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7인의 작가들이 전하는 이야기들 "
김멜라,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 이서수의
<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를 읽고
"대상 수상작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
-제 23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출간-
올해 2022년 이효석문학상 대상수상작가는 누구일까? 매년 이렇게 문학상이 발표될 때마다 올해는 누구일까 궁금하다. 요즘에는 워낙 훌륭한 작가들이 많아서 선뜻 누가라고 예측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대상이 발표되고 나면 그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서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게 된다. 23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의 작품들이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책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에서는 대상 수상작인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 뿐만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5인의 작가들인 김지연, 백수린, 위수정, 이주혜, 정한아 작가의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5개의 작품 외에도 대상수상작가인 김멜라 작가의 자선작인 <메께라 께라>와 작년 대상수상작가인 이서수 작가의 <연희동의 밤>도 만날 수 있다. 7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그들만의 개성과 문체가 담긴 이야기들이어서 그런지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느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대상 수상작 : 김멜라 작가 <제 꿈 꾸세요> |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단연 김멜라 작가의 <제 꿈 꾸세요>였다. 죽음과 꿈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결합하여 작품 속 '나'가 죽음의 가이드 '챔바'를 만나서 다른 사람의 꿈 속으로 여행하는 내용이다. 죽음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스럽고 두려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작품 속에서는 죽음을 꿈과 연결하여 죽음을 무겁지 않은 소재로 다룬 것이 특징이다. 죽은 후 다른 사람의 꿈 속으로 이동하면서 그들이 좋은 꿈을 꾸도록 시도하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죽은 후에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 때 죽음의 가이드 '챔바'의 도움이 필요하다. 보통의 죽음의 신이나 사신이라고 하면 차갑고 무서운 이미지가 연상이 되는데, 이 작품 속 챔바는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존재로 여겨진다. 챔바는 주인공 '나'가 자신의 죽음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도와준다. 처음에 '나'는 '어떻게 하면 나의 억울한 죽음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 '에 집중한다. 그래서 '나'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인 세모와 규희를 떠올린다. 그들과의 추억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죽음을 알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들이 "일어났을 때 기분좋게 웃을 수 있는 꿈'을 꾸게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그들의 꿈 속에 나타나 자신의 죽음을 알리고 자신의 시체를 발견해서 처리해주길 바랬으나. 그들의 삶도 지상세계에서 자신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깨닫게 되고, 그들이 자신에게 한 행동을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제 죽은 나를 발견해주실 원하지 않았다. 내 죽음의 경위와 삶의 이력들을 오해 없이 완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나와 나와 이어진 사람의 꿈으로 가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
-p. 39
주인공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나'의 죽음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들 배려하고 그들이 꿈을 통해서라도 즐겁고 기분좋기를 바라는 생각의 변화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오늘 밤 '좋은 꿈'을 꾸면서, 그 꿈을 꾸게 하는 저승 속 누군가의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수상 수상작 : 김지연 작가 <포기> |
우수작으로 선정된 김지연 작가의 <포기>는 돈을 빌린 후 잠적한 친구를 주인공인 '나'(미선)과 호두(도영호)가 돈을 빌린 후 잠적한 친구인 민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내용이다. '나'는 과거 민재와 연인 사이였고, 호두는 나의 사촌이자 민재와 친구 사이였다.
그런데 그들이 고동으로 잠적한 민재를 찾으려는 이유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민재의 안부를 알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민재에게 2천만원을 빌려준 호두는 민재를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지만, 그동안 자신이 민재에게 졌던 신세와 그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신고를 하지 않으려 한다. 돈을 받는 것은 예전부터 포기했고, 단지 민재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호두에게도 2천만원이 워낙 큰 돈이기 때문에 나중에 가서는 신고를 하긴 하지만, 민재가 조금씩 갚으면 괜찮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민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던 사정은 조금 나아졌는지, 무슨 일을 하며 사는지, 잘 지내는지, 아픈 덴 없는지 등 그런 그의 안부가 궁금할 뿐이다.
그러나 작품 속 제목인 '포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렇게 그의 안부를 알고 싶은 마음조차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음을 알고 포기하게 된다. 과연 민재는 다시 돌아올까 그럼 궁금증을 안기며 작품은 끝이 난다.
