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며
자주 보는 유튜버 중 하나는 겨울서점이다.
김겨울이 운영하는 이 겨울서점은
다양한 책을 소개해 준다.
이 책은 그 유튜버가 읽은 책들과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
공감되었던 문장을 적은 책이다.
이런 책도 있다니 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공감도 되고, 내가 읽은 책이 나올 때는 반갑고
어떤 글에서는 멋진 척 하려고 하는 것이 느껴지며
또 어떤 글은 공감이 안 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유튜브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비대면 독서 모임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래서 책과 책의 말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참 재미있다.
나도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
나중에 또 읽어야지.
이 책 덕분에 너무 많은 책을 알게되고 장바구니만 늘어났다.
안그래도 포화상태인 나의 장바구니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여기서는 책들에 관한 발췌 100권이 나온다.
베스트셀러는 관심도 없으신 작가분이 추천해 주신 책들을 한 번 이 겨울 읽어 볼 생각이다.
이과였는데 철학과 출신인 작가는 북유튜버를 하시고 라디오도 하며 얼마전 광고에도 출연하신 것 같다. 책 읽을 시간은 언제인지?
철학과여서 그런지 아니면 어렸을 적 부터 깊이 있는 책을 읽어서 철학과에 갔는지 모르겠지만 리뷰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남다른 깊이가 있다.
글도 진중하니 잘쓰시고 공감능력도 뛰어난듯 싶다.
"내 몸의 경계선 너머로 나아가고 또 나아가며 걷고 또 걷는 일은 일종의 유체이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짧은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곳은 전과 같은 곳이 아니었다. 몸과 정신의 여행을 거친 사람은 그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
여행을 표현한 문장인데 꽤나 깊이가 있었다.
왼쪽 페이지에는 책에 관련된 문장 발췌 오른 쪽은 그와 관련된 작가의 견해로 채워지고 있는 짧은 책이다.
잘읽어 보지 못했던 분야와 작가의 책을 소개받는 것 같아서 좋았다.
"테크 기업들이 인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흡수해 버리려고 해도, 종이책 읽기는 그들이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몇 남지 않은 영역이다. " 프랭클린 포어 [생각을 빼앗긴 세계]
"사실 모든 책은 다 '서비이벌 가이드' 내지는 '서바이벌 매뉴얼'인 게 아닐까? 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관심을 두어야 할 사회문제,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 같은 것들을 알려 주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한 생존 가이드 말이다. 앞서 경험한 사람들이 파란만장하게 만들어 놓은 백서라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것 같다. "
책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넷플릭스 가입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볼만한 것들이 많다며 가입을 추천하기에
"그럼 나는 책 읽을 시간이 없어져서 안된다"고 했다.
"내 누나라서 내가 뭐라고 할 말은 아닌데, 정말 재수 없는데."라며 웃는다.
직장 다니면서 넷플릭스까지 시청하면 정말 책 읽을 시간이 아예 안나온다.
그나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인데. 그걸 넷플릭스에 뺏길 수는 없지.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최우선에 그 행동을 두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맹목적이다. 그걸 안하면 문제가 다 없어지는데, 그걸 못하면 죽을 것처럼 엄살을 떤다.
책을 안 읽으면 돈도 절약되고, 엎드려 읽느라 어깨가 뭉칠 일도 없으며,
잠잘 시간도 늘어나고 시력도 덜 나빠질 수 있을텐데. 그런데도 좋다고 읽는다.
이런 책벌레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을 또 알게 되었다.
북튜버 김겨울이다.
안타깝지만 나는 또 그녀의 유튜브 방송을 본 적이 없다.
유튜브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걸 보면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아 정말 재수없다..)
나는 절박해졌다.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고, 작은 글씨를 무리 없이 볼 수 있고, 좋은 자세로 앉아있을 수 있고, 활발하게 지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몇십 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hide in plain sight'라는 영어 표현처럼 늘 같은 자리에 존재했으나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종류의 진실이었다. 너무 늦은 게 아닌지 나는 염려한다. 읽으려던 책을 결코 다 읽고 죽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당장 읽어야 한다. 매일 읽어야 한다. 고요 속에서 읽고 또 읽고 죽어야 한다.
가끔 내가 왜 이렇게 허겁지겁 책을 읽나 싶을 때가 있다.
더 읽는다고 잘 살아지는 것도 아니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닌데.
쫓기듯 죽어라 책을 읽는 내가 한심하다.
