몫 - 테이크아웃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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몫 - 테이크아웃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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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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몫 - 테이크아웃 11
최은영 저/손은경 그림
몫 - 테이크아웃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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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몫(여성의 입장)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j****3 | 2018.09.19 리뷰제목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90년대를 고민하면서 살아간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한 학교에서 교지를 만드는 일로 만난다. 편집부 활동을 했다는 말이다. 그 일은 시대적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이 이 이야기의 주된 주제가 되고, 갈등이 되고, 소통의 장이 된다. 그들은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것이 상처가 되
리뷰제목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90년대를 고민하면서 살아간 세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한 학교에서 교지를 만드는 일로 만난다. 편집부 활동을 했다는 말이다. 그 일은 시대적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이 이 이야기의 주된 주제가 되고, 갈등이 되고, 소통의 장이 된다. 그들은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것이 상처가 되기도 하고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 이야기들이 결국 그들의 미래 삶까지 규정하는 결과를 만들어 간다.

 

해진은 학교에서 한 해 선배였던 정윤을 도서관 입구에서 만난다. 그리고 서로 많은 시간이 흐른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온 그들의 대화는 오로지 과거에 대한 추억뿐이다. 그것은 학창시절 편집부 활동이다. 해진은 이 글 속에 당신이라는 존재로 호칭되면서 가장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당신에게 말하듯 써진 글로 당신의 행적을 중심으로 얘기가 전개 된다. 해진은 편집부에 지원하게 되고 글쓰기의 어려움을 느끼면서 응모한다. 그때 2학년이었던 정윤이 간단하게 써보라고 권유한다. 지원한 5명 중 3명이 합격하게 되고, 한 명은 포기 결국 2명이 합격한다. 그 중 희영이가 있다. 희영은 말주변도 좋고, 글 솜씨도 있다. 자신의 주관에 따라 글도 쓰고, 기사를 써는데 소신이 있다. 해진은 그렇지 않다. 그런 해진을 정윤이 많이 도와준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는 일은 시대와 관련이 많다. 시대성을 가진 내용들이 결국은 읽을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희영을 중심으로 그런 문제점을 거론하게 되고, 그것이 교지의 내용으로 표현된다. 희영이 제시한 내용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문제다. 구조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남성본위사회의 사회적 현상들이 그런 문제를 묵과하고, 그것이 이들의 시선에 포착되어 언어로 나타난다. 편집부에서는 원고를 쓰고 그것을 검증하는 낭독의 시간을 가진다. 이 때 폭력의 문제에 대해서 희영이 쓴 글을 듣는 모든 부원들은 숙연해 진다. 그만큼 문제가 많은 내용이고, 희영의 자료 조사와 표현이 밀도 있는 것이 되었단 말일 게다.

 

이런 일들 가운데 해진과 희영이 학년이 올라갔을 때 교지편집회의가 열리고 희영은 기지촌 여인들을 대상으로 삼는 조사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정윤의 신랄한 말과 함께 부결된다. 아니 희영이 스스로 내려놓게 된다. 정윤의 말은 그들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희영이 그들의 내용을 기사화시킨다는 것은 피상적인 내용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과 결과가 나중 희영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렇게 똑똑하고 자신의 주장을 명쾌하게 하면서 여권을 주장하던 정윤이 편집부 선배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면서 한 남자를 위해서 자신의 삶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여자 후배들의 입장에서는 못마땅하다. 대학원 진학을 한 정윤이 자신의 학업을 포기하고 남자와 결혼을 하면서 남자의 학업을 돕기 위해 미국행을 결정한다. 해진은 그 결혼식장에서 언니, 정윤을 보고 낙담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 그녀를 보지 못한다. 연락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학교 도서관 입구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많은 부분 희영이 관련되어 있다. 희영은 졸업하고 그 잘 드는 칼(글솜씨)을 접고 기지촌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애환을 들으면서 도와주는 일을 한다. 해진이 그렇게 글을 쓰는 일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할 때도 외면한 채 꿋꿋이 그 길을 간다. 그러다 이른 나이에 죽게 된다. 이런 모든 일들에 대해 해진은 부담이 많다. 해진은 학교를 졸업하고 기자가 된다. 그렇게 자신보다 글쓰기에 나은 모습을 보인 사람들이 전부 몸으로 살고 있는데, 해진은 글과 함께 자신의 생활을 해나가면서 부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글은 두 가지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모두 시대에 가치를 지니고 있는 내용이고, 아픔이 되기도 하는 것들이다.