우수상 수상작 : 백수린 작가 <아주 환한 날들> |
백수린 작가의 <아주 환한 날들>의 주인공은 혼자 사는 노년의 여성이다. 딸을 시집 보내고 남편은 죽고 빈 집을 홀로 지키며 혼자 생활한다. 언뜻 그녀의 삶이 고독하고 외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전혀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녀는 지난 6년 동안 정해진 일과를 반복해보며 그녀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필 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한 줄도 쓰지 못하고 매번 집으로 돌아오는 점을 보아 그녀 나름대로 어떤 외로움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그녀의 정해진 일상 속에서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바로 사위가 잠시 맡아서 길러달라는 앵무새 한 마리였다. 그 작은 새 한 마리가 그녀의 평온한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녀의 생활을 망가뜨린다. 처음에는 앵무새가 자신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보살핌 소홀로 인해 앵무새가 아픈 이후로 그녀는 '앵무새 키우기'에 열중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새 귀찮고 성가시기만 했던 그 작은 새가 나중에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앵무새와의 2달 간의 동거가 그녀 남긴 것은 무엇일까. 외로움을 타면 죽는다는 앵무새처럼 자신도 사실은 상실 이후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느껴온 것은 아닐까. 그녀는 앵무새 기르기를 통해 상실의 아픔은 결국 사랑으로 극복됨을 깨닫게 되지는 않았을까.
우수상 수상작 : 위수정 작가 <아무도> |
위수정 작가의 <아무도>의 주인공 '나'(희진)은 은 남편인 수형과 별거하고 원룸을 구해 따로 살아간다. 아직 이혼을 한 단계는 아니고, 잠시 서로 떨어져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녀는 집을 나와 따로 산다. 왜 그녀는 별거를 한 것일까. 그녀는 남편인 수형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별거 이유를 작품 속 어머니의 말인 "너 연애하려고 나온 거 아니었어?에서 짐작할 수 있다.
집을 나오면 그와 연애를 마음 껏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희진은 현실의 벽을 느끼게 된다. 결국 그녀는 수형에게 돌아가게 될까. 같은 여자로서 공감하면서 현실의 한계를 새삼 깨닫게 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어떤 마음도 없는 듯 그 마음을 죽이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음을 말이다.
우수상 수상작 : 이주혜 작가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
이주혜 작가의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작품은 지금의 현재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반영한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관계와 신뢰가 어떻게 깨지고 망가질 수 있는지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는 세 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나'와 수라 언니, 미예' 세 사람은 파주에 모여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들이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던데 이상하게도 그날만큼은 날이 좋았다. 그 자리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홀아버지를 여의게 된 미예를 위로하고자 만든 자리였다. 그러나 그녀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인지, 수라언니와 미예의 가족이 줄줄히 확진이 된다. '나'는 음성이 나와서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들 세 사람의 우정은 금이 가게 된다. 격리의 날들, 양성의 날들을 통해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그들은 비난하고 미안함을 느끼며 급기야 미예는 단톡방을 나가버린다.
아마 누구나 이 코로나의 공포를 겪어봐서 격리로 인한 고립과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을 겪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년 간 코로나로 인해 아마도 이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인간관계가 깨지고 망가지는 경우도 아마 많았을지도 모른다. 무엇이 우리는 이렇게 겁쟁이로 만들었을까. 코로나가 우리 인간관계를 깨뜨려버릴만큼 무서운 것인가.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우리 인간관계를 변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해보게 한다.
우수상 수상작 : 정한아 작가 <지난밤 내 꿈에> |
정한아 작가의 <지난밤 내 꿈에>에서 주인공 '나'는 희곡을 쓰는 애인과 함께 동거하고 있다. 서로가 일정한 수입 없이 겨우 생계를 유지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애인은 인철은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고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한 결과 예심을 통과하여 다행히 일을 구하였다. 그런데 주인공 '나'에게 자궁의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는 시련이 찾아온다. 병원비와 입원비를 걱정하던 나에게 엄마는 오백십이만 삼천 사백원이 담긴 봉투를 건넨다. 그리고 앞으로 매달 이 금액의 돈이 통장에 들어오게 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그것은 바로 한센 협동농장에서 나오는 보상금이었고 이를 통해 나는 외할머니의 한센 병력을 알게 된다. 한센 병력을 가진 채 평생을 살아온 외할머니, 어렸을 때 고아원에 잠시 맡겨져 마음의 상처를 받아온 엄마의 과거의 상처를 알아차리게 된다. 할머니의 보상금으로 인해 나는 잠시나마 경제적인 여유를 느끼며 정상적인 일상 생활을 누리게 되었지만, 평생 한센 병과 싸우며 힘들게 살아온 외할머니와 고아원에 버려져 고독하고 외로운 삶을 살아온 엄마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들의 삶은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오백십이만 삼천 사백원이 그것을 보상해줄 수 있을까.
이 책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에 수록된 작품들 중 6편의 작품들에 대해 간략히 감상을 적어보았다. 이외에도 제주도 방언이 돋보이는 김멜라 작가의 <메께라 께라>와 이서수 작가의 <연희동의 밤> 작품들도 또한 너무나 흥미롭고 인상깊다.