그런데 나 말고도 이렇게 당장 읽고 매일 읽고 다 읽고 죽어야겠다는 사람이 있어서
솔직히 너무 반갑다.
나는 이미 집중력 유지도 안되고, 작은 글씨를 보는데 무리가 심~하게 오고,
좋은 자세로 앉아 있지도 않고, 활발한 지적활동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죽는 날까지 읽다 죽으려고 한다.
척 아끼는 책이 커피로 얼룩지거나 가구 모서리에 찍히면 순간적으로 심장에 고통이 느껴진다. 악, 휴지로 커피를 닦아 내도 갈색 얼룩은 덩그러니 남는다. 모두가 알고 있다. 이미 무슨 짓을 해도 책을 처음 산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어차피 책은 원래 해진다. 오늘의 커피가 아니어도 언젠가는 변색되고 너덜너덜해질 수 있다.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책"이라는 물성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책에 줄을 긋고 책장을 접어가며 읽는 사람도 많지만 나처럼 다 읽은 책이 "안 읽은 책" 처럼 보이길 원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얼마 전 우연히 다 읽었던 책을 꺼내 아이에게 건네주다가 읽으며 붙여두었던 포스트잇을 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렴하게 구매했던 포스트잇이 들러붙어 색이 남았기 떄문이다.
곧 울것같은 얼굴을 하며 책을 한무더기 꺼내 아직 떼어내지 못한 포스트잇을 떼고 있으니
큰아이가 같이 앉아서 포스트잇을 떼 주었다.
그다음날 집에 와보니 서가 몇칸의 책을 꺼내 작업(?)을 다 했다고
시간되면 같이 해주겠단다.
역시 내 아들이다.
벽돌책은 언제나 나의 로망이다. 벽돌책을 읽는 데에는 유난히 긴 경청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께는 그 자체로 주장이며 난이도는 그 자체로 방어다. 대게 하드커버로 감싸진 두꺼운 책의 내부로 들어가려면 독자와 저자 모두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방어선을 뚫어야 한다. 들어갔다면 긴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 노련한 탐험가는 견고하게 세워 놓은 성을 한 자 한 자 탐색하며 완성본에서 거꾸로 설계도를 그려 나간다. 그는 설계도에 그려진 것과 그려지지 않은 것을 들여다 본다.
책을 살 때는 사실 그리 가리지 않고 사는 편이다.
문제는 읽는 것이다.
벽돌책은 우선 들고 다니며 읽을 수가 없으니 집에서 읽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길게 내는 것도 쉽지가 않다.
주말에는 이런저런 집안일과 함께 잠도 보충해야하다보니 평일보다 더 많이 못 읽을 때도 많다.
이런저런 핑계로 벽돌책은 서가를 아름답게 꾸미는 장식품이 되어간다.
생각해보면 벽돌책은 로망이지만 김겨울 작가가 말한 것처럼 진입장벽이 높아서 그런 것 같다.
많은 작가들이 그렇듯 집필에만 몰두할 수 있는 전업 작가는 못되는 탓에 책 쓰기는 늘 생업과 병행해야 하는 과제이고, 그말인즉슨 생업과 집필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성실히 쪼개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날에는 일하느라 에너지를 다 쓰고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가지고는 너덜너덜한 몰골로 엉엉 운 적도 있다. 10여 년 전에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힘겹게 글을 쓰는 인간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지금은 마감마다 머리털을 뽑아서 그걸로 손뜨개를 하는 작가가 되어 있다. 직장 다니면서 소설 써서 데뷔하고 책 낸 사람들 전부 다 노벨성실상 받아야 한다.
일하며 책읽고 책을 쓰는 것까지는 자신이 없어서 은퇴 이후에 글을 쓰는 것을 생각해보고 있다.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미루다 못 쓸 것 같기도 하고, 은퇴를 하면 쓸거리가 없어질 것 같아 불안하다.
늘 머릿속에서만 전쟁을 한다. 생업과 집필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성실히 쪼개기에 너무 게으른 탓이다.
마감마다 머리털을 뽑아 그걸로 손뜨개를 하는 작가가 되었다는 대목에서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만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구나. 다시 한번 나의 게으름을 탓해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속의 글들과 함께
책벌레 김겨울의 감성이 더해져 너무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그저 책을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유튜브로 책을 소개하고 책을 써내며
부지런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니
책을 좋아하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가 있구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책에 진심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 속에서 꺼내
백가지의 이야기로 완성한 책,
<책의 말들 :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하여>이다.