 

첫째 페미니즘에 입각한 여성들의 삶의 모습에 대해 넌지시 문제를 제기해 보고 있다. 여성 자신들이 가장 앞서 있다는 지식인들이 이론으론 페미니즘(성 구분 없이 자신의 역할을 맡아 해나가는 것)을 주창하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들의 삶에서는 그것이 무력화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가정에서 평화를 가져온다는 생각을 하고, 전통적 관습으로 굳어진 것이기 때문에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행위로 나타난다. 정윤이 남자를 사귀면서 자신의 주장들이 자신의 삶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그런 내용들이 될 것이다.

 

둘째 사회적으로 여성들의 취약한 삶이다. 기지촌을 중심으로 삶을 갉아 먹으면서 살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것은 인간의 자존감까지 문제 삼아볼 수 있는 삶이다. 희영이 그 전면에 서있다. 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하나가 되지 못하고 결국 병을 얻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모습은 이런 삶의 치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든다. 하지만 해결책이 뚜렷하게 제시되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은 이런 내용들을 절제를 통해 표현하고 있다. 많은 내용들을 생략하고 있다. 정윤의 미국에서의 삶도 희영의 기지촌의 삶도 거의 표현되지 않고 있다. 등장인물들의 후일담으로 간략하게 인지해 볼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이다.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압권인, 그리하여 그들의 내면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일깨워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작은 책 속에 무게가 있는 내용을 담아, 쉽게 읽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한 학창시절 편집부에서의 삶도 회억해 볼 수 있게 한다. 나로서는 꿈을 꾸는 책읽기를 한 듯하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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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 평점10점 | y*****7 | 2018.10.10 리뷰제목
Y 몫 ㅡ 최은영 글 x 손은경 그림 , 미메시스 ,테이크아웃11, 문학시리즈 ㅡ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 한 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 첫 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 언제나 마음 깊은 곳
리뷰제목

Y 몫 ㅡ 최은영 글 x 손은경 그림 , 미메시스 ,테이크아웃11, 문학시리즈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 한 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 첫 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
[ 본문 13 , 14 쪽 ]

당신은 그의 안도한 표정을 기억한다 . 그의 말이 맞았다 . 당신은 어떤 학생 운동 진영에도 속하지 않았으니까 . 그러나 당신 또한 집회 참가자였다 . 당신은 집회의 중심이 아니라 맨 마지막 줄에 ,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
[ 본문 38 쪽 ]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 당신은 인파 속에서 허우적대면서 말했다 . 구호 중단하세요 .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희영은 이야기했다 . 그 구호보다도 , 주변에서 옅게 퍼지던 웃음소리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 강간이라는 말이 집회에 활기를 주던 그 순간을 잊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
[ 본문 42 쪽 ]

 

 


책의 무게에 대해 생각한다 . 이토록 가벼운 책이 , 이토록 작은 책이 , 이렇게나 무겁고 크게 느껴져 한 번에 삼킬 수 없는 뜨거움을 주다니 ...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이후 , 가볍게 ( 말 그대로 책의 중량 ) 잡았던 책이 겁나 무겁게 느껴진 것은 오랜만이었다 . 그리고 , 나는 전혀 다른 문체와 구성을 가진 이 책에서 묘하게도 그리움 같은 걸 느끼기도 했다 . 그건 어쩌면 자꾸 글 속에서 '당신' 이 나를 부르는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

이따금 나는 기분 전환 삼아서 , 혹은 뭔가를 찾기 위해서 (?) 영화 , 혹은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이나 , 음악 프로를 몰아 보곤 한다 . 하지만 부러 피하는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인간극장 같은 생활 다큐가 있다 .