이 책을 통해 한국 문학의 현주소와 문학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주제로 사용하여 각각 다른 이야기들을 집필하였지만, 공통적으로 그 작품들 속에서 희망과 꿈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모습, 코로나로 인해 변질되어버린 인간관계,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었다.
내년에는 어떤 작품들이 선정될 지, 그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 지 궁금해하며 이 책의 책장을 덮는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매년 사보는 책이다. 뛰어난 한국 작가들의 우수한 단편소설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작품들로만 구성되어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해마다 이와 같은 작품집을 통해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가 추가되기도 한다.
김멜라의 <제 꿈 꾸세요>는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내가 저승길의 가이드를 만나고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가는 등 매우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어 집중하기는 조금 힘들었고, 동일 작가의 자선작인 <메께라 께라>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오름의 말'을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배운다.
김지연의 <포기>는 여러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후 잠적해버린 민재를 찾기 위해 애를 쓰다가 그와의 과거를 회상하다 보니 그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다.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은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가 정해진 일과를 반복하며 살다가 갑자기 키워야 할 앵무새가 나타나면서 일상의 균열이 생긴다. 처음엔 귀찮고 성가시게 느껴지던 앵무새와 동거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일상이 앵무새를 중심으로 흘러가게 된다.
위수정의 <아무도>는 남편과 별거한 후 혼자 살면서 아버지의 과거사를 떠올리며 진정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된다.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던 자신의 사랑은 뭔지, 남편과는 재결합이 가능한지, 읽으면서도 결과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다.
이주혜의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는 여자 셋의 우정과 여성의 역할과 팬데믹의 영향에 관한 이야기다. 셋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고립에 대한 공포도 느끼고 분노를 표출해야 할 곳은 어디인지 고민한다.
정한아의 <지난밤 내 꿈에>는 궁핍한 애인과 삶을 연명하던 중 자궁 수술을 받게 되는 상황까지 겹친 어느날 생각지도 못한 큰 돈을 엄마로부터 받게 되는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다. 한센병력이 있는 외할머니가 협동농장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고스란히 매달 통장으로 받으며 쪼들리던 삶이 서서히 활기를 되찾게 된다.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할머니와 엄마의 인생을 이해하려 애쓴다. 읽으면서 주인공이 가장 부러웠던 내용이다. 내 통장에도 매달 오백만원씩 누군가가 보내준다면 얼마나 여유로워질까, 하면서.
내년에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을 기대해본다.
단편 소설을 그리 열심히 읽지 않는다. 읽으면 재미있는데 잘 읽지 않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1년 한 번 이효석 문학상 작집품집은 읽으려고 한다.
올해는 모두 여성 작가다. 남성 작가가 한 명도 없는 경우는 나는 처음 봤다. 원래 여성 작가가 많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 의외였다.
올해의 수장작가는 김멜라라는 작가다. 사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다. 이효석 문학상 탈 정도면 이미 유명한 작가겠지. 이름을 처음 들어 본 독자로서 내가 조금 부끄러웠다. 수상작과 자선작 두 편이 실렸는데, 너무 낯설었다. 나중에 해설을 보고 '아 그런 얘기였구나'했다. 내용도 낯설고 작가도 낯설고. 그래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은 뛰어난 것 같다. 이해도 못 하면서 끝까지 읽은 나를 보면.
나는 백수린 작가의 '아주 환한 날들'이라는 작품이 좋았다. 먼저, 이야기의 구성이 너무 탄탄했다. 계속 다음 장이 궁금해서 기다릴 수 없게 만들었다. 메세지도 좋았다. 지식이 대중화된 시대에 작가만이 전달해 줄 새로운 메세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메세지를 신선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다 읽고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한국 단편 소설은 외국 단편소설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막연하지만 분명히 있다. 그런 분위기가 장편 소설까지 확장되었느냐라고 묻는다면 딱히 답을 못하겠다. 하지만, 단편은 분명히 있다. 마치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느 내 이야기를 대신 해 주는 느낌. 하지만, 삶에 치여, '나'에 치여 미처 깨닫지 못 하고 있던 내 이야기를 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읽게 된다. 과하게 부끄러워하고 분노한다.
웹소설이 유행하는 시대라지만, 문학은 결국 여전히 '예술'이다. 웹소설은 그 나름대로 종이 소설은 또 그 나름대로의 영역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흥미로운 서사를 숨가쁘게 서술하는 것 너무 그 이상이 종이 소설에는 있다. 그리고, '그 이상' 때문에 우리는 소설을 놓을 수 없다.
「김멜라 작가」는 2022년 13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으로 만났었다. 「저녁놀」도 독특하지만 따뜻한 느낌이 든다 생각했는데 「제 꿈을 꾸세요」도 그러했다. 저녁놀의 작가노트의 <웃게 해 줄 수 있다면의 연장 선상에서 떠난 이와 남은 이가 만나 좋은 꿈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로 이어진다.
