는 젤리를 먹을 사람이 있을까. 왠지 모르게 섬뜩한 젤리가 될 것 같다. 그렇게 좋아함에도 물구하고 말이다. 그럴지라도 내 옆에는 지금 색색별의 곰돌이 젤리가 놓여있다. 이것은 판타지인가 현실인가.
# 소설 # 뉴서울파크젤리장수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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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범한 불행. 평범한 행복. 우리는 대부분 평범한 인생을 살아간다. 아니 어쩌면 평범함을 가장한 불행과 행복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하는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평범한 것, 딱 중간만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만큼 평범하기도 중간만 가기도 힘든 게 인생이다. 딱히 불행할 것 같지도 또 딱히 행복할 것 같지 않지만, 우리는 그 어딘가의 감정선을 타고 행 불 행을 이야기한다. 행복도 불행도 우리의 선택이라고 한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인생에 집중하면 덜 불행할까
내가 평소 좋아하는 소설과는 사뭇 다른 책을 만났다. 어떻게 보면 미스터리 같고 어떻게 보면 신비한 이야기 같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그런 소설. 책은 모두 9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연결되어 있다. 매일 싸우는 엄마 아빠. 엄마 아빠와 뉴서울파크 놀이 공원에 온 유지는 엄마의 손을 놓고 만다. 그러다 만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소녀 주아. 그 소녀는 다행히 엄마를 찾았지만, 유지는 엄마를 찾지 못한다. 이곳에 온 커플 한 쌍. 둘은 노량진에서 여자는 임용고시를, 남자는 9급 공무원을 준비한다. 여자는 시험에 붙지만 남자는 계속해서 떨어진다. 여자는 사랑을 위해 남자는 이별을 위해 이곳에 온다. 이곳에서 한 남자가 외친다. 신상 젤리를 먹어 보라고 한다. 이 젤리를 먹으면 절대 헤어지지 않고 꼭 붙어 있을 수 있다고.
세상은 우리네 소원을 들어주는 게 힘든 것일까? 착한 마음으로 살면 소원을 들어주는 세상이면 좋겠다. 그래야 힘들어도 슬퍼도 살아갈 맛 날 테니까.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젤리를 먹고 몸이 녹아내리는 사람이라니. 그들의 소원이 엄청난 것도 아니고, 지극히 평범한 것인데. 왜 그 평범함마저도 쉽게 쟁취할 수 없는 건지.
조예은 작가의 소설. 시프트란 소설로 처음 만났는데 이번 소설은 그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소설도 찾아볼 계획이다.
끊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건 가능할까. 조예은의 장편 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아홉 편의 단편이 연작으로 이어진 구성인 이 소설은, 각각 다른 이유로 불행해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첫 번째 이야기에는 사이가 나쁜 엄마 아빠 때문에 고민하는 딸 유지가 나온다. 엄마 아빠 사이를 좋게 만들고 싶은 유지는, 어느 주말 엄마 아빠와 함께 경기도에 새로 개장한 뉴서울파크에 놀러 간다. 다 같이 놀다 보면 사이가 좋아질 줄 알았는데, 더위와 인파에 짜증이 났는지 눈만 마주치면 싸우는 엄마 아빠. 보다 못한 유지는 혼자서 뉴서울파크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젤리장수를 만난다. 그리고 “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이 말에 홀랑 넘어가 젤리를 사게 된다.
이 밖에도 유지처럼 크고 작은 욕망 때문에 젤리를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젤리 먹으면 절대로 안 헤어져요.”, “이 젤리 먹으면 무조건 잘 될 거예요.” 같은 말들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 때문에 참극이 벌어진다.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연상케하는 잔혹 환상극이다. 참신한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