가공된 것에서 보여주려 하는 걸 찾는 건 재미있게 하면 되지만 가공되지 않은 것에서 날 것의 재미를 찾으라하면 그건 곤욕스럽다 . 농부가 흘린 땀의 일상이 풍작이면 풍작이어서 일 년 농사를 뒤엎어야 하고 , 꼭두새벽 어둔 바닷길을 나선 어부의 배가 젖은 그물에 텅비어올 때 , 길 가의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영롱한 순간보단 이슬 걷히고 , 희뿌옇게 앉은 먼지의 세월만큼 기울어진 그네들의 가옥과 축사들은 울적하고 축축하기에 , 끊임없이 그저 살 뿐인 삶을 소 여물 씹듯 그러긴 싫은 탓에 . 카메라만 들이대지 않았을 뿐 누구의 삶이라도 태어나 지상에 머무는 동안은 인간극장일 것이므로 .

그러니까 , 그건 꼭 인간 극장이나 , 생활 다큐가 아니어도 나와 " 당신" 을 돌아보게 하는 부름이라면 , 글 속의 ' 당신' 이 따라오라 이끄는 과거로의 회귀가 뭐였든 그때 어려웠던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고 , 아무리 새시대 , 신인류가 와도 이 복작복작한 지구라는 프레임 안에서 사는 문제가 쉬워질 수는 없지 않을까 싶어 공허했다 . 하긴 사는 게 쉽다면 그것도 이상한가 ? 태어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데 .

대학 편집부에서 만나 서로를 이끌어 주고 , 이끌려 가며 , 떠나고 , 남고 , 변하는 모습을 시간이 훌쩍 지나 예전에 저 자리에 뭐가 있었지 , 싶을 즈음 다시 만난 두 사람 . 해진과 정윤 . 그리고 이미 세상에 없는 그녀 희영 . 셋이 함께했던 편집부 활동의 단편적 기억을 해진이 ' 당신 ' 이란 시선(부름)을 빌려 물수제비 뜨듯 지면을 향해 돌을 던진다 . 시선 (부름?)의 돌은 물이 아니라 지면이라 그럴까 ? 처음엔 그냥 퐁당 가라 앉는다 . 쉽게 읽힌 만큼 뭐야 ? 하며 가볍게 다가왔던 첫읽기 . 두 번을 , 세 번을 , 여러번 반복해 읽으며 , 띄엄띄엄 놓아지며 퍼지는 물결무늬 그릇 .

대학내 여권 폭력 문제를 논리적이며 당찬 의식의 글로 써 해진을 끌어 당겼던 정윤은 편집부 선배로 희영과 해진이 함께 편집부 수습활동을 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 그런 그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느끼는 건 , 희영에 가까울까 , 해진에 가까울까 , 나도 잠시 고민해 봤다 . 분명한 건 타협하는 내 모습도 그 안에 있으리란 거였고 , 앞으로 나아가는 듯하면서 ( 그러니까 해진처럼 현실에 발붙여 살면서) 처음의 정윤같은 모습에서 크게 탈피하지 못한 해진의 모습도 내 안에 고스란히 있다는 것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가는 듯 보였지만 세상에 그어진 벽과 한계가 고립을 시켜 결국 갇힌 인간이 되었던 희영의 모습도 내 안에 있었다는 것이다 .

여러번 반복해 읽었어도 매번 다른 자각이 너무 선득해서 바람막이 하나 없이 드러난 맨 목 같았고 , 너무 차갑고 날카롭고 미끈해서 대못 같았다 . 그리고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고 아프게 삼키는 건 내 몫이었다 . 허나 내 몫은 그 그릇도 , 물결도 , 무늬도 너무나 짧고 , 얕다 . 그래서 한숨이 났다 .