'메기의 추억'을 배울 때 친구들과 함께 메기?라고 하면 쿡쿡 웃었던 기억이 있다. '오 수재너'는 순간 무슨 노래였지 하며 멈칫했다. 분명 배웠을 노래이지만 기억에 없는 노래였다. 책을 읽는 내내 메기의 추억의 가사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챔바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죽음, 그중에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어둡지 않고 통통 튀는 밝고 경쾌함이 드는 것은 챔배 때문일 것이다. '나'의 상상력으로 다른 사람의 꿈으로 갈 수 있다. 혼자 죽어 언제 발견될지 모르는 자신을 발견해달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규희, 세모와의 꿈으로 가려 하며 여러 추억들을 떠올리다 결국 그들에게 가지 못한다.
'나'는 꿈으로 찾아갈 이를 결정했다. 챔바는 예기치 않게 '죽음'을 맞이했지만 다른 세계에서 '깨어나' 꼭 찾아가고픈 이의 곁으로 '나'를 데려가 준다. '길손'과 비슷하게 아파한 이가 '가이드'가 되어 꿈을 찾아가는 길을 안내한다. 저자는 이 소설이 그들이 건네는 인사라 한다. 누가 누구에게 건네는 인사를 말하는 것일까? '챔버'가 '나'에게 건네는 인사? '내'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사람에게 건네는 인사? 누구에게 하던 <좋은 꿈 꾸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이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다. 오늘 밤에는 자기 전에 「제 꿈꾸세요」하고 인사해 봐야겠다.
다른 우수작품상들도 모두 각가 나름의 색깔에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김지연 작가의 『포기』는 만약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었던 것을 포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했다. 그리고 미루는 것에 대한 후회를 자주 하는 입장에서 아! 음... 슬그머니 책이 멀어졌다.
백수린 작가의 『아주 환한 날』은 <2022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실린 것을 인스타그램에서 보았다. 어떤 글이기에 두 문학상에서 우수상을 받았을까 궁금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 된 고양이와 지금도 매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 공감이 되는 글이었다. 고양이를 무서워했었던 나와 동물은 좋아하지만 키운 것에는 무척 반대했던 남편,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에 혼자 반대했던 작은아들 모두 지금의 모습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라는 작가의 문장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그 이후의 문장 또한...
<사랑>은 사람들을 비이상적이게 하기도 한다. 머리로는 「안돼! 」라고 소리치지만 마음은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한다. 위수정 작가의 『아무도』의 '희진'의 상황이 지금 딱 이러하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희진의 손에 났지만 수형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물지 않는 상처가 났으리라. 그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현실은 언젠가는 깨어나야 할 꿈처럼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다. 숲 속의 잠자는 공주는 어떻게 100년이나 잠들어 있었을까? 하는 삼천포로 빠진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주혜 작가의 『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는 <대어를 낚았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이 인상 깊었다. <무엇이 자꾸 우리를 겁쟁이로 만들까? 우릴 자꾸 고립시키고, 왜 저러고 사나 싶게 만들고, 경멸하기 좋은 얼굴로 변모시키고, 끊임없는 자기 증명의 압박을 가하는 이 병의 이름은 무엇일까?>라는 글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의 고민이 아닐까 한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더 크고 세게 부닥치게 하며 큰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리라. 맑게 개인 파주에서 즐거웠던 모임의 결과는 흐림이 아닌 천둥번개가 되었다. 과연 햇볕이 드는 맑은 날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지난밤 내 꿈에』를 읽고 나서 문득 몇 해전 돌아가신 친정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친정이 없었다. 아버지와 결혼 후 고향인 부산을 떠나온 후 연락이 끊어졌다고 하였다. 하지만 너무 어릴 때라 가물거리지만 유치원에 다니던 나와 2살 터울인 큰동생과 외갓집에서 하룻밤을 잔 기억이 있다. 예전 주소로 찾아가니 이사를 하여 물어물어 찾아갔었다. 무엇이 그리 그리웠을까? 지금 느끼는 이 그리움과 같을까? 궁금해졌다.
만약 매달 500만 원 여의 돈이 매달 생긴다면 무엇을 할까? 저축부터 할 것이다. 노후대비를 위해서. 그러나 몇십 년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같은 선택을 했을까?
단편집은 한 호흡에 책을 읽기 좋다. 그러면서 장편 못지않은 다양한 의미들을 전달한다. 짧은 글안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는 것을 어려운 일이다. 한 해 최고의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가에서 수여되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은 엄격한 심사로 유명하다.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는 지금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작가와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 작품의 내용을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