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의 달밤은 이태준 작품의 장점이 잘 드러나면서, 간결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주는 표현과 문체 묘사 등이 우선 눈에 들어오는 작품입니다. 이태준의 작품은 어딘가에서는 정말 일어날 법한 일을, 공감되는 심리 묘사와 아름답게 다듬어진 문체 묘사 등으로 인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는 하는데, 이번 작품인 달밤 역시 그렇습니다. 기승전결 구도가 탄탄하고 결말도 좋습니다.
황수건은 나에게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나는 그의 처지가 하도 딱하였습니다. 그래서 참외 장사라도 해보라고 돈 3원을 주었습니다. 한동안 그는 참외도 가져오고 포도도 훔쳐 오는 등 나의 집에 잘 들렀습니다. 그러나 참외 장사도 실패하고 끝내는 동서의 등쌀을 견디지 못한 그의 아내마저 달아났습니다. 어느 늦은 밤 그는 달만 쳐다보며 서툰 노래를 불렀습니다.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으로 담배를 피웠습니다. 나는 그를 부를까 하다가 그가 무안해 할까봐 얼른 나무 그늘에 몸을 숨겼습니다. 쓸쓸한 달밤이였습니다.
부담 없는 금액으로 이렇게 좋은 소설들을 이북에 소장할 수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네요. 최근에 이태준 작가의 단편 <석양>을 재미있게 읽어서, 이어 이 소설도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앞서 읽었을 때의 감상처럼 이 작품 역시 이태준 작가의 문체가 선명하게 느껴져 좋았습니다. 전개 방식과 문체 등이 너무 아름답네요. 다른 작품들도 이어서 쭉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