누구 누구의 몫이 아닌 , 세월이 지났기에 , 그녀들은 그때 각자의 위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 싶으면서 그건 또 그대로 살아있는 자의 몫이며 , 먼저 간 이들을 뒤늦게 제대로 떠나보내는 초혼이 아니었나 싶었다 . 최은영 작가의 [몫]은 ...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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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단 책/ 몫/ 미메시스 테이크아웃 시리즈] 평점9점 | n******6 | 2018.09.27 리뷰제목
[책/ 몫/ 미메시스 테이크아웃 시리즈]  <서평단 당첨 리뷰>     저자: 최은영 글×손은경 그림분량: 78쪽출판: 미메시스 발행: 2018. 9.1 초판 1쇄     테이크아웃 시리즈테이크아웃은 단편소설과 일러스트를 함께 소개하는 미메시스의 문학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 동시대 문학을 이끌어가는 젊은 작가와 본인만의 개성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일러스
리뷰제목

[/ / 미메시스 테이크아웃 시리즈]

 

 

<서평단 당첨 리뷰>

 

 

저자: 최은영 글×손은경 그림

분량: 78

출판: 미메시스

발행: 2018. 9.1 초판 1

 

 

테이크아웃 시리즈

테이크아웃은 단편소설과 일러스트를 함께 소개하는 미메시스의 문학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 동시대 문학을 이끌어가는 젊은 작가와 본인만의 개성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한국 문학 시리즈입니다.

이런 류의 책을 만난 경험은 처음입니다. 손 안에 들어오는 사이즈가 책 같기도 하고 수첩 같기도 하고, 묘하면서도 낯익은 매력을 선사합니다.

 

최은영 작가

쇼코의 미소로 강한 인상을 받았던 최은영 작가입니다. 그래서 선뜻 이 책의 서평단 리뷰에 신청했구요. 그런데 역시나, 단편에 대한 리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단편소설은 짧은 이야기 구조 속에 단단한 껍질 같은 또는 굵은 씨알이 들어 있는 듯한 견고함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훅 들어오는 슬픔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황스럽습니다. 단단한 슬픔.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겹겹이 방어벽이 있어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사연들. 그래서 단편은 쉬운 듯 어렵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 문제, 그 상황에서 빚어지는 갈등과 사람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 송곳의 날카로움에 찔리는 기분. 그런 기분이 듭니다.

 

언닌 그대로다.

정윤의 얼굴에 미소 비슷한 것이 떠오르다가 사라졌다.

너도 그래.

그렇게 말하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대로라는 말이 거짓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대로라는 말은 그 많은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의 당신이 존재한다고, 그 사실이 내 눈에 보인다고 서로에게 일러 주는 일에 가까웠다. 정윤은 그 또래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였다. 새치를 염색하지 않은 데다 얼굴에 화장기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얼굴 자체에 배인 피로가 그런 인상을 강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당신의 눈에는 그때의 정윤이 보였다. (11)

 

간만에 만난 사람들의 멋쩍음. 어색한 웃음. ‘그대로라는 말 속에 전하는 진심과 또 그만큼의 거리감. 그리고 낯선 분위기가 주는 피로감. 단편은 그렇습니다. 짧은 몇 문장 속에 아주 많은 이야기를 농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장 하나 하나를 읽어내는 마음도 그 이상으로 피곤해집니다. 그런 피로감이 또 중독처럼 글 속에 빠지게 합니다. 단편을 끊어내지 못하는 불편한 중독입니다.

 

당신은 누구일까

이 글 속에 등장하는 당신은 화자의 이야기를 듣는 이입니다.

이 글의 화자. 아니면 또 다른 화자의 자아. 당신에게 고백하는 듯한 화자의 문체는 우리를 관찰자 입장으로 거리를 두게 합니다.

 

이건 일개 여성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 사회의 기형적인 권력 구조에 관한 문제입니다.

정윤은 용욱의 말에 그렇게 답했다.

지금의 당신은 생각한다. 그런 말은 언제나 힘이 있었다고. 이건 여성 문제가 아니다, 더 큰 억압의 문제다, 라는 식의 논리는 언제나 강했고 다수를 설복할 수 있었다. 정윤이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믿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논의조차 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정윤은 수면으로 올려놓고자 노력했다. 정윤이 그렇게 주장하지 않았더라면 희영의 주제는 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20)

 

 

글을 쓴다는 게 무엇일까 

심장을 아주 콕콕 찌르는 듯한 몇 개의 문장을 만납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내가 그랬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달랐겠지만. (...) 그 집에서 한 밤을 자고 집으로 가는 길에 당신은 희영의 여린 얼굴을 떠올렸다. 그건 사랑을 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외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60)

 

 

대학교 편집부 활동, 사회부 기자, 저널리스트 등 이 글을 읽다보면 음지에서 또는 양지에서 음지로 힘들게 기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연상이 됩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들의 의지와 인내를 향한 어둡고 힘겨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지극히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듯한 이상주의자들이 떠오릅니다. 그들은 또한 똑똑하고 글도 잘 쓰는 이들이 종종 범하는 허상과 우울함을 갖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어둠과 슬픔을 보게 됩니다. 이 글 속에서도 말입니다.

 

삶은 각 자의 선택 의지이다

한때 서로 비슷한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 그러나 같은 시간이 흘러도 각자의 삶과 방향은 완전 다른 곳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가치관으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한때 치열하게 공유했던 삶을 첫사랑처럼 묻어둬야 할지도 모릅니다. 꺼내고 쪼갤수록 빛이 바래 버리니까요.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 이 이야기의 중심은 어디인가 

해진, 희영, 정윤 세 사람의 삶이 그 중심이 아닐까 싶다. 서로 비슷한 공간에서 같이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이후의 선택을 통해 다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이들이 함께한 시간 이후의 삶에 대한 설명은 최대한 생략했다. 생략된 부분이 내게는 중요하게 느껴진다. (70, 작가 인터뷰에서)

 

 

손은경 그림

한마디로 난해합니다. 선인장, , 도시, 건물, 사람, 콘크리트 여자 등이 연상되는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일상적인 소재에서 오는 낯익음도 있으나 과감하게 형태를 생략하고 두드러진 선과 색에 힘을 쏟은 듯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검은색, 회색, 초록색으로 이루어진 색은 선명합니다. 특히 포인트 색으로 쓰인 초록색은 창백함 속에 도드라진 씨앗(생명, 희망 같은)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콘크리트 벽면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을 초록색으로 온기를 살짝 넣은 점도 있지만. 그러나 대체적으로 난해하고 엉뚱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깊게 넓게 퍼지는 온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은 그림 또한 견고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도시 속의 외로움, 슬픔, 소외 등도 느껴집니다. 마치 글 속에서 함께 했으나 아주 다른. 그런 외로움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이 소설 아주 짧은 내용이지만. 단단한 문장의 결 때문인지, 쉽지 않게 읽었습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 속의 그림들]

 

1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0 댓글 10
종이책 짧은 소설 그렇지만 여운은 긴 소설 - 몫 평점10점 | p******0 | 2018.10.02 리뷰제목
첫 장을 편 순간부터 책을 덮지 못하고 쭉 읽었을 만큼 몰입해서 읽은 책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깊어서 리뷰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은 책 <몫>. 미메시스 출판사의 '테이크 아웃' 시리즈 중 하나로 콤팩트한 사이즈라 들고 다니며 읽기 쉽다는 매력이 있다. (한 번에 쭉 읽게 되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을지도) 1. 최은영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하다. p. 11그대로라는 말이 거짓인 것만
리뷰제목

첫 장을 편 순간부터 책을 덮지 못하고 쭉 읽었을 만큼 몰입해서 읽은 책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깊어서 리뷰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은 책 <몫>. 미메시스 출판사의 '테이크 아웃' 시리즈 중 하나로 콤팩트한 사이즈라 들고 다니며 읽기 쉽다는 매력이 있다. (한 번에 쭉 읽게 되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을지도)

 

1. 최은영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하다.

 

p. 11

그대로라는 말이 거짓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대로라는 말은 그 많은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의 당신이 존재한다고, 그 사실이 내 눈에도 보인다고 서로에게 알려주는 일에 가까웠다.

 

p.58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을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내게 무해한 사람>, <쇼코의 미소>로 잘 알려진 최은영 작가.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 관심이 갔었다. '그대로다'라는 말을 저렇게 풀어낸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했다. 앞으로 '그대로다'라는 말을 들을 때 이 문구가 떠오를 것 같다. 인사치레겠지 하는 생각보다 예전의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구나 하는 왠지 감사하면서도 짠한 기분이 들 것같다.

 

2. 세 명의 여주인공을 통해 나를 되돌아 보다.

 

 해진은 대학교 신입생 때 교지에 실린 정윤의 기사를 읽고 글에 푹 빠져버렸다. 그래서 글을 써본 적이 없어 실력이 부족하지만, 정윤이 속해 있는 편집부에 지원을 하고 합격한다. 반면, 희영은 타고난 글 실력으로 눈에 띄는 글을 써내려가는 동기이다. 자신을 챙겨주는 듯 해도 희영을 더 아끼고 있음을 아는 해진은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정윤은 편집부 선배와의 결혼으로 글과 멀어지고, 희영은 기지촌 활동가의 삶을 선택하고,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제일 글을 잘 못쓰던 해진은 기자가 되어 계속 글을 써 나간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정윤은 결혼으로 그 꽃을 피우지 못하고, 희영은 병으로 죽게 된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대학 시절이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졸업 후 대학 도서관 앞에서 정윤과 해진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졸업 후 오랫만에 대학교를 갔는데 너무 변해있어서 얼떨떨했던 기억이 겹쳐서 묘한 기분이 든다. 

 

 p.65

정윤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이 여러 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졸업하기 전에, 저기, 저 연극부 건물 앞에서 희영이를 본 적이 있었어. 마주 보고 걸어와서 서로 피할 새도 없이. 좁은 길이었잖아, 저기가.

정윤은 마치 그 자리가 보이는 것처럼 앞을 가리켰다.

 대학에 입학할 때의 나의 포부, 졸업할 때의 목표... 그리고 변해버린 건물들처럼 나 역시도 그 때의 모습을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때 느꼈던 기분이 이런거였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3. 글을 쓴다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다.

p.13

 

그저 듣기 싫고, 피하고만 싶어서 못 들은 척했던 그때의 자신을. 정윤의 글을 읽은 당신은 그 글을 읽기 전의 당신이 아니었다.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 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 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서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나는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순간. 나 역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해 봐야함을 깨달았다. 어쩌면 목표가 없어서 구체적인 글쓰기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깨달음.


짧은 소설이지만 내게 계속 '너는?'하는 질문을 던지는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다. 너는 어떤 삶을 살고 있니? 너는 어떤 글을 쓸꺼니? 하는 물음. 그래서 이제 이 책을 읽고나서 또 어떻게 살꺼니? 하는 끊임없는 질문과 마주하게 되는 책이었다. 


나는 지극히 주관적으로 내 개인적인 일들과 연결하여 읽었지만, 사회적인 문제들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소설이다. 여성에 대한 것, 사회의 부조리른 바라보는 자세, 글의 역할 등 다른 시선으로도 이 책을 읽어 나가는 것도 의미가 클 것같다.


'돌아갈 수 없었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나 역시 이 소설을 읽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듯하다. 오랫동안 이 소설의 잔상이 내게 남아 있을 듯하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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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직 찾지 못한 답 몫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9.05.27 리뷰제목
제목에 나오는 몫은 뭘까. 제 몫을 하다는 말이 생각나고 자신한테 돌아오는 양도 생각나. 이 소설에서는 제 몫을 다하다 같기도 한데, 나도 잘 모르겠어. 그렇다면 자기 할 일이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내가 늘 제목을 깊이 생각해 보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뭘까 생각해 봤는데 앞에서 말한 게 맞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여기 나오는 세 사람은 대학생 때 교지 편집부에서 만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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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 나오는 몫은 뭘까. 제 몫을 하다는 말이 생각나고 자신한테 돌아오는 양도 생각나. 이 소설에서는 제 몫을 다하다 같기도 한데, 나도 잘 모르겠어. 그렇다면 자기 할 일이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 내가 늘 제목을 깊이 생각해 보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뭘까 생각해 봤는데 앞에서 말한 게 맞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여기 나오는 세 사람은 대학생 때 교지 편집부에서 만났어. 글 쓰는 사람으로 해야 할 몫도 생각나. 교지 편집부 사람은 다 사회 문제를 생각하고 글을 쓰는 걸까. 그런 글 말고 다른 글도 쓸 수 있잖아. 대학생이어서 그런 건가. 대학생은 좀더 사회에 관심을 갖기는 하지. 대학을 나온 뒤에는 먹고 사는 일에 바빠서 그러지 못하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운동권 사람 나중 이야기를 보면 그런 게 있잖아.

 

 사회 문제에서도 여성 문제를 생각하는 느낌이 들었어. 세 사람이 여성이어설까. 같은 여성이라 해도 여성한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다 알지는 못할 거야. 여성은 참아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해. 오랫동안 남편한테 맞다가 남편을 죽인 사람도 있었지. 예전에 나도 그런 거 뉴스에서 봤어. 이 소설에 나오는 남성은 남편한테 맞았다고 죽여야 할까 했는데,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어. 맞는 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지. 남성은 같은 남성한테 맞기도 하겠지만. 그런 말은 맞아보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어. 그리고 때리기만 했겠어. 폭력스런 말도 많이 했을 거야. 맞거나 안 좋은 말을 자꾸 듣다보면 거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하더군. 세 사람 해진, 희영, 한학년 선배인 윤정 가운데 남자한테 맞은 사람은 없어.

 

 책을 보다 보니 인상 깊은 말이 있었어. 미국 사람이 아닌 한국 사람이 기지촌(해방 뒤 한국에 주둔한 미군 부대 가까이에 생긴 마을) 여성을 죽였다면 화를 냈겠냐는 말.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듯해. 미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여성을 죽이면 화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같은 한국 사람이 그랬다면 남자는 그걸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 희영은 대학을 마치고 기지촌에서 활동하게 돼. 난 해진과 희영이 쓴 글 보고 싶기도 했어. 단편이니 그것까지 넣기는 힘들었겠지. 두 사람이 쓴 글과 비슷한 글이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해진은 희영이 쓰는 글을 부럽게 여겼어. 자신은 희영처럼 쓸 수 없다고. 그래도 교지 편집부에 끝까지 남은 사람은 해진이야.

 

 한학년 선배인 정윤은 공부를 하다 결혼하고 자기 공부는 그만두고 남편이 공부하는 미국으로 함께 가. 해진은 그걸 아쉽게 여겼어. 해진은 정윤 남편보다 정윤이 공부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어. 이런 일도 많겠지. 남성이어서 공부하고 여성이어서 그만두는 일. 그런데 정윤과 희영한테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저 내 마음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군. 그게 맞을지 아닐지 잘 모르겠어. 어쩌면 잠시 동안의 감정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지. 세 사람에서 한 사람 희영은 병으로 죽어. 해진이 그 소식을 여러 사람한테 알리고 정윤한테도 알렸는데 정윤은 별 말 하지 않아. 그래도 해진을 만났을 때 정윤은 슬퍼한 것 같아. 두 사람이 함께 슬퍼한 걸까.

 

 짧고 작은 책인데 읽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아 힘들었는데 어떻게든 썼군. 쓰기는 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어. 여성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 그저 세 사람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해. 세 사람이 여성인 거지. 글이라는 것도 조금 생각하게 했어. 글에 힘이 있기는 해도 글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 그래서 난 내가 하지 못하는 건 잘 쓰지 않아. 해야 할 텐데 하는 건 가끔 쓰지만. 자신이 할 일을 잘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



희선




☆―

 

 글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어. 정말 그런가…… 내가 여기서 언니들이랑 밥하고 청소하고 애들 보는 일보다 글 쓰는 게 숭고한 일인가,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누가 내게 물으면 난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 같아.

 

 희영은 열어놓은 창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기 싫었어. 읽고 쓰는 것만으로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 털어 버리고 사는 사람들 있잖아. 부정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자신이 정의롭다는 느낌을 얻고 영영 자신이 옳다는 생각만으로 사는 사람들. 편집부 할 때,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아. 내가 그랬다는거야. 다른 사람들은 달랐겠지만.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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